말콤 그래드 웰의 저서, 아웃라이어(Outliers)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어떤 분야에 성공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은 1만 시간.
그 시간동안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는 것, 그것이 성공에 이르는 첫 단계다.'



1만 시간. 사람이 하루에 8시간씩 학습해도 10년이 걸리는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이 세월동안 각고의 노력과 그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그 분야에 '전문가' 가 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1만 시간의 법칙' 을 기자가 본디부터 알고 있었던 건 아니다. '전문가' 라 자부할 수 있는 인물에게 직접 들은 말이다. '띠리리리리띵~♬' 이라는 경쾌한 화음의 그 게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윈드러너' 의 개발사, 링크투모로우의 이길형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2003년 게임업계에 뛰어들며 지금까지 캐주얼게임에 10년을 투자한 캐주얼게임의 전문가 되시겠다.


사실 초면은 아니다. 지난 1월, 모바일 스타트업을 위한 컨퍼런스 중 이길형 대표가 '캐주얼 게임 아이템 이야기' 라는 제목의 강연을 취재한 적이 있긴 있었다. [관련기사] 그때가 바로 윈드러너의 런칭일이었고, 유료 아이템을 통해 얻는 수익 체계를 설명하다가 강연 마지막즈음 갑자기 신작 '윈드러너' 영상을 재생해 취재 도중 당황했던 뜬금없는 추억이 있다.


이길형 대표는 참 말을 잘하는 인물이다. 개인적인 철학이 확실하고, 또 그 철학이 납득이 되게끔 설명하는 능력이 있다. 매사가 꼼꼼하고 신중한 사람이라는 평가도 간혹 들려왔었다. 강연 도중 받은 느낌도 비슷했다. 캔디팡과 슈가팡처럼 단순한 게임이 또 어딨다고 점수 체계부터 아이템 하나하나에 어쩜 저렇게 지대한 공을 들였는지 신기했었고, 또 그 과정을 조근조근하게 잘 설명하는 모습도 인상깊었다.


기자의 머릿속에는 이미 '말 잘하고 생각도 깊은 사람' 이라는 이미지가 박혀있는데다, 그의 게임 윈드러너의 극성 유저이기도 해서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길형 대표는 너무나 바쁘더라. 아쉬움만 삼키던 중, 살짝 숨좀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어 한 번 만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시 뵙습니다! 링크투모로우 이길형 대표





캔디팡과 슈가팡, 그리고 캐주얼게임에 대한 뚝심


21명이 옹기종기 모여 캐주얼 게임을 개발해나가는 링크투모로우는 이래뵈도 1천 만 다운로드 타이틀 두 개를 개발해 낸 '캐주얼의 달인' 이다. 하나는 '윈드러너'이고, 다른 하나는 '캔디팡' 이다.


캔디팡은 15일만에, 윈드러너는 12일만에 1천 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또한, 다른 모바일 게임 '슈가팡' 역시 적지않은 인지도를 기록했었다.


이 정도 저력이라면 모바일 시장에서 '캐주얼 게임 전문 개발사' 라고 일컬어도 무방할 정도다. 캐주얼 장르이 어떤 점이 그토록 매력적이기에 계속 그 방망이를 깎아 나가고 있는건지 궁금했다.



캐주얼게임만 파고드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장르를 시도하기에는 우리 회사분들의 성격이 너무 급한 사람들이라 게임이 바로 나와야 하거든요. MMORPG는 절대 못만들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캐주얼게임은 진입장벽은 낮지만 마스터의 영역에 도달하려면 굉장히 힘듭니다. 이게 바로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오래 즐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보기에도 쉽고 복잡한 게임 방법따위도 없어서 쉽게 보다가도, 점수가 일정 이상 오르지 않으면 약오르기도 하고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거든요. 그러다보면 점차 게임에 몰입하게 되지요. 캔디팡도, 슈가팡도, 윈드러너도 이 특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시대였을 때 '캐주얼' 이라는 장르는 계륵(닭의 갈비 : 큰 이익은 없으나 버리자니 아까운 것을 비유하는 말) 분야였습니다. 이용 유저는 많은데 정작 돈을 벌지는 못하는 그런 분야였지요. 유료 아이템 및 한 판 당 과금을 적용시키는 것도 불가능했고요. 수익을 내기 힘든 그런 장르였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캐주얼게임을 고집하며 쌓아온 노하우가 지금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제 자랑 같겠지만, 제가 손을 댄 게임은 바닥을 치고 있다가도 금새 순위권을 차지하곤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유료 아이템 기획을 참 잘한다고 공언할 수 있어요. 사천성 손가락 아이템이라던가, 윷놀이 미션 등의 특허가 바로 저에게 있습니다(웃음). 포커 등 그당시 유행했던 웹보드게임 서비스도 많이 경험해봐서 이 방면에는 나름 자신 있었습니다.

모바일 시대의 도래가 바로 기회였습니다. 모바일의 소셜성이 캐주얼게임의 성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죠. 단 두 명이서 링크투모로우 창업을 결심할 수 있었던 이유도 캐주얼게임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모바일게임계에 캐주얼게임사로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하겠다'. 이 확신어린 말로 지금의 개발 인력들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이길형 대표의 실력도 실력이었지만, 캐주얼게임에 대한 확신 없이는 이어나갈 수 없는 고집이었다. 캐주얼의 시대가 언젠가는 오리라는 이길형 대표의 믿음으로 링크투모로우가 창업되었고 또 윈드러너라는 인기 타이틀이 탄생되었다.


네이트 앱스토어와 페이스북의 유행으로 캐주얼게임의 시대가 오리라는 확신은 맞아 떨어졌지만, 그 안에서 링크투모로우의 성공 가능성은 점치기 힘들다. 아무리 꼼꼼하기로 소문난 이길형 대표라도 분명히 힘들었던 적이 있었을 터.


창업 이후 저희가 계획한 것과 비슷하게 일이 진행된 건 사실인데, 완벽하게만은 되지 않았습니다. 2011년도, 그러니까 링크투모로우의 초 중반기 시절이지요(링크투모로우의 창업년도는 2009년). 이 당시 유행했던 게임 플랫폼은 바로 '페이스북' 이었습니다. 싸이월드의 소셜성을 기반으로 인기를 끌었던 네이트 앱스토어가 슬슬 성장이 정체되던 시기였거든요. 그 대안이 바로 페이스북이었고 그러다보니 많은 게임사들이 페이스북에 게임을 런칭하기 위해서 경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저희도 예상 못한 부분이었거든요. 당시에는 이런 상황도 생각하지 못했냐며 큰 실수라 자책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현재의 메시징 플랫폼 기반의 모바일 게임환경에 대한 준비운동을 할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도 모바일 전성시대에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었구요.



이길형 대표는 지난 강연에서 캔디팡과 슈가팡에서의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이번 신작(윈드러너)은 그 아쉬움을 보완하며 개발했다고 말한 바 있다. 캔디팡, 슈가팡을 언급하자 대번 '아쉬웠다' 라는 말을 하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그리도 아쉬웠는지 물어보았다.



▲ 캔디팡과 슈가팡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던 그 강연

사실 캔디팡은 천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작품이지만 수익성에서는 물음표를 남긴 작품입니다. 인기를 얻은 속도만큼 빠른 '광탈' 과정도 거쳤지요.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 우리의 게임이 뭐가 문제인지 알게되더군요. 아이템 구조, 유저 만족도 및 체류시간, 사용시간 데이터 분석 등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사실 캔디팡 및 슈가팡은 애니팡 이후 3매칭 게임이 성공하는 그 시기에 맞춰 급하게 제작한 타이틀입니다. 만드는 내내 재밌긴 했지만, 시간에 쫓기다보니 마음이 무척 조급해지더라고요.

이러저러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들이었지만 참 많은 경험을 안겨주었습니다. 일단 5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의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게임 서비스를 경험해본 건 처음이었거든요. 캔디팡을 서비스하며 월초나 월말, 일간 시간대별 유저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많이 축척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체득하고 그만인 것과 구체적인 데이터가 마련되어 있는 건 확실히 차이가 있지요.




★ 윈드러너는 성공을 향해 철저히 계획된 게임


단순히 노하우의 차이가 성공을 판가름내는 건 아니다. 온라인게임에는 굵직굵직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는 개발자라도 모바일게임에서는 미미한 성과를 내기도 하고, 경험도 별로 없이 불타는 열정으로만 성공한 사람도 존재하는 게 바로 모바일게임 시장이다.


성공을 불러오는 요소는 실로 다양하다. 이길형 대표 본인은 좋은 성적이 아니었다고 손사래를 칠 지 모르겠으나, 캔디팡의 천 만 다운로드 기록은 아무 게임이나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3개의 모바일게임 중 두 개나 천 만 다운로드 돌파를 이룩해 낸 링크투모로우만의 비법도 있을 터.


우리 회사의 장점이 뭐냐, 라고 묻는다면 단연 '사람' 이라고 답합니다.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 셋째도 사람입니다. 우리 개발 인력들은 NHN이나 네오위즈 등에서 줄곧 캐주얼 게임만을 개발해 온 전문가들이 모여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캐주얼게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하고, 게임은 가장 간소화된 형태지만 필수적인 요소만 골라 넣죠.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은 콘텐츠를 추가해 게임성을 확대하기 매우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완성도도 그만큼 높아지게 되고요.

사실 대규모 회사에 다니다보면 게임 개발 외적으로 영향을 받는 일도 종종 있잖습니까. 정치적 문제라던가, 사람간의 문제라던가... 저희 회사는 작지만, 그만큼 외부적 압박에서 벗어나 오로지 게임 개발에만 힘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이잖아요. 저도 그분들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중입니다. 경리가 없는 우리 회사에서, 음료수 주문하고 간식 사는 임무는 제가 맡고 있지요. 아직 1만 시간은 안 지났지만, 세금 계산서도 누구보다도 빨리 떼고 음료수도 좀 더 싸게 주문하는 '전문가' 가 다 됐습니다(웃음)

저 역시도,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게임과 같이 지낸 세월만 30년 이상입니다. 이 동안 게임을 접하면서 느꼈던 경험들과 이전 게임들을 서비스하며 얻은 값진 데이터들을 확보한 것이 굉장히 큰 힘이 되었습니다. 카카오 메세지를 보내는 횟수, 유료 아이템의 적절함, 게임 한 판당 걸리는 시간 및 최대 게임 횟수, 체류 시간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정도로 많은 정보들이 있었고, 그 정보를 윈드러너에 집약시킬 수 있었던 걸 성공의 요인으로 꼽고 싶네요.

링크투모로우의 업무공유 플랫폼 '판도라' 의 역할도 참 컸습니다. 약 4~5개월 정도 꽤 짧은 시간동안 개발했었는데, 운영 방식은 물론, 공지, 이벤트, 네트워크, 개발 등 그동안 쌓아왔던 우리의 노하우가 집약된 판도라가 있어서 5개월 정도였던거죠. 이게 없었다면 훨씬 더 개발 기간이 훨씬 길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길형 대표는 윈드러너의 성공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얘기했다. 만드는 내내 본인도 즐거웠었고, 게임의 각 요소들을 이 대표 마음에 찰 수 있도록 하나하나 신경썼기 때문이었다. 이토록 큰 성공은 예상 못했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단다.


윈드러너 출시 전에는 과연 캔디팡을 넘어설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성공할 게임이라는 '감' 은 왔는데, 얼만큼 성공할런지는 예상 못했거든요. 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캔디팡에게는 못 미치겠지만 그래도 중박은 치지 않을까 기대했었어요.

'중박' 정도라고만 생각한 이유는 바로 난이도였습니다. '드래곤 플라이트' 나 '다함께 차차차' 등 카카오 인기게임들은 사실상 쉬운 축에 속했는데, 그에 비해 우리의 윈드러너는 좀 어려워서 주변에서 난이도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긴 했죠. 그치만 저도 한 고집 하고, 우리 개발자들도 여간 보통 고집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난이도를 낮추면 우리만의 게임성이 떨어진다고 바득바득 우겼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고집이 잘 들어맞아서 다행입니다.



기자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실력이 뒷받침되어야겠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우연이라는 요소가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 아무리 중박정도로 예상했다지만 성공할거란 '감' 은 쉽게 올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자보다도 훨씬, 현재 모바일게임시장을 잘 알 사람이 '감' 을 믿었다는 것이 의아스러웠다. 어떤 느낌인지도 알고 싶었다. 게임 개발자가 아닌(이라고 쓰고 '될 수 없는' 이라고 읽어도 무방하다) 본인은 죽었다 깨나도 모를 그 감은 무엇인지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추상적인 질문을 던지자 이 대표의 얼굴에도 언뜻 당황한 빛이 어렸다. 하지만 이길형 대표가 누군가. '말 잘하기로 소문난' 대표 아니겠는가. '소개팅이나 미팅에서 남녀가 처음 만나잖아요. 간혹 서로에게 매력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라며 운을 떼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처음 만났을 때 '이 사람, 나와 참 잘 맞을 것 같아' 라는 느낌이 들 때가 간혹 있는데, '어디가 어떻게 맘에 들어?' 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기는 힘들거든요. 말투, 분위기, 옷차림, 외모 등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는 여러가진데 콕 찝어 맘에 든다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괜찮다, 매력적이다' 라는 느낌이 드는 게 제가 말하는 '감' 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콘텐츠를 하나하나 수정하다보면 '어? 이거 재밌는데?' 하는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그 느낌을 받을 때까지 주욱 수정하는 거지요.

근데, 성공에 대한 감을 느끼는 단계는 훨씬 더 고차원적입니다. 재미없음에서 재미있음의 구간으로 넘어가는 단계가 아니라, 원래도 재미있지만 누가봐도 의문을 품지 않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는' 단계까지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 구간까지 계속 수정하고 보완하다보면, 어느 순간 '어? 성공하겠구나' 라는 감이 오는 거지요. 설명이 잘 되었나 모르겠네요.하하.



역시, 성공에 대한 예감은 쉽사리 오는게 아니었다. 이길형 대표는 '감' 을 만난 사람이 아니라, '감' 을 느끼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모든 것을 바꿔 나갔던 것이다.


'신중한 사람이다',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한 사람이다'. 이길형 대표에 대한 평가는 꽤 많이 들어왔고, 취재차 참석했던 이 대표의 강연에서도 그렇게 느꼈다. 보기에는 너무나 간단한 캐주얼게임일지라도, 점수체계부터 유료화 구조, 그래픽, 사운드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링크투모로우의 색깔을 담기 위해, 각 게임요소들끼리 잘 조화되도록 치밀하게 설계하는 사람이었다.


열댓번이나 별 먹는 소리를 고쳤습니다. 활발하고 경쾌한 음악처럼 즐길 수 있는 사운드를 위해 의견조율도 엄청 많이 하고, 테스트도 무진장했습니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UI도 말할 것 없었지요. 드래곤플라이트의 경우, 세로 UI를 너무나 훌륭히 만들어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훌륭하게 가로 UI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었지요. 지금의 UI는, 우리 선에서는 최적의 수준으로 구현한 겁니다.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공들여도 결국 유저들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재미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입니다. 하지만 윈드러너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하지요. 이 작은 요소들이 맞물려 게임의 전체적인 재미를 이루는 겁니다.

이런 작은 부분까지 유저분들에게 알아달라는 건 아닙니다. 마치 애인에게 선물주고나서 '고맙지? 응? 고맙지?' 라고 다그치는 것과 다를게 없거든요. 그냥 유저분들이 '윈드러너' 자체를 너무나 재미있게 즐겨주시는 이 상황 자체가 너무나 감사할 뿐입니다.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 그런 기분일까? 신규 유저 수를 나타낸 그래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올라가는 광경을 직접 목격했을 거고, 수익 그래프도 연일 상승세니 굉장히 기분 좋았을 터다.


하지만 그만큼 감당해야 할 문제도 아주 많다. 유저들이 몰려드는 초기에는 서버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것이고, 이후 지속적으로 유저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여러 업데이트를 진행해야 한다. 이 시간에도 윈드러너는 줄곧 업데이트 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이길형 대표의 여유있는 미소 뒤에 피곤한 기색이 언뜻 보였다.


기자님이 제 강연에 참석하신 그 날이 바로 윈드러너 런칭일이었을거에요. 사실 런칭 준비때문에 참석 못할 뻔 했는데, 별 문제없이 착착 진행되길래 믿고 강연하러 갔어요. 그러고 다시 돌아왔는데, '어?' 한거죠. 육안으로 봐도 트래픽, 다운로드 수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었거든요. 다음 날은 더더욱 엄청났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론 이틀째 신규 사용자 수가 200만을 돌파했을 거에요. 이거 대박이구나 싶었습니다. 오픈 초기에는 윈드러너 메세지 때문에 카카오에 비상경보가 걸릴 정도였대요. 정말로.

그 엄청난 성공에 기분은 좋았는데 일거리도 무진장 많아졌습니다. 서버도 터지고, 버그도 발견되고, 데이터도 조정해야하고. 매일매일 밤새는 게 일이었습니다. 우리 개발자 중 한 명은 나흘동안 단 4시간 자고 나흘째 되던 밤 10시쯤 퇴근했습니다. 그를 보내고나니 이젠 제가 잠이 안오는거에요. 과로사로 숨질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거든요. 출근시간 직전에 괜히 딴 말하며 메세지를 보냈더니 대답하는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기억도 있네요. 지금은 뭐, 좀 여유로워져서 일주일에 2,3일만 밤새고 그렇지만요(...?).

그래도 그 과정이 너무너무 재미있고 매일매일이 새로웠어요. 재미있는 게임은, 만드는 과정도 재밌어야 한다는게 제 철학입니다. 실제로 우리 개발자들은 개발하면서 그토록 지겹게 봐온 윈드러너를 쉬는시간에도 재미있게 플레이하더라고요. 런칭 후에도 하루하루가 바빴지만 조조영화도 단체로 보러가고, 회식도 하고, 점심시간에 커피 한 잔씩 들고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움을 공유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우리끼리 재밌는 영화 보러 갔다 왔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Run, Run! 윈드러너의 행보


기자이기 이전에 본분은 게이머다. 그것도 성질 급한 게이머. 점수가 안나오거나 생각한대로 되지 않을 때는 마법과 같은 '결제' 라는 무기를 사용한다. 윈드러너 역시 그렇게 즐겼다. 멋진 탈 것도 사고, 좋은 펫도 뽑으면서 마음껏 즐거움을 누렸다.


그러다 살짝 화가 날 뻔 한 적이 있었다. 좋은 탈 것을 구매하고 진화까지 시켜놨는데 바로 그 다음 날 더 좋은 탈 것이 나왔던 것이다. 최상의 펫을 뽑아놨더니 합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로, 최상으로 좋은 펫이 나왔을 때는 정말 화가 나기도 했다.


기자로서 이길형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 유저로서 왜 내 결제를 허무한 것으로 날려버리냐고 한탄도 해봤다.



▲ 기자를 굉장히 화나게 했던 여러 업데이트

일단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네요...하하. 기껏 결제했던 것이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슬퍼하는 유저분들이 많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업데이트가 진행되고 있는 탈 것, 펫, 캐릭터 등의 요소는 사실 런칭 당시에도 준비되어 있던 겁니다. 지금에서야 공개하는거지요. 이 모든 캐릭터들과 부가 게임 아이템을 죄다 풀어서 유저 선택의 폭이 넓어지도록 할 수도 있었지만, 많은 고민 끝에 점차 업데이트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업데이트되는 캐릭터들이나 탈 것, 펫등이 점차 강해지는 건 일종의 기법 중 하나입니다. 만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적 한 명을 쓰러트리니 더 강한 적이 나오고, 그 적도 쓰러트리니까 또 강적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에 따라 주인공의 실력도 점차 성장해나가는 거고요.

게임에서도 점점 더 강력하게 성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게임의 묘미지 않을까요? 현실에서는 성장의 과정이 힘들지 몰라도, 게임에서는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형태로 성장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점차 강한 캐릭터를 늘려나간거지요.



미리 대비라도 할 수 있게 다음 업데이트에 대해 말해줄 수 없겠냐고 물어보니, 이길형 대표는 이젠 윈드러너에 좀 더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다며 결제 여부를 떠나 모두가 비슷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게임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대답했다.


▲ 윈드러너에도 새로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업데이트를 꾸준히 하고 있다

업데이트는 다양하게 준비 중입니다. 그간 고민해왔던 무과금 콘텐츠도 많이 풀어보려고요. 이번에 업데이트 된 누적 미션 시스템이라던가, 갑자기 캐쉬를 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과금과 무과금의 차이를 서서히 줄여볼 생각입니다.

조만간 맵 업데이트가 한 번 있을 예정인데요. 네? 아니, 아니요. 지난 달 한 번 바꿨다가 100년은 살 만큼 욕을 들어먹은 그 맵 조정 말고요. 저희는 실수를 인정하는 것도 굉장히 빨라서 미안하다고 하고 그 다음날 바로 패치해버렸어요.

이번에는 새로운 맵을 추가할 생각입니다. 지금의 맵과 별 패턴에 익숙해져서 고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유저도 분명 있지만서도, 지루한건 사실이니까요. 굉장히 신경쓰고 있으니까 걱정마세요. 빠르면 이 달 안에 적용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새로워도 너무 새로웠던 건 싸이(PSY) 업데이트. 월드 스타로 대활약하고 있는 싸이가 윈드러너 캐릭터로 나왔을 때 적지않게 당황했다. 그런데 이 대표에게도 싸이와의 계약은 너무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YG측에서 윈드러너를 즐겨하고 있으며, 함께 사업해보지 않겠냐는 의견을 줬었어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을 때 연락을 받아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거기다가 지난 주말에 콘서트도 연다더군요. 이왕 사업을 시작한 거, 그 전에 캐릭터를 오픈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때 정말 바빴어요. 나쁜 대표 밑에서 우리 직원분들, 정말 많이 힘들었을 거에요. 하지만 지금 윈드러너도 일본에 출시되었고, 다른 나라에서도 서서히 진출할 예정이라서요. 월드스타 싸이와 함께 하는 만큼 해외 진출에도 큰 힘을 얻지 않을까 싶네요.



모바일 세 작품 합쳐서 3천 만 다운로드. 세 작품 중 두 작품이 천만 다운로드 돌파. 링크투모로우의 다음 차기작이 기대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살짝 돌아본 개발실은 여전히 윈드러너 콘텐츠들 뿐이었다.

윈드러너 작업으로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차기작을 얘기드리긴 곤란하네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지금 윈드러너가 LINE과 제휴해 일본에서도 서비스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서비스를 동시에 관리해야 해서요.

그래도,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몇 개 쯤 됩니다. 2~3개정도 예상 후보작이 있어요. 최종적으로 어떤 게임 개발에 착수해야하는지는 좀 더 개발버전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윈드러너에 집중하고, 다양한 업데이트를 많이 하려 하고 있습니다.



좋은 대화도 나누고, 지식도 얻을 수 있었던 값진 만남이었지만, 너무 시간이 길어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항상 고마운 존재, 유저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다기에 이 자리에 옮겨 적는다.

윈드러너는 물론, 앞으로 선보일 링크투모로우의 게임들은 개발부터 서비스까지 유저분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 할 생각입니다. 잘못한 점이 있다면 따끔한 충고 부탁드리고 그래도 따뜻한 격려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