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배재현 부사장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것처럼 들린다."

엔씨소프트 배재현 부사장 NDC13 키노트 강연을 들은 어느 기자의 말이다. 배재현 부사장의 강연은 흔히 말하는 '립서비스'가 없었다. 현재 대한민국 게임시장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여줬으며 말 그대로 현실이었다. 요약하자면 신작들의 성공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으며 이제 국내든 국외든 만만한 시장은 아무 곳도 없다. 모바일 시장은 분명 커지고 있지만 이미 레드오션에 접어들었다.

배재현 부사장은 '우린 아마 안될거야'라는 유명한 캡쳐 사진을 프레젠테이션 곳곳에 배치하며 이런 국내 게임 시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덕분에 강연장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문득 일본의 스타 개발자 '이나후네 케이지'의 발언이 생각났다. 그는 과거 '일본 게임시장은 끝났다'라는 자극적인 워딩으로 일본 게임 개발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 발언을 두고 일본 내에서는 '지나치다', '옳은 말을 했다' 등 여러 가지 여론이 형성됐다. 여기서 분명한 사실 한가지는 현실을 직시하게 해줬다는 점이다.

엔씨소프트 배재현 부사장이 이날 강연을 통해 보여준 현실은 분명 차갑고 어두웠다. 하지만 누구도 반론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위기의 시작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현실을 분명히 안다면 기회는 언젠간 온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배재현 부사장의 이날 강연은 NDC13에서 가장 주목받아야 할 강연이라고 생각한다. 아래는 엔씨소프트 배재현 부사장 키노트 강연 전문이다.

※이해를 돕기위해 일부 내용은 각색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엔씨소프트 배재현입니다.

일단 저의 프로필부터 간략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리니지1,2 개발에 참여했고 대차게 말아먹은 'PLAY NC'라는 게임포탈도 했습니다(웃음). 아 PLAY NC는 지금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흑역사 중 하나였던 '토이 스트라이커즈'도 했었습니다. 여기 프로필에 '아이온'도 끼어 있는데 아이온은 직접 참여하지 않았고 CBT 전버전에 피드백이나 라이브 노하우 전달 정도만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서비스하지 않은 작용문이라는 마작게임을 서비스했고 이후 직접 게임을 만들지 않았다가 '블레이드앤소울' PD와 디렉터로 일을 했습니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차세대 게임과 한국 온라인게임의 미래'인데요. 거창한 제목으로 하긴 했는데 차세대 게임은 이럴 거고 한국 온라인게임 미래 분석과 같은 거창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업계 이야기와 개발 현업,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대해 신변잡기식으로 가볍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모 게임웹진에서 겨울 방학 온라인 게임 기대작 7선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때 나온 게임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얼마나 흥행하고 있는지 게임트릭스 기준(PC방점유율)으로 한번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4개 게임은 데이터가 없었습니다. 이 데이터가 150위권까지 집계가 되는데 랭킹에도 없다는 말이죠.

PC방에 생존해있는 게임들을 보면 평균점유율은 0.065%, 순위는 평균 106위입니다. 이게 좋은 거냐 안 좋은 거냐 평가를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올해가 2013년인데 2009년에 나온 게임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현업에서 개발하거나 라이브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출시 이후 레드오션 시장에서 수년간 생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2011년에 출시되었던 게임을 한번 보겠습니다. 역시 통계를 보면 남아있는 게임 점유율은 0.047%, 평균 순위는 145위입니다. 2009년보다 더 낮게 나왔죠.

현재 PC방 점유율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기쁩니다. 제가 개발에 참여했던 게임이 4개 정도 있으니까요.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슬프죠. LOL 점유율이 35%를 넘었습니다. 이 수치가 얼마나 압박이 심한지 현업에 종사하지 않으면 아마 모를 겁니다.

(일동 웃음)

▲게임트릭스 PC방 점유율

한국기준으로 LOL은 2년 차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입니다. 아이온은 5년, 블소가 작년에 나왔으니 1년이 안 됐네요. 리니지는 15년, 신작으로는 아키에이지가 순위권에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보면 대충 10위권 내 생존연수가 깁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영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살아남아서 강한 건지, 강해서 살아남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신작들이 성공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겁니다.

신작이 출시해서 성공하는 것은 굉장히 낮은 확률이고 순위권에 들어가더라도 6개월, 1년 뒤 이 안에 남아 있을 확률이 낮습니다. 제가 최근에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했던 게임이 '디아블로3'입니다. 그런데 10위권 안에 없습니다. 신작게임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이 확률만 가지고 보면 괴롭죠. 정말 괴롭습니다.

게임트릭스 기준으로 탑 36위까지 순위를 보겠습니다. 게임 분포도로 보면 국산게임이 많습니다. 하지만 점유율로 보면 외산게임이 앞섭니다. 9개 외산게임이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죠. 사실 LOL이 가장 크죠. 나머지는 국산게임이 잘게 쪼개서 가지고 있습니다.

외산게임이 잘 되는 이유는 있습니다. 각자 자기 나라에서 가장 센 놈들만 오거든요. 경쟁에서 살아남은 게임이 한국에 들어오기 때문에 성공하고 잘 되는 것입니다. 신작이 성공하기 힘든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이미 1~10위 안에 강력한 게임들, 정말 끈질기게 남은 게임들이 있으니 그것을 뚫고 시장에 안착하기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 국내 게임시장 상황이 어떤가요?



우린 아마 안될거야...그렇습니다. 우리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현실은 굉장히 괴롭습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 우리는 중국이 있잖아'


이 그림은 중국 사용자인데요. 상세한 기준은 잘 모르겠습니다. 순수한 게이머 통계인지 보드게임을 포함한 것인지 모르지만 일단 굉장히 많습니다. 인터넷 사용자만 5억이에요. SNS 메신저도 3억 명이 씁니다. 게이머도 1억입니다. 그래서 성공한 게임은 우리나라 동시접속자의 5~6배가 나옵니다. 그래서 누구나 중국시장의 성공을 꿈꾸죠.

그런데 정말 성공 가능성이 있는 시장일까요? 데이터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2012년 중국 온라인게임 순위


이게 작년 12월 말 중국 온라인 게임 순위입니다. 상위권을 보면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텐센트입니다. 순위권을 보면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LOL, 이렇게 있는데 보시면 텐센트가 시장을 꽉 잡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독식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정말 놀라운 결과인데요. 어쨌든 텐센트가 중국시장에서 독주하고 있습니다.

현재 텐센트의 구조를 보면 한국 기준으로 NHN과 넥슨과 카카오톡을 합친 구조, 여기에 각종 블로그 서비스와 동영상 서비스, 트위터, 페이스북을 다 합친 회사라고 보시면됩니다. 강력한 SNS 서비스가 있으니 게임을 런칭하면 각종 자사의 플랫폼으로 플레이어를 쏟아 붓습니다. 메신저에서 광고를 하고 게임 쿠폰을 나눠주죠.

▲중국 게임시장 성장율

지금 보시는 화면은 중국게임 시장 규모인데 생각보다 성장률이 낮다고 할 수 있는데 한국시장과는 비교됩니다. 한국은 성장이 멈췄습니다. 모바일 때문에 규모는 커졌지만 PC온라인은 축소되고 있죠.

중국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텐센트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업체는 성장이 멈췄거나 하락하고 있습니다. 텐센트는 계속 성장하고 있죠. 점점 더 독점 시장이 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을 보시면 더 명확합니다.


▲중국 6개 게임사는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텐센트는 고공성장

이렇게 독식구조가 가능한 것은 중국에는 여러 가지 법이 있습니다. 판호라는 심의를 낼 수 있는데 중국정부가 통제를 합니다. 회사별로 1년에 수입해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개수를 제한한다는 말이죠. 텐센트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됩니다.

다시 점유율 순위표를 한번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는 한국게임이 중국게임보다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장단점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장점이라면 굉장한 한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넥슨과 네오플의 던파, 이렇게 1~2위 점유율을 합치면 시장점유율이 48%입니다.

두 게임 동시접속자를 합치면 천만에 가깝죠. 그런데 이게 중요한 게 뭐냐면 던파와 크파가 중국시장에서 잘되는 것이지 한국게임이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두 게임이 몇 년 뒤에 사라진다면 새로운 한국게임이 이 정도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거라고는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은 현재 장점은 계속 발전시키고 단점은 보강하고 있습니다. 중국 게임업체의 장점은 아무래도 인력이죠. 한국에서 대형 MMO를 만들려면 평균 150명의 들어가는데 중국에서는 400~500명이 들어갑니다. 심지어 한 회사에서 이런 프로젝트을 여러 개 돌리는 경우도 있고요.

한국은 현재 지금까지 쌓아온 개발 노하우로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술적인 장점도 우리가 앞서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몇 년이나 지속될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제가 중국 행사를 하면 중국기자들이 저한테 반드시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과 중국의 기술 차이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이죠. 그땐 립서비스로 기술력의 차이는 없다고 말합니다. 솔직히 조금 차이는 있죠(웃음). 하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닙니다.

자 PC온라인시장은 그렇습니다. 어둡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모바일'이 있죠.

정말 매년 어마어마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표를 보면 4년간 두 배 성장, 전세계 LTE 가입자 현황을 보면 2017년까지 무려 16억 명입니다. 제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동할 땐 모바일로 웹을 보고 자리에 앉으면 PC를 켰는데 이제는 타블렛으로 보거나 갤럭시를 사면서 거의 핸드폰으로 봅니다. 정말 할 것이 없으면 PC를 켜죠. 분명 모바일시장은 커지고 있습니다.

▲모바일시장은 분명 급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중국시장을 살펴보면 안드로이드 시장은 관계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장은 크지만 카피캣 게임도 많고 일단 사람은 많은데 돈 받기 힘든 구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홍콩 앱스토어를 예를 들어볼까요. 여기는 PC온라인보다 더 레드오션입니다. 하루에 나오는 게임이 정말 어마어마하죠.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데 앱스토어 랭킹을 보면 랭킹에 한번 들어간 게임을 좀처럼 밀려나지 않습니다. 캐주얼한 게임도 아닙니다. 정말 굉장한 게임이 많죠. 대표적인 게임이 'COC'인데 체감상 1년은 혼자 독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쪽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문제는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는 겁니다. 만들 때 고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노출시키는 게 어렵다는 말이죠. 심한 날은 하루에 100개의 게임이 쏟아지는데 노출을 위해 광고를 하면 잠깐만 반짝하고 사라진다는 말입니다.

이쪽은 우리나라보다 2년 정도 일찍 시작했는데 우리보다 선행되서 나오는 현상을 겪고 있는 거죠. 우리도 1년 후에 겪게 될 상황입니다. 모바일은 시장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더 경쟁이 심하죠.

최근 국내 게임시장에 들리는 얘기는 종합하면 조금 심각합니다. 스튜디오를 폐쇄한다. 프로젝트를 접는다. 사업을 축소한다. 좀 더 나은 버전은 모바일로 전환 정도겠죠. 한마디로 말하면 다들 힘들다는 이야깁니다. 왜 안 좋은지는 앞에서 다 말했습니다. 신작들이 나와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공하기 어렵죠. 원인이 뭘까요?

별거 있나요. 재미없으니깐, 비슷비슷한 퀄리티에 비슷비슷한 비주얼에 콘텐츠 양도 비슷하면서 하향 평준화 게임들이 대량으로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게임 개발의 가장 큰 약점은 역사적으로 짧다는 시간적인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만든 장르의 게임이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모바일게임을 예로 들면 그쪽에서 뜨는 게임 장르를 보면 여러 장르의 장점을 합쳐서 나온 하이브리드 장르입니다. 독립적인 장르로 성공한 게임은 없죠. 저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RPG를 정말 잘 이해하고 만들었냐고 생각해보면 의문이 듭니다.

국내 게임 개발자 인력풀이 적다 보니 만들어본 장르 게임도 적습니다. 코리안클릭 데이터를 보면 PC온라인게임 카운팅이 지난 2008년과 비교해 30~40%가 줄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PC온라인게임을 하는 사람이 절반이 줄었다는 말입니다. 가볍게 즐기는 게임을 선호했던 분들은 모바일로 이동했죠. 큰일입니다. 중국은 외산게임 규제를 계속하고 있는데 말이죠.


또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저는 이 사진이 좋습니다. 너무나 많은 감정이 담고 있는 장면입니다.

안 좋은데 정말 시장이 안 좋다고 그래서 이렇게 끝내버리면 조금 그렇겠죠. 그래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면서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우선 어렵지만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메이져시장을 뚫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메이져시장의 정의가 모호하긴 하지만, 대체로 미국, 유럽, 중국까지 포함되겠죠. 게임을 개발한다면 글로벌 런칭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것이 낫습니다.

라푼젤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비주얼풍을 보면 동양도 아니고 서양도 아니고 특정 국가를 위한 그래픽이 아닙니다. 인물 디자인도 무국적에 가깝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했기 때문인데요. 우리도 블리자드의 게임 디자인처럼 애초에 개발 초기부터 이렇게 글로벌 타겟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또 다른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강점이었던 부분유료화를 한번 보겠습니다. 시스템은 이미 낙후되었습니다. 한때 GDC에 가면 한국이나 아시아권 부분유료화를 분석하고 발표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런사람은 없습니다. 그들은 이제 우리보다 훨씬 더 잘합니다. 훨씬 더 가볍게 만들면서 게임성을 침해하지 않고 잘 결합된 부분유료화를 시도합니다. 이젠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하죠.

마지막으로 한국시장이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는 회사를 경영하시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입니다. 인센티브를 아까워하지 마세요. 쓴 만큼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조직이 성장하죠.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하게 생각되는데 안 되는 것입니다. 바로 '재충전'입니다. 회사마다 상황이 같을지 모르겠지만 온라인게임은 런칭버튼을 누르는 순간 서비스로 변합니다. 패키지게임과 호흡이 전혀 다르죠. 예전에 패키지 게임을 개발할때는 밤새서 만들어 출시하면 4~6주는 쉽니다. 그다음에 게임이 잘 팔리면 A루트로 가고 잘 안되면 B루트로 가는 식이죠.

온라인게임은 그런 게 없습니다. 런칭하고 서버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개발자는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개발을 3년하고 서비스를 6년 했다고 합시다. 그럼 9년 동안 그 게임에 붙어있는 겁니다. 그 사람 인생을 봐요. 사람이 서서히 소모됩니다. 평일엔 일을 하다가 주말 되면 회사에서 전화와서 '서버가 죽었어요'. '누가 찾아왔어요'. '아이템이 복사됐어요' 그렇게 점점 소모되는 거죠.

그런데 이게 제도나 시스템이나 인적 노하우나 문화가 안 되어 있으니 개발 레벨에서 해결이 안 되는 겁니다. 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쉬라는 사람도 없고요. 우리나라 개발자들에게는 정말 '재충전'이 필요합니다.

업계가 힘듭니다. 많이 힘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신호가 있습니다. 앞서 여러 가지 말을 했지만 어쨌든 게임 시장은 성장하고 있고 어렵다고는 하지만 전세계 게임 시장은 분명 성장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플랫폼이 파편화되었다는 것이죠. 과거에는 PC와 비디오게임만 있었다고 하면 지금은 여러 가지 플랫폼에서 다양한 게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려움은 있지만 다양해진 만큼 희망을 찾고 나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하자면 '붉은 여왕의 이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붉은 여왕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캐릭터인데 이 세계에서는 어떤 물체가 움직이면 주위도 빠르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뛰어야 겨우 제자리에 서 있게 됩니다. 그마저도 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거죠. 이 말은 즉, 정말 열심히 활동하면 생존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업계 전체가 힘을 모아 정말 열심히 뛰다면 당장은 어렵지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살아 있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겠죠.

이상으로 강연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