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타2 한국어 더빙 현황을 소개하는 하지우 PD

넥슨은 26일 서울 논현동 HUB스튜디오에서 '도타2' 한국어 더빙 현장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는 '도타2' 하지우 PD가 참석해 현재 진행 중이 도타2 한국어 더빙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으로 진행되었으며 아울러 이장원 성우, 조경이 성우, 엄상현 성우가 직접 참석해 해당 영웅의 목소리를 직접 더빙하는 모습도 함께 공개했다.

행사를 진행한 하지우 PD는 도타2 더빙 현황에 대해 "작년 12월에 첫 더빙을 시작했다"며 "그 이후 번역과 텍스트 작업을 병행했으며, 현재는 본격적으로 격일 하루 4시간에서 6시간 사이의 더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타2 더빙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도타2는 102개의 영웅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 영웅마다 엄청난 대사량을 가지고 있다. 하지우 PD는 "영웅 1인당 평균 대사는 272가지이며 가장 적은 영웅이 130가지 가장 많은 영웅은 453가지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성우가 필요하는데 미국에서는 1인당 4~7개의 캐릭터 더빙을 담당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한 명이 최대 2개 이상의 영웅을 소화하지 않은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목소리로 플레이어에게 재미를 주려는 게 도타2 한국어 더빙의 목표다.

하지우 PD는 이날 도타2 더빙을 둘러싼 의문을 풀어보는 시간도 진행했다. 넥슨이 도타2 더빙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넥슨이 직원이 녹음한다거나 일부 대사는 녹음하지 않고 패러디와 농담을 없앤다는 말이 떠돌았다. 이에 대해 하지우 PD는 "해당 소문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며 "대본에 의존한 게임 녹음은 경력이 많은 성우들도 힘들어 하고, 도타2는 대사량이 어마어마해서 그 대사를 소화하려면 일반인은 어림도 낼 수 없다"고 전했다. 즉, 도타2의 모든 대사는 성우를 통해 진행된다는 말이다.

현재 도타2 더빙 현장은 트위터를 통해서도 일부 공개되고 있다. 하지우 PD는 "조만간 트위터에 공개하지 않은 다른 영상도 공개할 예정이다"며 "그리고 더빙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재미있는 영상과 NG컷 역시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그라가스, 요릭), 디아블로 3(아즈모단) 목소리로 유명한 이장원 성우(도타2-상인 역)와 함께 리그오브레전드의 가렌, 람머스 목소리를 담당했던 엄상현 성우(도타2-바이퍼 역), 그리고 세일러문에서 루나 목소리로 유명한 조경이 성우와 인터뷰도 함께 진행되었다. 아래는 인터뷰 일문 일답이다.

▲왼쪽부터 엄상현 성우, 조경이 성우, 이장원 성우


기존 애니메이션 성우와 게임 성우의 차이점은?
이장원 성우: 차이점은 그렇게 크지 않다. 애니의 경우는 연기할 때 장면이 이어지니까 연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데 게임은 순발력이 필요하다. 어투 끝에 하나 바뀌는 것으로 느낌이 달라진다. 차이가 있다면 그것으로 정리될 것 같다.

개인적인 질문인데 혹시 받는 금액도 차이도 나는가?
이장원 성우: 차이가 있는데 장단점이 있다. 시간상으로는 게임 쪽이 센 편이지만 소리지르는 경우가 많아서 성대 보호 차원에서는 별 차이가 안 난다(웃음). 게임 캐릭터 역할을 센 것을 만나면 다음 연기를 못 할 정도다. 남의 돈 먹는 게 쉽지 않지 않나(웃음). 전체적으로 보자면 큰 차이는 없다.

▲굵은 톤의 목소리가 어울리는 이장원 성우(LOL-그라가스, 요릭, 도타2-상인 역할)


성우는 연기력도 중요하다는 말도 있다. 목소리와 연기의 비중을 말하자면?
엄상현: 예전보다는 목소리의 비중이 확실히 줄었다. 6~70년대에는 목소리 중심이었고, 나 같은 경우 예전에 태어났으면 성우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요즘은 목소리가 아주 다양해졌다. 목소리가 어떻게 돼야 한다는 없는데 연기력이 사실 중요하다. 성우라는 것은 연기를 하는 일종의 배우다. 상황에 맞는 목소리가 필요한 것이고, 그 위에 연기력이 중요하다.

조경이: 연기력이 중요하다 들었다. 예전에는 마이크가 지금처럼 좋지 않아 목소리가 좋은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목소리뿐 아니라 그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하고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성우라는 직업을 바라보실 때, 목소리를 여러가지로 내는 사람이 아니라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세일러문에서 루나 역을 했던 조경이 성우(도타-요술사)

이장원: 내 목소리는 더 '성우틱'하지 않다. 밖에 나가서 "직업이 성우입니다" 하면 "예?" 하고, "사실 씨름해요" 하면 "아 역시"라는 대답이 온다(웃음).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기라고 본다.

도타2 같은 경우 대사가 많은 편이 아닌데, 캐릭터를 어떤 식으로 파악하는지 궁금하다.
이장원: 나는 여러가지 게임을 하는 편인데, 맨 처음 느낌은 PD가 설명을 자세히 해준다. 보통 게임을 안 하는 사람들은 '옵티컬'의 느낌을 내는데 그것을 듣고 아, 이런 분위기로 가야겠구나 하고 잡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모습만 봐서는 모르는 경우도 많다. 미묘한 문제도 있다. 영어에 맞춰야 하는지, 우리 식으로 해석해서 우리말에 맞게 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있는데 회사나 PD의 역량에 따라 선을 긋는다.

조경이: 처음에 설명을 너무 잘 해주신다. 게임 플레이하는 것도 보여주시고, 이름과 간략한 설명을 받는다. 처음에 대본을 읽어보면 이 캐릭터의 생김새도 중요하지만 어떤 단어와 어미 처리를 하는지를 본다. 일상 생활에서와 같다. 그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나 어미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생김새와 나이 등을 보고 캐릭터를 파악한다. 도타2는 원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원어를 보고 파악하는 편이다. 하지만 영어이기 때문에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아니고 가능하면 한국말에 맞게 표현하는 편이다.

녹음할 때 애드립 같은 것도 하는지?
이장원: 상황에 따라 하기도 한다. 주로는 "날렵해지고 싶은가"를 "날렵해지고 싶으신가요, 그러면 살 빼세요" 같은 식으로 장난 치면서 하는 식이다. 영어를 의역 잘 해야 하는데 의역이 안 붙을 때가 있다. 일단 내가 한번 해 보고 어떠냐고 물어보는 정도고, 웬만하면 거의 쓰여 있는 식으로 한다.

엄상현: 다른 게임 작업에서는 제작진에서 토씨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해달라는 경우도 있어서, 그런 것들은 서로 사전에 조율을 한다.

조경이: 성우들에게 알아서 해달라는 경우도 있는데, 넥슨은 사전에 심혈을 기울인 티가 많이 났다. 배려를 잘 해주셔서 편하게 녹음할 수 있었다. 의역이 어려운 경우나 웃음 소리 같은 것도 사전에 준비하셔서 가이드 라인을 짜주셨다.

2차 창작이나 팬들의 더빙에 대해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엄상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매우 재미있는 일이다. 관심의 대상이 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정말 잘 해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런 것이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다. 우리는 프로다 보니 그런 일을 하는 환경이 노출되어 있고 잘 아는 상태이다. 팬 분들은 우리만큼의 정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정도로 한다는 것은 좋은 자극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특징인 엄상현 성우(LOL-가렌,람머스 도타2-바이퍼)


LOL 녹음 작업에 참여하신 적이 있는데, 도타2와 비교할 때 더빙 환경을 말하자면?
이장원: 환경은 비슷한데, 사실 기자분들이 궁금하실 것은 도타2가 LOL을 이길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일 것 같다. 두 게임을 모두 즐겨봤고, 그 이전 카오스까지 해봤는데 다른 유저들의 욕을 너무 많이 들었다. 도타2는 카오스에 나오는 캐릭터 그대로라 한편으로는 정감이 가지 않나 싶다. 국내 서비스 된다면 재미있을 것이다. LOL과 막상막하의 승부가 될 것 같다.

대사량이 많다고 하셨는데,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대사나 기억나는 대사는?
엄상현: "마나가 부족해!" 깜짝 놀랐다. 녹음하러 와 보니 앞 순서 다른 성우가 저 대사를 녹음하고 있었다. '저 사람이 왜 저러지', '저런 대사가 있는 캐릭터도 있구나, 불쌍하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나도 그것을 해야 하더라. 죽을 때까지 못 잊을 대사다.


■ 넥슨이 공개한 도타2 더빙 현장 영상

▲조경이 성우의 요술사 더빙 모습


▲더빙 현장 영상 공개 '넥슨 공식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