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지막한 소식 앞에는 트레일러 영상이 하나쯤 따라붙는 콘솔 게임 업계이기에, 이번 E3 2013도 눈이 참 즐거웠습니다. 기자이기 전에 한 명의 게이머로서 말이죠.

이 중에서 '다시 한 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들로 5점을 추려 보았습니다. 그 많던 영상 중 유독 눈을 사로잡았던 게임들입니다. 이미 충분히 정보가 공개된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죠. 하지만 이 영상들의 공통점은, 유저의 기대감을 간지럽히는 재주가 아주 탁월하다는 겁니다.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 9분의 러닝타임, 완벽한 BGM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메탈기어 솔리드5: 팬텀 페인'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 페인(이하 메기솔5)'을 가장 첫 번째로 올린 것에는 굳이 이견을 꼽기 어려울 듯합니다. 게임도 게임이지만 뛰어난 영상미로 수많은 골수 팬을 거느리고 있는 코지마 프로덕션의 신작이니까요. 더구나 '메기솔5'는 시리즈 최초로 오픈 월드 시스템을 채용할 것이라는 소식도 있어 한층 높은 기대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살금살금 뒤로 돌아 적의 목을 턱 치는 장르에서 무슨 오픈 월드냐고 반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이번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그런 걱정을 잠시 접어두셔도 될 것 같습니다. 광활해야 할 곳은 충분히 광활하게 표현함과 동시에 '메기솔' 시리즈 특유의 잠입 요소는 한 층 더 섬세해졌습니다. 또한, 인물 묘사 및 움직임도 전작을 넘어서는 모습입니다.

이번 영상은 러닝 타임만 9분 대입니다. 분량만으로 이미 최고의 트레일러로 꼽힐 만한 자격을 갖췄습니다만, 코지마 프로덕션은 귀를 홀리는 BGM을 삽입해 화룡점정을 찍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더 말이 필요할까요? 일단 보시고 판단하시는 게 옳을 듯합니다.








■ 짧고 굵다. 남자를 위한 남자의 트레일러 '매드맥스'



'매드맥스'의 트레일러 영상은 보는 사람에 따라 약간 의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분도 되지 않는 짧은 영상 속에 게임의 분위기를 모두 쓸어담았다는 부분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숨이 텁텁 막히는 황무지. 한 남자가 쓰러져 있습니다. 주인공에게 자기를 죽여달라고 하네요. 이미 생존 가망성이 없기에 그냥 빨리 생을 마감하고 싶었겠죠. 쿨한 주인공은 그에게 총을 겨누지만, 이내 맘을 고쳐먹은 듯합니다.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다시 차량에 탑승하죠.

하지만, '매드맥스'의 주인공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화끈한 남자였습니다. 그를 죽이는 데 총알조차도 아깝다고 생각한 주인공은, 자동차를 이용해 그의 비참한 인생을 끝내줍니다.

'매드맥스'의 트레일러 영상은 E3 2013에서 공개된 영상 중에서 분위기를 가장 잘 살린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온통 노란색의 색감은 건조함과 절제감을 동시에 주며, 이를 통해 게임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담았습니다. 짧고 굵은 게임 트레일러 영상의 모범사례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 추억은 억천만! 닌텐도의 신의 한 수 엿보인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



Wii로 출시된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 X'에는 '메탈기어솔리드'의 '솔리드 스네이크'와 세가의 '소닉'이 참전해 까메오로서 제 역할을 다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에는 '캡콤'의 록맨(메가맨)이 등장해 팬들의 환호를 받았는데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유명한 게임 개발사들은 규모에 상관없이 훌륭한 플랫포머 게임을 하나씩은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닌텐도에 '마리오'가 있듯, 세가에는 '소닉'이, UBI 소프트에 '레이맨'이 있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캡콤은 다들 아시는 것과 같이 '록맨'이 그 위치에 있습니다.

양사 플랫포머 장르를 대표하는 캐릭터이니만큼, 그들의 대결 역시 매우 기대됩니다. 제가 원래 이러한 플랫포머 게임을 좋아하는 것도 이유지만, '대난투' 특유의 격투 프레임 안에서 닌텐도가 '록맨'을 얼마나 잘 다룰지도 보고 싶거든요. 뭐, 전작에서 이미 '세가보다 소닉을 더 소닉답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들은 닌텐도이기에 큰 걱정은 안 합니다만, 록맨은 상당히 다양한 기술을 가진 친구입니다. 소닉보다 더 신경 쓸 부분이 많다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닌텐도의 깨알 같은 센스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닌텐도 패밀리에게 신 나게 두들겨 맞은 록맨이 각성한 뒤 흐르는 BGM을 기억 하시나요? 패미컴으로 출시된 '록맨2'의 'Dr 와일리 스테이지 1, 2' 배경음악입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추억은 억천만' 이라는 제목으로 주목받은 바 있죠. 15년 이상 게임을 즐겨왔던 유저라면, 추억의 한 켠이 슬쩍 꿈틀대는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게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 트레일러 영상이 선정된 이유이기도 하고요.







■ 개발기간 7년? 영상으로 증명했다. '파이널 판타지15'



처음 개발 소식을 접한 것은 솔직히 꽤 됐습니다만, 아직도 출시일은 미정인 '파이널 판타지 15'의 플레이 영상을 네 번째 위치에 올려두었습니다. 사실 초기에는 '파이널 판타지13: 베르서스'라는 이름으로 개발되고 있었으나, 아예 새로운 넘버링으로 진화한 보기 드문 사례의 작품입니다.

트레일러 영상이 아닌 플레이 영상을 E3 2013 베스트에 넣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작품이 지금까지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의 전투 시스템을 채용한데다가, 제법 그럴싸하게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건물 벽에서 펼쳐지는 전투 연출은 스퀘어에닉스 재팬 특유의 느낌이 잘 묻어나와 있었습니다.

최근 출시된 시리즈들이 좋지 않은 평점을 받아 시리즈 자체에 위기론이 감돌기도 하는 '파이널 판타지'. 과연 15편으로 그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요? 이를 지켜보는 것도 또하나의 재미 요소일 듯합니다.







■ 인물 깎는 노인 퀀틱드림의 야심작, '비욘드 투 소울'



인물 묘사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퀀틱드림의 '비욘드 투 소울' 트레일러 영상이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개발사 퀀틱드림은 전작 '헤비레인'으로 독특한 게임 플레이 방식과 독자적인 인물 묘사력을 충분히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출시 후 '헤비레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으니, 주목받을만한 자격은 충분한 개발사죠.

그런 그들이 개발하고 있는 신작 '비욘드 투 소울'는 한 층 더 신선해질 준비를 마쳤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삼시세끼 잘 먹으며 실존하는 헐리우드 배우 '엘렌 페이지'입니다. 중성적이면서도 순수해 보이는 그녀의 외모가 퀀틱드림의 개발력을 만나 완벽하게 게임 내 녹아들었습니다. 특유의 영화 같은 연출도 위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죠.

이 작품의 극사실성 뒤에는 아바타와 같은 촬영기반의 CG 작업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 배우들이 게임 속 장면을 모두 촬영해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겁니다. 촬영 기간만으로도 1년 이상이 소비됐다고 하니, 이 부분에서 퀀틱드림의 장인정신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살아있는 인물과 연출로 마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보는 듯한 '비욘드 투 소울'. 출시일은 올해 10월 8일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PS3 유저에게게 새로운 즐거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