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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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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듣는 순간 행복! 도타2의 요술사 '조경이' 성우를 만나다

박태학 기자 (Karp@inven.co.kr)
인터뷰도 이제 마지막이에요. 인벤 가족분들에게 영상 편지 부탁드려도 되나요?

- 그럼요. 바로 촬영해도 괜찮아요.

▲ 조경이 성우


들리는 목소리 그대로입니다. 도타2 성우 쇼케이스 때 들었던 목소리가 실제 목소리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거죠. 말 그대로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취향에 상관없이 빠져들 정도로 고운 목소리를 지닌 조경이 성우가 이번 인터뷰 대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인터뷰는 강남구청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는데요. 제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점원이 조경이 성우에게 사인을 받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사인이 어색하다고 말하는 그녀였지만, 받는 이의 기쁨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조금 더 바빠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 인터뷰는 조금 독특한 느낌으로 꾸며 보았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를 글로 풀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나마 느낌이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제 옆에 앉아 계신겁니다.




1.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2010년에 대원 2기로 입사해 현재 프리랜서 6개월 차가 된 성우 조경이입니다. 대학교 때 광고 CM 녹음일을 했었고, 음... 라디오도 했었고... 아! 리포터도 했어요. 그리고 3년 전부터 지금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주문하신 아메리카노와 오미자차 나왔습니다"

보통 여성 분들은 커피 드시던데... 오미자차 시키셨네요?

- 목에 좋아서요. 저도 원래 커피 되게 좋아했어요. 그런데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성대를 마르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커피 줄이고 오미자차, 유자차 같은 거 마시고 유자나 도라지, 배 열심히 먹고 있어요.

저도 이 카페는 처음 와봤는데... 다행이네요. 오미자차는 잘 안 팔잖아요.

- 그렇죠. 저도 여기 좋은 것 같아요.

음... 일단 한 잔만 마시고 질문 드릴게요.



2.

아까 방송 리포터라고 하셨나? 그 쪽에서 성우로 넘어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 원래 성우가 꿈이었어요. 그런데 대학생 때는 성우 어떻게 해야 되는건지 잘 몰랐어요. 그 땐 무작정 목소리 관련 일을 하고 싶어서 교내방송 아나운서도 하고 그랬거든요. 여러 경험 쌓고 싶어서 이것저것 하던 때였어요. 혹시 그거 기억하세요?

어떤 거요?

- 제가 맨 처음 한 CM인데... 아디다스 광고에 들어갔거든요. 멘트가,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였어요.

아! 들어본 것 같아요.

- 그게 글로벌 CM이었어요. 여러 버전의 영상이 있고 언어만 현지화해서 내보내는 건데, 제가 한국 쪽 CM을 담당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것 덕분에 제 목소리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거 제가 기억하기로는 베컴이나 이신바예바 등 여러 버전이 있었는데... 어떤 스포츠 선수 것 녹음하신 거예요?

- 나디아 코마네치라고... 오래된 체조스타예요. 미국은 성우라는 직업이 따로 없어서 그 선수가 직접 목소리 녹음을 했는데, 한국에서는 대학생 나이대에서 성우를 뽑더라고요. 제가 대학생 시절 때 선배 한 분이 오디션 보러 가셨는데, 펑크가 나는 바람에 결국 제가 하게 되었어요.

대학생 때였어요? 다른 성우들도 보통 그 때쯤 데뷔하나요?

- 아, 제가 대학생 때 정식 성우였던 것은 아니에요. 그냥 대학생 신분으로 녹음한 거죠. 한국 성우협회에 정식 등록된 사람만 성우라는 타이틀을 가지는데, 그 루트는 방송국 성우 공채 한가지 뿐이에요. 저흰 애니메이션 전문 방송이다보니 20대 분들이 많은 편이고요. 다른 방송은 그보다는 좀 더 나이폭이 크다고 들었어요. 40대 때 데뷔한 분도 계시대요. 음... 그래도 평균을 보자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에 데뷔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성우로 뽑히게 되는 경우가 크게 두 가지라고 들었어요. 첫째는 그 사람만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있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음역폭이 넓어서 여러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요. 조경이 성우님은 스스로 어떤 케이스라고 생각하세요?

- 일단 성우 역시 연기자이기에 연기력이 우선이 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목소리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배우가 얼굴만 잘생긴 것으로 될 수는 없잖아요. 성우도 마찬가지에요. 음...저 같은 경우는 연기력보다는 목소리가 독특해서 뽑힌 것 같아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연기력이 뒷받침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우 시험 지금도 경쟁률 높아요?

-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시험보는 횟수도 적고 뽑는 인원도 그리 많지 않아서 경쟁률이 올라가는 것 같아요.




3.

혹시 '리그 오브 레전드' 아세요?

- 그럼요~ 알죠.

거기 성우로 참여 하셨나요? 꽤 많은 성우 참여했잖아요.

- 아뇨. 거기는 참여 안했고... 게임 쪽은 카오스 온라인, 프리스타일 풋볼, 코어마스터즈 성우로 참여했어요.

아! 맞다. 카오스 온라인 참여하신 것 기록으로 봤어요.

- 카오스 온라인에서는 조금밖에 참여 안해서 잘 모르실 거예요. 무슨 캐릭터였더라... 셰릴인가... 네! 셰릴.

음, 게임 캐릭터 더빙한 것 중에서 특히 기억남는 것 있으세요?

- 코어 마스터즈 캐릭터인데 이름은 기억이 안나요. 신규 캐릭터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맡은 캐릭터 설정이 특이했어요. 일단 되게 슬픈 캐릭터였고요... 음, 동생이 저주 걸려서 매가 되어 버렸고... 그 저주를 풀려면 짐승을 죽여야 된대요. 원래 되게 착한 캐릭터인데, 동생 저주 풀어야하니까 어쩔 수 없이 동물들을 막 죽여요. 그런데 되게 미안해 하면서 죽이거든요. 그리고 나중에는 사람도 죽여야 된대요! 아, 그런 사연이 있는 캐릭터라서 막 감정이입되고...

- 원래 제 목소리가 밝은 편이라 귀여운 아기, 아니면 활기찬 여자애 같은 배역을 맡거든요. 그런데 그 캐릭터는 되게 슬픈 캐릭터라 기억에 남는 거예요.

- 그리고... 제일 저한테 의미있는 게임 캐릭터로 말하면, 아무래도 도타2의 요술사일 것 같아요. 그 캐릭터 덕분에 이렇게 인벤에 인터뷰도 실을 수 있게 되었잖아요.

맞아. 도타2 녹음 현장 공개한 것 봤어요. 그거 정식 녹음이 아니라 녹음이 이렇게 이루어진다는 걸 기자들에게 보여주는 자리였다면서요.

- 네. 맞아요. 실제 녹음실에서는 볼펙 따각거리는 소리가 나도 바로 재녹음 하고 그래요. 그것 때문에 기자님들이 비판 받는 것 같아요. 녹음하는 데 바로 앞에서 막 셔터 누르고 그런다고. 실제로 녹음한 현장이 아니라 이런 분위기에서 녹음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니까 지금이라도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어요.

현장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것 있어요?

- 사실 그렇게 큰 쇼케이스인지 모르고 갔어요. 막상 도착하니... 우와, 기자님들 정말 너무 많으신 거예요. 플래시 빵빵 터치고, 그래서 깜짝 놀라서 얼떨떨한 기억밖에 없어요. 도타2에 대한 게임업계 기대치를 실감했달까.(웃음)

거기서 요술사 목소리 더빙하셨는데요. 왜 성우들은 원본 목소리 듣고 나름 연구하고 그러시잖아요. 조경이 성우님은 어땠어요?

- 아무래도 언어에 따라 다르긴 해요. 영어권 더빙은 대부분 섹시한 편이고, 일본 쪽은 귀여운 성향이 강하고 그래요. 저는 이 부분을 참고는 하지만 그대로 따라하지는 않아요. 각 나라마다 문화가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캐릭터 원래 성우 목소리보다는 그 캐릭터의 외형과 성격을 많이 보는데요. 처음에 넥슨 측에서 요술사라고 했을 때 '와, 예쁘고 아기자기하겠네' 생각했어요.

- 그런데 실제로 요술사 외형을 봤는데 사람이랑 동물 반 씩 섞은 반인반수인 거예요. 그게 막 숲에서 뛰어다니고. 그래서 '아, 생각보다 활발한 목소리가 어울리겠구나'라고 느꼈죠. 거기에 순수한 분위기를 더해 보려고 노력했어요.

▲ 조경이 성우가 더빙한 요술사




4.

혹시 본인의 목소리 느낌과는 다른 배역 맡아보고 싶었을 때도 있었나요?

- 그런 거 있잖아요... 막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거... 어둡고 그런거요.

잔인한 것과는 목소리가 조금...

- 그러니까 한 번 해보고 싶다는 거죠. 슬픈 역할은 해 봤으니까. 잔인한 배역 맡아보고 싶어요.(웃음) 하지만 그런 것 맡으면 실제로 며칠간은 우울하게 살 테니까 좀 걱정은 돼요. 역시 저한테 맞는 것은 귀엽고 발랄한 캐릭터 같아요.

진짜 우울하게 산다는게 무슨 뜻이에요?

- 배우는 분장도 하고 세트도 마련되니 그쪽 분들보다야 덜 하겠지만, 성우도 상상을 통해 그 분위기에 몰입하고 연기하는 거잖아요. 저는 그나마 빨리 몰입하고 빨리 빠져나오는 편인데, 그래도 퇴근 길에는 그날 연기했던 마지막 캐릭터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어제 슬펐어요.

왜요?

- 어제가 그 코어 마스터즈 캐릭터 더빙하던 날이었어요. 집에 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내 동생이 정말 저주에 걸리거나 죽는다면 어떡하지' 어휴, 이런 거 진짜 나쁜생각인데...

- 그리고 '내 동생을 위해 다른 사람이나 동물을 죽여야 하면 어떻게 해야 되나' 이런 생각하면서 집에 가요. 직업병이에요.(웃음) 연기라는 게 그렇잖아요. 내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싶고. 난 정말 미안한 목소리 내고 있는 건데, 듣는 사람이 그렇게 못느끼면 공감대 형성이 안되잖아요.

그렇죠. 창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고민 같아요.

- 어떻게 표현하면 듣는 사람에게 감정을 잘 전달할까... 이런 것 항상 생각해요. 이게 저에게는 나름의 공부니까요.




5.

공부라... 저도 잘하지는 못했지만, 항상 꾸준히 해야 느는 거잖아요. 그게.

- 제가 애니메이션에서 처음 맡은 역할이 '매일엄마'에 나오는 꼬마 여자애였어요. 슬기라는 캐릭터인데요. 얘 덕분에 처음으로 어린 아이 연기를 했는데 미리 공부해 놓은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미리 아이 목소리 내는 연습을 했다고요?

- 네. 대학교 4년 동안 주말마다 아이 가르치는 아르바이트 했었어요. 어, 3년했나? 그냥 3년으로 써주세요.(웃음)

뭐 가르치셨어요?

- 역사도 가르치고, 영어도 가르치고, 소풍도 가고... 그 때, 아이들을 많이 만나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오늘은 저 아이 말투를 배워야겠다'. 그래서 말 엄청 많이 했어요.

아이랑 말하면서 말투를 배운 거네요.

- 네. 그런데 그게 성우 될 때 쯤 되니 조금 까먹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 슬기라는 캐릭터 녹음하기 직전에는 놀이터에 앉아서 아이들 목소리 듣고 그랬어요.(웃음)

- 사실 저는 배우는 방법 이런거 잘 몰라요. 그래서 제가 듣고, 보고, 느끼는 모든 게 다 제 일의 소재가 된다고 생각해요. 마트에서 아이가 '엄마~ 저거 사줘!' 이러면 그거 똑같이 따라하고... 아이랑 어른은 억양이 많이 다르잖아요. 그리고 또 어른이라도 직업에 따라 억양이 달라요.

어떻게 달라요?

- 예전에 리포터할 때도 하루에 5~6분 씩 만나고 그랬어요. 교수, 정신과 의사, 음악가, 학생... 정말 다양한 분들이었어요. 그 분들 인터뷰하고 대화한 것 녹음해서 들으면서 전부 타이핑한 뒤, 방송에서 쓸만한 것 찾아내고 그랬는데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 한 사람 말을 약 10번에서 20번 정도 듣게 되요. 그걸 오래하다보면 이 사람이 어떤 버릇이 있는지 목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어요.

- 그래서 추측하기 놀이를 해요. 왜, 방송 프로그램 '안녕하세요' 같은 것 보면, 사연 보낸 사람 목소리가 들리고 하잖아요. 그 때, 친구들과 내기를 하는 거예요.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일거야', '아니거든! 저런 사람이거든' 이러면서요. 딱 맞추면 기분 진짜 좋아요.(웃음)

그건 진짜 신기한데요? 초능력 같아요. 무슨 슈퍼히어로가 쓰는 거.

- 아, 그리고요. 제가 택시를 타면 또 살짝 장난을 치거든요. 귀여운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하면서 타면, 택시 운전사 아저씨가 '아이구, 그래. 어디가니?' 이러면서 아이같이 대해주고 그래요. 여자들은 택시 탈 때 뒷자석에 타니까 운전사 아저씨들이 바로 확인 안하잖아요. 그리고 또 어느날은 진짜 성숙하고 시크한 목소리로 '어디 가 주세요' 이러면, 아저씨가 '넵. 이제 퇴근하시나 봐요?' 라고 말해요. 그 분들도 제 목소리를 듣고 나름 예측하시는 거죠.

목소리가 특이하시니까 택시 운전사 아저씨들이 성우인 것 알아보고 그러진 않아요?

- 알아보는 분들도 간혹 계세요. '혹시 성우 아니세요?' 라고. 제가 연기하는 게 주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이다보니 그분들이 어디서 봤다 이런 것은 아니에요. 그냥 목소리 톤 자체가 워낙 특이하니 알아봐주시지는 않더라도 '목소리 진짜 특이하신데 성우 한 번 해보세요. 잘 하실 것 같네' 이러시는 적은 많았어요. 기분 되게 좋죠.

제 목소리도 한 번 봐주세요. 저는 어떤 것 같아요?

- 음... 귀여우신 것 같아요. 아, 기자님이 저 인터뷰 해주신다고 그래서 인벤에서 기사 많이 찾아봤어요. 문장도 짧고 재미있어서 입고리 올라가면서 봤어요.(웃음)



6.

성우도 예능계열이니만큼 노력도 노력이지만 어느 정도 재능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재능이라는 것을 타고나는 사람은 분명 있는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 극소수잖아요. 그리고 그 재능을 타고나더라도 그 재능을 썩히고 살아가는 경우도 있고요. 저는 어떤 일이든 관심을 꾸준히 가져주면 그 재능이 자라난다고 생각해요. 그 관심을 언제부터 주느냐가 재능의 크기를 결정하는 거죠.

-전 어렸을 때 라디오소녀였어요. 성우되기 전에는 TV 보는 거나 컴퓨터도 잘 안했어요. 그냥 라디오 듣고 책 읽는 거를 더 좋아했고.

의외네요. TV는 모를까, 컴퓨터를 안하는 사람이 요즘 흔치는 않잖아요.

- 라디오만의 매력이 있어요. 그 숨소리 하나로 감정이 전달되거든요. 표정으로는 거짓말 할 수 있지만, 목소리는 거짓말 하기가 정말 힘들어요. 그래서 표정보다는 목소리를 더 신뢰하고요.

-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명작동화 카세트테이프 전집을 사 주셨던 적이 있어요. 진짜 닳고, 닳고, 닳아 늘어질 때 까지 들었는데, 그게 지금의 저를 만든 기초가 된 것 같아요.

그런데 대학교 과 선택은 지금 직업과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하신 것 같은데요.

- 동국대 철학과 졸업했어요. 신방과는 언론이나 미디어 배우는 거잖아요. 전 그 쪽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어요. 대학교 간 언니오빠 선배들 이야기 들으니 신방과는 내가 원하는 그런 과가 아니더라고요. 전 단지 라디오를 좋아할 뿐이었는데, 그것으로 신방과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죠. 음... 다른 곳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을 가르쳐주는 과가 어딘가 하고 알아보니 철학과더라고요. 어, 잠깐만요. 물 한모금만 마실게요.

항상 물을 챙기고 다니세요?

- 네. 아무래도... 관리 해줘야 되니까요. 이거 광고에 제 목소리 들어간 물이에요.(웃음) 아무래도 애착이 가죠. 연예인 같은 파급력은 없지만.



7.

성우 일을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 음... 잠시만요... 그런 때가... 아! 있다.저번에 영화보러 갔을 때, 제 목소리 들어간 광고가 나오는 거에요. 그런데 제 뒷자석에 계신 분이 '와, 나레이션 목소리 되게 좋다' 하시는데 그게 저였거든요. 바로 뒤돌아서 '저 목소리 저예요!' 하고 싶었다니까요.(웃음) 진짜 이 맛에 성우 일 하는 거라고 생각했죠.

- 그리고 목포에 있는 친척집에 놀러갔을 때도 기억나요. 친척 꼬마들이 잔뜩 있어서 완구 인형 사서 가니까 대화가 너무 잘 통하는 거예요. 제가 애니메이션 성우다 보니 엄마, 아빠 세대는 모르는 아이들만의 세계가 들리더라고요. 나중에 제가 다시 올라가려니까 애가 울면서 '언니, 가지마'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다른 사람이 알아봐 준다는 것이 진짜 기분 좋죠. 아, 인터뷰 자체를 녹음하고 싶어요. 목소리가 너무 좋아요. 흘리기가 아까울 정도에요.

- 진짜요?(웃음) 감사합니다.

처음이에요. 평소 목소리가 성우 연기 할 때랑 똑같은 게.

- 사실 예전에는 이게 콤플렉스였어요. 목소리가 크고 하이톤이다보니 사람들한테 괜히 주목받고 그랬거든요. 카페에서 친구들이랑 수다 떨어도 목소리가 커서 다 들려요. 왜, 여자들 이야기하는 것 보면 점점 대화가 빨라지고 목소리도 점점 커지잖아요. 막 사람들 다 쳐다보고... 어휴.(웃음)



8.

만약 성우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셨을 것 같아요?

- 음... 조명 디자이너나 인테리어 디자이너?... 아니, 그래도 어떻게든 이 쪽 분야에 있었을 것 같아요. 아, 동화작가도 되어보고 싶었어요. 저 아이들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대학교 때도 선생님 아르바이트 그렇게 오래 한 거예요. 다른 선생님들은 얼마 못 가서 그만두시는데, 저는 애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어요. 진짜 때묻지 않은 순수한 느낌? 그런게 막 전해져 와요.

좀... 뭐랄까. 조숙한 친구들도 있지 않던가요.

- 물론 있죠. 하지만 그것도 나름 순수한 면이라고 봐요. 나쁘게 말해도 때묻지 않은 거죠. 다 순수해서 어디서 영향을 받고 그렇게 말하는 거니까. 정말 아이는 어른의 거울인 것 같아요. 아! 선생님이 될 수도 있었겠네요. 성우하기 전에 임용고시도 봤었거든요.

임용고시요? 아르바이트도 그렇게 오래 하셨다면서... 엄청 바쁘게 지내신 것 같은데요? 대학교 때.

- 대학교 다닐 때 복수 전공 많이 했죠. 철학 배우고, 교직 이수하면서... 윤리문학도 배우고, 문화 콘텐츠 경영학도 배우고... 저 197학점으로 졸업 했어요. 보통 140학점 대가 졸업 컷트라인인데, 전공 3개 배우고 교직이수까지 하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쉬는 날이 거의 없었겠네요.

- 그래서 성우 되고나서 오히려 더 한가한 편이에요. 성우 되기 하루 전날까지도 밤새 일했어요. 주말에는 알바도 했으니 정말 하루도 쉬지 않고 움직였죠.

외모로 보면, 그런 체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할 정도에요. 막 덩치 있으시고 그런 체구가 아니시니까.

- 저 체력 좋아요. 수영해서 한강도 건넜어요.

한강을 건너요?

- 한강 건너는 대회가 있었어요. 그게... 2005년, 아니 2006년인가?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네요. 그게 사실 제가 '한 번 해보죠' 그런 것은 아니에요. 당시 수영 배우고 있었는데, 강사님이 그 많은 수강생 중 저희 팀을 데리고 나가시는 거예요. 그런데 딱 나가보니 이거 의외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얼마나 걸리셨어요? 건너는 데.

- 한 20분 걸렸나? 완주하면 메달 주더라고요. 집에 메달도 있어요.(웃음)



9.

다른 성우에 비해 '내가 이것만은 자신있지' 같은 게 있나요?

- 아기 목소리 내는 거요. 진짜 이건 자신있어요. 쓸 데가 별로 없기는 하지만. 아! 혹시 그거 아세요? 당당당 다다 다당. 그, 현대증권 광고 CM 송에 들어간 목소리요.

아! 네. 기억나요.

- 그거 제가 한 거예요. 제 친구 중에 기자 친구가 한 명 있는데, 현대증권 측에 연락하면 그 목소리가 나온대요. 그게 저였다는 걸 나중에 알더니 진짜 놀랐다고 하더라고요.(웃음)

▲ 바로 이 광고입니다. 기억나세요?


와, 갑자기 막 신기해지네요.(웃음) 네... 잠깐 화장실 다녀와도 될까요? 저희 벌써 두 시간이나 이야기했네요. 화장실 갔다온 다음에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 넵.



10.

이제 인터뷰도 마무리 되어가는 시간입니다. 음,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 얼마 전에 서혜정 성우님을 뵈었는데, 그 분... 굉장히 뭐랄까... 저도 그 분처럼 나이를 먹더라도 항상 소녀같은 이미지를 갖고 싶었어요. 사실 제가 성우 중에서는 거의 신참이라 선배 성우님들 많이 못 뵈었는데, 그 분들 중에서는 서혜정 성우님이 가장 인상깊었고 좋았어요. 그 분께서 청소년을 위한 강연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도 나중에 그 분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목소리로서요.

- 소리는 어딘가에 꽃혔을 때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공중에서 흩어지면 없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어딘가, 혹은 누군가의 '의미'가 되어주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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