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네 PC방은 어떤 분위기일까?


상하이(上海)의 유명 PC방 중 하나는 500석의 일반 좌석에 VIP, 커플석을 따로 보유하고 있으며 맞은편에는 부식 판매용 식당이 따로 영업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대륙의 스케일'의 피시방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궁금했던 것은 그런 '보여주기 참 좋은' PC방이 아니라 중국의 '일반' 게이머들이 놀이터. 우리나라로 치면 상가 지하나 영어 학원 4층쯤 자리 잡은 그 지역 단골손님들과 PC방 사장님이 인사를 하고 지내는 '동네 PC방'이다.


▲ 대략 이런 분위기,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PC방들을 말한다.



차이나조이 행사가 한창이던 상하이 현장에서 정말 어렵게 수소문한 끝에 (큰 PC방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동창루(东昌路) 부근 일반 주택 단지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중소 규모의 PC방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의 목표가 된 PC방은 5층짜리 주택 단지 옆 여관 건물 한쪽에 자리 잡은 PC방으로 중국 특유의 붉은 바탕의 하얀 글자로 된 표지가 인상적인 중국 현지의 일상에 100% 부합하는 곳이었다.


▲ PC방이 있는 거리. 뒤쪽으로 어렴풋이 단층 주택들이 보인다.



▲ 여관 간판 옆에 자리 잡은 PC방 간판



▲ "PC방 3층, 여관 2층" 중국 특유의 붉은 바탕 흰색 글씨가 인상적




외국인들도 이용하는 대형 PC방이 아닌지라 외국어를 전혀 모르는 중국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소개하자 몇 번의 전화 끝에 PC방의 매니저를 불러 소개해 주었다. 몇 분 후에 나타난 PC방 매니저는 먼 길을 오느라 고생했다고 기자들에게 음료수를 건네기도 했다.

모처럼 찾아온 중국의 중소규모 PC방 환경을 자세히 알아볼 기회, 인벤팀은 현지 PC방 매니저에게 현재 중국 PC방의 현재 상황에 관해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 중국 현지 PC방 매니저(좌)와 기자(우, 한국인)


※ 해당 취재는 무작위 방문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본 PC방과 관련된 내용은 중국 PC방의 공통사항이 아니니 이점 참고하면서 읽어주세요.

◆ 어느 정도의 규모인가? - "시간당 750원, 오는 손님은 50명 정도"

중국 중소 규모 이상의 도시라면 어느 동네에나 있는 일반적인 PC방이다.

여관 건물과 외부에 나와 있는 철제 비상계단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 특징으로 좌석 수는 100~130석 가량, 과자, 컵라면 등 식료품과 음료수를 판매하는 계산대가 비치되어 있으며 PC방 관리를 위해 아르바이트 직원을 두고 있다. 아르바이트 직원의 근무 시간은 9시간 정도로 2~3교대 체제로 운용되고 있다고 한다.

기본 이용료는 1시간당 4위안(한화 740원가량)으로 늦은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단골손님들을 위한 회원 요금제와 야간 정액 요금제도 있다.

평균 방문객의 숫자를 물어보니 하루 평균 40~50명 정도의 손님이 방문하는데 작년과 비교하면 30% 정도 준 것 같다고 한다.

중국의 모든 PC방이 그러하듯 미성년자는 출입 금지이며 기자가 찾아갔을 때는 몇몇 손님들이 흡연을 하고 있었지만 '원칙적으로는' 금연이다


▲ 중국 피시방은 원칙적으로 미성년자 출입금지 + 금연이다.



◆ 무슨 게임을 주로 하는가? - "리그오브레전드 강세, 한국 게임은 잘 모른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게임들을 물으니 "게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라고 대답한 매니저는 게임 동향을 잘 아는 단골손님(청년) 하나를 소개해 주었다.

들어보니 최근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英雄联盟)로 PC방을 찾는 손님 대부분이 즐기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청년은 주위를 가리키며 "보면 모르느냐?"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또한, 예전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던 크로스파이어(CF)와 던전 앤 파이터(地下城与勇士)는 그럭저럭 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이야기한 청년은 "그것도 아니라면 무협 MMORPG나 화상 채팅을 한다." 라고 이야기하며 최근의 상황을 전했다.


▲ 기자 방문했을 때도 대부분의 손님이 리그오브레전드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중국 PC방에서 한국 게임은 얼마나 인기가 있을까? 매니저는 예전에는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한국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위에 이야기한 크로스파이어와 던전 앤 파이터는 무엇이란 말인가?

방금 이야기한 두 개의 게임 모두 한국 게임이라고 말하자 매니저와 청년은 깜짝 놀라는 듯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현지 중국인들은 한국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고 있음에도 그것이 '한국에서 만든 게임'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것. PC를 하나 빌려 살펴보니 제법 많은 한국 게임들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중국 현지의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듯 했다.


▲ PC방 컴퓨터의 화면. 한국 게임들도 보이지만 손님들은 잘 모른다고 한다.



◆ PC방의 환경은? - "PC사양은 인텔 코어2,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것은 음료수"

중국 PC방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PC의 사양에 대해 알고 싶어진 기자는 시스템을 살펴보았다.

인텔 코어2 쿼드 q9300 정도로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S 450을 사용하고 있다. 운영체제는 윈도우 XP고 키보드나 마우스는 중국 회사의 제품을 쓰고 있다.


▲ 주력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나 크로스파이어는 무난하게 실행되는 환경



▲ PC방에서 사용하고 있는 키보드와 마우스



한국 PC방은 물론 게임 서비스를 주로 하지만 컵라면 등 부식 판매도 수익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중국에서는 기후적인 여건 때문이지 주로 음료수가 가장 많이 팔린다. 컵라면도 있긴 하지만 그리 많이 팔리지는 않는고 밖에서 음식을 가져오거나 주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라면보다는 음료수가 더욱 많이 팔린다고..



◆ PC방 과금 방식은? - "직접 내지는 않는다. 가맹 회사에서 일괄 처리"

한국에서는 PC방에서 게임사에 직접 서비스 비용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인벤팀이 찾아간 중국의 PC방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PC방에서 직접 게임사에 비용을 내지는 않는다.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영업 PC방이 아닌 PC방의 모기업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

게임 과금 관련은 모두 본사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과금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그쪽으로 문의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 최근 PC방 사업의 분위기는? - "모바일 게임과 가정용 컴퓨터의 보급으로 하향세"

최근 중국의 중소규모 PC방은 더는 성장세를 띄진 않는다고 한다. 지난 3년간 중소 규모의 일반 PC방도 나름 활기를 띠었지만, 작년부터 손님이 점점 줄고 있다고 한 매니저는 가장 큰 이유로 가정용 컴퓨터의 보급과 핸드폰 게임의 발전을 꼽았다.

가정용 컴퓨터의 보급이야 완만하게 계속된 것이지만 중국 게임사들이 모바일 게임에 관심을 보이며 수많은 종류의 게임이 출시된 것이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

매니저는 PC방 업자들 사이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PC방 산업은 이제 할게 못되."라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매니저는 이런 분위기에도 도심지에 있는 대형 PC방들은 성업 중이라고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 중국 현지 PC방 풍경 사진 모음


▲ PC방의 입구. PC방의 이름은 적혀있지 않다.




▲ 계단에 걸려있는 오픈베타 게임 포스터, 한국과 비슷하다



▲ 중국 피시방의 금연 표어 "폐를 망치지 마세요!" 라고 되어있다.



▲ 한쪽에 걸려있는 영업 허가증



▲ 카운터를 보고 있는 아르바이트 직원, 평균 9시간 정도 일한다고 한다.



▲ 중국 PC방에서 라면은 주력 상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