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종류의 리큐어와 함께 감미료를 곁들인 칵테일은 레시피에 따라 그 종류가 무한하다고 합니다. 때로는 달콤함과 감미로운 맛을, 때로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칵테일은 무엇보다도 각 재료 간의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특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리큐어들이 정확한 레시피에 의해 섞였을 때 새로운 맛과 향을 지닌 칵테일로 거듭날 때는 절로 감탄을 자아냅니다.

서로 다른 리큐어가 섞여 새로운 하나의 칵테일을 만들어내듯 정반대의 매력을 지닌 두 해설위원이 만났습니다. 묵직한 목소리로 냉철하고 침착한 얼음 같은 해설을 하는 이승원 해설위원과 업 템포의 목소리로 격앙된 듯 불같은 해설을 하는 오성균 해설위원이 그 주인공입니다. 1 더하기 1이 2가 되는 것이 아니라 3 혹은 4 이상을 만들기 위해 뭉친 두 해설위원. 인벤에서는 쉽게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매력의 해설위원을 만나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두 분 모두 인터뷰는 처음입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각자 소개 부탁합니다.

이승원 해설(이하 이) : 원래는 MBC 게임에서 일했지만, 이제는 온게임넷에서 일하고 있는 이승원이라고 합니다. 해설 경력은 13년 차 됐습니다.

오성균 해설(이하 오) : 아, 소개가 그게 다에요?(웃음) 저 역시 온게임넷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해설 경력은 승원이 형보다 5년 부족한 8년 차입니다. 승원이 형이 5년 해설한 것보다 실력은 훨씬 못합니다.(웃음) 저는 인벤을 정말 좋아해요. 인벤러 분들, 앞으로도 인벤 많이 좋아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 여러 가지 게임을 하면서 인벤에서 진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도타 2를 처음 시작하면서도 선수들의 영상을 보고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대부분의 영상은 다 본 것 같습니다.

오 : 그래도 아직 공략은 좀 더 보충해야할 것 같아요.(웃음)

이 : 도타 2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인벤이 좋은 첫걸음인 것 같습니다. 영웅들의 스킬이라던가 아이템 효과 등에 대한 정보도 쉽게 알 수 있고요.



Q. 도타 2 인비테이셔널 슈퍼 매치 해설을 맡게 됐습니다. 어떻게 해설을 맡게 되었나요?

이 : 지금 당장은 스타크래프트 2 프로리그가 끝났기 때문에 특별한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도타 2 해설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게 됐습니다. AOS 장르를 꽤 오랫동안 즐기고 있던 터라 흔쾌히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Q. 이승원 해설은 기존에 도타 2를 하지 않아서 준비하기가 매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이 : 사실 지금도 힘들어요. 슈퍼 매치 같은 경우에는 도타 2 세계 정상급의 팀들이 출전하는 거잖아요. 그 팀들의 수준이 얼마나 깊겠어요. 그렇다 보니 도타 2를 하는 전문가들이나 게임 해설자분들이 얘기를 많이 해요. 짧은 시간 준비해서 그 팀들의 경기를 중계하려면 매우 힘들겠다고요. 저도 그 얘기에는 공감합니다. 어찌됐든 간에 열심히 하면 그 팀들의 경기 해설도 잘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이승원 해설은 RTS 장르만 해설하다가 다른 장르의 해설은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보여 준 수준이 있다 보니 새로운 장르에서 해설하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낄 것 같은데요.

이 : 그럼요. 브루드워 같은 경우에는 워낙 오래 즐겼다 보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어요. 반면에 도타 2 같은 경우에는 시작한 지 정말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전의 경지까지 도달하려면 또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담은 되긴 하지만 스스로 목표를 높게 잡고 시작하는 것이니만큼 매일매일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Q. 오성균 해설은 AOS 장르가 익숙한 편이지요?

오 : 그나마 저는 도타를 조금 일찍 접했어요. 도타 올스타즈도 조금 했었고, 카오스도 조금 했었고요. 리그오브레전드 역시도 초창기부터 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AOS라고 불리는 장르의 게임에 대해서 거부감이 심하지가 않았어요. 도타 2는 예전 게임스컴에서 진행한 TI1 때부터 주의 깊게 봤었습니다. 도타 2가 WCG 2012 종목에 포함됐을 때는 한창 하기도 했었고요. 승원이 형보다는 제가 도타 2를 오래 했기 때문에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두 분이 공식 대회 해설을 같이 하기는 처음인데요.

이 : 저 같은 경우에는 스타크래프트만 많이 했었고, 스타크래프트 중계만 봤었기 때문에 성균이가 해설하는 것은 본 적이 없어요. 당연히 해설을 함께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고요.

오 : 예전에 스타크래프트 2 아마추어 경기를 잠깐 같이 해설한 적이 있는데, 그때 서로 더 튀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무엇보다도 함께 중계하는 정소림 캐스터가 워낙 실력이 좋으시기에 중간에서 조율을 잘 해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서로 비슷한 두 해설이 만난 것보다 한 명은 가볍고, 한 명은 깊게 들어가는 해설 끼리 만난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두 분 모두 정소림 캐스터와 호흡을 맞춰봤습니다. 이승원 해설은 프로리그를 함께 했었고, 오성균 해설은 예전 WCG 워크래프트 중계를 같이 했었고요. 해설자가 보는 정소림 캐스터는 어떤가요?

오 : 요즘은 사이퍼즈도 몇 번 같이 해설했었어요.

이 : 사이퍼즈 해설하면서 소림이 누나한테 그렇게 욕을 많이 먹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소림이 누나는 워낙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이에요. 방송을 보는 사람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옆에서 같이 중계하는 사람을 굉장히 편하게 해 줍니다. 예를 들면 해설을 하다 제가 잘 모르는 부분도 분명 있거든요. 혹은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 돼서 말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그 때문에 제가 말을 해야 하는 타이밍에 말을 못 할 때면 누나는 진짜 빨리 눈치를 채서 그 타이밍을 메워 줘요. 이런 부분에 가차 없는 캐스터도 있거든요. 네가 말을 할 때까지 나는 기다릴거야라는 식으로 정적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누나는 자기가 말을 하면서 해설이 말을 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죠.

오 : 누나는 온게임넷에서 어떤 종목을 맡겨도 사고 안 내고 깔끔하게 중계를 끝내는 스타일이에요. 오늘 인터뷰 하기 전에도 2~30 분 가량 통화하면서 도타 2 해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명칭은 어떻게 쓸 것인지를 이야기했어요. 준비를 정말 많이 해서 해설보다도 더 잘 아는 부분도 있고요. 그렇다 보니 캐스터로는 저희가 정말 믿고 따를 수가 있습니다.


Q. 도타 2 인비테이셔널 슈퍼매치를 해설하면서 가장 주안을 두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 : 비슷한 장르의 게임인 롤을 하던 사람이 도타 2를 봤을 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제 목표에요. 롤을 하던 사람도 재밌게 도타 2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오 : 저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점은 롤조차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중계를 하고 싶어요.

이 : 그런 사람이 있나? 그런 사람이 도타 2 중계를 봐?

오 : 아, 그럼요.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롤을 안 했다던가, 군대에 갔었다던가요. 카오스를 했던 사람들의 경우에도 롤을 안 하고 카오스 온라인을 할 수 있거든요.


Q. 도타 2의 난이도는 어떤가요? 해설 하는 입장에서도 많이 어렵나요?

이 : 사실 크게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도타 2를 처음 해보는 분들의 경우에는 쉽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롤을 먼저 시작한 사람들이 접하기에는 서로 다른 시스템 차이 때문에 어렵다고 느낄 수가 있죠. 예를 들면 귀환 시스템 같은 경우에도 롤은 귀환 버튼으로 갈 수 있지만, 도타 2는 걸어가거나 귀환 스크롤을 사서 가야 하는 것처럼요. 이런 불편함 때문에 막막함을 느끼고 접는 경우가 있지만, 한편으론 이 시기만 지나면 왜 도타라는 게임이 장기간 흥행할 수 있는가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타 2는 그만큼 깊이 있는 게임이고, 게임 내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여타 AOS 장르의 게임보다 훨씬 많습니다.

오 : 짐꾼 같은 경우에도 도타 올스타즈나 카오스를 하던 사람들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롤을 하던 사람의 경우에는 왜 이게 있는지를 이해 못 하거든요. 만약 롤 시즌 2때 도타 2가 정식 출범됐다면 물병을 보고도 욕했을 수 있어요. 하지만 롤이 시즌 3에 접어서면서 플라스크가 생겼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거죠. 사실 롤이 도타의 시스템을 가져온 것들이 정말 많거든요.

이 : 도타가 모든 AOS 장르 게임들의 효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비슷한 게임들이 상호 간의 장점들을 주고받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고요.



Q. 도타 2의 게임성을 평가한다면요?

이 : 밸브라는 회사가 정말 게임을 잘 만든다는 것을 도타 2를 하면서 확실히 느꼈어요. 음악이면 음악, 성우의 더빙, 게임의 타격감, 효과 등 모든 부분이 되게 완벽하다고 느꼈어요. 도타 2 해설을 맡았기 때문에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장르의 게임이든 오랫동안 즐겼던 사람으로 평가하자면 AOS 장르의 정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오 : 팀 포트리스, 하프 라이프 등 밸브의 게임들은 사실 하나도 망한 게 없잖아요. 그 이유는 밸브 자체가 워낙 게임을 잘 만들고, 게이머의 마인드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도타 2는 도타 올스타즈로 이미 검증받은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성은 이미 검증받았다고 생각해요.

이 : 도타가 국내에서 대세가 아닐 뿐이지 AOS 장르로서는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Q. 도타 2 인비테이셔널 슈퍼 매치에 참가하는 외국팀 중 주목하는 팀이 있나요?

이 : 저는 당연히 얼라이언스(Alliance)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팀이고, 그들의 경기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요. 그들의 깊이 있는 경기를 모두 해설하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요.

오 : 저는 개인적으로 스피드 게이밍(SpeedGaming.int, 前 RattleSnake)이요. 물론 얼라이언스나 프나틱(Fnatic)과 같은 팀들도 모두 잘하는 팀들이긴 하지만 스피드 게이밍이 요즘 들어 팀의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이번 슈퍼매치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돼요.


Q. 외국팀들을 상대로 국내 팀들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하나요?

이 : 솔직히 말해서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아요.

오 : 다들 국내 팀들을 두고 동남아 2부 리그의 팀과 붙어도 질 것이라고 하는데 저는 약간 시각이 달라요. 기본기가 좋은 수많은 팀이 있지만 그런 팀들도 처음 만나는 팀을 상대로는 전력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반면 국내 팀들의 경우에는 외국팀들이 어떤 식의 플레이를 하는지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요. 작년 롤드컵 같은 경우에도 TPA가 우승하기까지 다른 팀들은 TPA의 정보가 많이 없었거든요. 우리는 TPA가 지는 것만 보고 못 하는 팀인 줄로만 알았지만, TPA는 다른 팀들의 실력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요. 이런 차원에서 저는 국내 팀들이 외국팀을 상대로 3:7 정도로는 경기를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1:9로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해요. 물론 국내 정상급 팀들에 한해서요.


Q. 그렇다면 국내 팀들이 세계 수준의 실력을 갖추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이 : 10월 25일 국내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는데 그때부터 따라갈 것으로 생각해요.

오 : 실제로 외국 커뮤니티를 보면 한국인들은 게임을 잘하기 때문에 1년 뒤에는 TI에도 출전할 것이다라는 댓글이 달려요. 개인적으로 한국 팀들이 해외 팀과 경기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팀들끼리만 경기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드래곤볼 같은 경우도 초 사이언인이 죽을 정도가 되어야 한 단계 위로 올라가잖아요. 지금 나비나 얼라이언스 같은 팀들은 자기들끼리 계속 경기를 펼치는 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 팀들끼리만 계속 경기를 펼치는 것은 초 사이언인과 사탄의 차이겠죠. 무엇보다도 패배를 맛봐야지 실력이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번 슈퍼매치는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이 :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수준 높은 팀들의 경기를 중계하는 것이 어찌 보면 부담이지만, 그들의 수준을 몸으로 체감해서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면 그게 더 확실할 것 같아요. 지금 리플레이를 보면 아, 이런 건 이 정도 수준으로 해설하면 되겠구나 하는 것들은 보여요. 하지만 실시간으로 눈앞에서 경기가 펼쳐졌을 때는 설명을 못 하는 부분들이 100% 나오거든요. 이런 부분들은 경험으로 보완할 수 있는 거고요. 선수들도 마찬가지예요. 얼라이언스와 붙었을 때 자신들의 실력의 장단점을 확실하게 인지하게 되는 거죠. 국내 팀이 해외 팀에 도전하는 구도와 우리가 도타 2 해설에 도전하는 구도가 거의 같다고 생각해요.

오 : 앞으로도 여러 경로를 통해 국내 팀과 해외 팀 간의 경기가 많이 성사됐으면 좋겠어요.

이 : 해외 팀들에는 정말 재밌는 플레이, 멋있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 많거든요. 얼라이언스 같은 경우에도 재미있는 조합을 짜서 경기에 이기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 경기를 볼 기회가 많아지면 도타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고, AOS 게임에 조금이라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조금 알고 나서 경기를 보니 아 이 선수들이 이렇게 재밌게 게임을 하는구나를 알게 되더라고요.

오 : 해외 팀들의 국내 팬들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해외 팀들의 팬이 늘어나면 그만큼 국내 도타 2의 판도 커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앞으로도 도타 2 해설을 계속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이 : 주어진 대로 최선을 다하는 게 여러 장르의 해설을 맡게 된 사람의 숙명이에요. 일단 당장은 도타 2에 가장 집중해야죠. 전 앞으로 많은 경험을 해야 하고요. 최근에도 거의 보름 동안 집에서 나가지 않고 연습했는데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오 : 친구가 없다는 소문이 돌더라고요.

이 : 친구들은 다 온라인에 있어요.

오 : 랜 선 친구네.(웃음)

이 : 아직 잘 모르겠어요. 잘할 때까지 최대한 많이 해보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원래 게임을 잘하는 재능 자체가 없어 게임을 오래 하는 타입이에요.


Q. 그러고 보면 두 해설 모두 선수 출신이 아닌 해설위원이에요.

이 : 그래서 불안해요. 전 항상 프로게이머 출신 해설과 함께 중계했었거든요. 예를 들어 MSL 때는 (김)동준이가 파트너였고, 프로리그 할 때는 (박)태민이와 (김)정민이가 있었고요. 제가 게이머 출신이 아니다 보니 게이머로서의 시각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잖아요. 그 대신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어요. 다른 표현을 한다든가, 다른 구도에서 넓게 설명하는 식으로요. 아무튼 이번 슈퍼매치 중계 조합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Q. 프로게이머 출신이 아니다 보니 해설 초창기 때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이 : 처음에는 신기했죠. 동준이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할 때는 아르바이트였다 보니 평생직장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아예 없었어요. 그렇게 며칠을 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다 한계에 부딪혔어요. 쟤는 뭐냐, 뭐하던 애냐는 식의 욕을 몇 년간 먹었죠. 2002년 데뷔해서 2004년까지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3~4 페이지 정도가 모두 제 욕이었어요. 말도 잘 못한다, 게임도 못한다, 나보다 못하는데 왜 해설하고 있느냐는 식이었죠. 그러다 보니 이제는 그런 것에 익숙해요. 빨리 벗어나는 방법도 이젠 잘 알고 있고요. 그저 열심히 죽어라 게임을 하는 방법밖엔 없더라고요.

오 : 승원이 형이 게임은 정말 엄청나게 많이 해요. 또 리플레이도 정말 많이 보고요. 밥 먹기도 정말 많이 먹고요.(웃음)


Q. 해설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언제쯤 들었나요?

이 : 그때도 한창 욕먹을 때였는데 선수들의 플레이가 정말 멋있는 거에요. 그걸 중계하고 있는 제 모습도 좋았고요. 그때 마음 먹었어요. 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계속 중계하고 싶다, 해설을 계속해야겠다고요. 한편으론 욕을 너무 많이 먹다 보니 오히려 해설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기가 생겼죠. 그러다 사람들의 평가가 좋아져서 지금까지 하게 된 것 같아요.

오 : 저는 현재 제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 해설이라 하는 것 같아요.

이 : 게임 하는 사람들은 다 흥미가 우선인 것 같아요. 성균이 같은 경우에는 워낙 능변가이기도 하고요. 깊이는 없지만요.

오 : 승원이 형은 깊이는 있는데 말을 못하는 스타일이죠.(웃음)

이 : 아, 제가 원래 말은 정말 못했어요. 지금도 말을 논리적으로는 잘 못해요. 학교 다닐 때 보면 맨 앞에 말없이 앉아있는 내성적인 스타일의 아이가 바로 저였어요. 사회에 나와서 노력한 덕분에 지금은 말하는 직업을 갖게 됐지만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전까지 RTS가 대세였다면 이제는 AOS가 대세입니다. 이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듣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을게요.

이 : 우선 이제 시대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지금까진 RTS 장르만 해설하다 새롭게 AOS 장르를 해설하게 되어 기분은 좋습니다. 하고 싶기도 했었고요. 다만 AOS 장르의 해설이 처음이다 보니 시간을 갖고 기다려주시면 AOS 장르에서도 좋은 해설로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오 : 저는 RTS가 그렇게 대세가 떨어지는 장르라고는 생각하진 않아요. 세계적인 추세로 봤을 때는 아직은 인기가 많습니다. AOS 장르, DOTA like 라는 장르 역시 한국에서 잘 안 했었던 것 뿐이지 북미나 중국 문화권에서는 어마어마한 인기가 있었고요.

무엇보다도 도타 2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재미있는 게임을 재미있게 해설하는 것이 제 일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전부터 도타를 한 것이 아니니 같이 배우는 입장으로 함께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온게임넷, 곰TV 등 어떤 채널에서 하든지 리그를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떤 게임인지 한 번 정도는 플레이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소문만 듣고 그 게임을 안 하는 것이에요. 모든 게임은 본인이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고 생각해요. 소문에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시도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게이머라면 한 번 정도는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