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3-11-2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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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기업에서 보고팠던 창의력과 도전, 한 작은 개발사에 있었습니다

박태학 기자 (Karp@inven.co.kr)

사실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습니다.

굵직한 게임사들이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판교로 이전하는 요즘입니다. 그런 시점에서 홍대 합정역 근처의 조그마한 게임사인 '큐로아'에 관심을 쏟는다는 것. 어떻게 보면 시대착오, 또 사치일 수도 있겠지요.

이번 인터뷰가 성사된 데는 지난 주 인벤 메일함에 도착한 어떤 보도 참고자료가 배경이 되었습니다. 6년 간 '메모리 오브 아리아'(이하 MOA)을 개발하고 있지만, 별도의 홍보팀이 없어 어떻게 게임을 소개하는지 모르겠다고, 이렇게 보내는 게 맞냐고 되려 제게 묻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기사 작성자는 '큐로아'의 유영인 대표였습니다. 양식도 서툴고 문장도 단순한 보도자료. 그래도 자신들이 만드는 게임을 향한 진실한 감정만큼은 충분히 담아낸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제가 이끌린 이유가 그것입니다. 'MOA'는 스크린샷이나 영상으로는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핵심 소재로 내세운 '시간여행'은 캐주얼 게임에서 몇 차례 선보인 바 있었고요. 외형이 한 마디로 평범해 보였습니다. 최적의 환경에서 개발되어 사뿐사뿐 레드카펫 밟으며 등장하는 큼직한 게임에 비한다면야 분명 경쟁력은 부족했죠.

하지만, 모바일 시장의 급성장이 낳은 반작용 덕에 참신함이 묽어져가는 현재 국내 게임업계에 비추어보면, 분명 그들만의 무언가가 있다고 메일은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 큐로아 유영인 대표


합정역 큐로아 본사에서 만난 유영인 대표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인터뷰 경험이 부족해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멋쩍게 웃습니다. 일반적인 게임사 대표라면 그저 너스레로 넘길 말이었지요. 그런데 다음 대화는 그 모습이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사실 여러 군데에 보도자료를 전송했어요. 그런데 관심을 보이는 매체는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6년 간 개발하면서 외부로 거의 드러내지 않았던 게임이라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인터뷰 해 본 기억이 까마득해서 진짜 막막하긴 합니다"

"그동안 개발하시면서 정말 진심을 담았다면 긴장 안하셔도 될 거예요. 게임이 좋으면 되죠"

"감사합니다. 저희 게임 보여드리면서 인터뷰 진행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게 더 효과적일 것 같고..."

"그러면 좋죠. 나중에 자료로도 부탁드려요. 기사 올라갈 때 첨부할게요"

[▲MOA - 몬스터 인공지능 & 주변 피드백 소개 영상]


홈페이지에 공개된 스크린샷만 보면, 'MOA'의 그래픽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습니다. 영상을 본다고 극적인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래도 캐릭터의 동작이나 연출 부분에서 기대치를 웃도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기본적인 사항을 말씀드리자면... 음, 'MOA'는 PC 기반의 MORPG예요. 그렇지만, MMORPG의 여러가지 장점도 채용하려 노력했습니다. 또, 8방향 조작 시스템의 액션 RPG를 기반으로 해요"

"네. 그 부분은 미리 확인했어요. 그런데 소개 자료를 보니까 '시간여행'이 주력 콘텐츠라고 나와 있던데요. 그런데 이게 좀 애매한 부분이 있거든요"

"어떤 점 말씀이신가요?"

"지금까지 등장한 캐주얼 게임들 보면 '시간여행'을 콘셉트로 한 작품은 꽤 있었거든요. 그런데 대부분 이걸 스토리텔링의 일환으로 잡았어요.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유저들이 직접 경험한다기보다는, 소설처럼 따라가는 스타일이 대다수였거든요"

시간여행 콘셉트에서 나오는 의문점을 이야기하자 유 대표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질문의 답변이 인터뷰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미리 표정으로 알려주는 것 처럼.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사실 저희도 그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말씀하신 것 처럼 시간여행을 하더라도 정해진 길로만 퀘스트를 진행한다면, 유저 스스로는 시간 여행을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초반 퀘스트를 제외하고는 유저 선택에 의하여 클리어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즉, 시간여행을 하지 않고도 클리어 할 수 있지만, 시간 여행을 통해 클리어한다면 더 빠르고 흥미로운 몬스터들을 만날 수 있도록 설계한거죠"

"예를 들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말씀만 들어서는 딱 와닿지가 않아요"

"일단 이미지를 보여드릴게요"

▲ 강력한 무기를 들고 있는 해적 보스 '막처무스'

▲ 시간을 과거로 돌린 후 그의 무기를 미리 파괴하면...

▲ 무기가 없어 글러브를 끼고 나온 '막처무스'를 볼 수 있다


"보시는 대로예요. 이녀석은 보스 캐릭터 중 하나인 '막처무스'입니다. 일반적인 루트를 통해 그를 만나면 엄청 강한 무기를 갖고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이걸 갖고 있는 막처무스는 정말 강합니다. 제대로 클리어 하기가 어려워요. 바로 이때 시간여행을 이용해 과거로 가서 보스의 방에 잠입하는 겁니다"

"거기서 보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 무기를 부숴버리는 겁니다. 그다음에 현실로 돌아오면, 보스는 무기가 없어 양 손에 글러브를 끼고 나와요. 등장할 때 나오는 대사도 다르고요. 당연히 훨씬 약해지기에 공략이 매우 수월해집니다. 이러한 과정을 유저의 선택에 맡기는 거죠"

덧붙여 설명하자면, 시간여행을 사용할 때 가게 되는 장소도 랜덤하게 구성된다고 합니다. 총 네 가지의 배경이 불특정하게 조합되기에 익숙함에서 오는 지루함을 약간이나마 덜 수 있으리라 그는 내다봤습니다.



▲ 다양한 배경이 준비되어 있다


유 대표의 게임 시연을 보면 볼 수록, 'MOA'는 온라인 게임보다는 콘솔 게임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어가 콘트롤하는 캐릭터는 일반적인 대화를 하지 않아요. 대신 동선과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나레이션' 시스템을 채용했죠. 보다 극적인 분위기를 가져온 겁니다.

'WOW'의 흔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WOW 이후 거대한 흐름이 되어 버렸던 퀘스트 진행 방식에도 작은 변화가 도입되었습니다. 황금색 느낌표, 그리고 물음표. 이게 MOA에는 없었습니다. 유 대표는 이것을 기존 게임과 다르게 구성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너무 어렵지 않은 선에서 유저들의 상상력과 추리력이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요즘 나오는 온라인 게임들은 거의 대부분 느낌표 퀘스트 시스템을 채용해요. MMO, MO, 한국산, 중국산 온라인 게임 가릴 것 없이 말이죠. 자랑은 아니지만, 저희는 이 부분을 조금이라도 바꿔 보고자 노력을 많이 했는데... 그 결과물이 지금 MOA의 스토리 진행 시스템입니다"

"최대한 많은 유저들이 진입 장벽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채택한 방식이예요. 느낌표 없이 플레이어의 독백 등으로 동선을 만든다는 게, 어떻게 보면 누구나 쉽게 해볼 수 있는 생각이잖아요. 하지만 이런 이걸 실행에 옮기느냐 옮기지 않느냐에 따라 회사의 창의성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비록 큰 회사는 아니지만, 이런 작은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되잖아요"

▲ 느낌표 없이도 스토리가 전달되는 RPG가 목표


일반적으로 개발사는 선역 캐릭터에 애정을 쏟고, 그들의 감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스쳐 지나가는 적 보스가 뭘 좋아하는지, 화장실은 하루에 몇 번 가는지 그런 거 별로 안 중요하잖아요. 다만, 스토리텔링 기반의 온라인 RPG는 이런 흐름에서 탈피, 적에게도 나름의 사연을 넣어주곤 하는데 'MOA'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시간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NPC 및 적들은 '일기장'에 기록됩니다. 그리고 이 일기장은 플레이어가 과거 여행을 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요. 모험을 겪으며 몬스터들과 전투를 벌이는 궁극적인 목적은 각각 몬스터들을 원래의 시간 영역으로 돌려보내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각 챕터에서 만날 수 있는 NPC들은 서로간의 사연들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요. 적으로 등장하는 보스들도 마찬가지고요. 예를 들어 1막에 나오는 보스가 더 후반에 나오는 엄청 섹시한 보스를 좋아할 수도 있고 그런 거죠. 구체적으로는 아직 밝힐 수 없지만, 이런 요소를 게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유저분들이 이런 작은 부분에서도 재미를 발견하셨으면 좋겠어요"

"여러 군데에서 콘솔 느낌이 많이 나는 듯 합니다"

"바램이죠. 온라인 게임과 콘솔 게임, 그리고 대전액션 게임의 장점만을 담으려 노력했고, 이러한 게임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조만간 진행할 FGT도 그런 분야에 익숙한 분들을 선정해, 보다 진취적인 피드백을 받을 생각이고요"

▲ MOA의 독특한 스토리 진행 시스템은 '일기장'를 기반으로 한다


게임의 내실을 탄탄히 하는 콘텐츠,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외적인 요소가 모두 탄탄한 게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게 다 좋다면 진짜 명작인거죠. 하지만 대다수의 온라인 게임은 둘 중 하나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MORPG에서 외적인 기준은 무엇을 지칭하는 걸까요? 그래픽, 사운드도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액션성과 타격감을 꼽습니다. 상대적으로 많은 전투가 벌어지는 장르잖아요. 내가 널 치고 있다는 느낌이 어느 장르보다도 중요합니다. 조금 과감하게 말하자면, 이 손맛을 제대로 다루지 않은 MORPG라면 더 볼 필요도 없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MOA' 역시 MORPG이기에 이런 프레임에 대입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처음 큐로아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 정도 유 대표와 친해졌다고(?) 느낀 이후에 이 부분을 물어볼 생각이었어요. 솔직히 홈페이지 스크린샷 만으로는 액션성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려웠으니까요. 분명 이게 'MOA'의 약점일 거라 생각했고, 때문에 질문 타이밍도 어느 정도 재야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이 물어볼 때라는 거죠.

그런데, 유영인 대표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눈이 즐거운 액션이 아니라 게임성을 가진 전략적인 액션을 구현하는 게 저희 목적입니다"

[▲MOA - 콤보 조합 영상 ]


"진짜 대전액션 같네요. 뭐랄까... 철권 같기도 하고"

"저희 목적이 그겁니다. 내부적으로는 'MOA'의 전투 시스템을 '언리얼 액션(Unreal Action)'이라고 부르는데... 음, 비현실적이지만 화려하고, 쉬우면서도 깊이있는 전투를 담기 위해 붙인 이름입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사실 저희 게임의 최종 목표는 유저들이 생산하는 크리에이티브 콘텐츠입니다. 이런 콘텐츠가 조화롭게 작동하려면, 혼자 100~200콤보 액션을 선보이는 솔로플레이 위주의 게임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오락실에 있는 대전 액션 게임들을 보면, 생각외로 기술들이 매우 단순해요. 기술 하나하나를 뜯어 보면, 커맨드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죠. 문제는 그 단순한 기술들을 얼마나 잘 연계해 나가냐는 겁니다. 우리도 이 부분을 구현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어요"

영상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MOA'의 액션은 콤보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미 출시된 바 있는 '크리티카'나 '던전앤파이터'와 흡사한 전투 시스템이라 보면 될 것 같아요. 또한, 보다 스피디한 전투 느낌을 위해 '한 방' 이미지가 강한 마법사 클래스도 속사포같이 빠른 스킬들이 다수 배치된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기존 마법사 클래스 대비 빠른 공격 속도를 보여 주는 MOA의 마법사 클래스


'스토리텔링이 강조된 MORPG'. 여기까지 들으셨다면 한 가지 걱정이 들 수도 있겠네요. 한국에 출시하는 온라인 게임마다 겪는 딜레마인 '콘텐츠 부족 현상' 말입니다. 수백억 원을 쏟아 부은 대작들조차도 일주일 안에 눕혀 버린 뒤, '할 게 없다'고 말하는 슈퍼 코리안이 가득한 나라. 그게 대한민국 아닙니까.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보면 유즈맵 있잖아요.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MOA' 역시 모드 시스템을 활성화시킬 생각입니다"

"게임을 완전히 오픈 소스로 만든다는 건가요?"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유저들이 만들어 나가는 요소를 많이 첨부할 생각이에요. 최근 지스타에 등장한 '페리아 연대기'를 보면, 유저들이 지형을 조절하고 마을까지 구성하고 그랬잖아요.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MOA' 역시 그 작품과 비슷한 목표점을 가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MOA'가 보유한 또 하나의 비밀 무기는 '마이던전' 시스템입니다. 유영인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자신의 사유지에 몬스터를 배치해 새로운 던전을 구성하는 것을 중심 콘텐츠로 합니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유저들은 던전 클리어에 도전하게 되는 거죠. 제가 한 차례 소개한 바 있는 '마이티 퀘스트 포 에픽 루트'의 시스템과 비슷한 양상을 보여줍니다. 이 시스템은 일정 수준의 유저 수가 보장된다면, 안정적인 콘텐츠 생산 공장 모드로 돌입합니다.

▲ '마이티 퀘스트 포 에픽 루트'의 던전 만들기 시스템


뛰어난 엔드콘텐츠 시스템이 'MOA'의 장점이라 할 수 있지만, 유저 수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떼 놓을 수 없습니다. 경쟁작이 차고 넘치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MOA'가 그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잖아요. 자연스럽게 해외 서비스 계획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서비스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은 아직 못했어요. 여러 가능성을 열고 있죠. 얼마 전 마무리된 지스타에도 B2B 자격으로 참가했습니다. 사실상 처음으로 저희 작품을 퍼블리셔에게 선보인 건데요. 기자님 말씀대로 국내보다는 해외 업체 쪽에서 긍정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국내 쪽은 왜..."

"시기 문제죠. 사실 'MOA'는 당장 출시할 계획이 없어요. 조만간 진행할 FGT도 소수의 게임 전문가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거고, 유저 대상 FGT는 내년 초로 잡고 있습니다. 내년 중으로 몇 차례 CBT를 진행할 계획이며, 정식 서비스는 2015년 즈음으로 잡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도 개발 과정 상 변경될 수 있는 점이기에 확답할 수는 없잖아요"

"국내 퍼블리셔와 원활한 대화를 하려면 우선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명확한 런칭 시기가 있어야 하죠. 물론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요. 그런데 솔직히 저희는 완성도 제쳐두고 일단 출시하고 보자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다보니... 하하..."

"해외는 긍정적이었다면서요. 주로 어느 지역이었나요?"

"음... 동남아시아 쪽과 유럽 쪽에서 잘 봐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중국도요. 그런데 각 지역별로 저희 게임을 보는 관점이 달라서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동남아, 중국 쪽은 주로 PvP와 액션 쪽을 유심히 보더라고요. 유럽 퍼블리셔들은 시간여행 요소를 비롯한 PvE가 재미있다고 하셨고요"

▲ 서구권 퍼블리셔들은 PvE 콘텐츠에 더욱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사실 뻔하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질문은 해야겠지요. 목표 유저층을 묻는 질문에 유 대표는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 고려해 제작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묻자, 이내 마음 속에 있던 솔직한 심정을 꺼냈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희 게임, 모바일 게임이나 라이트한 RPG에 비해서는 진입 장벽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라이트한 게임은 모바일 플랫폼에서 이미 대세이고, 이런 게 현재 트랜드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배제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학습에 따른 보상이 적절하게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독특한 콘셉트와 겹치지 않는 UI, 밀도있는 전투 시스템을 갖춘 'MOA'였지만, 역으로 보면 이 모든 것이 플레이어들의 유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유영인 대표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모바일 캐주얼 게임들이 장점으로 보여주는 순기능을 'MOA'에도 적용하겠다는 게 핵심.

[▲MOA의 PvP 영상. 특색있는 전투 시스템이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고...]


유영인 대표의 마지막 인터뷰에는 국내 소규모 게임 개발사를 걱정하는 진심이 묻어 있었습니다. 또, 유저들에게 선보이게 될 때, 지금까지의 개발 과정을 돌이켜볼 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오늘도 자리를 지키는 큐로아의 15인을 대표하는 목소리이기도 했고요.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음... 이게 진짜 어려운건데, 어떻게 말해야 하나요. 하하... 음..."

"아시다시피 요즘 게임 규제 같은 어려운 분위기 때문에, 저희 같은 소규모 개발사들은 더욱 힘든 환경이 되었습니다. 유저들의 관심이 소규모 개발사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저희 뿐 만 아니라 다른 소규모 개발사들이 제작 중인 온라인 게임에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리고, 앞으로 찾아 뵐 저희 '메모리 오브 아리아'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고민 많이 했습니다. 괜찮은 요소가 많은 작품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 장점을 감싸 주는 그래픽에서 오는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게임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것은 그래픽인거 아시잖아요.

게임브리오 2.6 엔진으로 개발된 'MOA'의 그래픽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들이 출시 목표로 한 2015년에는 더 그렇겠죠. 언리얼 엔진, 크라이 엔진이 4탄으로 접어들며 유저들의 눈높이도 높아져갈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몇 년 전 구형 그래픽 엔진으로 개발된 작품이라... 한파를 이기기에 그들의 외투가 너무 얇지는 않은지 자뭇 걱정스러웠습니다.

하지만 'MOA'의 특별함은 내실에 있었습니다. 유 대표가 눈을 반짝이며 소개한 콘텐츠들은 신선한 요소로 가득했죠. 도전이 있었습니다. 검증된 시스템이 아닌 뭔가 다른 시도를 하고자 했고, 남들이 이것저것 잴 때 개발사의 색을 더 입히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런 면이 게임 전체적으로 보였어요.

인터뷰로 그들의 게임을 온전히 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기사에 첨부한 스크린샷, 영상만으로는 'MOA'의 가능성을 전달하기 어려웠으니까요. 최대한 풀어 쓰자고 다짐했습니다만, 자칫 띄워주기 식 기사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들었습니다.

판교에 들어선 대형 게임사들이 먼저 선도했어야 할, 그런 창의력을 가진 작품이 홍대 근처의 작은 게임사에서 개발되고 있다는 게 미묘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가능성이 조금만 더 모인다면, 국산 게임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각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따뜻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유영인 대표의 마지막 멘트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안으로는 모바일 시장의 확장, 밖으로는 중독법 문제에 치이는 온라인 게임업계. 지금 무척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대형 개발사들의 작품도 주목받기 어려운 시점인 지금, 어쩌면 그들의 바람은 욕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냉정하게 게임을 바라보는 게 기자의 기본 원칙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순수하게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의 입장에서, 무언가 다른 게임을 만들어 보려는 그들의 의지가 2015년까지 지속되기를 바래 봅니다.





■ 큐로아 회사 전경 사진 모음

▲ 작은 회사이지만, 오밀조밀하게 꾸며 놓은 입구 모습이 우선 눈에 들어옵니다

▲ 회사 입구.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주점 느낌으로 꾸며졌습니다



▲ 휴게실에는 각종 콘솔 게임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최강준 주임도 한 컷

▲ 스스럼없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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