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열린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 35일 차 아프리카 프릭스(이하 아프리카)와 ROX 타이거즈(이하 ROX)의 경기에서 또다시 고의 접속 해제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그것도 한 경기, 한 팀에서 두 명의 선수가 경기를 떠났죠. 먼저 1세트에서 '쿠로' 이서행 선수가, 2세트에서는 '스피릿' 이다윤 선수가 접속 해제 실수를 범했습니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는 '주의' 2회 누적으로 세트 득실 차감 페널티에 해당하는 '경고' 조치를 받았습니다. 그날 경기에서 0:2 패배를 당했기 때문에 세트 득실 차감까지 포함해 하루 만에 승점 3점을 잃게 됐습니다. 리그 6위를 기록 중인 아프리카는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승리와 승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고의 접속 해제라는 정말 사소한 실수로 인해 점수를 깎이고 만 거죠.

삼성 갤럭시(이하 삼성)가 고의 접속 해제로 인한 패널티를 받으면서 관련 내용이 이슈화된 것도 불과 얼마전이었습니다. 지난 12일 열린 롱주 게이밍(이하 롱주) 경기 2세트서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 선수가 게임이 완전히 끝나기 직전 고의적인 접속 해제를 하고 말았습니다. 때문에 규정에 따라 '주의'를 받았고, 지난 1월에도 같은 이유로 '주의'를 받은 적이 있어 총 누적 2회로 세트 득실 1점이 차감됐습니다.

고의 접속 해제로 인해 세트 득실을 차감 당한 팀은 지난 시즌에도 있었습니다. 진에어 그린윙스는 2016 롤챔스 서머 기간 동안 고의 접속 해제를 세 차례나 반복하며 득실 1점 차감과 '주의' 1회를 받게 됐죠. 타 팀들은 아예 하지 않거나 한다 하더라도 한 번의 실수로 그치는 일인데, 한 팀에서 세 번이나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흔히들 탈주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경기 내 고의 접속 해제는 라이엇 게임즈가 배포한 롤챔스 코리아 공식 규정집 9.1.1.8. 조항에 따라 금지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팬들은 승부가 이미 갈린 시점에서 선수가 실수로 경기를 종료한 것인데 규정 자체가 지나치게 엄격하지 않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해당 조항에 대해 라이엇 게임즈 관계자는 "승부가 이미 갈렸다고 하지만 정식 경기가 완전히 종료된 것이 아니므로, 고의로 접속을 해제한 선수는 경기 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탈주는 공식적인 리그에서 경기 시간을 엄수하지 않은 셈이기 때문에 충분한 징계 사유가 된다는 것입니다.

▲ OGN 중계 캡처.

경기 기록을 남기지 말아야 하는 스크림에서의 강제 종료 습관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기에 선수들의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정해진 규정을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 페널티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습관적인 실수를 줄이기 위해 대회 서버에도 일반 서버처럼 게임 중 종료를 시도할 때 한 번 더 의사를 묻는 경고 메세지가 표시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마련해주면 고의 접속 해제에 대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규 시즌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이번 스프링 스플릿 동안 규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아쉬운 득실 차감은 삼성과 아프리카의 경우뿐만이 아닙니다. 롱주는 지난 2일 김상수 코치와 결별한 롱주가 김정수 코치를 투입하면서 로스터 제출 기한을 초과하게 됐습니다. 규정상 팀들은 매 라운드 시작 10일 전까지 최소 5인, 최대 10인의 참가 선수 명단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주의'에 해당하는 페널티를 받았죠.

문제는 그 전에 받았던 '주의' 1회였습니다. 롱주는 1월 17일과 25일 공지된 경기장 도착 시간을 엄수하지 않아 지각으로 인한 '구두 주의'를 두 차례나 받았고, '구두 주의' 누적 2회로 이미 '주의' 1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로스터 기한 초과로 인한 '주의'는 결국 세트 득실 -1점이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롱주 역시 포스트 시즌으로 향하는 5부 능선을 넘기 위해 승점 1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지각이라는 실수로 인한 승점 차감은 정말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사소하지만 굉장히 기본적인 규칙들을 놓쳐 순위 변동이나 패배 같은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진다면 팀은 물론 지켜보는 팬들의 입장에서도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겠죠. 큰 예로 타 종목이지만 지난 2015년에 있었던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프로팀 ST요이의 실격패를 들 수 있겠습니다. 폭설로 인해 경기 시간을 엄수하지 못한 ST요이는 스타2 프로리그 1라운드 준플레이오프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실격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e스포츠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정식 스포츠 종목과 견줄만한 규모를 갖춰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e스포츠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프로 선수들에게는 프로 의식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승패가 명확한 경기라 해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 그라운드나 코트를 떠나는 선수는 없죠. 경기의 시작과 종료 시간을 지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자신의 팀을 위해서든 팬들을 위해서든 스스로를 위해서든, 프로 선수들이 규정의 중요성을 확실히 하고 보다 성숙한 경기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주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