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가 끝났고,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스프링 시즌 대단원의 막을 내릴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삼성 갤럭시와 kt 롤스터의 대결에서는 예상을 벗어나는 kt 롤스터의 압도적 승리가 나왔다. 이 경기에서 핵심이었던 것은 kt 롤스터의 봇 라인 집중 밴픽이었다.

정말 예상외의 밴이었다. 애쉬, 바루스를 나눠 가지거나, 하나를 밴하고 가져가는 식이 아닌. 원거리 딜러 집중 밴을 통해 봇 라인의 주도권을 잡았다. 루시안은 케이틀린을 상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러한 kt 롤스터의 원거리 딜러 집중 밴이 결승전에서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을까?

물론, '뱅' 배준식은 못하는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 없는 선수다. '스티치' 이승주가 '데프트' 김혁규의 징크스를 상대로 선전했던 칼리스타를 그 누구보다 잘한다. 그렇다고 애쉬, 바루스, 이즈리얼이 밴이 안 나온다는 소린 아니다. '뱅'의 유틸리티 원거리 딜러 이해도는 극에 달했기에 차라리 '데프트'가 선호하고, 잘하는 캐리형 원거리 딜러 메타를 강제하는 것도 kt 롤스터 입장에서는 고려해볼 만한 방법이다. 하지만 완성도가 아직 부족하다.

'데프트'는 승리 후, 단체 인터뷰에서 "칼리스타를 상대로 연습에서 만나 본 적도 없고, 징크스는 그리 좋지 않은 픽인 거 같다"라고 말했다. 원거리 딜러 집중 밴 후, 케이틀린을 가져가는 전략은 아주 좋았지만 케이틀린을 삼성이 밴하는 것까진 생각을 못 했던 거다. SKT T1이 삼성처럼 원거리 딜러 밴으로 맞불을 놔버린다면, 다시 하위 티어 원거리 딜러를 뽑아야 한다. kt와 삼성의 경기처럼 원거리 딜러 중심의 밴픽 구도가 형성된다면 어떤 원거리 챔피언들이 나올까? 2017 롤챔스 스프링을 기준으로 밴,픽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픽이란 단서를 붙였을 때, 등장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챔피언은 몇 되지 않았다.


■ 밴픽에서 머리가 좀 아플 거다! 원딜 케넨


3티어 픽만 남는다고 가정했을 때, 원거리 딜러 케넨은 꽤 메리트가 있는 픽이다. 원거리 딜러들의 입지를 상승시켜준 '몰락한 왕의검'과 잘 어울리며, 한타에서는 CC기로 상대 딜러진에게 일방적인 공격이나, 브루저들의 움직임을 제약시키며 프리딜을 퍼부을 수도 있다. 6레벨 이전에는 라인 푸쉬력이 그리 좋지 않고, 팔도 짧아 라인전이 힘들지만 '날카로운 소용돌이'를 배우는 6레벨부터는 상대 원거리 딜러를 위협할 수도, 갱킹에 호응할 수도 있는 좋은 픽이다. 밴픽 단계에서 상대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

'레클레스'가 보여준 '몰락한 왕의검-루난의 허리케인-얼어붙은 망치' 트리를 올릴 경우 원거리 딜러간의 1:1 구도에서 상대를 끊임없이 위협하며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픽이다. 소규모 난전 단계에서의 활약도 준수하고, 프나틱이 H2K를 상대로 보여줬듯 쉔과 함께 사용한다면 다이브도 높은 확률로 성공할 수 있다. 물론, 단점도 명확하다. 포블이 중요한 지금 초반 라인전이 약하다. 또 중후반 탱커 녹이기 싸움에서 화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사거리가 짧아 점멸이 없을 때, 힘이 빠지는 편이다.


■ 후반가면 내가 최고지! 원거리 딜러 중 유일하게 광역 폭딜 자격증 보유자 트위치


삼성은 kt를 상대로 케이틀린에 이어 코그모까지 밴해 징크스, 칼리스타 구도가 나왔으나 트위치도 충분히 등장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위치 역시 '몰락한 왕의검'과 잘 어울리는 픽이다. 라인전이 크게 약하지도 않다. 최상위급 원거리 딜러처럼 푸쉬력이 강력한 것도 아니고, 유틸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그 어떤 챔피언보다 후반 캐리력은 뛰어나다. 비등하게 성장했을 때, 트위치만큼 한타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원거리 딜러는 없다.

트위치의 후반 캐리력은 솔로 랭크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30분 이상 게임을 기준으로 트위치의 승률은 독보적인 1위였다. 35분, 40분 이후로도 마찬가지였다. 또, 티어가 상승할 수록 트위치의 승률도 올랐는데, '위장'으로 포지셔닝과 변수 창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챔피언의 성능 차이가 난다는 평가를 받기에 발생한 통계로 보인다. 단점은 케넨과 비슷하게 '루난의 허리케인' 이전의 라인 푸쉬력이 좋지 않고, 케넨과 달리 CC기도 없어 다이브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그래도 개중에는 가장 등장 확률이 높을 것 같은 픽이다.


■ 포블이 중요해? 푸쉬력하면 밴들 시티의 특등 사수 트리스타나!


포블 메타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라인 푸쉬력이다. 미드, 정글이 주도권을 잡았을 때, 스노우 볼을 굴리는 가장 정석적인 방법인 봇 다이브. 그것을 리스크 없이 하려면 미니언을 상대 쪽으로 밀어 넣는 라인 클리어 능력이 중요하다. 여기에 있어 트리스타나는 최고 수준의 능력을 갖췄다. 후반 캐리력도 준수하고, '로켓 점프'라는 생존기도 장착하고 있다. 궁극기인 '대구경 탄환'은 또 하나의 생존기다. 서포터의 보호를 받는 18레벨 기준 669의 사거리를 가진 트리스타나는 정말 잡아내기 까다로운 원거리 딜러다. 장점만 놓고 보면 좋은 데 왜 쓰지 않을까? 치명적인 단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시비르와 비슷하다. 라인 푸쉬력은 강력하지만, 아이템이 나오기 전 스킬로 딜교환을 하는 구도에서 크게 밀린다. 평타 대미지를 제외한 스킬 대미지가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한 번 주도권을 내줘, 푸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을 때, 아주 무력하다. 라인 푸쉬가 강제되는 챔피언이라, 딜 교환에서 실수가 발생한다면 디나이를 당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레클레스'가 H2K와의 LCS EU 준플레이오프 2세트에서 꺼내 아주 멋진 모습으로 승리한 베인이라는 매력적인 챔피언도 존재하지만, LCK의 틈은 그녀가 구르기엔 너무나도 좁아 배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