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LA에서 열린 롤드컵 선발전 마지막 경기, C9은 CLG에 승리를 따내고 다시 한번 롤드컵 무대에 올랐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줬던 다소 무력했던 경기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스니키'의 비약적인 경기력 상승이 인상적이었다.

롤드컵 진출에 성공한 후, 가장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사람은 '레퍼드' 복한규 감독이지 않았을까. 2013년부터 한 번도 빠짐 없이 롤드컵에 올랐던 팀을 지휘하고 있으니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은 경기가 끝난 후 기자실을 찾아준 복 감독의 이야기다.


오늘 경기 승리로 롤드컵에 진출했다. 소감이 가장 먼저 궁금하다.

정규 시즌도 그렇고 플레이오프 때도 그렇고, 사실 연습 때는 경기력이 좋았다. 하지만, 실제 경기장에서는 준비했던 것을 보여주지 못했고, 원하는 만큼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선수들이 동기부여가 많이 되어 있었다. 롤드컵에도 나가길 원했고, 자신들이 이런 약팀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길 원했다. 선수들이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이번 경기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이 있을까?

'후히' 선수를 집중 공략했다. '후히' 선수가 폼이 많이 올라 있었다. 로밍으로 게임을 잘 풀어가는 선수라, 로밍이 좋은 챔피언을 다 자르고 '젠슨'과 1:1로 라인에 묶어두려고 했다. 전략이 잘 먹혀들어 간 것 같다. 마지막 세트에서는 탈리야를 풀어줬는데, 이유가 있다. 일단 상대가 탑 쉔과 정글 마오카이를 선택해 그쪽으로는 스노우볼을 굴리지 못할 것을 알았다. 그럼 상대가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는 쪽은 봇 뿐인데, 자야와 잔나로 안정적인 픽을 뽑으면 탈리야가 할 게 없을 거로 판단했다.



CLG가 1, 2세트에서 그동안 했던 대로 탑에 잭스 같은 강한 스플릿 푸셔를 기용했다. 예상했던 그림이었을 것 같은데, 스플릿 푸셔로 맞받아치는 것이 아닌 탱커로 버티는 것을 선택했다. 이유가 있나?

그게... 사실 우리가 스플릿 챔피언을 하다가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했다(웃음). 우리 팀 스타일에는 탱커가 조금 더 좋은 것 같다.


3세트부터는 CLG도 탑에 탱커를 세웠다. 경기 들어가기 전에 선수들에게 어떤 주문을 했나?

3세트 들어갈 때, 상대팀에서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아직 우리는 모르는 상태니까, 대처를 잘 해보자라고 말했다. 상대의 마오카이 1픽이 살짝 의아하긴 했었는데, 그것이 잘 먹혀들어 패배했던 것 같다.


4세트 초반, '임팩트' 정언영이 상대의 첫 블루 버프를 스틸했다. 바로 승리를 직감했을 것 같은데 어땠나?

그때 이길 거라고 직감했었는데, '컨트랙즈'가 상대 레드 진영에서 특별한 소득을 거두지 못해 뭔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 '컨트랙즈'가 렉사이로 용사를 가는 선택을 했다. 내가 가라고 하긴 했지만, 되게 안 좋아 보이더라(웃음). 힘들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잘 이기더라.


렉사이가 용사를 선택하면 빠르게 스노우볼을 굴려야만 한다는 압박이 생긴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아이템 선택인데, 왜 그런 주문을 했는지?

우리 조합이 후반에 되게 단단했다. 탑에 갈리오도 있고, 미드에 오리아나, 자야, 잔나까지. 렉사이가 후반을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렉사이만 강하게 초반에 치고 나가주면, 다른 라인이 편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렉사이가 딱히 한 건 없었다(웃음).



'스니키' 선수의 활약이 대단했다. 정규 시즌이나 플레이오프와 비교하면 확연히 두드러지는 활약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연습량을 비약적으로 늘렸다거나?

'스니키'가 현재 굉장히 동기부여가 잘되어 있는 상태다. 쉽게 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경기들에 쉽게 패배하면서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큰 변화가 있었다. 특히, '스니키'가 그렇다. 그런 차이에서 오는 경기력 상승이 아닐까 싶다.


실전 경기에서 경기력이 안 나왔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감독으로서 어떻게 판단하는지?

우리가 연습 경기 때는 굉장히 난타전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대회에서는 상대가 잘 사리기도 하고, 우리도 조금 애매하다 싶으면 싸움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식으로 게임이 느리게 진행되다 보니, 선수들이 해답을 잘 못 찾는 경우가 많았다.

웬만하면 실전에서도 우리 스타일대로 빠르게 경기를 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느린 경기에서도 갈피를 잡을 수 있게 연습하고 있다. 오늘 경기에서 준비한 게 잘 드러난 것 같다.


오늘(10일) 바로 한국에 간다고 들었는데, 비행기를 표를 미리 사둘 만큼 자신감이 있었나?

패배하면 그냥 취소하면 되니까... 뭐(웃음).



한국 전지훈련 스케쥴은 잡혀 있는 상태인가?

작년에는 건틀렛(롤드컵 선발전 3일 연전) 참가 팀들끼리 모여서 스크림을 짜놓고, 건틀렛에서 이긴 팀이 그 스케쥴을 가져갔다. 비행기 티켓까지 걸어 놓고 이긴 팀이 다 가져가는 방식이었다(웃음).

그런데, 올해는 CLG가 한국 전지훈련을 가지 않는다고 해서 스크림을 하나도 잡지 못했다. 아마 한국 가서 스케쥴을 짜야 할 것 같다. 시간이 맞는 팀과 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전지훈련에서 스크림을 해보고 싶은 팀이 있나?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생각되는 팀이 있는지?

여러 팀이 있다. 롱주, 삼성, SKT 모두 다 해보고 싶은데, 사실 우리가 와일드카드 팀 입장이라서... 2등으로만 올라갔어도 괜찮았을 텐데 상황을 한번 봐야 할 것 같다.


그동안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많이 갔는데, 도움이 된다고 느꼈나?

갈 때마다 강해진다. 여러 강팀을 만나보고, 여러 가지 스타일도 겪어보면서 많이 배운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떤 부분이 장점인지 점검도 해본다. 한국 전지훈련은 항상 도움이 많이 된다.


23일에 열리는 플레이-인-스테이지부터 경기에 나선다. 빡빡한 일정인데, 걱정이 되지 않나?

내가 플레이-인-스테이지 현장에 없을 확률이 높다. 원래는 여권을 연장하러 한국에 들어갔어야 했다. 그래야 중국 비자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마침 이 친구들(C9 선수들)이 스크림에서 죽을 쑤고 있었다. 비자가 먼저인지, 롤드컵 진출이 먼저인지 고민을 했는데 역시 롤드컵 진출이 먼저라 판단해 한국에 가지 않았다. 다행히 롤드컵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이제 비자가 문제다(웃음). 들어가자마자 여권을 연장하고 비자 신청을 해야 한다. 내가 플레이-인-스테이지 현장에 없다는 게 가장 걱정된다.

※복한규 감독은 인벤 글로벌에 인터뷰 기사가 출고(현지 시각으로 11일)된 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인터뷰 당시에는 비자 문제가 걱정됐으나, 현재는 잘 해결되어 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 '레퍼드' 복한규 감독 트위터 캡쳐




플레이-인-스테이지에 어떤 팀이 올라와 있는지 알고 있나? 어떤 팀이 위협적일 거라고 생각하는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모든 팀들이 다 위협적이다. 우리는 NA LCS에서 5, 6등으로 플레이오프를 마무리하고 마지막 시드로 롤드컵에 진출한 팀이다. 물론 다른 지역도 우리처럼 3번 시드로 진출한 팀도 있다. 하지만, 지역 최강팀들이 다수 올라와 있어서 되게 힘들 것 같다. 되게.


선수들 동기부여를 위해 하는 말은 아닌가(웃음)?

진짜다. 정말로(웃음).


한국팀의 강세를 점치고 있나?

한국의 강세는 여전할 것 같다. 하지만, 리프트 라이벌스에서 보여줬듯이 다른 지역도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할 것이다.


한국에 들어가면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없는지?

오늘 바로 전지훈련을 간다고 하지 않았나(웃음). 그만큼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 하루 16시간 쉴 새 없이 연습하고 또 분석도 해야 한다. 연말만 되면 담배를 다시 태우고, 연초에는 끊는데 다 이유가 있다(웃음).


이번 롤드컵 목표가 있다면?

오늘 이겼던 이유는 정말 지기 싫다는 마음이 강해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열심히 준비했던 것을 보여주지 못한 억울함이 컸다. 그런 마음가짐을 롤드컵에서도 보여줬으면 한다. 분명 롤드컵에서 우리가 최고의 팀은 아닐 거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 끝까지 이기려고 노력하고, 강한 팀이 있으면 발목이라도 잡아보려고 하는 팀이 됐으면 한다.

그렇지만... 목표는 항상 4강 이상이다. 높을수록 좋으니까(웃음).



수고해준 소속 선수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연습하고 준비한 것들을 보여준 것 같아 조금은 만족스럽다. 하지만, 롤드컵에 가면 처음부터 암 걸릴 거다(웃음). 약한 팀도 없을 거고, 환경도 원하는 것만큼은 좋지 않을 거다. 연습도 아마 내가 없이 해야 할 거다. 열악한 환경일 건데, 다 뚫고 올라가서 우리의 경기를 보여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궁금하다. 만약 비자가 늦게 나와 플레이-인-스테이지에 가지 못하면, 연락은 어떤식으로 취할 계획인가?

중국이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중국에서는 유튜브도 안되고, 이것저것 제한적인 게 많아서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겠다. 라이엇과 얘기를 해봐야 한다. 비자가 빨리 나오는 게 최선이다(웃음). '파파스미디'한테 물어봤는데, 그 친구는 비자를 하루 만에 받았다고 하더라. 혹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