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락스 타이거즈에게 끔찍한 해였습니다. 비록 멤버는 다를지 몰라도 SKT T1에 필적했던 게임단이 선수단 교체로 최하위권까지 추락했으니까요. 사실 멤버 면면을 봤을 때, 이토록 부진할 거라는 예상은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하위권에 머물거라는 의견은 많았으나,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무너질 줄은 몰랐기 때문이죠.

락스 타이거즈는 지난 시즌 아쉬운 성적과 비시즌 영입전에서도 한발 물러서면서 2018시즌에도 찬바람을 맞게 됐습니다. 그래도 냉정한 평가 속에서 '상윤' 권상윤은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팀의 맏형이자 에이스 역할을 맡은 권상윤의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당연하면서도 멋들어진 목표를 세웠습니다. 지금 멤버들과 함께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 그리고 한계에 부딪혀도 강현종 감독의 말처럼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는 것. 이번 인터뷰 속에서 권상윤의 유쾌함과 긍정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Q. 이제 곧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지내셨어요?

프로게이머의 인생이라는 것이 특별할 게 없는 것 같아요. 계속 스크림하면서 자고, 밥 먹고 연습에 매진했어요(웃음). 전에는 팀원들이랑 보드게임을 마니아처럼 했는데, 이제는 질려서 다들 안 하는 분위기예요. 스키장이나 일본 여행을 가려고 하면 뭐가 그리들 다른 약속이 생기는지......그렇게 시간을 보내니까 벌써 개막을 앞두고 있네요.


Q. 지난 시즌 락스 타이거즈의 '청년 가장' 소리를 들었어요.

지난 시즌은 그냥 팀 자체가 욕을 많이 먹은 해였어요. 팀이 졌는데 저라고 잘했을까요. 겨우 승강전을 탈출했기 때문에 당연히 만족은 못 하고, 그저 아쉬움이 크죠. 그래도 과거에 연연하기보다 지금 당장과 미래를 기대하려고요. 그게 마음 편하잖아요.


Q. 당시에는 분위기가 안 좋았겠지만, 새 시즌을 앞두고는 어떤 분위기인가요?

아프리카 프릭스 때는 (전)익수를 중심으로 시끌벅적했는데, 락스 타이거즈에서는 그 역할을 (윤)성환이가 맡고 있어요. 워낙 하이톤이라 소리를 지르면 엄청 시끄러워요(웃음).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업된 분위기가 마냥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승리 직전에 환호하면 함께 기쁘지만, 경기가 한창 진행 중에 흥분을 해버리면 결과적으로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고요. 점차 경력과 나이가 쌓여서 그런가요? 부족한 부분이 자꾸 신경 쓰이네요.


Q. 그런데 계속 패하다 보면 오히려 그렇게 한 번씩 분위기를 띄우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아무리 중간에 분위기를 띄우고, 어떤 이유를 가져다 붙여도 그냥 패배하면 분위기가 안 좋아져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께서는 못하는 건 인정하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고 준비하자 하셨죠. 사실 저는 한 번 자고 나면 깔끔하게 스트레스를 지워요(웃음).


Q. 많이 패하다 보면 팀원들 간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멘탈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나요?

패배 자체가 멘탈을 나가게 하는 요소에요. 팀원들끼리 서로의 부족한 부분에 불만족스럽고 다툴 수도 있어요. 그런데 결국, 승리하면 해소될 문제거든요. 오히려 패배하고 안 싸우는 게 이상한 거죠. 그래서 저는 승리하기 위해 서로의 이야기를 터놓고, 듣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락스 타이거즈의 성적이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무엇을 못 한다기 보다 특출나게 잘하는 부분이 없어요. 한타나 운영 아니면 라인전 등 다른 팀에 비해 앞선다고 말하기 어려워요. 최근 (이)성혁이가 팀에 들어왔으니까 호흡을 맞추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이번 시즌에 강등권이라는 예상이 많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기억에는 지난해에도 강등권이라는 예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의견들에 대해 제가 어떤 생각이나 말을 해도 바뀔 게 없잖아요. 남들의 평가가 그렇다면 맞고 틀리고의 문제를 떠나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준비해야죠. 그래도 제 개인적으로는 강등권에 갈 것 같지 않아요. 상위 네 팀을 제외하면 5위까지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Q. 그럼 본인이 생각하는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현실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게 1차 목표에요. 꿈은 큰 게 좋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작은 것부터 착실히 갖춰야 할 것 같아요. 물론, 포스트시즌 자체가 쉬운 도전은 아니어도 프로게이머라면 당연히 이뤄야 할 최소한의 목표는 가지고 있어야죠.


Q. 그러기 위해서는 연습이 중요할 텐데,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솔직히 잘 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최근에 연습에서 많이 졌거든요. 강팀들이랑 하면서 격차가 크다 느껴서 아직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그리고 피드백이란 게 끝이 없거든요. 팀원들과 어떤 플레이를 하기 위해 약속을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사항을 서로 맞춰야 해요.


Q. 어떤 라인이든 치열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팀들 모두 강력한 바텀 듀오를 보유하고 있어요.

저는 봇 듀오 간 싸움에서 밀린다 생각하지 않아요. 바텀 라인은 진짜 약한 팀이 없거든요. 누가 더 잘한다고 생각하기 전에 그냥 제가 잘하는 수밖에 없어요. 이제는 하나만 삐끗하면 스노우 볼이 너무 많이 구르니까 정말 잘 준비해야 해요.


Q. 혹시 맞대결을 기대하는 선수가 있나요?

'프레이' 김종인 선수와 친분이 없지 않아 있는데......일단 라페스타에서 오프라인으로 맞대결 한판 하죠. 그리고 협곡에서 최종 대결도 기대하겠습니다. 도전장은 제가 따로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겠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관심종자라서요(웃음).



Q. 최근 베인 같은 챔피언들이 승률이 높은데, 원거리 딜러의 구도에 대해 듣고 싶어요.

베인이 승률이 좋아진 이유는 근접 서포터들이 많이 등장한 게 영향이 크거든요. 베인을 견제하는 서포터가 자주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성장하기 수월해졌죠. 그리고 원거리 딜러와 서포터가 '타곤산'을 같이 가서 라인 유지력을 높아졌어요. 그래서 후반에 강력함을 보여줄 수 있는 트리스타나, 베인, 코그모 등이 등장하는 추세에요.

반대로 그것을 무너뜨리기 위해 바루스가 나오기도 해요. 이즈리얼은 다른 의미로 좋은 건데, 베인으로 맞상대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구도를 굳이 만들고 싶지 않아요. 이즈리얼이 할 수 있는 게 더 많거든요. 리스크도 더 적고요.


Q. 그렇다면 다른 라인은 어떤 분위기에요?

탑은 주도권 싸움이 매우 중요해 '칼과 칼'의 대결이에요. 그래서 상성이 매우 중요하기도 하고요. 이제 팀 전체로 따지면 탑과 밀접한 정글 차이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Q. 지난해에 명강의로 호평을 받았잖아요. 짧게나마 원거리 딜러 강의를 해주신다면요?

현재 솔로 랭크에서는 칼리스타가 좋아요. 너무 제 티어 기준이었나요(웃음). 칼리스타를 잡으면 8할 정도는 이기는데......하위 티어에서는 구인수 바루스로 상대 듀오를 터뜨리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베인과 이즈리얼을 좋아하는 유저들이 많잖아요.

정말 당연한 건데, 이즈리얼은 Q 스킬을 맞추는 게 핵심이에요. 무턱대고 앞으로 '비전 이동'을 사용하시면 당연히 질 수밖에 없어요. 미니언을 잡으면서 Q를 사용하거나 미니언 사이로 스킬을 써보세요. 앞으로 '비전 이동'을 사용할 때는 상대 CC 스킬이 없어야 하고, 사용하는 근거가 있어야 해요. 만약 그런 계산이 안 된다면 최대한 아끼세요.

베인은 융통성 있게 스킬을 활용해야 하는데, 원래 상대에게 한 대 맞으면 앞 '구르기'를 통해 한 대를 더 때려서 딜 교환에 우위를 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세 대 맞고 한 대 때리시더라고요(웃음). 항상 이동 스킬은 신중하고, 정확한 계산이 있어야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점 유의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Q. 다시 팀 얘기로 돌아가서 '린다랑' 허만흥과 '성환' 윤성환에 대한 팬들의 걱정이 큰 편이에요.

분명히 성공을 거둔 다른 선수들보다 발전이 빠르지는 않아요. 하지만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고, 천천히 발전도 이루고 있어요. 두 선수만 경력을 쌓아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좋은 성과를 내기란 어려워요. 저는 같은 팀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믿고, 팬분들 역시 믿고 응원해주시면 두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Q. 평소에 동생들이 많이 의지하나요?

완전 저만 바라보는 건 아니지만, 저한테 어느 정도는 의지하죠. 그럴 때마다 동생들한테 속 편하게 살라고 말해요. 안 되는 것을 억지로 생각하면 스트레스만 받잖아요. 항상 지금과 다음을 생각하는 게 좋다고 하죠.


Q. 새로 합류한 '엠퍼러' 김진현 코치는 어때요?

김진현 코치님이 원거리 딜러 출신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진짜 큰 도움을 받았어요. 아마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고, 확실히 저희만의 색깔을 가질 수 있게 됐어요.


Q. 늘 선수들에게 묻는 말이지만, 프로게이머로서 최고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개인 방송으로 이름을 알리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점점 시간이 흐르니까 프로게이머 일에 집중하게 됐고, 지금 와서 솔직히 말하면 당연히 돈이 목표에요. 만약 '우승'과 '엄청난 금액' 중 고르라 하면 전 당연히 돈이에요. 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것처럼 저도 그런 거예요. 저보고 돈 욕심만 많은 돼지라고 비난하실 수 있는데, 어차피 우승하면 명예와 함께 금액적인 부분도 따라오잖아요.


Q.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자주 해준다고 들었는데, 어떤 게 떠오르나요?

감독님께서 저희가 시즌을 치르다 보면 높은 곳을 바라보지 못할 좌절을 느낄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도 늘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됐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해주세요.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다는 뜻 같아요.


Q. 그럼 끝으로 팀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는 지금보다는 우리 모두가 잘해야 하고, 함께 꼭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어요. 그리고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팬분들의 끊임없는 응원에 감사하고, 이번 시즌에는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진짜 마지막으로 전 아프리카 프릭스 팀원들이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안 하고 있거든요. 모두 잘 됐으면 좋겠고,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게 당연히 영민이에요. 아직 어린 동생이고, 승부욕이 정말 강한 친구예요. 해외에서 꾸준히 잘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