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스포츠협회의 도움으로 진행된 터키의 팀 '1907 페네르바체(이하 페네르바체)'와 만나는 자리에선, 익히 터키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즌' 김태일 말고도 반가운 얼굴을 만나볼 수 있었다. 진에어, 롱주를 거쳐 NA LCS의 '디그니타스'에서도 시즌을 보냈던 정글러 '체이서' 이상현이었다.

작년 7월, 인벤은 막 디그니타스에서 나온 이상현과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한동안 쉬면서 솔로 랭크를 돌린 후, 2018년에 다시 팀을 알아보겠다고 말했었다. 당시 그가 LCK로 돌아올 것인지, NA LCS의 다른 팀을 알아볼지 궁금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TCL로 진출을 알린 것이다.

팀원 모두가 모여 진행한 인터뷰가 끝난 후, '체이서' 이상현을 따로 볼 수 있냐고 물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엔 허락된 시간이 짧겠지만,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일테니까.

▲ 1907 페네르바체 '체이서' 이상현


Q. 반년만에 만나는 자리다. 페네르바체로 가는 건 언제 결정한 건가?

팀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12월 초쯤 마음을 정했다. 그리고 12월 15일 경 터키로 향했다.


Q. 더 많은 선택지가 있었을 것 같은데, 터키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일단 월드 챔피언십에 나가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물론 고민도 많이 했다. 한국에서 다시 한 번 뛸 기회가 있었는데, 이 때 한국에서 다시 선수 생활을 하는게 더 나을지 고민했다. 페네르바체는 기존에 TCL에서 1위를 하던 팀이니, 내가 합류한다 해도 뭔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할지 모른다는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국제 무대를 더 경험하고,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 터키를 선택하게 되었다.


Q. 현재 팀원들과 게임을 할 때, 이전과 크게 다른 점이 있나?

아무래도 언어를 섞어 쓰게 되다 보니 아직까진 의사소통이 조금 답답할 때가 있다. 경기적 측면에서 보자면 확실히 한국의 팀들에 비해 터키의 팀들이 팀 게임 측면에서 모자라는게 사실이다. 정확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터키 리그의 경우 외부와 교류할일이 드물고 독자적으로 씬이 성장하다 보니 팀들의 경기 성향이 어느정도 굳어진 것 같았다. 아마 우리 팀이 이번 기회에 확실한 팀 게임 비결을 습득한다면, TCL에서 팀의 입지도 더욱 확실해질 것 같다.


Q. 국제 대회에 대한 욕심을 내는 것 같은데, 다음 시즌이 잘 풀려서 국제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면 붙어보고 싶은 팀이 있나?


진짜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팀과 겨뤄볼 수 있으면 우리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 팀이 아니라면, 나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선수들이 들어간 팀과 싸워 보고 싶다.



Q. 다음 시즌의 TCL에 출전함에 있어 어떤 마음가짐으로 출전할 예정인가?

지난 시즌 디그니타스에서 활동할 때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다. 정확히 말로 설명하긴 힘들다. 보다 여유있는 자세라고 해야 하나. 한국에서 뛸 때는 그렇지 못했는데, NA에서 시즌을 보내면서 리그에 임하는 마인드가 변했다. 지금은 굉장히 자신감에 차 있는 상태다.


Q. NA에서 한 시즌을 보냈고, 짧게나마 터키에도 있었는데, 생활을 간단히 비교해 보면 어떤가?

아직까지는 NA에서의 생활이 더 만족스러웠다고 느끼지만, 그건 내가 아직 터키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찾아보면 일상의 만족을 가져올 것들을 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간단히 이스탄불을 돌 수도 있고 말이다. 근데 아직은 간판 읽는 것도 잘 안되다 보니 불편함이 없잖아 있다.


Q. 지난 시즌을 보냈던 '디그니타스'가 2017년을 끝으로 NA LCS에서 방출되었다.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솔직히 말한다면 어느정도 예상을 하긴 했다. 딱히 말할 수는 없지만, 여러모로 좋지 못한 일들이 많았던 팀이니 말이다. 프렌차이즈 시드권을 따낼 자금은 충분한 팀이었지만, 여러 점에서 걱정되는 것들이 많았다.



Q. 터키 생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현지 분위기라던가, 일상 생활이라던가 말이다.

일단, 12월임에도 날씨는 한국의 가을 날씨 정도다. 덥지 않고 선선하다. 솔로 랭크의 경우 터키의 솔로 랭크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꽤 수준이 낮은 편인데,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터키의 프로 선수들은 대부분 EU 서버에서 솔로 랭크를 돌리기 때문이다. 거리가 꽤 있는 편이지만, 핑은 40대 정도로 그럭저럭 할만한 정도다. NA에서 솔로랭크를 돌릴 때도 50정도는 나왔으니, 크게 차이가 없다.

게이밍 하우스는 3층 건물을 쓰는데, 2, 3층에 개인 방이 있고 마찬가지로 3층에는 연습실이 있다. 1층은 식당을 비롯한 공동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 팀 하우스는 이스탄불 안에 위치하는데, 생활은 꽤 쾌적한 편이다.

음식으로 넘어가면 처음에는 다소 실망했다. 단체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난 채소보다는 고기를 선호하는 편인데 터키 음식은 채소의 비중이 꽤 컸기 때문이다. '프로즌' 김태일 선수가 음식을 굉장히 많이 알려주고, 계속 맛있는 것들을 추천해줘서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문제는 그 형(김태일 선수)이 맛없는 음식도 워낙 맛있게 잘 먹는 편이라 조금씩 믿음이 없어지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일부러 널리 알려진 음식 위주로 익히는 중이다. 케밥 피자(?) 같은 음식들 말이다.

의외로 멀리 있는 나라임에도, 한국에 대한 향수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뭐 내가 여유 시간에 한국 드라마를 본다거나, 방송을 보는 식으로 늘 문화를 접하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

▲ '프로즌' 김태일과 '체이서' 이상현


Q. 이번 부트캠프에서 한국 팀들과 스크림을 해 봤을 텐데, 경기를 뛰어 보니 어떤가?

솔직히 말하면 경기 결과가 그리 좋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들 발전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팀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은 훈련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터키 현지 선수들 말로는 라인전의 대결 양상이나 아이템 트리 면에서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


Q. 매년 많은 팀들이 한국에 부트캠프를 온다. 개인적으로 이 부트캠프가 실제로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개인차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자극이 될 것이고, 팀에는 새로운 전술과 전략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기분이 들 거다. 뭐 이건 선수의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무조건 '해야 한다'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게다가 지금의 한국 팀은 로스터 변동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꽤 많은 부분이 바뀌었던 지난 부트캠프 시즌보다 훨씬 단단한 상태다. 우리 팀원중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선수가 없길 바라는 마음이다.


Q. 지금껏 활약해온만큼, '체이서' 이상현의 활약을 기대하는 게이머들도 이제 적지 않다. 앞으로 어떤 활약을 하고 싶은지 짧게 들어볼 수 있나?

아무래도 내 모습을 보여드리려면 TCL만 뛰어서는 힘들 것 같고, 국제 무대에 진출 해야 뭐라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일단 MSI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 하고, 국제 무대에서 다른 강팀들과의 격차를 줄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이제 TCL의 팀들이 '체이서' 이상현을 상대로 만나게 될 것인데,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뭐라고 하면 되는 건가?(웃음) 도발? 각오? 음... 이렇게 말하면 될 것 같다. "당신들의 라인전은 1:1이 아니다. 언제나 등 뒤에 내가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