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솔로랭크뿐만 아니라 LCK도 비상이다. 최근 '마타'(마스터 이-타릭) 조합이 솔로 랭크를 강타하면서 EU 메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제는 봇 라인에 브루저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렐리아를 필두로 야스오 그리고 블라디미르 등 주로 탑이나 미드에서 볼 수 있던 챔피언들이 봇으로 위치를 옮겼다. 이런 상황을 두고, 몇몇 프로게이머들은 원거리 딜러라는 포지션이 사라졌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혼돈의 메타다. 일명 봇 파괴 조합이 성행하는 가운데, 정글러와 미드 라인에도 카서스-누누 조합 등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간혹 미드 브라움이 등장하기도 한다. 한 게임단의 코칭스태프는 "탑을 제외한 다른 라인에 어떤 챔피언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라고 표현했다.

최근 정글 패치로 바위게의 중요도가 매우 높아졌다. 과거에는 시야를 확보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이제는 많은 양의 경험치를 제공한다. 정글러 간의 성장 격차를 만들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오브젝트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드, 봇 듀오의 초중반 합류와 성능이 뛰어난 챔피언들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각 게임단은 메타 적응과 함께 새로운 조합을 연구하고 있다.


3대장 - 이렐리아, 야스오, 블라디미르
그들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 프로게이이머들이 꼽은 봇 파괴 3대장.


지금과 같은 춘추전국시대에 프로게임단들이 꼽은 가장 강력한 챔피언은 이렐리아, 야스오, 블라디미르다. 이렐리아는 주로 탑, 미드에 사용된다. 상대를 기절시킬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으며, 접근도 용이하다. 초중반에 매우 강력해 상대 원거리 딜러의 견제 속에서도 CS를 수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리고 각이 보이는 경우에는 재빨리 접근해 킬을 만들기도 수월하다.

야스오는 상대에게 접근하는 과정에 조건이 따르지만, 버티기에는 더 편하다. 라인을 당겨 '바람의 장막'을 이용해 미니언을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치고 빠지는게 가능해 상대와 적절한 딜 교환이 가능하다. 여기에 알리스타 혹은 노틸러스같이 강력한 군중 제어 기술을 가진 파트너를 만난다면 금상첨화다.

앞선 이들과 조금 다른 개념인 블라디미르는 라인 유지력과 강력한 대미지가 최대 강점이다. 상대의 견제를 고스란히 맞아야 하지만,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스킬이 있어 원거리 딜러들의 공격을 받아내기 좋다. 그리고 아이템이 나온 순간, 전세가 뒤집힌다. '마법공학 초기형 벨트-01'를 갖춘 블라디미르는 상대 원거리 딜러보다 압도적인 파괴력을 선보인다.

프로게임단이 이들을 1티어로 분류한 이유는 어느 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들 간의 승부에서는 카운터가 매우 중요한데, 위 세 챔피언은 그런 상황을 피해갈 수 있다. 게다가 후반에도 매우 강력하다는 공통점도 지녔다. 여기에 최근 원거리 딜러들이 기본 스펙이 하향됐고, 치명타 아이템마저 패치가 이뤄져 봇 라인에서 더욱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혼종들의 싸움, 무엇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조합의 비결은 스킬 연계와 초중반의 성능


▲ 활발하게 연구 중인 카서스와 누누.


이제는 카운터조차도 쉽게 볼 수 없는 챔피언들이 다수다. 앞서 언급한 '마타' 조합의 카운터로 미드 피들스틱 같은 챔피언들이 선택받았다. 이후 각 프로게임단은 미드 브라움-정글 루시안으로 후반까지 생각하는 조합을 꺼냈다. 이에 카서스-누누도 함께 떠올랐다. 누누는 카서스에게 경험치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성장을 도울 수 있고, 오브젝트 싸움에도 탁월한 성능을 가졌다.

봇 라인은 더욱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현재 프로게임단들은 야스오를 상대로 볼리베어를 선호한다. 기본 스펙부터 스킬 구성까지 야스오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웨인-그라가스의 조합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라가스의 '배치기'와 스웨인의 '속박명령'의 연계로 예상하기 어려운 대미지를 뿜어낸다.

과거 탑과 정글 조합으로 사랑받았던 다리우스-쉔도 봇 듀오로 부활했다. 다리우스의 '포획'과 쉔의 '그림자 돌진'이 조합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라인전이 강력하면서 드래곤을 아군으로 이용하는 모데카이저, 야스오-알리스타의 돌진을 저지할 수 있는 베이가 서포터도 사용된다. 결과적으로 이런 챔피언들은 스킬 연계와 시너지 그리고 초중반이 강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프로게임단들의 코칭스태프들은 "무엇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한 코치는 "원거리 딜러들이 워낙 약하기 때문에 2:2 싸움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조합이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에서도 다양한 챔피언 조합이 연구되고 있다.

국내 감독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한 게임단의 감독은 "그래도 아직 모른다. 어떤 팀은 정통 봇 듀오를 선택했을 때 더 승률이 높다"며, 각 팀마다 어떻게 메타를 해석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반대로 우리 팀은 원거리 딜러의 피지컬이 뛰어나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봇 파괴와 바위게를 지배하는 팀이 승리한다
시험대에 오른 원거리 딜러들


▲ 현재 프로게이머들에게 가장 중요한 오브젝트인 바위게.


지금의 메타에 여러 프로게임단은 다양한 반응이다. 한 코칭스태프는 "잠깐은 재미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조차도 고착회되면 재미있겠냐는 의문이 든다"며, 회의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재미있는 현상이다. 아직 우리 선수들이 숙련도가 떨어지지만, 나쁘지는 않다"는 다른 의견도 존재했다.

코칭스태프의 의견이 엇갈리듯이 선수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고스트' 장용준의 경우, '한' 최현우와 듀오 중 "하루 만에 내 직장이 사라졌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외에도 몇몇 선수들은 "지금 같은 변화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원거리 딜러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관계자들의 코멘트도 엿들을 수 있었다. 한 관계자는 "LCK를 기다리는 팬분들은 더욱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할 것이다. 챔피언 조합만이 아닌, 결과조차도 예상할 수 없는 메타다"라며, "강팀과 약팀의 경계선이 애매해졌다. 우승을 노리던 기존 강팀들은 더욱 긴장해야 한다"며, 원거리 딜러 포지션의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더욱 많은 것을 수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내일부터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스플릿이 개막한다. 누군가는 지금 메타를 즐거워하지만, 또 다른 이는 거부반응을 보인다. 각 프로게임단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누가 더 좋은 조합으로 봇 라인을 파괴할지 그리고 어떤 정글-미드가 바위게를 정복할지 지금까지 연구한 결과를 보여줄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