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LoL KeSPA컵이 그리핀의 무실세트 우승으로 끝났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던 이적 시즌이 끝나고 열린 첫 공식 대회였다. 대규모 리빌딩을 거친 LCK 팀들과 챌린저스 코리아 팀들, 그리고 아마추어 팀들까지 모두 나서 명장면을 많이 연출했다.

프리 시즌 패치 버전으로 진행된 첫 공식 대회이기도 했다. 최근 메타에 대한 각 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바뀐 점이 많았던 만큼, 팀들이 어떤 해석을 내놓을지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기 양상은 이전과 엄청난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팀들 대부분은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 좋은 챔피언을 다수 꺼냈지만, 해외팀들처럼 정신없는 난전 양상을 만들지는 않았다.


밴픽 전략
인기 누린 난전에 좋은 챔피언들


라이엇게임즈의 패치는 계속 '난전'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포탑 방패를 만들어 라인전을 이긴 쪽에서 골드 격차를 벌리기 쉽게 만들어줬다. 대형 오브젝트의 재등장 타이밍을 앞당겨 소위 '드러눕는' 조합이나 운영이 이기기 어렵게 바뀌기도 했다. 불리한 팀에서는 상대 챔피언에 걸린 현상금을 벌어 격차를 확 좁힐 수도 있다. 이 모든 건 '계속 싸우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번 KeSPA컵에 나선 팀들도 싸우는데 능한 챔피언들을 선호했다. 카시오페아, 이렐리아, 아트록스, 루시안, 아칼리가 큰 인기를 누렸다. 초반부터 중반까지 괴력을 발휘하기 좋은 챔피언들. 이들 모두 높은 밴픽률을 대회 내내 자랑했다.


이들의 승률도 전반적으로 좋았다. 카시오페아는 3승 1패, 아트록스는 8승 4패, 루시안은 13승 7패, 아칼리는 9승 3패를 기록했다. 이렐리아는 3승 4패, 카밀은 5승 5패로 기대보단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래도 이들 역시 꽤 자주 등장했다. 그 외에도 제이스와 녹턴, 쓰레쉬, 리 신, 카직스처럼 비슷한 맥락의 챔피언들도 얼굴을 내비쳤다.

조금 더 라인별로 자세하게 선호받은 챔피언을 언급해보자. 먼저, 탑 라인이다. 탑 라인에서는 우르곳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승률은 8승 18패로 매우 저조했다. 오히려 아칼리와 제이스 등 공격적인 챔피언이 높은 승률을 자랑했다. 라인전이 무난하고 한타에서 탱커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우르곳인데, 이번 대회에서 무난한 탑 라인 챔피언은 높은 승률을 자랑하지 못했다.

정글에서도 그리핀의 깜짝 카드였던 세주아니나 '피넛' 한왕호가 좋은 모습을 보였던 자크를 제외하면, 공격적인 챔피언이 대세였다. 리 신과 카직스가 높은 픽률을 자랑했다. 그 뒤로 그라가스와 녹턴, 카밀, 신 짜오 정도가 나왔다. 하나같이 싸움을 좋아하는 챔피언들이다.

미드 라인에서는 생각보다 캐리력을 갖춘 챔피언들이 저조했다. 리산드라와 갈리오 등 수비적이지만 강력한 CC기를 자랑하는 챔피언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결승전에서 활약했던 '초비' 정지훈의 이렐리아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아 자칫 오해할 만한 포인트다. 기대를 모았던 니코는 1승 4패라는 처참한 승률을 보였다.

언제나 쓰이는 챔피언이 많지 않은 원거리 딜러 쪽에서는 이즈리얼과 루시안이 엄청 자주 나왔다. 카이사가 간혹 쓰이긴 했지만, 두 번째로 자주 쓰였던 루시안(20회)보다 딱 절반 정도(10회) 등장했다. 재미있는 건 여전히 비원거리 딜러 챔피언들이 나왔다는 점이다. '바이퍼' 박도현의 카시오페아나 제이스 뿐만 아니라 '퓨리' 이진용의 하이머딩거와 케넨이 등장해 팬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모두 초중반 싸움에 능한 챔피언들이다.

마지막으로 서포터 쪽에서는 탐 켄치와 알리스타, 라칸, 브라움, 쓰레쉬 등 랭크게임에서 1티어로 평가받는 챔피언들이 두루 나왔다. 이들 모두 교전에서 힘을 발휘하기 좋고 변수를 만들어내기 용이한 챔피언들이다. 서포터들의 선택도 초중반 싸움에 좋은 쪽으로 쏠렸다고 볼 수 있다.


경기 내 운영
생각보다 정신없는 난전이 적었다


아직 2018 LoL 월드 챔피언십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하나같이 그때의 '난전' 메타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회 내내 선전했던 중국 팀과 서구권 팀들 모두 난타전 양상의 경기를 자주 선보였다. 이후의 패치 방향도 난전 쪽으로 자리잡힌 만큼, 이번 KeSPA컵에서도 치열하고 정신없는 난타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진흙탕 싸움은 적었다. 여전히 정돈된 상황에서 싸움이 열리는 흐름이 자주 나왔다. 일단 상대가 보이면 싸웠던 해외 팀들의 운영 방식은 보기 힘들었다. 한 쪽이 노림수를 보이고 상대가 이를 받아치거나 흘려내는 장면이 여전히 자주 나왔다.

재미있는 건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대회에서는 난전에 강한 챔피언들이 큰 인기를 누렸다는 점이다. KeSPA컵에 출전한 팀들 중 대부분은 교전 특화 챔피언 조합을 꾸리고도 아무 때나 싸우지 않았다는 것이 인상깊다. 대회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메타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자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어느 한 팀이 상대를 압도하지 않는 한 말이다.

▲ '스플릿 운영' 조합은 이번 대회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한 가지 차이점도 있었다. 이전처럼 LCK식 날개 운영을 하려는 팀들은 대부분 호되게 당했다. 아무래도 양 팀 모두 운영보다는 교전에 특화된 챔피언 조합을 꺼내다 보니, 운영을 하려는 팀은 상대 팀의 저돌적인 돌파에 무너지기 쉬웠다. 정말 지능적이고 이기적으로 운영을 완수한 팀들만 이를 통해 스노우볼을 굴렸다.

정글러들도 갱킹 위주의 움직임 보다는 바위게 컨트롤과 영토 확장에 신경 썼다. 리스크 있는 움직임을 먼저 시도하기 보다는 안정적인 라인 커버와 역갱킹을 먼저 생각하고 움직였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정말 화끈하게 부딪혔다. 그래도 많은 팀이 리스크 있는 플레이는 최대한 지양하려는 듯한 플레이로 대회에 임했다.

시야 싸움도 여전히 팽팽했다. 예전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들이 원하는 상황에서 싸움을 열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움직임이었다는 것이다. 상대의 움직임을 체크해 반대쪽에서 이득을 보려던 기존 시야 싸움과는 어느 정도 궤를 달리했다. 교전이 열릴 것 같은 지역 주변 시야를 꽉 잡으려는 싸움이 더 자주 일어났다. 이것 역시 정신없이 계속 열리는 난전 구도가 열리는 걸 방해하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정돈된 느낌의 한타가 여전히 자주 등장했다.


스프링 스플릿에서는?
의견 갈리는 메타에 대한 해석


이처럼 KeSPA컵에서는 현재 메타에 대한 해석이 끝났다고 보기 힘든, 많은 것이 뒤섞인 형태가 나왔다. 많은 팀이 교전에 용이한 조합을 꺼냈지만, 이들을 활용해 밑도 끝도 없이 싸우지 않고 꽤 정돈된 모양세의 교전을 지향했다. 모든 라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글러의 갱킹도 자주 나오지 않았고, 리스크가 있지만 보상이 확실한 라인전 흐름도 없었다. 그래도 꺼내든 조합의 강점을 살리는 멋진 한타도 여러 번 등장했다.

그렇다면 얼마 후에 개막할 2019 LCK 스프링 스플릿에서는 어떨까. 아직 이번 메타에 대한 확실한 윤곽이 잡히지 않은 만큼, 팀들 마다 저마다의 해석을 내놓을 것이다.

이미 팀들의 의견이 계속 갈리고 있다. 조금만 킬 포인트를 독식해도 많이 쌓이는 현상금 때문에 안정적이고 수비적인 메타가 찾아올거라고 예측하는 코치진도 있다. 반대로 지금보다 훨씬 더 난전이 많이 벌어지고 싸움을 통한 스노우볼이 대세가 될 거라는 분석도 있다. 누군가는 더 느리게, 누군가는 더 빠르게 경기를 운영할 것이다.

아직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KeSPA컵 일정이 종료됐지만,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대규모 패치가 또 발생하지 않는 한, 이번 스프링 스플릿을 통해 LCK를 대표하는 굵직한 메타 분석이 나올 예정이다. 그때까지는 메타에 대한 분석이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