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 vs 우승 후보"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 시즌3의 4강전 구도는 이 한 마디로 짧게 요약할 수 있다.

시즌 초부터 유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엘리먼트 미스틱과 러너웨이는 8강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각각의 상대를 3:0으로 완파, 순조롭게 4강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들의 상대는 언더독으로 평가되는 스톰퀘이크와 WGS 아마먼트(이하 WGS)이다. 스톰퀘이크는 그룹 A에서 러너웨이 다음 자리를 차지한 MVP 스페이스를 3:1로 꺾었고, WGS는 엘리먼트 미스틱-러너웨이와 함께 시즌3의 '3강'으로 평가되었던 GC 부산 WAVE(이하 GC 부산)를 타이 브레이커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4강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제 스톰퀘이크는 엘리먼트 미스틱, WGS는 러너웨이라는 큰 벽에 다시 도전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 스톰퀘이크 vs 엘리먼트 미스틱 - 상대 에이스를 넘어야 희망이 보인다


4강 1경기에서 맞붙게 된 스톰퀘이크와 엘리먼트 미스틱은 이미 그룹 스테이지에서 한 차례 만나본 경험이 있다. 컨텐더스 시즌3 개막 주간에 만난 두 팀의 대결에서는 반 박자 앞선 포커싱과 끈질긴 교전 집중력을 보여준 엘리먼트 미스틱이 3:1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후 엘리먼트 미스틱은 기세를 타고 '3강'으로 꼽혔던 GC 부산을 4:0으로 격파하는 등, 순조롭게 4연승을 거두면서 일찌감치 8강행을 확정 지었으며, 반대로 스톰퀘이크는 엘리먼트 미스틱에 이어 만난 GC 부산에게 패하며 2연패를 하는 좋지 않은 출발을 하게 되었다.

물론 첫 대결 이후 2달가량의 시간이 흘렀으며, 지금의 스톰퀘이크는 2연패 후 4연승(8강전 포함)을 달리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두 팀의 대결을 지난번과 같은 양상으로 흘러갈 거라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시즌 초부터 언급되었던 양 팀의 전력 격차나, 그룹 스테이지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3탱 3힐 중심의 메타가 메인이라는 점, 그리고 8강전에서 보여준 경기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두 팀 중에서 한 팀의 우세를 점쳐보라 한다면 많은 이들이 엘리먼트 미스틱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엘리먼트 미스틱은 상당히 호전적인 팀이며, 그 중심에는 에이스라 할 수 있는 'SP9RK1E' 김영한이 있다. 김영한은 본업인 딜러 역할군의 영웅은 물론, 최근 3탱 3힐 메타의 핵심인 자리야도 능숙한 기량을 뽐내며 현 컨텐더스 시즌3에서 최고의 딜러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8강에서 두 세트 연속으로 둠피스트 위주의 전략을 관철하면서 승리를 따낸 모습은, 팀 전체가 김영한의 피지컬을 신뢰하고 있지 않다면 공식전에서 나올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또, 김영한과 쌍벽을 이루는 딜러인 'XZI' 정기효 또한 젠야타로 인상적인 포커싱을 보이면서 엘리먼트 미스틱의 호전적인 스타일에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이 두 선수가 있는 엘리먼트 미스틱은 사실상 어떤 포커싱 대결에서도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

스톰퀘이크는 'KAISER' 류상훈이 굳건한 가운데 에이스인 'PROPER' 김동현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가 상당히 중요하다. 앞선 MVP 스페이스와의 8강전에서는 김동현의 자리야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면서 더 빠르게 궁극기를 모으고 궁극기 교환비를 계산할 수 있었던 것이 상당히 크게 작용했다. 상대가 올 시즌 최고의 자리야 중 하나로 손꼽히는 김영한이기 때문에, 4강전에서도 8강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이것이 반전의 시초가 될 수 있다.

스톰퀘이크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선수로 디바와 딜러진을 오가며 꾸준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F4ZE' 임재혁이 있다. 현 메타에서 주로 디바로 출전 중인 임재혁은 김동현과 깔끔한 중력자탄-자폭 호흡을 보여주고 있으며, 불리한 궁극기 상황에서 상대의 중력자탄을 흡수해버리는 능력이 발군이다. 중력자탄-자폭 연계가 한타의 코어로 자리매김한 현시점에서, 이것의 균형을 깨버리는데 익숙한 임재혁의 존재는 엘리먼트 미스틱에서도 상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 될 것이다.

포커싱이나 템포 싸움에서 먼저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궁극기 교환 싸움에서는 스톰퀘이크도 엘리먼트 미스틱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종종 '탱커 캐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류상훈이 스톰퀘이크에 있다는 것은 엘리먼트 미스틱에겐 찜찜한, 그리고 스톰퀘이크에겐 믿을 만한 구석이 될 것이다.

다만, 궁극기 교환 싸움에서의 '공평함'은 엘리먼트 미스틱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엘리먼트 미스틱은 비교 우위인 점을 활용할 때도, 공평한 힘 싸움 구도로 갈 때도 모두 할 만한 싸움이기에, 자신들이 원하는 교전 양상을 만들어서 팀 특유의 호전성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러너웨이 vs WGS 아마먼트 - 3탱 메타에서 '탱커 명가'를 넘어라


시즌3 8강에서 최고의 이변을 일으킨 WGS는 또 한 번의 이변을 준비해야 한다. 상대는 시즌3 전승 우승이라는 위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러너웨이다.

이 두 팀 또한 그룹 스테이지에서 같은 조에 편성되어 있었으며, 당시 러너웨이가 WGS를 3:1로 꺾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러너웨이는 2기가 출범되면서 아직 '강호'라는 단어에 의문 부호를 붙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 경기부터 연승을 달리기 시작하면서 이 물음표는 점점 느낌표로 바뀌게 되었고, 지금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이 두 팀의 대결도 러너웨이의 우세를 점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러너웨이는 APEX 시절부터 지금 컨텐더스까지 이어져 온, 현재 한국 최고의 오버워치 명가라 할 수 있는 게임단이며, 단기전에서의 노하우나 선수 관리 경험은 컨텐더스의 어떤 게임단보다 풍부하다.

그리고 그룹 스테이지에서 보여준 양 팀의 전력 격차는 냉정하게 봤을 때 '3:1'이라는 스코어 이상으로 피지컬과 포커싱, 궁극기 배분 등 모든 면에서 러너웨이가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컨텐더스 시즌3를 '2기'로 돌입한 러너웨이는 팀원 전원이 교체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러너웨이스러운' 모습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특히 'MAG' 김태성과 'QoQ' 유성준은 '탱커 명가' 러너웨이의 차세대 주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태성의 의외성과 저돌성, 과감함은 늘 빠른 템포의 게임을 즐기는 러너웨이의 색채를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고, 유성준은 준수한 궁극기 연계와 돋보이는 마무리 능력으로 러너웨이 특유의 게임에 마감을 책임지고 있다. 아직은 약간의 실수나 미흡한 점이 보일 때도 있으나, 리그 최상위권 탱커진이라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공격적인 탱커 라인에 어울리는 힐러진 또한 눈여겨볼 만 하다. 'LEEJAEGON' 이재곤은 김태성의 공격 템포를 살려주는 동시에, '소리 방벽'으로 수 많은 슈퍼 세이브를 만들어내고 있는 현 컨텐더스 최고의 루시우이다. 또, 이번 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한 'GANGNAMJIN' 강남진의 젠야타는 경기 경험이 쌓일수록 점점 딜러화되면서 순간적인 균열을 만들어내는데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러너웨이의 가장 무서운 점은, '꽃빈' 이현아 게임단장이 직접 밝힌 것처럼, 이 모든 선수들이 '러너웨이'라는 명가의 타이틀에 책임감을 느끼고 연습과 경기에 임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 8강에서 깔끔한 중력자탄-자폭 연계를 여러차례 보여준 WGS의 GARGOYLE과 DPI

천신만고 끝에 GC 부산을 꺾는 파란을 일으킨 WGS는 GC 부산과의 일전에서 보여준 모습을 4강에서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GC 부산과의 경기에서 WGS는 개인 기량 싸움에는 관심이 없었다. 모든 교전에서 끈질기게 생존하면서 싸움을 긴 합류전 양상으로 몰고 갔으며, 거점을 먼저 빼앗기더라도 서두르거나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자신들의 '턴'을 기다렸다. 그리고 자신들의 턴이 왔을 때, 완벽한 중력자탄-자폭 연계를 선보였다.

8강전에서 'GARGOYLE' 이범준과 'DPI' 최용준이 보여준 궁극기 연계는 다른 어떤 팀이 보여준 연계보다 깔끔했고, 적시에 들어갔다. 그만큼 이들은 3탱 3힐 메타에서 무엇이 중요한 지를 알고 있으며, 자신들이 유리할 때와 불리할 때의 교전에서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뜻 밖의 변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교과서적인 디바 운용을 보여주는 최용준이 상대의 중력자탄을 먹어버리거나, 'PELICAN' 오세현의 브리기테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교전 집중력으로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 냈다. 현재 메타에서 WGS가 보여준 이런 특징들은 가장 효과적인 부분이며, '예고된 변수'를 만들어 내는데 최적화 되어 있다.

WGS에게 GC 부산을 꺾은 것은, 팀이 전체적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각성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4강에서 러너웨이마저 꺾는다면 그들은 이후 '리그와 가장 근접한 팀'이라는 위치를, 한국 최고의 팀 자리를 넘볼 수 있을 것이다. 디펜딩 챔피언 러너웨이가 이 자리를 WGS에게 허락할지, 아니면 명가로서의 자존심을 세우고 전승 우승의 위업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인지, 4강전 승부의 향방을 지켜보도록 하자.


■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 시즌3 4강 경기 일정

1월 12일(토) 오후 1시 - 스톰퀘이크 vs 엘리먼트 미스틱
1월 12일(토) 오후 3시 - 러너웨이 vs WGS 아마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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