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는 돌고 돈다는 말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광역 대미지를 포킹이 잡아먹고 포킹은 돌진에 약하고 돌진은 광역 대미지에 약하다.

하지만 이젠 위의 설명도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한동안 LoL을 관통했던 기본적인 운영에 대한 고정관념도 바뀌고 있다. 단순히 조합의 차이가 아닌, 라인 관리와 스플릿 운영 등 소위 '똑똑한' 운영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추세다. 이젠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 다니면서 교전 위주로 승기를 굳히는 '우르르 메타'가 대세라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몰려 다니는 운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해를 누적시키는 비효율적인 운영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젠 이리 저리 몰려 다니며 상대와의 싸움을 피하지 않고 거기서 승리해 승기를 굳히고 있다. 스플릿 위주의 운영을 펼쳤던 팀들은 대부분 '우르르 메타'에 패배했다. 지난 LoL 월드 챔피언십과 MSI 우승을 거머쥐었던 IG와 G2가 즐겨쓰는 운영이다. 특히, MSI에서 G2가 더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대세는 뭉치기
선 '우르르' 후 라인 관리

최근 국제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LEC의 G2는 정석이라고 불리던 운영 방식에서 많이 벗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라인으로 밀려 들어오는 CS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쪽 날개로 퍼지고 이를 통해 활동 영역을 확보, 근처 와드 설치로 자신들의 영토를 넓힌 뒤에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으로 승기를 굳히는 것. 이런 정석적인 운영은 G2의 색다른 운영에 무너졌다.

이들은 위에서 언급했던 '우르르 메타'를 추구했다. 사이드 라인 쪽에서 CS 손실이 일부 발생하더라도 대놓고 뭉쳐 다니면서 상대와의 교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서 수준 높은 피지컬과 어그로 핑퐁으로 승리, 화끈하게 승기를 굳혔다. 라인 관리와 CS 손실 방지도 어느 정도 보여주긴 했지만 다른 팀들만큼 그 부분에 집중하진 않았다.

▲ G2와 SKT T1의 MSI 4강 4세트(출처 : MSI 공식 중계)

위 장면을 보자. G2와 SKT T1은 탑 라인에서 교전을 벌였고 G2가 '칸' 김동하의 빅토르를 잡았다. 예전 같았으면 G2와 SKT T1은 각 라인에 다시 적절한 인원을 배치했을거다. 하지만 G2는 이를 역으로 활용했다. 그대로 라이즈의 궁극기로 '테디' 박진성의 애쉬와 '마타' 조세형의 탐 켄치를 포위, 추가 킬 포인트를 기록했다. 빈틈을 만든 탑 1차 포탑 쪽에서도 포탑 철거를 완수했다.

예전 같은 라인 관리는 교전 위주의 운영으로 격차를 벌린 뒤에 승기를 굳히는 용도로 활용했다. 과거엔 집요할 정도의 라인 관리와 시야 장악으로 서서히 격차를 벌린 뒤에 힘의 불균형을 바탕으로 교전 승리로 승기를 굳혔다면, 이젠 순서가 반대로 뒤집힌 셈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골머리를 앓을 만 했다. 초중반에 벌어지는 합류전이야 예전부터 잦았다. 거기서 상황이 종료되면 다시 각자의 라인으로 돌아가 라인전을 이어가곤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상대 다수가 다시 튀어나오면 '얘네 왜 여기서 나와' 라는 말이 절로 나올 터. 그렇게 교전에서 몇 번 패배하고 눈을 떠보면 이번엔 상대의 빡빡한 라인 관리와 오브젝트 심리전이 이미 시작됐다. 유리한 팀에서 위의 두 가지 운영을 완벽하게 수행한다고 가정하면 예전보다 역전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다.


두 개의 장면
교전 승리 vs 라인 관리

LCK에도 최근 킹존 드래곤X를 필두로 달라진 운영 방식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 상대가 스플릿 운영을 시도하면 그 챔피언을 빠르게 끊거나 본대 쪽에서 적극적으로 싸움을 열어 이기는 운영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그리고 여전히 라인 관리 위주로 경기를 푸는 팀들도 많다.

아프리카 프릭스와 SKT T1의 1세트에 나온 장면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페이커' 이상혁의 라이즈는 상대가 바텀 억제기를 압박할 때 몰려오는 CS를 지우기 위해 탑 2차 포탑 쪽으로 향했다. 그러는 사이에 아프리카 프릭스는 억제기를 파괴했다. 그 직후에 '페이커'의 라이즈는 미드 2차 포탑을 혼자서 수비하다가 '드레드' 이진혁의 신 짜오와 '세난' 박희석의 갈리오에게 쓰러졌다.


▲ 출처 : LCK 공식 중계

결과적으로 보면 '페이커'가 라인 운영에 집중하다가 두 번 실점한 셈이다. 다른 관점도 있다. 상대는 바론 버프를 둘렀고 밀려오는 라인을 미리 지워놓지 않으면 허무하게 추가 실점을 할 수도 있었다. '페이커'는 이를 미리 방지하려다가 상대의 노림수에 당했을 뿐이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먼저 '페이커'의 라이즈가 탑 2차 포탑 라인을 정리하려고 했을 때 포탑 체력은 약 40% 정도 남아 있었다. 그쪽에 아프리카 프릭스의 챔피언이 없었으니 포탑이 대규모 미니언 부대에 파괴될 일은 없었다. 팀원들에게 바텀 억제기 수비를 맡기고 탑 라인 CS를 정리하러 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페이커'의 CS가 352개에서 363개로 늘었으니 탑 라인에서 대략 11개의 CS를 수급했다. 돌거북 캠프를 모두 정리했고 탑 라인으로 밀려왔던 CS는 9개였으니 그 중에 절반 가량을 획득했다. 글로벌 골드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골드 수급량에도 그리 큰 영향이 없을 정도였다.

문제는 그러는 동안 아프리카 프릭스는 한데 뭉쳐 큰 이득을 챙겼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바텀 억제기 앞 포탑과 억제기를 파괴했고 라이즈를 쓰러뜨린데다가 미드 억제기 앞 포탑과 억제기까지 쓸어담았다. 잠깐 사이에 양 팀의 골드 격차, 그리고 실제 힘의 격차는 더욱 많이 벌어졌다. 이 장면만 보면 '우르르 메타'는 사이드 라인 관리보다 더 큰 이득을 보게 해준다.

킹존 드래곤X와 샌드박스 게이밍의 1세트에서도 전형적인 '날개 운영'과 교전 위주의 운영이 부딪혔다. 바론 버프를 수급한 샌드박스 게이밍이 제이스와 탐 켄치를 가지고 있었던 만큼 스플릿 운영에 집중했다. 조합의 특징상 당연히 취해야 하는 움직임이었다.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려던 킹존 드래곤X의 선택은 날개 꺾기였다. '내현' 유내현 라이즈의 궁극기로 '써밋' 박우태의 제이스와 '온플릭' 김장겸의 아트록스가 위치했던 바텀 라인 쪽을 노려 대박을 냈다. '도브' 김재연의 신드라를 제외한 전원을 처치했다.

▲ 해당 장면 당시 미드 라인에서는 CS가 몽땅 타고 있었다(출처 : LCK 공식 중계)

당시 미드 라인으로는 엄청난 양의 미니언 부대가 진격 중이었다. 킹존 드래곤X의 전략이 통하지 않았을 경우에 이를 다 놓치면 손해가 막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킹존 드래곤X는 미드 라인 CS가 다 타버리더라도 경기 흐름을 바꾸려면 상대를 물어뜯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실제로 해낸 킹존 드래곤X는 미드 라인 CS 손실보다 더 큰 이득을 챙겼고 1세트 승리를 따냈다.


'뭉치기'는 곧 정답일까?
감독들 "정답은 없지만 대세는..."

위의 두 장면만 보고 답을 내리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해서 실제로 메타를 연구하고 선수들에게 가르치는 감독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정답은 없지만 대세는 뭉치기'였다.

Cloud9의 감독인 '래퍼드' 복한규와 킹존 드래곤X의 강동훈 감독, 아프리카 프릭스의 '노페' 정노철 감독 대행에게 의견을 물었다. 세 명의 감독 모두 '우르르 메타'가 곧 정답은 아니라는데 입을 모았다.

먼저 정답이라고 할 만한 운영은 상황과 팀의 성향, 선수들의 시너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그렇기에 '우르르 메타'와 기존 LCK가 잘하던 사이드 운영 및 라인 관리를 둘 다 잘 활용할 줄 아는 팀이 강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노페' 정노철 아프리카 프릭스 감독 대행

가장 근본적인 의문인 '왜 우르르 메타가 유행 중인가'에 대한 답은 '래퍼드' 복한규 감독이 해줬다. 복 감독은 예전보다 미드 라인에 집중하는 경향이 늘어났다며 "챔피언 구성이 교전 강제성을 띄는 경우가 잦고 포탑 다이브에도 능란하다. 상대가 대놓고 움츠리고 있어도 이득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노페' 정노철 감독 대행도 "작년부터 라이엇게임즈의 패치 방향이 사이드 스플릿보단 '우르르 메타'의 손을 더 들어주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기존 LCK가 자랑하던 사이드 라인 관리 및 시야 장악은 존재 가치를 잃었을까. 세 명의 감독 모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래퍼드' 복한규 감독은 "경우와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했고, '노페' 정노철 감독 대행 역시 "방식을 극단적으로 나누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 킹존 드래곤X 강동훈 감독

위 질문에 대한 자세한 의견은 강동훈 감독의 답변에서 엿볼 수 있었다. 강 감독은 기본적인 라인전 능력과 라인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라인전의 상성구도에 따라 교전과 한타가 달리질 수 있다"는 이유와 "교전의 이득을 살릴 수 있는 라인 운영도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운영은 중요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교전 위주의 메타 속에서도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라인전과 승기를 굳히는 사이드 운영 역시 필수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도 기존 LCK식 사이드 운영은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하면 경기를 틀어지게 만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시기에 따라 대세로 자리잡는 메타와 운영은 언제나 존재했다. 한동안 LCK가 완성시켰던 극한의 사이드 운영과 빡빡한 시야 장악을 필두로 한 '탈수기 운영'이 대세였고 정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G2를 필두로 한 교전 위주의 운영이 대세 자리를 꿰차는 중이다. 라인을 예전처럼 매끄럽게 관리하거나 적절하게 인원을 배치하는 걸 선행하지 않아도 승리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한때 대세로 자리잡은 메타와 운영에도 언제나 카운터가 존재했듯이 현재 유행 중인 '우르르 메타'만이 정답이 될 순 없다. 위 세 명의 감독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보였다. 라이엇게임즈의 패치 방향성에 따라 한데 뭉쳐 교전으로 스노우볼을 굴리는 운영이 대세가 됐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승기를 굳히는 방법은 사이드 라인 관리와 그에 따른 시야 장악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숨통을 조이는 것이다.

정리하면, 교전과 기존 운영을 모두 잘하는 팀이 정답인 시대다. 한 가지만 잘해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