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2020 LCK 섬머 스플릿 정규 시즌 2주 차 일정이 종료됐다. 단독 1위에 오른 DRX를 제외한 3개 팀이 3승 1패를 기록하며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최근 경기에선 '탑솔러의 명가' 한국답게 탑 라이너들의 승부와 캐리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중 눈에 띄는 선수들은 담원게이밍-팀 다이나믹스-T1의 탑 라이너들이다. 본인의 가장 큰 강점을 포기하지 않은 탑신봉자 '너구리' 장하권과 지난 스프링 스플릿에서의 맹활약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특급 신예 '칸나' 김창동,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슈퍼스타에서 LoL의 슈퍼스타를 꿈꾸는 '리치' 이재원이 그들이다.


'너구리' 장하권
순도 100% 탑신봉자, 여전한 양날의 검


이번 섬머 스플릿에서도 '너구리'의 무력을 앞세운 직선적인 플레이 스타일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로 인한 약점도 그대로다. 언제나처럼 갱킹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홀로 라인을 밀다가 종종 고독사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너구리'의 이러한 뚝심은 담원게이밍이 다른 팀들보다 압도적으로 경기를 빨리 끝내는(평균 경기 시간 26분 35초) 원동력이 되고 있다.

'너구리'의 특징은 아무리 죽어도 어느새 성장을 마치고 존재감을 내뿜는다는 것이다. 분당 대미지 1위(608)를 비롯해 분당 CS 1위(9.1), 분당 골드 획득량 1위(455), 15분 골드 차이 1위(1,074) 등의 수치가 그 사실을 말해준다. 팀 대미지 기여는 3위(27.7%)를 기록 중인데, 이는 '쇼메이커' 허수의 괴물 같은 팀 대미지 기여(29.8%)로 인한 저평가일 뿐 실질적인 딜링은 탑 라이너 중 단연 최고다.

한편, 최근 '쇼메이커'-'캐니언'의 폼이 다시 올라오며 담원게이밍을 상대하는 팀은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하체를 공략하자니 '캐니언' 김건부의 도움을 받은 '너구리'가 왕의 귀환을 준비하고, 상체를 공략하자니 별 소득이 없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허리를 노리면 '쇼메이커'는 영리하게 빠져나간다. '너구리'는 분명 날카롭게 벼려진 양날의 검이 맞다. 하지만, 그를 믿는 팀원들 덕분에 아군을 향한 날은 점차 무뎌지고 있다.


'칸나' 김창동
탑은 굉장히 안정적이야, 어우~ 든든하다


'칸나'는 그야말로 특 사이즈 국밥이다. 든든한 탑 라이너로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다. 이번이 두 번째 LCK 시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치른 11세트 동안 솔로 킬을 무려 8번이나 냈다. 어떤 픽을 쥐여주든 안정감과 캐리력을 동시에 선보이는 '칸나'는 T1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칸나'의 수치 중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KDA다. 평균 데스 12위(1.2)를 앞세워 KDA 1위(7)를 기록 중이다. 지난 스프링 스플릿에서도 KDA 1위(6.2)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최상위권 팀 탑 라이너들의 KDA가 4 전후였던 것과 비교하면 믿기 어려운 결과다. 실제로 T1의 경기에서 '칸나'가 공략당하고 탑이 뚫려 패배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외에도 '칸나'는 분당 CS 2위(8.8), 분당 골드 획득량 2위(422), 15분 골드 차이 3위(388) 등 성장 관련 지표에서도 최상위 수치를 기록 중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에서 확인한 기복 없는 경기력이 이번 섬머 스플릿 마지막까지 이어진다면 LCK 로열 로더 등극은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다.


'리치' 이재원
LoL에서도 캐리 담당? 팀 교전 최적화 탑 라이너


주전으로서 LCK 무대에 입성한 '리치'는 한 종목에서 정점을 찍었던 본인의 클래스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시그니처 챔피언 아트록스를 필두로 제이스로도 우수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최근 경기에선 볼리베어 캐리까지 선보이며 향후 챔피언 폭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너구리'-'칸나'에 비하면 '리치'가 인게임에서 보여준 임팩트는 다소 적은 편이다. 분당 CS 5위(8), 분당 골드 획득량 3위(398) 등 성장 수치도 살짝 떨어진다. 그러나 몇 개의 기록이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말해준다. 독보적인 킬 관여율 1위(74.4%)를 비롯해 분당 대미지 2위(526), 팀 내 대미지 1위(28.6%), 분당 시야 점수 1위(1.22) 등 팀과 관련된 수치에서 최상위권을 기록 중이다.

실질적으로 '리치'는 팀 다이나믹스의 승리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캐리 라인으로서 상대의 압박에 자주 노출되지만 특유의 노련함으로 치명적인 피해는 입지 않는다. '리치'의 진가가 발휘되는 지점은 팀 교전인데, 다른 어떤 탑 라이너보다 빠르게 전장에 합류해 최전방에 선다. 이후 적극적으로 싸움을 벌여 상대를 흔들고 승리를 이끈다. 지금까지 '리치'는 네 세트의 MVP로 선정되며 공동 1위에 올라 있는데, 탑 라이너 중에선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너구리-칸나-리치'는 각자의 매력을 마음껏 뿜으며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2020 LCK 섬머 스플릿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폭염이 예정된 올 여름이기에, 세 선수는 앞으로 남은 8주간의 여정 동안 팬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컨디션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