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을 위해 중국 상하이로 출국한 선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평범한 상황은 아닌 만큼,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각종 SNS나 방송을 통해 소식이 들리긴 했지만, 현지에 있는 선수와 직접 대화를 나누고 기사를 통해 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담원게이밍의 '캐니언' 김건부 선수와 인터뷰가 성사되었습니다. 섬머 스플릿을 우승하며 LCK 1시드 자격을 얻은 담원게이밍은 한국 팀 중에서는 가장 빠른 날짜인 지난 11일 중국해 자가격리 중이었고, 인터뷰는 음성 채팅 프로그램을 활용했습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평소 같으면 평범했을 첫 번째 질문이 이번 인터뷰에서는 가장 중요한 질문처럼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캐니언' 선수는 아무런 불편함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답하더군요. 현지 환경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인터뷰가 진행됐습니다. 2020 시즌 '캐니언' 선수의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Q. 자가격리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지 상황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 잘 지내고 계신가요?

네, 특별히 불편한 점 없이 평범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각자 방을 하나씩 쓰고 있고, 소통은 모두 디스코드로 하고 있어요. 조금 심심하긴 해도 팀원들과 디스코드로 이야기만 나눠도 충분히한 것 같아요(웃음). 요새는 식사도 괜찮게 나와요. 종류를 고를 수 있어서 한식으로 정했는데, 처음에는 진짜 한식이 그립기도 했는데, 먹다보니까 잘 먹게 되더라고요. 메뉴가 마음에 안 들 때는 한국에서 가져온 음식을 먹기도 해요.


Q. 온라인으로만 연습하는 건 괜찮나요? 피드백은 보통 모여서 한 화면을 보면서 진행하잖아요.

피드백은 화면 공유로 함께 보면서 진행하고 있어서 딱히 불편한 건 못 느꼈어요. 인터넷 환경도 나쁘지 않아요. (혹시 스크림 성적도 귀띔해주실 수 있나요?) 음, 괜찮은 편이에요. 이긴 경기가 더 많긴 해요.


Q. 조편성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징동 게이밍, 로그와 한 조로 배정됐습니다. 죽음의 조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어요.

징동 게이밍이 엄청 강한 팀이라고 생각하는데, 같은 조가 되어서 힘들 것 같긴 해요. 로그도 LEC 섬머 스플릿 정규 시즌 1등 팀이잖아요. 단판에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절대 방심하면 안될 것 같아요. 시작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룹 스테이지부터 잘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최소 4승 이상 해서 2등 안에 들고 싶습니다.


Q. 2020 시즌을 한 번 되돌아볼까요? 주전 로스터를 유지한 채로 시작한 스프링 스플릿이었는데, 결과가 아쉬웠을 것 같아요.

스프링 스플릿에서는 무조건 좋은 성적을 냈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못해서 되게 아쉬웠죠. 개인적으로도 많이 못 한 것 같아 아쉬운 스플릿이었어요.



Q. 개인적으로 어떤 피드백을 중점적으로 했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스프링 스플릿 이후에 어떻게 하면 우리 팀의 강점을 이용해 게임을 빨리 굴릴 수 있을지 고민을 했어요. 팀원들이 라인전을 잘 해둔 걸로 카운터 정글을 들어간다거나, 교전 유도를 한다거나 하는 걸 매끄럽게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부분을 최대한 갈고 닦아서 최대 효율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어요. 주로 솔로 랭크에서 계속 시도해보면서 연습했던 것 같아요.


Q. 섬머 스플릿에는 경기력이 최고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는데요. 스스로도 좀 만족스러운 스플릿이었나요?

당연히 만족한 경기도 있고,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도 있었어요. 스프링 스플릿 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카운터 정글이나 교전 유도는 확실히 잘해졌어요. 반대로 중후반에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생각을 잘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약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섬머 스플릿을 치르면서 이런 단점을 어느 정도는 보완했다고 생각해요.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더 열심히 연습해야죠.


Q. 그렇게 섬머 스플릿에서 우승을 하면서 평균 경기 시간부터 분당 킬, 글로벌 골드 차이, 세트 승률 등 굉장히 많은 기록을 경신했어요.

우리가 잘한 것도 있지만,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다양한 밴픽과 전략으로 팀의 강점을 극대화 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라고 생각해요. 라인전 강점을 살리고, 넓은 챔피언 풀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덕분에 더 편하게 게임을 풀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LCK 정글러 최초로 펜타킬을 기록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겠죠. 펜타킬을 할 당시에 알고 있었나요?

처음엔 몰랐어요. '온플릭' 김장겸 선수가 먼저 한 줄 알았는데, 그게 케스파컵이더라고요. 사실 정글러가 펜타킬을 하는 게 정말 힘들어서 평소에는 꿈도 못 꿨어요(웃음). 당시에도 저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오히려 팀원들이 먹여주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더라고요. 그러니까 또 욕심이 나는 거에요. 팀원들 덕분이에요.



Q. LCK 어워드서 퍼스트 팀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영 플레이어와 정규 시즌 MVP는 동료 '쇼메이커' 허수 선수에게 내주게 됐는데, 아쉽지는 않나요?

솔직히 정글은 미드가 얼마나 유리한가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자체가 달라져요. '쇼메이커' 선수가 섬머 내내 든든하게 잘 버텨줘서 저도 잘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쇼메이커' 선수가 받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아쉬운 마음은 전혀 없어요.


Q. '캐니언' 선수는 모든 스타일의 정글 챔피언을 다 잘 다룬다는 평가가 있어요. 섬머에는 특히 성장형 AP 정글러를 잘 다루는 모습을 보였는데, 가장 자신있는 챔피언을 하나 골라주세요.

저는 니달리요. 니달리만큼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이 있어요.


Q. 롤드컵에 참가한 정글 선수 중 플레이스타일이 본인과 비슷해서 견제되는 선수가 있나요?

징동 게이밍의 '카나비' 서진혁 선수와 프나틱 '셀프메이드' 선수가 성장형 정글 챔피언을 잘 다루는 것 같아요. ('카나비' 선수와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바로 만나기도 하잖아요. 자신있으신가요?) 자신도 있고, 이기기 위해서 열심히 연습하는 중입니다.


Q. 이 질문에서 좀 더 나아가서 '캐니언' 선수가 뽑는 롤드컵 정글러 TOP5도 궁금합니다.

저 포함해서요?


Q. 당연히 '캐니언' 선수도 포함해서요.

순서와 상관없이 '카사', '카나비', '소프엠'... 두 명은 잘 모르겠어요.



Q. LCK에서 우승한 '캐니언' 선수도 충분히 TOP5 안에 들어가는 선수라고 생각하는데, 왜 본인은 넣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아직 더 열심히 해야 하기 때문에... LPL 정글러들이 각자 장점이 되게 확실하고, 진짜 잘한다고 생각해요. '카나비' 선수는 라이너들이 정글러를 키워준 값보다 더 잘해서 캐리를 하는 스타일이고, '카사' 선수는 갱킹이나 라이너와의 호흡이 굉장히 뛰어나요. '소프엠'은 플레이 자체가 엄청 신기해요. 동선이 유연해서 예측이 잘 안되는 정글러에요.


Q. 10.19 패치 버전이 공개됐잖아요. 정글 메타에 변화가 좀 있을까요?

지금 패치를 보면 딱히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거의 비슷하게 갈 것 같아요. 그리고, 메타가 변한다고 해도 잘할 자신이 있어요.


Q. 롤드컵에 등장할 1티어 정글 챔피언들을 예상해보자면요?

당연히 니달리가 1티어라고 생각해요. 그 외에는 헤카림도 은근히 나올 것 같고, 릴리아랑 그레이브즈 정도? 잘 모르겠어요. 이블린도 가끔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Q. 해외 리그에서는 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정글 쉔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쉔은 탑-정글-서폿 스왑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에요. 솔로 랭크에서 해보려고 하는데, 아직 실제로 해보지는 못했어요. 컨셉만 잘 살려서 쓴다면 등장할 가능성은 있어보여요. 주류 픽보다는 조합에 따른 히든 카드 정도?


Q. 담원게이밍은 탑 e스포츠-징동 게이밍과 함께 우승 후보로 불리고 있습니다. 가장 경계하고 있는 팀은 어디인가요?

탑 e스포츠요. 탑 e스포츠는 개개인의 라인전이 굉장히 강한 팀이에요. 저희도 라인전이 센 편이라 만약 붙게 된다면 큰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정글러가 잘하는 팀이 이기지 않을까 싶어요. '카사' 선수와 MSC에서 만났을 때 동선에서 엄청 밀렸는데, 그때 정말 분했거든요. 다시 한 번 맞붙어보고 싶긴 해요.



Q. 2020 롤드컵은 미드 라인업이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편이잖아요. '쇼메이커' 선수 힘내라고 자랑 한 번 해주세요.

'쇼메이커' 선수는 롤드컵 미드라이너 중에 최소 2등 안에는 들어요. 경쟁 상대는 '나이트' 선수와 '쵸비' 정지훈 선수 정도? 아, '쇼메이커' 선수는 '비디디' 곽보성 선수도 잘한다고 했어요. 어차피 미드가 둘 다 잘하면 정글 잘하는 쪽이 이기기 때문에 제가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쇼메이커' 선수는 워낙 혼자 알아서 잘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Q. 이번 롤드컵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일테고, 혹시 개인적인 목표도 있을까요?

네, 당연히 우승이에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결승전 MVP를 받고 싶어요.


Q. 아직 이르긴 하지만, 만약 우승한다면 스킨은 어떤 챔피언으로 하고 싶으세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런데... 만약 진짜 우승하게 되면 니달리로 하고 싶어요. 우승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니달리로 승리를 많이 챙기게 될 것 같아요. 제일 좋아하는 챔피언이기도 하고요.


Q. '담원게이밍 니달리' 한 번 기대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캐니언' 선수와 담원게이밍을 응원해주시는 팬들께 당찬 포부 전하면서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해주시는 만큼, 저희도 열심히 해서 꼭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 라이엇 게임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