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로봇 동반 공격의 장인 최지성 선수



스물여섯이라는 프로게이머로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어린 선수와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으며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스타테일의 주장 '폭격기' 최지성 선수.

최지성 선수는 2013 WCS 시즌2, 자신 특유의 건설 로봇을 동반한 공격으로 WCS 시즌2 파이널 우승까지 차지했다. 잘하는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항상 8강, 4강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던 최지성 선수를 우승까지 끌어올리게 된 결정적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블리자드에서 시즌2 모든 리플레이를 공개되면서 최지성 선수의 이러한 노하우가 모든 게이머 및 아마추어에게까지 공개됐다.

짧은 시간 안에 최지성 선수의 스타일이 파악 당하며 이제 파훼법이 여럿 등장하고 있다. 한동안 프로토스를 애먹이게 했던 '최지성류' 건설 로봇 치즈의 파훼법은 무엇일까?


대 프로토스전 '최지성 류' 건설 로봇 동반 공격이란?

흔히 '최지성 류' 건설 로봇 동반 공격은 초반 무난한 더블 사령부로 시작하여 경기 시간 13~14분경에 건설 로봇 대다수를 동반하고, 후속 생산은 지게로봇에 의한 자원 채취로 맡기고 떠나는 올인 러시를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중반 프로토스의 빈틈을 노리는 타이밍 공격이기 때문에 업그레이드에 큰 투자를 하지 않고, 해병, 불곰의 공격력, 방어력 1/1 업까지만 투자한다.

이 공격에 많은 패배를 거듭한 프로토스들은 몰래 고위 기사를 모아 사이오닉 폭풍으로 건설 로봇을 동반한 테란의 공격에 맞섰으나, 최근 테란이 유령까지 추가한 타이밍을 만들어내면서 더욱더 강력해졌다. 보통 이 공격을 사용할 때, 초반 트리플 사령부 시작과 앞마당만 먹은 뒤 오는 2가지 정도로 나뉠 수 있다.

관련 영상▶WCS 코리아 시즌3 조군샵 GSL 32강 H조 서성민 VS 최지성 1세트


건설 로봇을 동반한 공격의 가장 큰 장점은 프로토스 체제의 약점을 날카롭게 파고든다는 점이다. 보통 테란이 경기 시간 13~14분에 공격을 시도하는데, 이때 프로토스는 무난하게 플레이했을 경우 거신과 고위 기사를 둘 다 다수 보유하기란 어렵다.

게다가 광전사가 해병과 불곰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건설 로봇이 앞에서 '방패'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이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전투에 큰 도움이 된다. 프로토스도 '탐사정을 같이 동원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테란이 탐사정을 잡는 화력이 프로토스가 건설 로봇을 잡는 화력보다 훨씬 빠르다.

▲ 옵저버로 테란의 초반 빌드를 빠르게 파악



그런데 한동안 프로토스를 애먹였던 이 전략이 갑작스레 막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내가 A라는 플레이를 시도했을 때 상대방도 가만히 있지 않고, B라는 행동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정찰'이다. 상대방이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가는 알아내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WCS 코리아 시즌3 조군샵 GSL 32강에서 서성민은 최지성의 트레이드 마크인 건설 로봇을 동반한 이 전략을 압도적으로 막아냈다. 이때, 서성민의 가장 큰 수훈감은 '관측선'이었다. 빠른 타이밍에 관측선을 확보한 서성민은 최지성의 트리플 사령부를 빠르게 파악한 뒤 한 개의 관문 상태에서 트리플 연결체, 로봇공학 시설, 제련소까지 지으며 엄청난 배짱을 부렸다.

정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플레이를 시도했다면, 이는 좋은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배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성민은 관측선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이렇게 과감한 선택을 해도 수비가 가능하고 테란이 공격이 올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서로 무난하게 병력을 모으면서 성장해 나갈 경우 13~14분 타이밍에 프로토스가 테란의 인구수를 앞설 수는 없다. 최소 20~30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서성민은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초반에 관측선을 통한 과감한 배짱이 가져온 결과이다. 그리고 테란과의 교전 시에도 돌진 광전사가 보통 건설 로봇에 빠르게 돌진하여 해병과 불곰에게 먼저 각개격파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광전사를 뒤로 빼주는 깔끔한 컨트롤을 통해 맷집 역할을 톡톡히 하고 뒤에서 거신이 테란의 병력을 처리하는 컨트롤 또한 완벽했다.

▲ 건설 로봇 동반 공격


관련 영상▶2013 핫식스 GSTL 1라운드 스타테일 VS 엑시옴에이서 4세트

▲ 다수의 광자포와 고위 기사로 맞대응


앞서 테란이 트리플 사령부를 빠르게 시도했을 때 프로토스도 트리플 연결체로 배짱을 부려 대처하는 법에 대해 알아봤다. 만약 테란이 앞마당 이후 유령과 함께 짜내는 식의 플레이를 한다면 프로토스는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까?

2013 핫식스 GSTL 시즌2 1라운드 페넌트레이스 스타테일과 엑시옴에이서의 4세트, 한재운과 이신형의 경기를 살펴보자. 한재운과 이신형 모두 경기 초반 무난하게 앞마당 확장을 가져가며 플레이했다. 이후 이신형은 평소 최지성이 즐겨 사용하던 '건설 로봇 동반 공격' 공격을 시도했고, 한재운은 관측선을 통해 이신형의 공격 의도를 파악하고 한 기의 거신만 생산한 뒤 빠르게 고위기사로 전환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프로토스가 최대한 고위 기사의 의도를 들켜선 안 된다는 점이다. 프로토스는 테란의 사신 정찰이나 스캐너 탐색에 의해 들키지 않을만한 위치에 기사단 기록보관소를 짓는 게 좋다.

한재운 선수는 일찌감치 다수의 고위 기사를 확보하여 마나를 모으고 있었고, 이신형 선수가 공격을 나오는 타이밍에 맞춰 다수의 '광자포'를 건설했다. 저그전에서 광자포와 고위 기사의 수비 조합은 이미 강력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한재운은 이를 테란전에도 적용시키며 고위 기사와 유령 싸움에서 좀 더 수월한 싸움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상황이 되면 테란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공격을 할 수밖에 없는 테란의 상황을 알고 광자포를 아끼지 않았고, 광자포 라인을 파괴하기 위해 덤비는 테란 병력에 모선핵의 시간왜곡과 고위 기사의 사이오닉 폭풍이 절묘하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손쉽게 막아낸 것이다.

▲ 광자포와 모선핵의 시간왜곡, 고위 기사의 사이오닉 폭풍으로 수비에 성공


모든 전략에는 '완벽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노력으로 언젠간 해법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이번 '최지성 류' 건설 로봇 동반 공격 같은 경우는 좀 더 통할 것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WCS 시즌2 리플레이가 바로 공개되면서 빠른 파훼법이 등장했다. 이는 최지성 선수에게 있어서는 자신만의 무기가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도 프로게이머로서 짊어져야 할 짐이다. 최지성 선수 입장에선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고난의 시기를 버텨내고 더 멋진 전략으로 우리들의 앞에 다시 설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