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참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한다. SNS를 통해, 유튜브를 통해, 또 무언가를 통해. 그런 방법들이 퍽 잘 먹히는 시대다.

여태까지 21 LCK을 훑는 키워드 하나를 뽑자면 '소통'이지 싶다. 비시즌 T1 팬들의 '트럭 시위'를 시작으로 여러 방면에서 각자의 의견을 알리고, 관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붉게 도드라졌다. 감독과 선수들 역시도 예전에는 중요치 않게 여겼던 소통에 관해 조금은 더 생각해보는 시기가 됐던 것 같다.

어떠한 업(業)을 떠안고 살아갈 때, 소통을 이뤄내고자 한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대원칙이 있는 것 같다. 소통은 자신의 본질적인 일,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4일 열린 T1과 프레딧의 경기를 보고 '정말 소통이 되질 않겠다'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대원칙에 어긋났다.

가수는 노래로, 연기자는 연기로, 마케터는 마케팅으로, 또 기자는 기사로. 그렇지 않은 소통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언정 큰 의미를 가지기는 어렵다. 가수가 노래로 소통할 때, 연기자가 연기로 소통할 때, 마케터가 마케팅으로 소통할 때, 기자가 기사로 소통할 때가 가장 와닿는다.

감독은 경기로 팬들과 소통해야 한다. 인터뷰도 매우 중요하지만 곁가지에 불과할 뿐이다. 지난 25일 양대인 감독은 10인 로스터와 선발 명단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했다. 간략히, 10인 로스터는 최적의 선발 명단을 꾸리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당시의 메타, 만나게 될 상대, 선수들의 컨디션 등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팬들이 감독의 말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경기뿐이다. 아 이 경기는 이래서 이 선수가 나왔구나, 아 이 경기는 이래서 이 챔피언을 사용했구나 등 경기 자체로 알려주지 않으면 의미는 단 1도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T1의 경기는 무언가를 추측하고 도출해내기가 어렵다. 그게 문제다.

비단 T1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LCK 게임단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게임단 관계자들은 "내부 사정을 잘 모르지 않는가"라며 간혹 볼멘소리를 하곤 한다.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내부 사정이 무얼까 싶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팬은 질 좋은 '경기'가 그저 보고 싶다.

골치 아프고 자기들의 철학 혹은 고집이 담겨있는 내부 사정을 별로 궁금하지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은 이들 역시 많다. 또 경기 만이 그 내부 사정을 모두 담아낼 뿐인 거다. 지독한 가십거리는 요즘 연예계만 해도 차고 넘치더라.

결국 스포츠 감독의 소통이 가장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건 먼저 승리다. 승리하지 않는 경기는 메시지를 담을 수 없다. 패배는 깨진 그릇이라, 진땀 흘려 퍼담아도 퍼담아도 흘러내릴 뿐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그렇지만 패배해도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게 있다. 경기 내용이다. A선수를 선택하니 확실히 초반 스노우 볼이 탄력적이네, B선수는 중후반 집중력이 좋네 등 유추할 수 있어야 한다. 밑 빠진 독이라도 담아 넣을 물이 천연암반수여야 구멍을 메우면 되겠구나 싶지, 해로운 탄산음료라면 구멍을 고칠 이유도 없다.

승리와 내용. 모두 챙기지 못한 경기는 감독의 소통 실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