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성전 클래식 출시가 확정되고 블리자드 내부에서는 불성 알파 테스트도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년 8개월간의 클래식 서버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죠. 그 중에서 길드와 관련한 추억들을 빼놓고 와우 클래식을 이야기하긴 어려울 겁니다.

와우저에게 길드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마 '반갑게 맞이해 주는 누군가가 있는 곳,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시간가는 줄 모르는 곳, 던전이나 레이드를 함께 갈 든든한 파티원이 있는 곳, 힘들 때 의지하거나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곳' 등 각자마다 다른 이유로 자신과 맞는 길드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벤에서 와우 클래식의 지난 날들을 돌아보고자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길드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라그나로스 서버의 'Nostalgia'라는 길드인데요. Nostalgia 길드에서는 직접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벤트를 진행했고, 길드원 사이의 관계도 아주 돈독하여 가족같은 길드라고 합니다. 추가로 '슬기롭지 못한 와우 생활'이라는 만화를 그려 화제가 됐던 '황반디'님도 Nostalgia 길드에 속해 있다고 하는데요. Nostalgia의 와우 클래식 이야기를 길드원들의 입을 통해 직접 들려드립니다.



Q. 반갑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Nostalgia 길드 분들의 인사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활개 : 안녕하세요. Nostalgia 길드장 사냥꾼 활개입니다. 인터뷰 잘 부탁드립니다!

이명 : 안녕하세요. 길드 막내인 사제 이명입니다. 닉네임은 밴드 Nell의 '이명' 이라는 곡에서 따왔습니다

쁘띠마몽 : 안녕하세요. 사제 쁘띠마몽입니다. 길드 내 원로 대표로 나왔습니다. 저는 2006년부터 와우를 한 오리지널 유저이고, 게임 내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 부부 와우저입니다.

황반디 : 안녕하세요. 와우 관련 만화와 일러스트를 그리는 고결한 성기사 황반디입니다.

스브 : 안녕하세요. 길드에서 로그충 딜러 포지션을 맡고 있는 도적 스브입니다.

어른왕자 : 안녕하세요. 길드원이자 velocity 공격대를 운영 중인 어른왕자입니다. 공격대에선 Sensual이라는 전사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Kurio : 안녕하세요. Nostalgia에서 비주얼을 맡고 있는 Kurio입니다. 길드 운영진이라 일명 쿠상무라고 불립니다.


Q. Nostalgia 길드에 대해 생소한 분들도 많을 텐데요. 길드 역사나 규모, 운영진, 평균 연령 등 길드에 대한 소개를 듣고 싶습니다.

Kurio :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길드 분위기가 워낙 좋고, 이런저런 이벤트도 많이 하다 보니 서버 내에서도 알음알음 알려져서 클래식 끝물인 요새도 가입을 희망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길드원 입장에서, 운영진 입장에서 기분 좋은 일이지요.

이명 : 제가 우리 길드의 평균을 깎는데 이바지하고 있지요. (웃음) 길드가 라그나로스로 이전할 때, 전 가입 3일차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장님의 진심을 느끼고 쫄래쫄래 따라왔어요! 아, 길드에선 길드장님을 대장님, 두목님이라고 부릅니다. 길드원이 자발적으로 부르는 애칭이에요.

활개 : Nostalgia는 와우 클래식이 열린 2019년 8월 27일 창설되었습니다. 원래는 로크홀라 서버였는데, 1섭 대기열이 너무 길어서 당시 초창기 길드원들과 함께 상의하여 9월 8일에 라그나로스 서버로 이주했습니다. 길드원 대부분 직장인이고 육아를 해야 하는 분들인데 대기열에 쫓기면서 게임을 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이주 이후 꾸준히 광고글을 올려 좋은 분들을 모셨고, 한참 길드레이드가 활성화 되었을 때는 길드원 80여 명에 피크타임 기준 동접자 40~50명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규모가 좀 줄어들어서 55명 정도가 되었네요. 최근에 들어오신 분들도 계시지만 거의 대부분 1년 넘게 길드에서 함께 지낸 분들입니다. 운영진은 모두 5명이고, 길드 초기부터 거의 변동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질문을 주셔서 계산해보니 평균 연령은 36.7세로 나오네요.



Q. Nostalgia 길드에 가입하기 위한 특별한 절차가 있나요?

Kurio : 제가 길드가입 할 때는 “Kurio님이 생각하는 좋은 길드상이 있으신가요?”와 같이 대기업 압박면접 뺨치는 질문을 받았죠. 누군가 길드가입을 희망한다고 하면, 그 사람이 길드에 잘 동화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여러 가지를 물어봤습니다. 길드원 공개모집을 하지 않는 요즘은 길드원들의 추천을 받은 분에 한해 운영진들이 협의를 해서 가입승인을 합니다.

좀 이상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Nostalgia는 얼마 전부터 ‘인턴기간’이라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새로 들어온 분들께 가입 후 2주까지 길드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드립니다. 일반 길드원들처럼 길드 카페에 가입하고, 오픈톡에 참여하면서 2주 정도를 활동해보면 길드 분위기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지요. 계속 있을 만한 곳인지 안 맞는 곳인지 판단이 되실 거예요. 길드 입장에서도 새로 오신 분이 기존 길드원들과 잘 어울리고, 우리 길드에 잘 섞일 분인지 보는 시간이 생기는 거고요.

그렇게 2주 간의 인턴기간이 지나면 서로 입장을 교환하고 양쪽 모두 오케이가 되면 정식 길드원으로 최종 승인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 길드가 무슨 회사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인턴기간’이라는 말은 그냥 이해하기 쉽게 편의상 붙인 말이고요. 저희 길드와 길드원, 새로 오시는 분들 모두를 위한 하나의 안전장치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Q. 와우 클래식을 시작하여 Nostalgia 길드에 가입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이명 : 저는 RPG가 주류였을 땐 너무 어렸기 때문에 게임 상에서 제대로 된 길드 생활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길드에 대한 약간의 환상을 갖고 있었지요. 서부몰락지대에서 한참 렙업을 하다가 우연히 홍보글을 보게 되었는데, 딱 여기다! 싶더라고요. 그날 밤을 꼴딱 새우고 바로 다음 날 아침에 대장님한테 길드가입 문의를 넣었어요. 너무 쪼렙이라 안 받아줄까 봐 조마조마했지요. (웃음)

스브 : 혼자서 렙업을 하다가 초록색 검색창에서 퀘스트 정보 등을 검색하던 도중에 우연히 Nostalgia 길드 카페를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 곳에 올려진 글들을 보면서 게임 길드를 뛰어넘는 다른 무언가를 강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길드가 아니면 난 안된다! 하고 무작정 길드 카페에 가입하고 싶다고 글을 남겼어요. 솔직히 바로 가입 승인이 날줄 알았는데 도적 자리가 풀이라고 하더라고요. 당시 두목님이 언제 자리가 날지 모른다고 기다리지 말고 다른 길드 가입해도 된다고 했는데 전 Nostalgia가 아닌 다른 길드는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작정 기다렸죠. 그렇게 한 달 정도 기다려서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어른왕자 : 와우를 처음 접한 건 본섭 불타는 성전 시절이었습니다. 친구들이 하고 있어서 시작했는데 운 좋게 당시 주말 고정 공격대를 운영하는 길드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좋은 분들과 함께 하게 되었고, 실제로 만나서 술도 한 잔 나누던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클래식을 시작한 이유도 그때의 추억 때문입니다. 길드원 구인 글을 처음 보았을 때, 이 길드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을 수밖에 없는 길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입 신청을 했고 나름 긴 기다림 끝에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와우 클래식을 하면서 Nostalgia 길드에 가입한 일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인 거 같습니다.

쁘띠마몽 : 저는 한참 렙업하던 어느 날 스톰윈드를 지나가다가 여러 명이 모여서 시끌벅적하게 노는 모습을 봤어요. 아마 길드 이벤트 중이었을 거에요. 정말 재미있게 수다 떨면서 놀고 있더라고요. 저 곳은 대체 어디일까 계속 궁금해 하다가 얼마 뒤 구인글이 딱 올라와서 망설임 없이 지원했어요.

Kurio : 원래는 클래식을 시작하면서 예전 본섭 오리지널 시절에 같이 했던 대학 동기와 후배 다섯 명이서 의기투합해 소규모 길드를 만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빼고 다 접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는 지인이 정말 제가 좋아할 만한 가족 같은 길드가 있다며 Nostalgia를 추천해줬고, 바로 지원하게 됐습니다.


Q. Nostalgia 길드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어른왕자 : 뭐니 뭐니 해도 이벤트입니다.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여러 게임의 길드에 몸을 담아봤지만 Nostalgia만큼 이벤트가 풍성한 곳은 없었습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개최됩니다. 게임 내 재화서부터 신발 교환권, 명품백, 최근 상품이었던 플레이스테이션5까지 어마어마한 상품들이 걸리는지라 무조건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이벤트들이에요. 도대체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신박한 이벤트들도 많고요. 운영진이 주최하는 이벤트 말고도 길드원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들 역시 참 재미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저는 한 번도 1등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흑흑.

활개 : 우리 길드원 모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길드장으로서 뭘 더 요구하기 힘들만큼, 길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분들이라 모든 것에서 길드 우선순위로 생각해주는 게 참 고맙죠. 얼마 전 진행했던 빙고 게임 이벤트 때도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길드원이 전부 즐겁게 참여해 각자의 빙고판을 만들었을 정도로요. 그래서 뭔가 더 참신하고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명 : 길드 카페요. Nostalgia 길드의 카페는 정말 특별해요. 단순히 게임 정보만 나누는 유령 카페가 아니라, 길드원 대부분이 하루에 몇 번이라도 들락날락하는 진짜 커뮤니티 공간이거든요. 이곳엔 공지사항 게시판은 물론이고, 각종 이벤트가 난무하는 게시판, 파티를 찾는 게시판도 있어요. 부끄럽지만 제가 가끔 연재하는 이명이의 모험일기와 황반디 작가님의 미공개 작품이 올라가는 게시판도 있죠. 월급루팡하면서 놀기 좋은 것들과 현생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도 별도로 있어요. 오픈톡방 수다도 즐겁지만, 전 길드 카페가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우리들만의 히스토리잖아요.

▲ 길드 카페에 있는 자체 콘텐츠 게시판


스브 : 전 뉴스레터가 우리 길드만의 자랑이라고 생각해요. 뉴스레터는 정식 길드원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문자메시지 서비스예요. 거의 매주 발행이 되고 있는데 특별한 이슈가 생기면 속보 형태로 오기도 해요. 거기엔 길드 내 새로운 이벤트나 레이드, 길드원들 경조사나 생일 소식이 다 담겨 있습니다.

자칫 게임에 집중하느라 사람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뉴스레터는 그런 걸 방지해주고 길드의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게 해요. 실제로 뉴스레터만 발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길드원이 상을 당했을 때, 그 주 길드 레이드도 취소하면서 함께 조의를 표했고, 조화를 보내기도 했어요. 생일 맞은 길드원들한텐 케이크도 나가고요. 주니어를 출산한 길드원에겐 아기용품도 보내지죠. 그러다보니 길드원 모두가 좋은 길드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 Nostalgia 길드원이 매주 받을 수 있는 뉴스레터


쁘띠마몽 : 제가 Nostalgia에서 지내면서 놀랐던 부분은 길드 내 인간관계에 대한 자정작용이 무척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만난 수십 명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부대끼다 보면 오해도 하게 되고 다툼도 생기기 마련인데, 저희는 가능한 한 당사자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같이 애쓰고 있습니다.

뭐랄까, Nostalgia라는 좋은 공동체를 괜한 감정으로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이 속에 있는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런 마음들이 모든 길드원들에게 잘 심어져 있는 것 같아요. 또 하나, 전 일곱 살 딸아이가 있는데요. 길드 내에도 또래 아이를 둔 부부 유저들이 많아서 서로 일상 및 육아에 대한 고민도 나눌 수 있다는 점 또한 좋습니다. 이제 4, 5월이 되면 출산하는 길드원들이 2명이 더 있어서 더욱 기쁩니다. 언젠가 주니어들이 와우 클래식의 클래식을 하는 날이 오겠죠?



Kurio : 길드 자랑거리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자랑거리는 길드 구성원들이 현생에서 정말 다양한 직업군에 다양한 매력을 가진 사람들로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당장 생각나는 길드원들만 해도, 의사, 한의사, 수의사, IT개발자, 언론사 기자, 콘텐츠 회사 대표들, 대기업 직원, 육류 유통업, 공무원, 인테리어 전문가, 제약회사 직원, 연예인 매니저까지... 저희끼리 농담 삼아 법조계랑 금융계 쪽 사람만 오면 완벽하다고 하죠. 혹시나 법조계나 금융계 종사자 분 길드가입 희망하시면 우대합니다. (웃음)

그러다보니, 보통 회사 생활을 하면 비슷한 관심사와 비슷한 주제로만 대화를 하게 되는데,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정말 대화 하나하나가 재밌고 신선합니다. 길드 오픈톡방이 있는데 조금 볼일 보고 오면 300+은 기본입니다. 그걸 하나하나 읽어보는 게 나름 소소한 재미가 있어요. 제가 모르는 전문지식도 많이 알게 되고, 특히 현생에서 도움 주고받기도 좋죠. 실제로 길드 내에서 마음이 맞아 비즈니스도 같이 나누고 있는 길드원들이 몇 있습니다.



Q. 길드 자체 이벤트를 한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이벤트를 진행해 왔나요?

쁘띠마몽 : 저는 '길드 휘장 디자인 공모전' 이벤트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지금까지 6개월 단위로 두 차례 있었는데, 제가 두 번 모두 다 우승했거든요. 가끔은 운영진이 아닌 일반 길드원들도 이벤트를 주최할 수 있는데, 제가 했던 건 '도시락 반찬 아이디어 공모전'이었습니다. 워킹맘이라서 아이 도시락을 싸야하는데 반찬이 너무 고민이 되었던 터라 이벤트를 가장해 길드원들의 힘을 좀 빌렸죠.

▲ 길드 휘장 디자인 공모전 당시 길드원들의 참여 작품


스브 : 많은 이벤트가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는 '시드의 전설'이라는 이벤트입니다. 랜덤으로 정해진 길드원들과 함께 팀을 이뤄 스트라솔름 후문을 공략한 뒤, 지정된 여섯 네임드에서 드랍된 희귀 등급 이상의 아이템 상점 판매 가격 총합을 기준으로 시드가 가장 좋은 팀을 뽑는 이벤트였습니다. 저는 남작마 때문에 스트라솔름 후문을 400회 정도 다녀온 후문의 황태자라서(하지만 남작마는 결국 먹지 못했습니다...) 공략엔 자신이 있었지만, 제가 속한 팀은 아쉽게도 2등을 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참여가 가능했던 데다가 아주 근소한 차이로 우승팀이 정해져서 모든 길드원들이 흥미진진하게 참여했습니다.

어른왕자 : 제일 인상 깊었던 건 가장 최근에 했던 '7x7 빙고게임'이었어요. 각자 길드원의 본캐 닉네임으로 빙고판 49칸을 채운 뒤, 스톰윈드 드워프 지구에 모여서 주사위를 이용해 길드원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 빙고판을 완성해 나가는 방식이었습니다. 1등 상품이 아이패드 프로 or 플레이스테이션5였고, 2등 상품이 공진단 10환 set, 3등 상품이 1만 골드여서 길드원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대단했죠. 당시 저는 빙고판이 거의 다 채워져서 두 사람의 이름만 호명되면 1등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바로 그 다음 한 사람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두 분이 동시에 빙고를 외쳐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3등 상품이 1만 골드라 기분 좋게 나머지 한 분의 이름이 호명되길 기다렸는데 3등이 25명이 나와 버렸어요. 참 웃프면서도 즐거웠던 추억이었네요.

황반디 : 저는 여유가 생기면 신청자를 받아 캐릭터를 그려드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캐릭터를 그려드리면 길드 카페나 단톡방에서 프로필로 사용하시더라고요. 그림이 좀 쌓이면 캘린더처럼 소소한 길드 굿즈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합니다.

▲ 황반디 작가의 일러스트 캘린더를 선물받은 길드원들의 인증샷 모음


Kurio :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는 '길드 고시'입니다. 말 그대로 길드원들에 대한 문제를 풀면서 누가 더 우리 길드원에 대해 많이 아는지 겨루는 이벤트였습니다. 총 3단계로 진행됐는데 제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평소 여러 길드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 것이 우승 비결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웃음) 우승과는 별개로 매우 뜻 깊은 이벤트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길드원들에게 꾸준히 책을 선물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만화책이나 와우 스토리북도 있고, 주식 관련 책, 육아 관련 서적도 있지요. 길드원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어서 그에 보답하고자 시작한 겁니다. 모든 길드원들에게 책 한 권씩 들려줄 수 있도록 끝까지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이명 : 얼마 전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사랑을 드려요'라는 이벤트를 직접 진행했어요. 제가 올린 10문 10답에 정성껏 응답해주신 길드원 분들 중 추첨하여 제가 직접 만든 수제 초콜릿과 쿠키를 선물해드렸습니다. 반응이 좋아서 다음에도 진행할 생각이에요. 얼마 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식 요리책 – 진짜 맛있는 아제로스 요리 백과' 책을 선물 받았는데요, ‘돌연변이 물고기 별미’처럼 의외로 비주얼이 훌륭한 요리들이 있어서 직접 만들어볼까 싶어요. 얼마 전에 마법사 최종 빵인 계피 롤빵을 그대로 재현해 본적이 있는데, 다들 너무 즐거워 해 주시더라고요.

▲ 길드 막내 이명이 재현한 마법사 계피롤빵(좌), 이벤트 때 길드원이 직접 만든 쿠키(우)


활개 : 이외에도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한 길드원과 참여하지 못한 길드원들이 함께 스크린샷을 찍는 '溫라인 프렌드', 길마인 저를 그려보게 하는 '활개를 그려라', 스톰윈드 대성당에서 진행했던 '베스트 드레서 선발대회', 매주 길드레이드 화산심장부 드랍 아이템 6개를 맞추는 '노또복권(노스탤지어 로또복권)', 길드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선물로 진행했던 '꽝 없는 사다리타기', 황반디 작가의 작품 배경을 함께 찾아보는 '높은 계단 찾기' 등의 이벤트들이 진행됐습니다. '반려식물 나눔'처럼 길드원이 직접 진행한 이벤트들도 있었고요.


Q. Nostalgia 길드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참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Kurio : 이벤트를 두고 운영진들끼리 대화를 많이 합니다. 다음 이벤트를 어떻게 짤 것인가 의견을 많이 나누죠. 핵심은 ‘누구나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Nostalgia에서 절대 안하는 이벤트 중 하나가 PVP 이벤트입니다. 그건 PVP를 좋아하고, 잘하는 길드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이벤트니까요. 길드에서 이벤트 한답시고 특성 바꿔오라고 하고 언제 접속하라고 강요하면 누군가는 그 이벤트 참여가 힘들거나 불편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가능한 의지만 있다면 참여할 수 있고 룰이 어렵지 않으면서 공평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쁘띠마몽 : 와우라는 게임은 몬스터를 잡고 아이템과 골드를 획득하는 것보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유기적인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루해질 수 있는 단조로운 게임 속 일상에서 벗어나 이벤트를 참여하면 기분 전환이 되는 효과도 있고, 무엇보다 상품이 어마어마해서... 이건 꼭 해야 해!

황반디 : 저도 길드원들을 대상으로 캘린더 만들기나 프로필 그리기 등 여러 이벤트를 소소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와우 클래식은 손이 많이 가는 게임입니다. 내가 편안하고 재미난 길드 생활을 하고 있다면 누군가는 지금 고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담을 줄이고 함께 재미를 느끼자는 취지에서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른왕자 : 일단 이벤트 상품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몇 천골, 몇 만골까지 풀릴 때가 있으니 말 다했죠. 길드원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것들이 상품으로 풀리기도 하고, 두목이 사비를 들이기도 하는데 이벤트 내용이 어렵지 않고 재미까지 있어서 참여 의지가 마구 샘솟지요.

스브 : 저는 참여하는 입장에서 그냥 좋고 재밌습니다. 물론 상품은 덤이고요. 그냥 좋은 사람들과 뭔가 같이 한다는 게 너무 좋은 거 같아요.

활개 : 게임과 길드활동은 즐거워야 하니까요. 전 길드원 모두가 와우 클래식을 즐기며 Nostalgia에 몸담고 있는 동안은 일상이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와우는 다른 게임과 다르게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 길드 커뮤니티가 주는 영향력이 매우 큰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치라든지 재화 같이 길드에 가입해 얻는 실질적인 인게임 혜택은 없지만, 신규 유저에게 길드부터 가입하라고 하는 이유가 있지요.

사실 클래식 기간은 길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참 어려움이 많았어요. 길드 금고도 구현되기 전이고, 월드버프 때문에 다들 접종 시간이 다르다 보니 실질적으로 상위 레이드를 다니는 시점부터는 오히려 길드원들과 무언가를 같이 하는 시간이 턱없이 적을 수밖에 없어요. 작년부터 계속 이어진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프라인에서 얼굴 맞댈 수 있는 기회도 없어졌어요. 실제로 만나서 얼굴이라도 익히게 되면 개인과 개인의 관계는 아무래도 좀 더 부드러워지기 마련인데, 1년 가까이 그러질 못하니 아주 사소한 감정문제가 불쑥 돌출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자칫 약해질 수 있는 개인과 개인의 연결고리, 개인과 길드의 연결고리를 주기적으로 기름칠해주는 수단으로 이벤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길드에 새로운 분들이 한 번에 많이 들어왔을 때 같은 클래스의 길드원끼리 모여 특정 장소에서 함께 스크린샷을 찍는 이벤트를 했어요. 길드원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 즐겁게 소통할 수 있게 계획된 이벤트입니다. 이런 식으로 Nostalgia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는 대부분 시기에 맞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참여하는 길드원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게 저를 비롯한 운영진들의 노력이고요.


▲ 스크린샷 이벤트 참가작 중 하나, 제목은 동상이몽


Q. 길드 레이드도 진행하고 있나요? 레이드 진행 방식이나 진행 현황이 궁금합니다.

활개 : 5페이즈 안퀴라즈 사원까지는 매주 길드 레이드를 운영했습니다. 6페이즈 낙스라마스가 나오고서는 현생 때문에 와우를 쉬어야 하는 분들도 늘어나서 길드 레이드 출발이 힘들어졌습니다. 레이드만 보고 무작정 길드원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시간을 유동적으로 활용하기 힘든 직장인과 육아하는 분들이 대부분인 만큼 일정을 더 늘리기도 애매했지요. 그래서 현재 6페이즈 낙스라마스는 길드 레이드를 쉬고 있습니다. 불타는 성전이 나오면 1페이즈의 길드원들 상황을 살펴보고 가능하다면 2페이즈부터 다시 길드레이드를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길드레이드를 운영하면서 여러 고민들이 있었습니다. 정공이나 고정막공은 아예 최상위 레이드 인던을 빠르고 정확하게 공략하는 데 목적이 있으니 애초에 그 목적에 합당한 분들을 모아 운영하면 되지만, 길드 레이드는 애초에 결이 다릅니다. 길드원들마다 레이드의 목적이 서로 다르고, 파밍 상태도 다르며, 퍼포먼스도 다릅니다. 그러한 길드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어느 한 사람도 본인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최대한 덜하게 만드는 게 큰 숙제였습니다.

특히 아이템 입찰룰은 모두에게 민감한 부분이라 페이즈마다 조금씩 변화를 줬던 것 같습니다. 화산심장부 때는 한 달 중 3주는 골드상한 득자 페널티 주사위룰, 마지막 주는 무제한 골드경매룰을 적용했었는데, 5페이즈 안퀴라즈 사원에선 1인 최대 3득 무제한 골드경매룰을 적용했습니다. 아무리 골드가 많아도 한 사람이 최대 3개까지만 득할 수 있는 룰이었지요. 그리고 1인 최대 2개의 캐릭터만 등록해서 등록한 캐릭터로만 길드레이드에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골드가 많은 길드원이 여러 캐릭을 돌려가며 참여해서 아이템을 독식해가는 걸 방지하면서 길드원들이 어느 정도 고정된 멤버로 함께 성장할 방법을 찾다가 만든 규칙입니다.

이런 식으로 Nostalgia는 운영진을 주축으로 길드원들과 더 나은 방법을 함께 고민해서 풀어가는 노력을 해왔고, 매 페이즈마다 조금 더 나은 상태로 길드레이드가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불타는 성전이 나오면 아마 또 다른 고민들이 생길 거고, 우리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함께 그 고민을 현명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황반디님) 길드원 중 슬기롭지 못한 와우생활 만화를 연재하는 '황반디'님도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작품을 시작하게 됐나요?

황반디 : 이 자리를 빌어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Nostalgia 길드에 가입하자마자 길드에서 사용하는 카페 디자인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떠한 아름다움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그 디자인은 카페에 들어올 때마다 제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달이 넘도록 디자인이 바뀌지 않았고 이것은 결코 고결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제가 나서서 길드원 캐릭터를 만들고, 캐릭터들이 여관에 모여 단체 회식을 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이 그림을 카페 디자인에 적용할 것을 강력히 제안했고 바로 채택되더군요. 속이 참 시원했습니다. 길드원 캐릭터가 생기니 길드 활동 중 생겨난 에피소드를 만화로 그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길드 채팅창에 오가는 대화를 참고해 살짝 각색을 한 뒤 콘티 수준의 만화를 그려 카페에 올려 봤습니다. 대략 이런 만화입니다.


▲ 황반디님이 초반에 그린 콘티 수준의 만화 (링크 바로가기)


활개 : 절대 아닙니다. 전 나름대로 미적 기준을 갖고 카페를 디자인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저 광장에서 옷을 벗고 춤추기 바빴던 황반디를 지금의 셀럽으로 만든 건 제가 확실한 것 같습니다. 황반디라는 이름도 제가 지어줬습니다. (웃음)


Q. (황반디님) 한편의 만화를 제작하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는 편인가요? 매번 재밌는 에피소드를 찾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요.

황반디 : 제작 기간은 매번 다릅니다. 본업이 우선이기도 하고 정해진 틀도 없어서 편마다 분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통 하루 2~3시간, 일이 없으면 온종일 그리기도 하는데 컬러 작업까지 혼자 하려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퀄리티를 낮추면 빨리 그릴 수 있겠지만 그러면 재미가 반감되잖아요? 어떻게든 한 편의 만화에서 제가 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재미를 드리고 싶은 사람인지라 연재가 느려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만화로 그릴 에피소드는 정말 많습니다. 와우 자체의 볼륨이 큰 것도 있지만, 유쾌한 유저분들이 날마다 새로운 소재를 제공해주시거든요. 제 메모장에는 생각지도 못한 꿀잼 스토리가 스크린샷과 함께 많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살짝 양념을 칠뿐이지요. 안타까운 건 작업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불규칙해서 제 때 필요한 소재를 만화로 못 그린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당시 제가 속한 라그나로스 서버가 전 서버에서 첫 번째로 안퀴라즈 징을 울렸는데요. 그 과정을 함께 하면서 나온 수많은 에피소드를 현실이 바빠 그냥 흘려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아쉽습니다.




Q. (황반디님)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황반디 : 개인적으로 2화 '가난한 반디와 소금평원의 노움'편을 좋아합니다. 짧은 분량인데 와우 클래식만의 독특함이 잘 반영되어 있고, 무엇보다 와우를 몰라도 MMORPG를 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슬못와생의 방향을 2화에서 결정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2화 가난한 반디와 소금평원의 노움


Q. Nostalgia 길드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나 건의사항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명 : 대장한테 맨날 사랑한다고 하는데 안 받아줘요.

쁘띠마몽 : 지금 그걸 제 이름을 밝히고 대놓고 쓰라는 건가요?

스브 : 따로 개인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어른왕자 : 인게임 어른왕자/Sensual로 귓말 주세요. 모든 걸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Kurio : 어...

활개 : 스스로에게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제가 너무 많은 분들을 감당할 깜냥과 그릇은 못되다 보니, 모든 분들을 다 감싸 안고 가지 못했습니다. 길드가 추구하는 방향이나 분위기에서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까지 품지 못하고 독단적으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오직 제 판단으로만 결정한 부분이라 실행 해놓고 자괴감이 들 때도 많았습니다. 그분들 나름대로 게임을 즐기는 방식과 처한 상황이 있었을 텐데 전부 품어주지 못한 것이 참 미안합니다. 5페이즈의 막바지부터 신입 길드원에게 ‘인턴기간’을 둔 것도 이런 부분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서입니다. 불타는 성전 때는 길드 때문에 상처받거나 소외받는 분들이 없도록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Q. 와우 클래식을 즐기며 Nostalgia 길드에서 있었던 가장 즐겁거나 재미있었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이명 : 1년 반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제일 재밌던 건 레벨링 하는 동안이었던 것 같아요. 진짜 하루 종일 같이 렙업하며 길드원들과 엄청 돈독해졌거든요. 특히 수도원 돌던 시절이 가장 생각이 많이 나요. 수도원에서 알차게 모은 골드로 처음 말 산 날 너무 신나서 새벽에 30분 동안 아이언포지 안을 빙빙 돌았어요. 전 와우는 SNS다라는 말을 예전에 와우를 하지 않았을 때 들었던 적이 있어요. 그 말에 정말 공감가는 게 저도 게임 내에서 딱히 할일이 없더라도 마냥 켜놓고 실없는 얘기들만 나눠도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더라고요. 이런 걸 두고 와카오톡이라고 하는 걸까요?

황반디 : 뭐니 뭐니 해도 길드원만으로 구성된 레이드를 갈 때입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갔다면 자칫 사사게에 올라갈 법한 사고가 연달아 터지는데, 그 과정을 웃고 즐기면서 결국 클리어까지 하는 길드원들을 보고 있으면 굉장해서 할 말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물론 공대장님의 속은 타들어갔겠죠? (웃음)

Kurio : 첫 오프라인 모임이요. 제가 지방에 사는데 조촐하게 5명이 긴급으로 모였던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습니다. 제 와이프가 본섭 오리지널 때 정모에 함께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게임 정모 코스는 술집 → PC방 → 당구장 or 술집 코스였거든요. 게임에 찌든 사람들과 만나서 게임 얘기만 하다가 끝나니까 와이프가 그때 너무 데였나 봐요. 그래서 이번에 길드원 본다고 나갈 때 와이프가 한숨부터 쉬더라고요. 그런데 웬걸요. 정말 제 입장에서 어마무시한 분들이 나오신 거예요. 의사, 회사 대표, 한의사, 공기업 직원까지... 신선한 충격과 기억으로 오래 남는 사건이었습니다. 근데 이런 어마무시한 분들을 두고 그날 밥값은 왜 제가 계산했는지 미스테리입니다.

▲ Nostalgia 1, 2차 정모 당시 사진들


쁘띠마몽 : 가장 재미있었던 건 2019년 겨울에 했던 서울 정모였어요. 제가 집이 지방인데, 정모에 참석하려고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기차타고 올라갔거든요. 기대 반 걱정 반이 뒤섞여 있었는데 캐릭터로만 만나던 사람들을 실제로 보니까 참 신기하고 좋더라고요. 이 게임이 아니었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는 인연들을 알게 되고 때로는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사귀게 되어 정말 좋습니다.

스브 : 저도 정모 때와 신년회 모임! 정말 많은 분들이 나와 주셨어요. 게임 상 길드도 처음이었고 정모 같은 것도 처음이라 제겐 순간순간이 너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길드 정모 같이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것에 처음에 부정적이었던 분들도 길드활동을 좀 하다보면 자연스레 길드원들을 보고 싶어 하더라고요. 코로나19 때문에 1년 가까이 오프라인 모임이 없었는데, 다들 드릉드릉 할 거예요. 두목이 코로나19 종식되면 좋은 펜션 하나 빌려서 2박 3일 놀자고 했으니, 저는 그날만 기다립니다.

어른왕자 : 항상 누군가와 무언가를 함께 해 나간다는 건 매 순간이 즐겁고 재미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만 딱 꼽기가 애매하네요.


Q.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길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명 :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집 같은 곳? 아무리 가기 싫은 던전이나 레이드라도 길드원과 함께 가면 즐겁고 두렵지 않아요.

쁘띠마몽 : 와우라는 게임을 약 10년 넘게 하면서 많은 길드를 거쳐 왔습니다. 현실 친구가 기반이 된 길드에도 있어봤고, 상위 레이드 인던 공략을 목적으로 하는 길드에 가입한 적도 있지요.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목적이야 어떻든 서로에게 바라는 게 없는 관계로 이루어진 길드가 좋은 길드가 아닐까 싶네요. 저는 지금 여러모로 길드원들에게 참 많은 것을 받고 있지만 이것을 일부러 바라거나 했다면 이렇게까지 마음을 나누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황반디 : 게임을 하다 보면 어려울 때도 있고, 그 게임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과 유저의 기대가 서로 사맛디 아니할쎄로 어긋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치 월드버프나 로그처럼 말이죠! 이럴 때 중간에서 완충재 역할을 하면서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우리 길드만의 방법'을 찾는 길드가 좋은 길드라 생각합니다.

어른왕자 : 좋은 사람들이 있는 길드가 좋은 길드라는 생각이 드네요.

Kurio : 사람 냄새 나는 길드, 그리고 정(情)이 있는 길드, 게임에서의 인연이 현생에서도 의미있게 이어질 수 있는 길드라고 생각합니다.

활개 : 목적과 방향성을 모든 길드원들이 공유하고 함께 지키려고 노력하는 길드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예로, Nostalgia에는 20대부터 40대까지 여러 연령층이 모여 있어 저마다 예의와 매너, 허용 가능한 대화 수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길드 창설 이래로 오픈톡방과 길드창/카페에서 정치나 종교에 대한 언급, 음담패설, 성차별적 발언, 인터넷상 비속어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한테는 반말로 인식될 수 있는 ‘음슴체’ 사용도 금지하고 있고요.

말은 쉬워도 이게 지키기가 참 힘든 부분인데 정말 고맙게도 길드원들 모두 이 부분에 동의를 해줬고 1년 반 동안 자발적으로 잘 지켜줬습니다. 누군가 실수로 음슴체를 사용하면 길드 막내들이 바로 ‘삐빅’반이 되어 기분 나쁘지 않게 경고음을 울려주죠. Nostalgia의 좋은 분위기는 이러한 모두의 노력이 쌓여서 만들어진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길드를 운영하는 길드장이나 이를 따르는 길드원으로써 어려움은 없었나요? (만일 있었다면) 갈등이나 곤경을 해결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어른왕자 : 어떠한 조직에서든 갈등이나 곤경이 없을 수가 없는 거 같아요.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는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그냥 놔두면 곪아서 조직 전체에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그런 일이 생기면 일단 터놓고 말을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예전부터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어져서 내가 불편한 부분을 말하는 것에 부담이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그건 좀 듣기 불편하네요. 전 그거 싫어요.” 하고 분명하게 의사를 밝히니까 확실히 심각한 감정다툼은 생기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조율이 필요한 부분은 운영진들을 통해 풀려고 노력합니다.

Kurio : 운영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모니터링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시 같은 개념은 아니고요. 길드원들의 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다 보면 평소와 다른 뉘앙스로 말하는 사람도 있고, 분위기가 살짝 과열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운영진 중 누군가 나서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살짝 참견을 하죠. 대부분은 그렇게 해결이 되는데 진짜 문제가 생긴 경우엔 바로 운영진 단톡방에 공유를 하고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댑니다. 이럴 땐 딱히 해결책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라 대화를 많이 하려고 애씁니다. 문제가 생기면 절대 외면하지 않고 가장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달려듭니다.

활개 : 길드 카페 공지사항을 통해서도 여러 번 강조했고 길드원들에게도 수시로 당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문제가 생기면 말을 하라’는 것입니다. 길드 카페엔 누구나 무슨 말이든지 할 수 있는 별도의 게시판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에 대한 불만이든, 길드에 대한 건의든 이곳에 누군가 글을 올리면 무조건 운영진들은 해당 사안을 놓고 회의를 합니다.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해결책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답글을 해주지요.

길드원끼리의 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에게 어떤 불만이 생기면 즉시 말을 해서 풀어버리라고 합니다. 괜히 쌓아두면 덧나기만 하고 오해만 쌓이니까요. 길드 초창기엔 이러한 것들이 정착되지 않아서 길드원끼리 한참을 서로 꽁한 상태로 있던 적도 있었고, 감정싸움 때문에 여럿이 불편해졌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샌 저나 운영진들이 신경을 안 써도 될 정도로 분위기가 갖춰졌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은 길드원에게 슬쩍 물어보면 “제가 알아서 얘기 나눠볼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고, 금세 풀어버리더라고요.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는 힘이 생긴 것 같아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Q. 각자의 입장에서 길드에 속해 활동한다는 것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말씀해 주세요.

어른왕자 : 하나하나 말하기가 힘들 정도로 장점은 너무 많고요, 단점은 인게임 어른왕자/Sensual로 귓말 주시면 답변 드릴게요.

이명 : 장점은 같은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 50여 명이 내 편이라는 것? 단점은 아무래도 길드의 입장도 생각하게 되니 게임 속 모든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는 거죠. 가끔 막 나가고 싶을 때가 있는데... (웃음) 단점이자 장점일 수도 있겠네요!

Kurio : 장점이야 너무도 많죠. 외롭지 않고, 소속감도 생기고요. 길드에 역량 있는 공대장들이 여럿 있어서 클래식 내내 레이드 TO 때문에 걱정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불타는 성전 때 이 장점이 더 크게 체감될 것 같아요. 단점은 길드원이 아닌 분들과 인던이나 레이드 갈 때 더 신경 쓸 것이 많다는 것 정도겠네요.

쁘띠마몽 : 단점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진짭니다. 무엇보다 외롭지 않아서 좋아요. 게임뿐만 아니라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편히 나눌 친구들이 있다는 게 너무 든든합니다.

스브 : 월드버프 쏠 때 노바버프 애드온으로 길드 메시지 알리미가 떠서 너무 좋아요... 단점은 길드원들과 수다 떨다가 월드버프 놓칠 때가 있다는 것?


Q. 클래식 불타는 성전 출시가 확정됐습니다. 클래식과 불성을 선택할 수 있는데요, 불성 출시 이후 길드의 운영 방향이 궁금합니다.

활개 : 당연히 현 길드원 그대로 불타는 성전으로 넘어갑니다. 불타는 성전이 열리면 복귀 예정인 장기미접자 분들도 여럿 계셔서 지금보다 길드가 더 북적거릴 것 같습니다. 서버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선택할 수 있다면 너무 사람이 많아 대기열이 긴 곳보다는 지금 라그나로스 서버처럼 조금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버로 갈 것 같네요.

불타는 성전이 열리면 아무래도 길드원들의 성장속도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을 거라 무리해서 25인 길드 레이드를 진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1페이즈 때는 자연스럽게 길드원끼리 퀘스트를 하고, 일반 인던/영웅 인던을 많이 돌게 될 거고 길드 내 공대장들이 카라잔 파티를 꾸준히 모아 갈 것 같습니다. (길드 내에 아티쉬 보유자가 두 명이 있어서 카라잔 포탈 셔틀도 충분합니다.) 2페이즈가 열릴 때쯤 상황을 보고 길드 레이드를 계획할 생각입니다. 불타는 성전에서도 길드원들이 길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당연히 이벤트도 쭉 이어질 거고요.



Q. 오리지널 or 불성 클래식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어디에서 길드원과 함께하고 싶나요? 그 이유도 말씀해 주세요.

이명 : 당연히 불타는 성전이죠! 전 지금 클래식 때 레벨링이 너무 재밌었기 때문에 다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너무너무 기대가 됩니다!

쁘띠마몽 : 불타는 성전입니다. 저는 예전 본섭 불타는 성전 레이드를 제대로 즐기지 못해서 이번에 제대로 즐겨볼 참입니다. 드레나이 주술사 만렙이 목표입니다!

스브 : 당연히 불타는 성전! 낙스라마스가 이미 지겨워지기 시작했어요. 월드버프 좀 그만 받고 싶습니다.

어른왕자 : 여태껏 클래식에서 길드원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니 불타는 성전에서 다시 한 번 좋은 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Kurio : 이건 모든 길드원에게 다 물어봐도 불타는 성전일 것 같은데요? 새로운 도전을 해야죠!



Q. 클래식 서버가 정식으로 출시한 지 어느덧 1년 7개월이 지났습니다. 그간 많은 추억을 함께 쌓아온 길드원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이명 : 못나고 때론 개차반인 막냇동생, 그저 막내란 이유로 뭐든 케어해주고 아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기 힘든 고민들도 길드원분들에겐 쉽게 털어놓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던 것 같아요. 불타는 성전 때도, 그 이후로도 언제가 우리 인연의 끝이 될지 모르겠지만 될 수 있는 한 끝까지 함께 하고 싶어요. 다들 사... 사... 사냥을 시작하지!

쁘띠마몽 : 나이만 많았지 철없는 저를 잘 받아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우리 앞으로도 오래오래 같이 놀아요.

황반디 : 그동안 와우하면서 했던 이상한 짓만 적어 봐도 폰트 14크기로 A4용지 열 장은 될 텐데 다 받아주는 길드원 분들 존경합니다.

스브 : 그동안 저랑 놀아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앞으로도 계속 같이 놀아주세요.

어른왕자 : 사랑해요, Nostalgia!

Kurio : 여러분의 쿠상무입니다. 요즘 '쿠상무는 못생겼다, 쿠상무는 바보다' 하는 소문이 진실처럼 떠도는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제발 헛소문 좀 그만 믿으라고!

활개 : 약속드렸듯이 불타는 성전 때도 절대 징징대지 않고 어느 상황에서도 길드원 여러분들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좋은 길드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들 너무 고맙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나는 날 퍼지게 놉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명 : 대장님 사랑해요❤

쁘띠마몽 : 정모를 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 물러가라!

황반디 : 부족한 실력이라 만화를 올릴 때마다 초조한데요. 늘 응원과 격려로 댓글을 꽉꽉 채워주시는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올해는 더 많은 와우 콘텐츠로 자주 찾아뵐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스브 : 불타는 성전에선 서버 로그 페이지에 Nostalgia라고 남기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할 수 있죠?

어른왕자 : Nostalgia 길드와 함께 저희 Velocity 공격대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Velocity도 화이팅!

Kurio : 대장님! 임원들 월급(골드) 준다는 약속 꼭 지켜주세요.

활개 : 분명 저희보다 훨씬 더 분위기도 좋고 운영이 잘 되고 있는 길드들이 많을 텐데 이런 인터뷰 자리에 서게 되어 민망한 마음이 앞섭니다. 아무래도 길드를 소개하는 자리다보니 좋은 쪽을 많이 강조해서 이야기하긴 했는데 이런 운영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저희만의 방향과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을 뿐이고 좋은 길드가 되고자 함께 고민해왔을 뿐입니다. ‘이런 길드도 있구나.’ 하고 편안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끝으로 저희 길드원들과 옥닥복닥 1년 반을 함께 해주신 라그나로스 서버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