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시 쉘(Jesse Schell)' 쉘 게임즈 대표

국내에서는 '아트 오브 게임 디자인(Art of Game design)'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 '제시 쉘(Jesse Schell)'이 GDC 첫 날 무대에 올랐다. 그는 현재 쉘 게임즈 대표로 다양한 VR/AR 게임을 개발하고 있으며,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VR 콘텐츠 구축에 대한 강연을 펼치고 있다. 그의 수업에서 제작된 VR 콘텐츠만 10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천 개의 세계로부터 배운 교훈들(LESSONS LEARNED FROM A THOUSAND VIRTUAL WORLDS)'이라는 주제로 제시 쉘은 VR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도전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적은 예산으로 개발자 본인이 구현하고자 하는 세상을 제작하는 최고의 방법에 대한 노하우도 전수했다.


발표에 앞서 그는 쉘 게임즈가 개발 중인 'I expect you to die'의 트레일러 영상을 소개했다. 지난 15년동안 카네미 멜론 대학교에서 VR에 대한 강연을 했다. 해당 강연은 前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교 교수인 '랜디 포시'가 개설했다.

수업 방식은 간단하다. 아트나 디자인, 프로그래머들이 한 팀이 되어 2주 동안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 한 수업에 총 50명의 학생이 참여하며, 팀 구성은 랜덤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한 학기에 총 5개의 게임이 완성되었다.

해당 VR 개발수업에서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은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제작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개발환경을 지원했다. 제시 쉘은 수업에서 학생들이 제작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VR 게임을 개발할 때 고려할 요소를 키워드로 풀어 설명했다.



■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들어라"

많은 개발자들이 VR 게임을 만들 때, 현실에서 가능한 것들을 그대로 재현한 '시뮬레이터' 형태의 게임을 개발한다. 이에 대해 제시 쉘은 "예상하지 못한, 재미있는 것들에 대해 창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와 관련된 예시로 15년 전에 제작된 카약 게임을 보여주었다. 플레이어가 실제 패들을 좌우로 움직이면 게임 내에서 카약이 움직인다. 여기까지는 뻔한 시뮬레이터 식 게임일 수 있다. 하지만 게임 중반부터는 물살이 빨라지면서 컨트롤이 어려워진다. 플레이어는 카약이 폭포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나뭇가지를 잡아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런 예상하지 못했던 요소들이 게임의 재미를 더하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패턴의 콘텐츠로 그는 학생들이 제작한 VR 프로젝트 '헬로우 월드(Hello.World)'도 소개했다. 게임 초반 부분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흔한 전개이나, 게임을 종료하려고 하는 순간부터 예상하지 못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런 비정형성이 게임을 더욱 새롭고 흥미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 '헬로우 월드(Hello.World)' 시연 영상


■ "VR 내에서 사물을 가까이 보라"

우리의 눈은 물리적으로 다가오는 것에 대해서 인지한다. VR에서는 실제로 사물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더라도 현실과 같은 느낌으로 사물의 움직임 등을 인식할 수 있다. VR 게임 내에서는 이러 기능을 활용하여 현실감과 공간감을 더욱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


■ "훌륭한 사운드 디자인은 핵심 요소다"

사운드 역시 몰입감 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래서 제시 쉘은 수업 내에서 팀을 짤 때, 프로그래머 두 명과 디자이너 두 명과 더불어 '사운드 디자이너'를 반드시 포함한다고 한다.

그래픽이 다소 떨어지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사운드가 현실적이고 적절하게 가미된다면, 플레이어가 실제로 그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기에 현실감을 중요시하는 VR 게임에서는 '사운드'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된다. 가령 터널 속에서 목소리가 울린다던가 고통스러운 순간에 내는 비명이 크게 들리게 함으로써 플레이어에게 몰입감 있는 게임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 "게임 속 손은 실제와 가깝다"

VR 게임에서는 콘트롤러의 모양이 게임 내에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 콘트롤러는 '손' 모양으로 흔히 구현된다. 손의 존재감은 실제적이며, 이를 잘 활용할 경우 더 나은 VR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제시 쉘의 생각이다.

특히 그는 '테트리스'가 VR 게임에 적합하다고 이야기했다. 다음 테트리스 조각으로 어떠한 것이 내려오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플레이어는 위를 쳐다봐야 하고, 이를 손으로 집어서 원하는 방향으로 돌린 뒤, 아래를 바라보며 원하는 곳에 조각을 배치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실제 손을 써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이는 현실감을 중시하는 VR 콘텐츠와도 잘 맞는 요소이다.



■ "실제 움직임과 캐릭터의 움직임을 일치시켜라"

게임 내 캐릭터의 위치나 움직임이 플레이어의 실제 움직이고 있는 것과 동일할 경우, 플레이어는 가상현실 속에 실제로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나의 예시로 제시 쉘은 스키VR 게임을 보여주었다. 해당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실제로 앉거나 서는 걸 토대로 게임 내에서 스키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말 모형 위에 올라타 거대한 괴물에게 화살을 쏘아대는 게임을 선보였다.


■ "친숙함은 몰입도를 야기한다"

게임 내 환경이 얼마나 플레이어들에게 친숙한가에 따라 그 게임의 현실감이 결정되기도 한다. 친숙한 배경을 접하면 공포감이나 즐거움 등의 감정은 더욱 증폭되어 다가온다. 이에 제시 쉘은 "만약 당신이 플레이어에게 외계인이 사는 환경을 보여준다면, 그들은 게임 내에 몰입하기 더욱 힘들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그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내부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는 VR 게임을 소개했다. 엘리베이터는 누구나에게 친숙한 배경이기에, 그 속에서 무서운 일이 일어나면 플레이어는 더욱 큰 충격과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 "멀미를 피하라"

사이버펑크 테마로 만들어진 한 VR프로젝트에서는 게임 내 아바타가 3인칭 시점으로 스크린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시점이 바뀌는 것이었다. 그래서 게임을 할 때 플레이어가 지속적으로 주위를 맴돌며 위치를 조정해야 했다.

"이 수업에서 움직일 때 느끼는 멀미에 대해 상당히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을 통해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멀미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실제로 움직이는 기기를 활용해 VR 체험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 제시 쉘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VR 세계 내에서도 움직임이 있는데 실제 움직임이 더해지면 원활한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 "오브젝트에 상호작용을 가미하라"

제시 쉘은 햄버거 패티를 굽는 게임을 소개했다. 불판 위에 올려두면 패티 색깔이 변하며, 이러한 변화를 통해 플레이어는 고기가 제대로 구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뒤집개를 가까이 대야만 패티를 뒤집을 수 있다. 이러한 식으로 게임 내 요소에서 상호작용하는 부분이 있어야 실제감 있는 게임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인식될 수 있다.


■ "높낮이 요소는 흥미롭다"

VR에서 오브젝트나 캐릭터의 위치에 높낮이를 가미하면 보다 역동적이고 실제감 있는 게임으로 만들 수 있다. 가령 암벽등반과 같은 콘텐츠에서는 높낮이를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폭이 좁은 발판 위를 걸으면서 VR 속에서는 높은 건물 위를 걷는 화면이 나온다면, 게임에 대한 몰입도는 배가 된다.



■ "먹는 것의 즐거움"

그는 현재 개발 중인 자사 VR 게임 'I Expect You To Die'를 제작하면서, "가상현실 속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즐거움의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고 전했다. 무언가를 먹는 걸 테마로 한 게임은 상당히 많은데, 그 중 하나로 'GIANT'가 소개되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거인이 되며, 주변에 움직이는 난쟁이를 스푼으로 떠서 잡아먹을 수 있다.

표류된 사람들이 남아있는 바나나를 먹으며 생존하는 게임도 소개됐다. 바나나가 다 떨어지게 되면 플레이어들이 투표를 해서 어떤 사람부터 잡아먹을 지 결정하는 형태이다. 서로 눈치를 보며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점이 좋은 소셜 요소로 다가갈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 "소셜VR은 강력하다"

앞으로는 소셜VR 콘텐츠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시 쉘은 향후 VR과 더불어 AR에서도 소셜 요소는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된 사례로 친구와 가상현실 속에서 만나 함께 모래성을 쌓는 게임이 소개되었다. 상대방이 만든 모래성을 보고 박수를 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사람들이 함께 플레이를 하면서 하이파이브도 가능하다는 걸 개발 이후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는 두 개의 얼굴이 달린 괴물을 조작하는 게임이다. 한 명이 왼쪽 머리를 맡으며 또 다른 한 명이 오른쪽 얼굴을 맡아야 한다. 즉, 왼쪽 플레이어는 왼쪽 발만, 오른쪽 플레이어는 오른 발만 사용해 움직여야 하며, 상대방과 호흡을 맞춰야만 원활한 진행이 가능하다. 나아가 문을 열기 위한 버튼이 주어지는데, 왼쪽 사람에게는 색깔이 있는 버튼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오른쪽 플레이어는 색깔이 없는 버튼과 함께 상단에 단어로 색깔이 표기된다. 이러한 요소가 사람과 사람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며 게임의 소셜성을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AR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했다. 현실 속 실제 공간과 가상 요소가 어우러져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개발이 가능한 AR에 대해 그는 "매력적이긴 하나 여전히 연구할 분야가 많은 기술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현실 내에서 3D 요소를 가미해 오락을 즐기는 형태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AR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