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 스킬 2개 이상 쓸 필요성을 모르겠어요. 알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걸요."
"크레이지 아케이드? 그거 애들이나 하는 게임 아니에요?"
"듀랑고, 집에서 혼자 했으면 바로 껐어요."


첫인상은 중요하다. 첫인상이 좋으면 그에 대해서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며, 첫인상이 좋지 않으면 계속해서 나쁜 점만을 골라서 보게 된다. 게임도 그렇다. 게임에 대해 처음 알게 되는 첫 영상, 게임을 다운받고 시작할 때, 들어가서 게임을 할 때까지, 초반의 경험은 게임 전체에 대한 큰 영향을 준다. 로그인이 어려운 게임을 누가 하고 싶어하겠으며, 하는 법을 배우기 어려운 게임을 누가 하겠는가.

금일 ‘NDC2018’에서는 게임의 초반진입경험(FTUE)이 게임의 재미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강연에는 넥슨 코리아의 UX분석팀 문초이, 김세진 분석가가 나와 넥슨 게임을 사례로 초반진입경험이 게임 경험 미치는 영향과 이를 통해 개선할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해서 설명했다. 넥슨 UX 분석팀에서는 넥슨의 기존 라이브 게임 및 신규게임을 FGT, UT, FGI 등을 통해 테스트하고, 유저의 반응을 분석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선입견부터 설치, 로그인, 튜토리얼, 그리고 첫 플레이까지. 유저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초반진입경험은 어떻게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을까?


게임의 첫인상을 파악하기 위한 UT, 사용성 테스트
입소문부터 설치, 그리고 첫 플레이까지의 게임 첫인상,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인텔리전스 랩스 UX분석팀 문초이

먼저 문초이 분석가가 나와 UX 방법론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던전앤파이터와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예시로 설명했다.

UX 방법론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유저의 반응을 파악하기 위한 기법이다. 넥슨 코리아에서는 FGI, FGT, UT 등의 게임 특화 방법론을 이용하고 있다. 오늘 강연에서는 이중 UT(Usability Test)를 통해 확인한 유저의 피드백과 이를 통해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었던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UT는 사용성 테스트다. UT는 유저의 데이터 수집 동의를 받아 진행하는 1대1 테스트로, 양적인 테스트가 아니라 질적인 접근으로 원인과 결과를 파악한다. 사전 질의서에 대한 데이터와 직접 유저에게 게임을 테스트 해보도록 하고 어떤 기분인지, 상태가 어떤지에 대해서 묻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유저가 게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개발팀에서는 디자인된 게임이 유저에게 제대로 받아들여지는지를 궁금해한다. UX 분석팀에게 자주 요구되는 부분은 튜토리얼이 잘 만들어져있는지, 신규 유저 이탈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지, 신규 게임의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등이다. 이와 같은 요소는 게임의 초반진입경험과 관련된 부분으로, 초반진입경험이란, 게임을 처음 경험하기 위해서 접근하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게임을 접하기 전 게임에 대한 인식부터, 룰을 배우는 튜토리얼, 그리고 최초의 한 판 플레이까지의 과정을 포함한다.

초반진입경험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진입 전의 선입견, 게임 진입의 사용성, 그리고 위 두 가지가 합해진 첫 플레이 경험의 ‘취향’이다. 선입견은 ‘어떤 게임일 것이다’라는 게임에 대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인식을 뜻하며, 학습 과정은 게임을 배워가는 단계로, 유사 게임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단축된다는 특징이 있다. 첫 플레이 경험은 취향에 맞는다면 긍정적인 경험으로, 그렇지 않다면 부정적인 경험으로 남는다.


초반진입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게임 경험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선입견이 나쁘다면 진입의 장벽이 될 수도 있고, 좋다면 진입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사용성은 게임을 플레이하고 재미에 도달하게 되는 과정으로, 끝까지 게임을 학습할만한 동기를 주느냐를 판가름한다. 첫 플레이 경험을 좌우하는 취향은 게임에 흥미를 느끼게 해 중반, 후반을 향해 달려나가도록 만들어준다.

그럼 위의 세 가지 요소는 실제로 게임 경험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이에 던전앤파이터, 크레이지 아케이드, 그리고 듀랑고를 통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던전앤파이터와 크레이지 아케이드, 첫인상은?
크레이지 아케이드? 그거 애들 게임 아니에요?


먼저 취향과 학습 과정이 재미에 영향을 준 사례로 던전앤파이터가 소개됐다. 네오플에서 개발하고 넥슨에서 퍼블리싱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는 4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액션 RPG다.

게임에 대한 취향.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당 유저의 과거 경험을 먼저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사전 설문 후 게임 플레이와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기존에 RPG를 즐기던 그룹과 RPG외 타 장르 게임을 즐기던 유저 그룹으로 나누어 분석되었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 공개된 일러스트나 영상, 만화에서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까지 직접 유저에게 질문을 하면서 진행되었으며, 첫인상을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 정도를 줄 것인지, 그리고 왜 그 점수를 주었는지,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등이 질문되었다. 또한, 게임 플레이의 룰을 배워가는 학습 과정은 어떻게 느껴지는지 또한, 질문과 행동 관찰을 통해 분석했다.


인터뷰 결과 첫인상과 이후 플레이 의향은 비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부터 호감을 느끼는 유저는 심리적으로 게임에 대해 관대해진다. 게임에 대해서 능동적으로 알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반대로 첫인상 점수를 높게 주지 않은 유저는 나쁜 점을 부각시켜보며,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최소한의 요소만을 수행하고 지루해하기도 했다.

또한, 게임 학습 과정에 대해서는 유사 RPG유저와 타 장르 게임 유저간의 차이가 확연했다. 던전앤파이터는 키보드르 위주로 플레이하게 되는 게임으로, 다양한 스킬을 키보드를 통해 사용하게 된다. UX 분석팀은 키보드를 누른 횟수를 수집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통해 유저의 행동패턴을 분석했다. 던전앤파이터의 튜토리얼부터 전직까지의 과정을 두 가지 캐릭터로 두 번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RPG에 대한 경험이 있는가에 따라서 달라졌다. 던전앤파이터 첫인상에 대한 호감이 없고 RPG 경험이 없는 사람은 튜토리얼 단계부터 버거워했다. 스킬이 여러 개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고, 여러 가지 스킬 중에 단 두 가지만 사용하고, 그 이상 굳이 알아가고 싶어하지 않아했다. 같은 구간을 두 번 플레이했을때, RPG에 대한 경험이 있는 유저는 두 번째 플레이에 확실히 발전된 플레이를 보여준 반면, 비 RPG 플레이어는 별다른 학습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볼 때, 던전앤파이터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은 학습 과정이었다. 원활한 학습이 되지 않는다면 게임 본연의 재미까지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기본조작을 위해 이미지로 보여주고, 어떻게 플레이 되고 있는지를 명시하는 방식으로 수정되었으며, 새로운 스킬을 학습했을 때는 키보드 자판과 함께 보여주어 어떤 스킬을 쓸 수 있고 썼는지 시각화하도록 개선되었다. 또한, 새 스킬을 사용하면 ‘Good’을 띄워 잘 사용했다고 독려하기도 했다.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게임 상단에 표시된 키보드


다음으로 소개된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진입과정과 선입견이 영향을 준 사례다.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경우 신규 유저와 이탈 유저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처음 설치과정부터 회원가입까지가 주는 영향과 게임에 대한 인식이 주는 영향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진입과정은 설치할 때 등장하는 창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어떤 것들을 예상했는지를 물어보며, 로그인 창에서의 불편한 점과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지 물어보고 행동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직접 설치하고 로그인하는 과정에서 유저들은 설치창이 광고창 같다고 답변하거나, 다른 게임과 함께 설치되는 점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기도 하고, 기존 넥슨 아이디는 무엇이고 아이디가 닉네임으로 사용되는 것인지 등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다.

▲"기존 넥슨 ID는 무엇이고... 아이디가 닉네임 말하는 건가요?"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번쩍번쩍함... 나이가 들었는지 제게는..."

크레이지 아케이드에 대한 선입견은 테스트 전과 후로 조금 달라졌다. 게임을 접하기 전에는 초등학생들이 하는 게임, 다소 유치한 게임 등으로 부정적이었으나, 테스트 후에는 긍정적으로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입견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 이유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테스트 후 크레이지 아케이드 라이브 팀에서는 선입견과 진입과정이 재미에 도달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20대 초반을 타겟으로 한 이벤트 기획 및 아이템을 개발 중에 있으며, 진입과정 또한 개선하고 있다.


첫인상은 너무 피곤했던 게임, 듀랑고
라이브 게임과 다른 신규 게임 분석, 그리고 초반진입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인텔리전스 랩스 UX분석팀 김세진

다름은 김세진 분석가가 나와 앞서 소개된 라이브 게임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신규 게임에 대해 설명했다.

라이브 게임과 신규 게임은 분석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라이브 게임은 기존 유저와 신규 유저, 그리고 이탈 유저 등으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으며, 신규 유저를 늘리고 이탈 유저를 복귀하겠다는 목적을 가진다. 반면 신규 게임은 타겟 유저층을 추정해서 테스터를 섭외해야 하며, 오픈 준비를 한다는 목적이 있다. 또한, 라이브 게임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할 수 있지만, 신규 게임은 CBT나 OBT 등 선별 유저에 대한 데이터로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오픈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이에 김세진 분석가는 지난 1월 출시한 ‘야생의 땅: 듀랑고’를 예시로 들었다. 실제 듀랑고의 출시 이전 어떤 방식으로 UT를 진행하였지를 소개하고, 어떤 식으로 게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설명했다.

듀랑고의 경우 초반 플레이를 네 가지 구간으로 나누어 테스트가 이루어졌다. 화면이 크게 전환되는 부분으로, 기차 장면, 앙코라 섬에서의 튜토리얼, 불안정섬, 그리고 마을섬까지다. 각 부분에서 테스터들은 튜토리얼 미션을 진행하고 느끼는 감정이 어떠한지를 체크, 그리고 주관식으로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테스터 6명의 데이터로 분석한 구간별 감정 그래프는 뒤로 갈수록 즐거움이 하락함을 보여준다. 이는 실제 누적 유저 수 그래프와 흡사했는데, 누적 유저 수 그래프에서 솟아오른 부분은 해당 레벨에서 더이상 플레이하지 않고 그만두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그래프를 비교하면 감정이 하락하는 구간이 더이상 플레이하지 않는 구간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

그럼 감정이 하락한 부분은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실제 게임에 문제가 있는지를 미션 수행과 게임 개념 이해 부분에 걸린 소요시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유저가 수행해야 하는 미션은 앙코라 섬에서 가장 많았고, 마을섬에서는 미션 수행에 걸리는 시간이 전 단계에 비래 3배나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시간 이내에 배워야 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았고, 이 때문에 유저들은 과부하에 걸려 그만두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어 김세진 분석가는 테스터 6명이 모두 똑같이 어려워했던 미션을 소개하며 설명했다. 리더를 찾아 뗏목의 재료를 찾는 미션, 바구니를 제작하는 미션, 그리고 튜토리얼이 끝나고 자유롭게 플레이를 시작하게 되는 부분이 테스터들이 어려워하고 게임을 그만두고 싶어했던 부분들이었다.

테스터들은 뗏목이 어디 있는지 조차 찾지 못할 때도 있었고, 통나무를 캐기 위한 도끼를 만들어가지 못했으며, 집에서 플레이하고 있었다면 ‘바로 껐을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바구니 제작 미션에서는 하위 재료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제작품을 얻기 위해 방황하기도 했으며, 설명을 읽었음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부분에서는 “퀘스트가 없어서 그냥 나가고 싶더라”라고 이야기했다.

▲"'더미'가 있다는데, 더미는 어디있는 걸까요 ㅠㅠ"

▲"퀘스트가 왜 없는거야... (고뇌하는 손가락)"

유저 피드백을 유저의 입을 통해 직접 전달받는다면, 데이터로 짐작하는 것과는 달리 그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듀랑고의 UT를 통해서 중요했던 개선포인트는 초반 학습 곡선이 가파르니 좀 더 차근차근 알려주는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맞춰 뗏목 미션에서는 리더를 찾을 필요없이 K가 바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으며, 재료를 충분히 모을 수 있도록 해 자연스럽게 바구니 미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초반 튜토리얼이 개선되면서 감정 그래프 또한 상승해 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는 바로 개선됐다

듀랑고의 문제는 학습 과정에 있었다. 이해하지 못하고 재미를 느끼기 전에 지친다는 것이다. 김세진 분석가는 UT를 통해서 좌절구간을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었음을 설명하며 UX는 최대한 많은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초반진입구간의 개선, 왜 중요할까?

유저는 게임을 시작할 때 재미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접근한다. 문제는 게임 뒷부분을 재밌게 만들었음에도 위와 같은 초반 구간의 문제 때문에 재미를 경험하기도 전에 이탈하게 한다는 것이다. UT를 통해 유저에게 직접 들어본 결과 선입견, 사용성, 그리고 초반 게임플레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초반진입경험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정보가 어떤 선입견을 만드는지, 마케팅이나 광고, 입소문이 어떻게 자리 잡으며, 왜 그런 선입견이 생겼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게임 진입과정이 어렵지는 않은지, 오래 걸리는지를 확인하고 개선해야 한다. 고착화된 로그인 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좋으며, 신규, 기존, 그리고 복귀 유저에 대한 고려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게임에 대한 학습 과정은 잘 이루어지는지, 단계별로 제공하고 있는지, 유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적재적소에 안내가 나오는지가 중요하다. 너무 전에 나온다면 필요할 때 안내를 잊을 것이며, 너무 후에 나온다면 유저는 헤매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세진 분석가는 “초반진입경험은 중요하다. 게임에 대한 인상을 좌우하는 첫경험이니까. 게임을 마주했을때 '절레절레'가 나오는 인상이 아니라 너무 멋지다!라는 경험을 주도록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