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발표자 소개] 김기한 넥슨 일본 모바일사업본부 담당은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과거 엔씨소프트, 엔씨 재팬, 넥슨에서 10년 이상 게임 포탈, 플랫폼 등의 개발을 이끌었다. 현재 넥슨 일본 법인에서 모바일 사업을 총괄하며 HIT, HIDE AND FIRE 등 모바일 타이틀을 런칭했다.

만약 일본에 모바일 게임 상품을 준비할 때, 1) 만 원으로 확률 100%의 캐릭터 상품을 준비 2) 백 원으로 확률 1%의 캐릭터 상품을 준비를 고민할 수 있다. 만약 1번을 선택했다면,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 또한, "나는 일본 오타쿠 문화를 이해합니다.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를 좋아해요."라고 자신해도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하다.

김기한 넥슨 일본 모바일사업본부장은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게임을 설계하고 로컬라이즈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NDC 2018'에서 들려줬다. 더불어 일본과 한국의 모바일 시장 상황, 유저 특성, 게임에 대한 기호 등에 대해 전반적인 노하우를 공개했다.

김기한 본부장 알린 내용은 개인의 견해이며, 넥슨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



2017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앱애니 조사 기준 11조 원을 돌파했다. 앱애니는 모바일 게임이 매출을 견인했다고 분석한다. 한편, 2017년 들어서 '모바일 레드오션'이 열렸다는 분석도 들려온다. 히트 타이틀이 장기 집권하며 신작 성공률이 저하됐고, 마케팅 비용은 점차 증가 추세다. 중소게임사가 성공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기한 본부장은 "우수한 한국 개발사가 상황을 타개하는 데 있어 일본이 답이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은 중국에 이어 미국과 비슷한 규모로 세계 Top3을 이루고 있다. 물론, 중국과의 격차는 크다. 그러나 한국과 비교하면 3.5배 이상 큰 시장으로, 충분히 진출할 가치가 있다.

▲ 세계적인 매출을 기록하는 일본 시장

현재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 추세다. 앱애니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7년 미화 12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 시장에 한국 모바일 게임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RPG 장르가 주력인 시장이 바로 일본이기 때문이다. 넥슨이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RPG 장르가 올린 매출액은 미화 20억 달러 정도이다.

물론 일본 시장 진출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일본은 갈라파고스라고 불릴 정도로 지역 특색이 강하며, 외산 게임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외산 게임의 성공이 쉽지 않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여전히 성장은 하고 있지만, 다운로드 수는 줄어들고 있다.

김기한 본부장은 "일본은 미국과 함께 수십 년 간 게임 산업을 일으키고 이끌어 온 국가이다. 게임 주변으로 자체적인 문화가 강하게 있어 외산 게임 진입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큰 만큼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 게이머 한 명을 모집하기 위한 단가도 높다. 국내의 2.5배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한 본부장은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할 가치가 크다고 전한다. 넥슨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모바일 게임 매출 1위의 월간 수익은 미화로 약 60만 달러, 10위의 경우 4.5만 달러, 30위의 경우 1만 달러이다.

반면, 일본 시장 매출 1위는 월간 140만 달러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10위는 20만 달러, 30위는 7만 달러이다. 주목할 점은 매출 150위가 1.5만 달러의 매출을 보인다는 점이다. 일본 시장에 150위 안에만 들어도 한국 시장의 30위와 비슷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외산 게임의 성공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5년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100위권 내의 해외 게임은 11개, 한국과 중국 게임은 3개뿐이었다. 현재는 19개의 외산 게임이 매출 100위 안에 들었고, 한국과 중국 게임 역시 14개로 크게 늘었다.


성공적인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유저 분포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전체 모바일 게임 유저 수는 약 2,800만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중 라이트 유저가 700만 명, 미드코어 유저가 1,540만 명, 코어 유저가 560만 명이다. 현재 일본 시장에 진출 성공한 한국 게임 대부분이 코어유저가 선호하는 게임이다. 특이한 점은 한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 일본에 가면 코어 게임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양국의 유저가 게임에 대한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유저는 어릴 적부터 PC 온라인 게임을 경험한 반면, 일본 유저는 콘솔 게임을 접했다. 즉, 한국 게임이 그대로 일본 시장에 진출하면, 거대한 2,800만 명의 풀이 아닌 코어 타겟만을 상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신규 유입 확대가 어려워진다.

이때 필요한 것이 현지화(Localization) 작업이다. 게임의 본질은 바꿀 수 없지만, 접근 장벽을 낮추고 타겟층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김기한 본부장은 전했다. 현지화의 목적은 수용성을 높여 타겟층을 확대하는 것이다. 특히 외국 문화에 거부감이 없고 파급력이 강한 유토리 세대, 10대 후반부터 20대가 대상이다. 코어 유저 540만 명이 아닌 전체 유저 2,800만여 명을 타겟으로 하기 위해서다.

▲ 현지화의 목적, '코어'함을 낮추고 '라이트'하게

현지화 작업 시 중점적으로 볼 사항은 비즈니스 모델 개선, 아트 및 그래픽 변화, 세계관/시나리오/설정의 중요도, 기타 게임 콘텐츠 및 구조이다. 그는 네 가지 현지화 요소를 들어 일본 게임 시장 공략에 대해 설명했다.

일본은 다운로드 규모는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매출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김기한 본부장은 "일본 유저들은 가치를 느끼는데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면서도 "매년 수백 개의 새로운 모바일 게임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마케팅 없이 유지는 힘들다"고 전했다.

레드오션에서 적은 마케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본의 가차(랜덤형 상품) 문화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김기한 본부장은 조언한다. 뽑을 가치가 있도록 애착 요소가 있는 가차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일본 유저는 '애착 요소'가 있는 가차에 돈을 아끼지 않는데, 이를 위해서는 외형과 설정, 스토리와 같은 매력이 중요하다.

아트, 그래픽 요소의 경우는 게임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소이기에 마찬가지로 ‘애착’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기한 본부장은 전했다. 그는 "슬레이어즈나 에반게리온를 좋아하니 일본 문화를 이해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본인이 "저 k-pop 잘 들어요. 좋아하는 가수는 서태지와 아이들이고요"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어 김기한 본부장은 "일본 게임 유저층과 애니메이션 유저층을 동일하다고 여겨서도 안 된다"고 덧붙이며 일본인이 선호하는 스타일에 맞는 아트와 일러스트의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사의 게임인 하이드 앤 파이어(Hide and Fire)가 대표적인 아트, 그래픽 현지화 성공 사례라고 소개했다.


▲ 한국적인 느낌과 일본적인 느낌의 예

다음으로 그는 세계관과 시나리오, 설정 부문에서는 전달의 방법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기한 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 유저는 남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가는 기쁨을 느끼지만, 일본 유저는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 왜 플레이를 하는지가 중요하다.

김기한 본부장은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성우를 기용하길 권했다. 애니메이션, 기본 게임 등을 통해 일본인에게 성우는 친숙한 요소이다. 또한, 성우 기용은 세계관에 대해 몰입감을 부여하는 데 효과적이다. 단, 캐스팅과 연기 확인에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니 중요도에 따라 취사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 요소인 기타 게임 콘텐츠, 구조 요소에서는 양국의 게임 플레이 경험이 차이점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김기한 본부장은 "한국 유저는 일하는 도중이나 공부할 때 자동사냥을 진행하지만, 일본 유저는 개인 시간 외에 게임을 잘 하지 않는다"며 "일본 유저는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등 틈새 시간을 이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게임은 틈새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5분 내외의 콘텐츠를 마련하는 게 좋다. 또한, 일본 유저는 전철에서 플레이하는 빈도가 높아서 한 손으로 플레이가 수월한 세로형 게임 비중이 높다. 즉, 틈새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빈도를 높이기 위한 세로 화면이 권장된다.

▲ 짧게 즐길 수 있는 세로형 게임이 일본 유저에게 알맞다

또한, 협력이 강조된 교육을 받은 유토리 세대(14~31세)에서는 경쟁보다 협력이 중요하다. 멀티플레이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들은 싱글 플레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다만 과금을 높이기 위해서는 멀티플레이도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는 유도가 필요하다. 레이드, 길드 대결 등이 인기 콘텐츠이며, 최근에는 PvP 콘텐츠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