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사마' 스티븐 리브(Steven 'Hans Sama' Liv)는 EU LCS의 ADC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선수다. 밀레니엄 소속으로 2부리그에서 활약한 그는 1부리그의 선수들에 비해 밀리지 않는 메카닉을 보여주며 활약했다. 그리고 그가 '미스핏츠'로 옮기면서 1부리그에 입성했을 때, 기존의 EU LCS 팀들은 또다른 강팀을 마주해야 했다.

나아가 '이그나' 이동근과의 놀라운 호흡은 그를 세계 무대에 각인하기에 충분했다. 미스핏츠는 2017년 EU LCS 스플릿을 박살내며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했고, 비록 세계 무대의 벽은 넘지 못했을지언정 자신의 이름만은 전 세계의 팬들에게 똑똑히 알렸다. 그리고 파트너였던 이그나가 EU를 떠나 LCK로 향한 이후에도, 그는 여전히 미스핏츠에 남아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2018년은 딱히 잘 풀린 한 해는 아니었다. 새로운 서포터인 'Mikyx'와 호흡을 맞춘 그는 여전히 EU 최고의 한타능력을 보여주었지만, 팀 성적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MSI 진출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그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그는 99년생으로 프로 선수들 중에서도 꽤 어린 나이이고, 그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수 년에 달하는 커리어가 쌓여 있다. 메카닉이 정점을 유지하는 20대 초반까지 아직 꽤 시간이 남은 만큼, 그의 시간도 더 길게 이어질 것이다.

봄이 꺾이고 여름으로 향해가는 5월. 한국에 부트캠프를 온 미스핏츠 팀원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지난 월드 챔피언십 직전에 본 후 거의 반 년만의 만남이다. 월드 챔피언십 전보다 심리적 부담이 적어서 그런지 오히려 표정은 밝다. 다른 팀원들과는 간단한 인사만 나눴다. 오늘은 '한스 사마'를 만나러 온 자리니까.

▲ '한스사마' 스티븐 리브(Steven 'Hans Sama' Liv)


Q. 오랜만에 보네요! 한국에는 언제 들어오신거에요?

4월 24일에 들어왔으니 오늘로 딱 1 주일이 되었네요.(인터뷰 당시 5월 1일)


Q. 다시 방문한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떤 것 같아요? 지난 번에 왔었으니 좀 더 편해졌나요?

저희끼리만 오다 보니 음식점 찾는게 힘들었어요. 예전에는 'IgNar(bbq 올리버즈 '이동근' 선수: 이하 이그나)'가 이런 부분을 도와줬거든요. 게다가 저희 모두 끼니 때마다 나가서 먹을 만큼 부지런한 성격도 아니고요. 결국 이그나에게 부탁해서 추천을 받았어요.


Q. 이그나한테 연락하셨군요?

네 4일 전에 만났어요. 정말 재밌었죠. 여기 방에 있는 선수들과 다 같이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었어요.


Q. 그 때 어떤 음식을 먹었는데요?

코리안 BBQ라고 하죠? 고기집에 데려다 줬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Q. 그럼 나머지 팀원들은 식사를 주로 어떻게 해결하나요? 매번 연락할 수도 없을 텐데 괜찮은 식당을 찾았나요?

솔직히 말하면 저희는 음식점이라면 딱 두 세곳 밖에 못 가봤어요. 다른 곳을 찾아 볼만한 기회도 없었고요. 음... 롯데리아? 그리고 한국 고기집이요. 사실 고기를 자주 먹으려고 하진 않아요. 사실 전 고기를 사랑하는데 부모님께서 붉은 육류를 줄이라는 충고를 많이 해주시죠. 건강에 안 좋으니까요. 그래서 채소를 주로 먹으려고 노력해요.



Q. 한국에도 괜찮은 채소 요리가 많으니 좀 도와드릴게요. 본격적인 대화로 넘어가 보죠.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 '한스 사마' 하면 유체원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요. 워낙 인상깊은 활약을 보여줘서 한국 내에서도 팬덤이 있는 편이고요. 본인 스스로는 그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음. 이번 시즌 초반 그리고 중반까지만해도 저는 유럽에서 두 손가락 안에 드는 원딜러였어요. 1위는 레클리스라고 생각해요. 그는 개인 뿐만아니라 팀적으로도 훌륭한 선수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시즌 중반을 넘어가면서 3~4위 정도의 기량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한타 상황에서 제가 능력을 제대로 발휘를 못 했어요. 그리고 패배도 자주 했죠.

그래도 제 스스로는 EU에서 손꼽히는 기량은 갖추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물론, 저희 팀은 플레이오프에 진출 못 했죠. 기회를 잡지 못했어요. 딱 2경기만 더 이겼어도 상황은 달라졌을건데 이상하게도 계속 졌어요. 사실 저흰 100%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슬펐죠. 그 정도로 자신 있었어요. 예상치 못한 변수에 부딪힌 셈이죠. 팬들 또한 이렇게 될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저희 마인드와 플레이스타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즈리얼을 자주 썼는데, 저희 팀은 이즈리얼로 초 중반에 밀어붙이는 전략에 익숙해져 있었어요. 근데 지난 시즌에는 후반 지향형 경기가 많았고 저희는 이에 대처를 하지 못했어요. 이게 꽤 크게 작용했어요. 물론 팀에는 심각한 손해였죠.


Q. 그럼 메타가 맞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네 맞아요. 이번 메타에 대한 접근방식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예측하기 힘든 변수도 많았죠. 팀 바이탈리티의 경우가 그 중 하나에요. 그들은 시즌 전까지만해도 약체로 평가 받고 있었어요.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그 반대였죠. 게다가 저희 팀의 많은 실수가 겹치면서 약체 팀들에게 패배했던 것 같아요. 팀으로써 많이 부족했어요.



Q. ADC로써 활동을 이어오면서 자신의 장단점은 잘 알고 있으시죠? 그렇다면 국제 대회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요? 예를 들자면, 롤드컵에서?

저는 오히려 세계 무대에서 더 빛이 나는 스타일이에요. 지난 롤드컵 때 저보다 실력이 월등한 선수들, 예를 들면, 뱅, 우지, 룰러나 미스틱 상대로 긴장감이나 부담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거든요. 저는 이 매치업을 오히려 즐겼어요. 제가 언급한 위 선수들은 EU에 있는 그 누구보다 개인 기량이 앞서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건 저에게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죠. 그래도 어쩌다 한번씩 깜짝 놀랄 때도 있어요. 특히, 우지랑 상대했을 때요. 정말 잘하더군요. 다른 선수들 상대로는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데 우지와 붙었을 때에는 절대 못 이기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정말 잘해요.


Q. 긴장감을 꽤 즐기는 성격인가봐요?

저는 항상 EU 선수들과 게임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지역 ADC들과의 경기를 즐기는 편이에요. 정말 흥미롭죠. 지역마다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배울 점도 많아요. 특히, 중국 ADC들은 상당히 공격적이더군요.


Q. 인터뷰에 앞서 저희가 피라미드를 하나 준비했어요. 그리고 EU에서 활동하는 ADC 선수들의 명단도 준비했죠. 혹시 이 피라미드 위에 본인이 생각하는 EU ADC의 순위를 나열해줄 수 있을까요?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요.

신의 영역(god-like)은 딱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나요?

▲ 책상이 없어 바닥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Q. 자유롭게 해주시면 되요. 여러 명을 넣을 수도 있고, 한 사람만 넣을 수도 있고요.

그럼 신의 영역에 도달한 사람이 없다면요?


Q. 그렇다면 빈칸으로 해도 무방합니다. 참고로 마지막에는 한스 사마 본인에 대한 순위를 매겨주셔야 해요.

정말요? 음... 저는 분명 최고 레벨로 발전할 능력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팀 플레이가 많이 부족하죠. 지난 시즌에는 팀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거든요. 그럼, 이렇게 순위를 매겨볼게요.


Q. 자, 그럼 이제 본인의 순위를 결정할 시간이에요.

망설여지네요. 일단 기준은 공식 경기, 스크림 그리고 솔로 랭크로 했어요. 자주 붙어봤기 때문에 대충 이들의 개인 기량은 평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그럼 이 순위는 공식 경기, 스크림 그리고 솔로 랭크를 바탕으로 한 건가요?

경기 내에서의 한타 능력도 봤어요. 그리고 라인전.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평가하기 좀 힘들어요. 전 그 팀의 자세한 사정까지 알 수 없으니까요. 일단 레클레스와 업셋(upset)은 분명 경기를 캐리할 수 있는 능력있는 친구들이죠. 나머지 선수들도 크게 밀리지 않아요.


Q. 그렇다면 본인의 위치는 어디 즈음인가요?

이거 사진으로 올라가는 건가요?(웃음)

네. 물론이죠.

▲ 물론이다


Q. 아까 UZI에 대해 굉장히 놀라운 선수라고 말하셨잖아요. 다른 선수들도 UZI는 뭔가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실제로 경기를 해 보면 그정도로 대단한 선수인가요?

RNG와의 스크림에서 우지와 붙었을 때, 그가 실력 있는 선수라는 점을 곧바로 알 수 있었죠. 그는 여타 선수들과는 다른 특출난 재능이 있어요. 한국 원딜러들과 비교해도 분명 달라요. 롤드컵에서 한국 원딜러들이 월등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우지 만큼은 뭔가 달랐죠. 이그나는 그가 믿기 힘든 실력의 소유자라고 찬양했어요.


Q. 그럼 잠시 e스포츠 이야기를 떠나서 '한스 사마' 본인에 대한 질문을 좀 해보고 싶어요.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 한스 사마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저는 정말 내성적인 사람이었어요. 말을 아꼈고,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당연히 제 미래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요. 학창시절 저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공부를 월등하게 잘하진 않았지만 분명 못하는 학생은 아니었죠. 사실 저는 그 당시만 해도 프로게이머에 대한 생각이 없었어요. 주업으로 삼기에는 부족한 직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가, 커뮤니티, SNS 등의 창구를 통해 프로게이머가 점점 유망한 직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저는 솔랭에서 현업 프로게이머들을 자주 상대하는 편이었고요. 그렇지만, 학업을 끝 마치겠다는 생각에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죠. 왜 그 때면 보통 많은 고민을 하잖아요. 대학교에 입학해서 또 다시 5년 동안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직업도 구해야하는 등의 현실적인 고민들이요. 그런 생각들만 하자니 마치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다른 길도 생각해 보았어요. 하나는 게임이었고, 또 하나는 만화였죠. 그림 그리는 걸 너무 좋아했거든요.


Q. 직업으로 생각할 정도로 만화를 좋아하나요?

분명 재능은 있었어요. 13살 즈음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도 그림을 잘 그렸거든요. 지금도 가끔 취미삼아 그림을 그리곤 해요.


Q. 그러니까 그 당시, 본인은 게임을 취미로만 즐기고 있었군요. 그럼 언제부터 프로게이머가 되기로 마음 먹었었나요? 혹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14살 때 이미 챌린저 티어에 들어갔어요. EU 서버에서 상위 50위 안에 들었었죠. 솔랭에서도 여러 프로게이머들을 만났고요. 그리곤 프랑스 롤 유저들 사이에서 "얘는 몇 년 안에 유명해질거야." 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죠. 롤 커뮤니티에서 제 실력을 칭찬하기 시작했고요.



Q. 그럼 커뮤니티에서의 열띤 반응이 그 계기였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거로 결정된 것은 아니에요.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에 제 부모님을 설득해야했죠. 제가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한번은 제 컴퓨터를 일터로 챙겨 가시기도 하셨어요. 그래도 결국 부모님께서 프로게이머가 되는 거에 대해 허락하셨어요. 아마 제가 게임할때 만큼은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기 때문일거에요. 근데 그보다 더 상세한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웃음) 프랑스에서도 너무 많은 게임을 하는 건 좋게 보이지 않아서인지 어떤 부모는 컴퓨터를 창밖으로 던져버렸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더 생각해 보자면... 저희 아버지께서는 6살 때부터 제게 테니스를 배우게 하셨어요. 14살까지만 해도 제가 테니스 선수가 되기를 원하셨고 이는 아버지의 목표임에 동시에 제 목표이기도 했어요. 실력도 어느정도 있어서 경기를 나서면 관중들이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어요. 제가 누군가에게 환호의 대상이였다는 사실을 아버지께서 정말 좋게 생각하셨죠.

돌이켜보면 이 점이 제 프로게이머 인생의 동기가 되었어요. 제가 14살 때 아마추어 오프라인 롤 대회에 참여를 했어요. 파리에서 열린 이 대회에 아버지께서도 같이 가셨고요. 일단, 이 대회에 참석한 수 많은 관중들을 보고 정말 놀라셨죠. 저희가 경기하는 모습에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어요. 치열한 경쟁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신 후에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셨던 것 같아요.

그 자리에서 아버지께서는 현장의 선수들, 그리고 관계자들 몇 분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신 후 분명 e스포츠 씬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갖게 되셨던 것 같아요. 결국 아버지께서는 제게 새 데스크톱 PC를 선물해주셨어요. 제 예전 컴퓨터는 2006년도에 샀던 거였거든요. 게임을 할때면 40fps, 한타가 열리면 20fps이기도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이 컴퓨터로 챌린저를 달성한게 좀 신기하긴 하네요.


Q. 와. 그럼 그 낡은 컴퓨터로도 챌린저 입성에 성공했던 거에요?

음. 사실 제 예전 컴퓨터는 항상 재부팅되기 십상이었죠. 게임 도중 접속이 끊겼죠. 그래서 이게 반복될 경우 계정 정지를 당할 거라는 경고 메시지도 종종 받은 기억이 있네요.


Q. 외모 때문에 종종 중국인나 한국인으로 오해 받을 때도 있어요. 때문에 동양권 팬들이 꽤 많은 편이고 이그나는 한스 사마가 아시아 팬들이 너무 많다며 부러워하기도 했어요. 이런 오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하나도 상관하지 않아요. 오히려 저는 제 동양적인 외모를 좋아합니다. 부모님께서 캄보디아 분들이가 제가 이렇게 태어난거죠. 또한, 아시아는 롤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해서 이런 오해가 반갑기도 해요. 아, 제가 동양인의 피가 흘러서 그런지 코그모를 참 잘하거든요. (웃음) 유럽 서버에서는 코그모 유저를 찾아 보기 쉽지 않죠. 어떤 아시아 선수들은 정말 이 챔피언을 잘 다뤄요. 저도 많이 연습하고 있고요.



Q. 게임을 하지 않을 땐 만화 그리는 것이 취미라고 말씀하셨는데, 애니메이션 쪽에도 관심을 두고 있으신가요?

그럼요. 저는 애니메이션 보는 것도 정말 좋아해요.


Q. 그렇다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하나 꼽아 본다면요?

사실 항상 바뀌거든요. 아마도 '그렌라간'일 거에요. 제가 어렸을 때는 '드래곤볼'이 한창 인기가 있었어요. 근데, 저를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이끌었던 작품은 소드 아트 온라인이었어요. 제 첫 번째 팀의 서포터가 추천해줬죠. 당시 제가 14살이었고, 아마 그 때부터 그림 그리기에 더 열중했던 것 같아요.


Q. 만약 나중에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다면, 그 후에도 이스포츠 씬에 몸담을 생각이신가요? 아니면 만화가나 애니메이션 감독 같은 새로운 길에 도전 해보고 싶으신가요?

A저는 확실히 좋은 코치는 못 될 거에요. 좋은 코치가 되기에는 능력이 부족하죠. 현재 제 코치님은 엄하시고 똑 부러지는 성격을 지니고 계셔요. 저는 분명 그런 사람은 아니죠. 아마 좋은 매니저도 되긴 힘들 것 같아요. 저는 공부를 다시 시작하거나,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고 싶어요. 하지만, 이 모든건 미래의 일이죠. 저는 제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롤에 모든 걸 쏟아 부을 생각입니다.

▲ 그의 sns에는 직접 그린 습작들이 걸려있다


Q. 그럼 인간 Hans Sama의 미래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해보죠. 저희가 '버킷 리스트'란을 준비해왔어요.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은 것, 이뤄보고 싶은 것을 다섯 가지만 적어줄 수 있을까요?

일단 ‘안 죽는다’라는 소원을 적어야하지 않을까요?(웃음) 저는 조용히 살다 가고 싶어요. 음 그러니까... 끔찍한 병을 앓다가 죽거나 갑작스럽게 사고로 죽는 일은 절대 겪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만약 선수로서 성공한다면 분명 만화가로서의 삶도 시도하고 싶네요. 반면, 좋은 커리어를 쌓지 못한다면 공부를 다시 시작해보고 싶어요. 그래도 만화가나 애니메이션 감독이 더 끌리긴 하지만요. 그 속에 담긴 무한한 상상력에 매료되거든요.

아마 세번째 버킷리스트는 그 누구와도 겨뤄도 꿀리지 않는 최고의 선수가 되는거에요. 말 그대로 전설적인 선수가 되고 싶어요. 덤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좋은 가정이 있어야겠죠. 음... 만드는거라고 해야할까요. 아니면 갖는다는 표현이 더 올바를까요?



자신이 가정을 직접 꾸리는가랑 갖고 있는 거랑은 좀 다른 뉘앙스 아닌가요?

음. 이건 안 적을게요. 팬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웃음) 또 다른 거라면... 인생을 즐기는 것. 매일 좋은 음식을 먹는 거. 잠을 잘 자는 것. 제 주위 사람들에게 잘 해주는 것. 사실 저는 주변 사람들을 잘 못 챙기는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거죠. 프로게이머로써 생활하다보면 가족들을 챙기기 힘들거든요. 항상 여기저기 이동하느라 연락하기 어렵죠. 잠시만요. 제가 적은 이 리스트도 사진으로 올라가나요? 정말 악필인데 어쩌죠? 좀 신경 쓸 걸 그랬네요. (웃음)

물론 올라가죠.

▲ 물론이다. 악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Q. 이그나와 꽤 오래 호흡을 맞춰왔잖아요. 그가 한국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 파트너로서 기분이 어땠나요? 서운하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오히려 크게 동요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그나가 이 주제에 대해 꽤 오래전부터 얘기 해줬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미리 알고 있었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이건 또 달랐어요. 사람마다 플레이스타일이 다 다른데, 그와 1년 간 호흡을 맞추면서 생각보다 그의 스타일에 많이 익숙해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서포터와 호흡을 맞추는게 좀 어렵긴 했어요.

▲ '이그나' 이동근과 호흡을 맞추던 지난 월드 챔피언십


Q. 이젠 이그나와 함께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데, 현재 그의 LCK 경기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그나는 아직도 확실히 "이그나"스러워요. 그는 분명 실력이 줄지 않았어요. 세계 대회에서는 정말 짐승같은 경기력을 뽐내곤 했었죠. 이젠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갖췄다는 걸 알게 되었죠. 언젠간 이그나 상대로 경기를 해볼 수 있다면 참 재밌을 것 같아요.


Q.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 지을 시간이 다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늘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매번 색다른 답변을 하고 싶은데, 사실 떠오르는 말은 고맙다는 말이 전부에요. 항상 제 편에 서주시는 팬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일단, 다음 시즌에 대해서는 자신감에 차있어요. 팀적으로도 더 좋아질거라고 믿고 있어요. 이번 시즌에는 저희의 접근 방식이나 마인드 등이 잘못 되었었죠. 그래서 패배도 많이 했고요. 저는 지나치게 과한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다음 시즌을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했어요. 새로운 습관 그리고 챔피언 등을 준비해서 더 좋은 경기력을 내기 위해 노력할거에요.

팀적으로도 분명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분명 이런 변화들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뿐만아니라, 미스핏츠 팀월들 전부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하나 하나까지 세세하게 신경 쓸 계획입니다. 이렇게 해야지만 경기를 이길 수 있으니까요. 제 자신에게도 더욱 엄격해질 겁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할 생각이고, 잠을 줄이고 연습량을 늘릴거에요. 식단도 더욱 건강하게 바꿀 생각이고요.

아 맞다. 버킷 리스트에서요... 제 주위 사람들에게 잘 해주겠다고 한 부분이요. 거기에 "인간으로서 더 발전하고 싶다"를 추가하고 싶어요. 이는 제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지겠다는 다짐을 포함하고 있죠. 저는 지금 보다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고 아침마다 운동을 거르지 않겠다고 약속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