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2월 중순 국회에서 진행된 '게임중독법 공청회'. 그곳에 이해국 교수가 있었다. 가톨릭대 정신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당시 "게임 중독성 더 강해...마약을 빼라"라는 발언으로 업계의 공분을 샀다.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에는 보건복지부가 지하철에 송출한 게임 중독 관련 광고 논란, 게임사 매출 1%를 징수하는 '인터넷게임중독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 등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들이 나오기도 했던 시기다. 여기에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소위 말하는 4대 중독법에 게임이 포함되면서 업계 전체의 반발로 이어졌다.

19대 국회가 끝나고 법안은 폐기되었으나, '게임 중독'에 대한 논란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정신의학과 관련이 있는 몇몇 단체들은 법안 폐기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법안 폐기로 법적으로 게임이 술, 담배,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이후 WHO가 게임 장애를 ICD-11 초안에 포함하는 과정에서 많은 의견이 오갔으며, 정식 등재된 이후에도 전 세계에 걸쳐서 많은 반발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국내 내부를 살펴보면, 그 중심에서 지속해서 언급되는 '중독포럼'이 있었다.


■ "이해국 교수란 누구인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현재 중독포럼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 한국중독정신의학회의 정책이사, 교육수련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그는 알코올, 도박 중독 및 정신 질환에 대한 전문가로, 2010년부터 인터넷 중독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터넷 게임이 가장 문제시되는 요소로 자리했다.

▲ 2014년 게임중독법 공청회 당시의 이해국 교수

그는 2011년 여성가족부에서 발행한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 도입에 따른 비용 편익분석 연구' 논문에서 인터넷 중독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문제를 진단하고 게임으로 발생한 부작용에 대해 업계가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비윤리성을 고발한 바 있다. 또한, 아이들의 게임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지 않는 부모들의 안일함을 지적했다.

이해국 교수는 특히 청소년의 게임 중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청소년기의 게임 중독에 대한 부모의 영향과 치료 단계에서의 중요성을 짚고 있으며, 2015년에는 청소년기 인터넷 사용이 이후 성인 초기의 과금과 흡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도 했다.


- "차라리 마약을 빼겠다" - 2014년 공청회

한편, 2013년 '4대 중독법'으로 논란이 된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률안은 알코올, 마약류, 사행산업, 그리고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의 중독으로 말미암은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마약, 도박과 게임을 같은 선상에 있는 중독물질로 규정해 논란이 됐다. 국내는 물론, 미국 게임 협회 ESA 및 13개국의 게임 협회에서도 이에 대한 반대 성명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4년 2월 게임 중독법에 대한 공청회가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개최됐다. 중독법에 대한 찬반 토론이 이루어진 가운데 이해국 교수는 "마약보다 강한 중독이 게임에 있을 수 있다"며, 반대 측 패널들이 게임을 4대 중독 카테고리에 넣는 것에 반대하자 "차라리 마약을 빼겠다"고 발언했다.

관련기사 : [취재] 이해국 교수, "게임 중독성 더 강해...마약을 빼라"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비단 이해국 교수만의 것은 아니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4대 중독법과 관련해 회원들에게 발송한 안내문에서 게임중독법과 관련해 "반드시 입법화를 이루어내야 할 숙원사업'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한, 중독포럼과 신의진 의원이 주최한 '범종교시민사회 200인 선언 및 토론회'에서는 대표자로 나선 강지원 변호사가 게임 및 여타 중독을 '세월호'에 비유해 비난받기도 했다.

중독포럼에서는 게임을 알코올, 도박, 흡연 등과 함께 중독 요소로 명시하고 있다. 만약 게임이 행위 중독으로 지정된다면, 도박에 이어 질병으로 등재되는 두 번째 행위 중독이 된다.


- 위정현 학회장 "국내에 게임질병화를 시도하려는 조직적 단체가 있다"

▲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

WHO가 게임 장애를 포함한 ICD-11를 공개함에 따라 게임 중독법에 이어 게임 질병화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해국 교수의 이름도 이와 함께 다시 등장했다. 지난 3월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위정현 학회장은 게임 질병화를 시도하는 조직적인 단체가 있다며, "이렇게 게임을 질병으로 몰고 가는 핵심에 이해국 교수가 있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위정현 학회장 "국내에 게임질병화를 시도하려는 조직적 단체가 있다"

4대 중독법에 이어 WHO 게임 질병 코드화에 대한 찬성 측으로, 이해국 교수는 게임 장애의 정식 질병 등재와 함께 "스마트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공중보건학적 안전장치가 마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4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기쁨을 주는 행위, 물질은 중독될 수 있다"며, 이어 "그런데 축구에 중독되기가 쉬울까, 피파 온라인3에 중독되기가 쉬울까?"라고 답변한 바 있다. 그는 특히 부분유료화 게임은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이 게임을 오래 플레이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하면서, 최근 게임들이 더욱 문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WHO의 게임 질병 코드화에 대해 이해국 교수와 그의 발언이 언급되고 있으나, 게임 장애를 정식 질병으로 등재하는데 찬성하는 측은 이해국 교수뿐만 아니라 그가 상임이사로 있는 중독포럼이라고 볼 수 있다. 중독포럼은 2013년 4대 중독법에 이어 WHO 게임 질병 코드화에 대해서 찬성하고 있으며, 게임 및 인터넷 콘텐츠의 중독성을 문제시하고 있다.


■ "중독포럼의 활동은?"

이해국 교수가 보여준 지금까지의 활동은, 그가 상임이사로 속해있는 단체 '중독포럼'의 활동과 궤를 같이한다.

중독포럼의 주요 활동 및 목적은 다음과 같다. 창립 선언문에서 알 수 있듯, 알코올로 인한 중독 문제를 기초로 하되, 대한민국 사회가 다른 중독 문제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음에 주목한다. '알코올, 흡연, 약물, 도박, 인터넷 게임 등 각종 중독으로 인하여 국민 건강과 사회적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본다.

전체적인 방향성은 2012년 당시 논란이 되었던 '4대 중독법'과 유사하다. 각종 중독 요인에 인터넷 게임이 포함된 형태다. 중독포럼의 창립 목적 자체는 부정할 수 없지만, 인터넷 게임이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이 될 수 있다. 그간 꾸준하게 지적되었던 것처럼 구체적인 증상이나 치료 방법을 한정할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중독포럼 창립선언문

중독없는 세상을 위한 다학제적 연구 네트워크 "중독포럼"은 현시기 대한민국이 알코올, 흡연,약물,도박,인터넷게임 등 각종 중독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음에 주목하며,국민 건강과 사회적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알코올 및 각종 중독문제에 대한 효과 적 개입을 위하여 아래와 같이 다섯까지 사항을 제안하며 이러한 제안사항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첫째,알코올 및 각종 중독문제가 국민건강과 사회적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음을 국민 스스로가 인식하고 대처 방안을 함께 마련해 나가야 한다.

둘째,알코올 및 각종 중독문제는 다양한 정신,행동문제를 유발하는 질환인 바 그 원인의 규명과 치료법 개발을 위한 과학적 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셋째,알코올 및 각종 중독문제는 다양한 중증도와 생물정신사회적 복합성을 가지는 바,지역사회와 임상을 포함한 다양한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넷째,알코올 및 각종 중독문제에 대한 효과적이고 통합적 대처를 위하여 국가차원의 법제도 및 보건복지서비스 전달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다섯째,알코올 및 각종 중독문제에 대한 효과적이고 통합적 대처를 위하여 국가차원의 투자확대와 다학제적 연구자들의 적극적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게임을 중독 유발 물질로 보는 시각은 현재까지 이어지며, 심화하고 발전하기에 이른다. 2017년 말 즈음에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와 더불어, 게임 장애를 연관을 지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해당 자료는 학회지 '중독 행동(Addictive Behaviors)'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기반을 둔다. 아이템 구입에서 중독으로 이어지는 연관 관계를 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2017년 중독포럼에서 주관한 '지속가능 스마트디지털 소사이어티'에서는 '아이템 지르는 고래 게이머가 중독도 잘된다'는 내용의 발표를 진행했다. 확률형 아이템이 가지는 사행성 때문에, 게임의 중독성과 상호작용하여 전반적인 중독 정도를 증가시킨다고 정리했다.

이와 함께, WHO 미팅에서 공유된 입장을 전했다. 해당 자료에서는 WHO와의 미팅에서 '사행성으로 말미암은 중독성 가중, 경제적 손실 등 2차적 폐해 유발 등의 문제가 있다'고 정리한 뒤, 추가적인 연구와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근에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도 게임 중독과 관련지어 세미나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꾸준히 게임 중독과 관련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나온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중독 문제와 함께 지속적으로 게임 중독을 주제로 꾸준하게 세미나를 진행 중인 상태다. 그리고 세미나의 주제는 시간이 지나며 더 깊은 영역으로 심화하고 있다.

동시에 이미 질병으로 분류된 도박, 사행성과 엮어서 게임의 부정적인 일면을 게임 중독과 관련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실제적인 사례를 얻을 수 있는 범위를 늘리고 관련지을 수 있는 주제들을 게임 중독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설득력을 갖추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 중독포럼 그리고 WHO의 관계는?

2016년 9월, 중독포럼에서 진행한 월례세미나에서는 블라디미르 포즈냑 박사가 참여하여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다. 포즈냑 박사는 여기서 ICD-11 개정판 '인터넷 사용 중독'에 대한 업무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독포럼이 2016년 12월 14일 자로 업로드한 포즈냑 박사의 세미나 PDF를 보면, 게임 장애를 행위 중독의 일종으로 판단한다. 또한, 이를 위해 임상 설명, 용어 및 진단 지침을 위한 협력 그룹(Working group)을 설립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시기적으로 살펴보면 포즈냑 박사의 자료들은 ICD-11 개정판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초안이 공개되기 1년 전이라는 시기가 중요하다. 이는 곧 초안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이미 확고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게임 장애를 행동 장애에 포함하는 WHO의 시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 포즈냑이 참여했던 제 21차 9월 월례세미나 내용 중 일부

더불어, 중독포럼이 포즈냑과 이전부터 관계가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각국 의료계의 의견을 듣는다는 측면에서, 블라디미르 포즈냑 박사의 세미나 참여가 이상할 이유는 없다. 이전에도 포럼에 참석했다는 뉴스도 있을 만큼, 관련 단체와 WHO 간에는 연결고리가 있기 마련이다. 새로이 개정되는 ICD에 대해서 설명을 한 것이기도 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다. WHO 타릭 자세레빅(Tarik Jasarevic) 대변인 또한 인터뷰 협의 중, 한국과 관련된 질문의 포컬 포인트(Focal Point, 특정 사안을 담당하여 외교적 협의를 진행하는 구심점)로 이해국 교수의 연락처를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시기와 이후의 행보를 고려했을 때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ICD-11 초안 공개 후 게임 장애 등재와 관련하여 많은 질문과 반발에 직면했던 포즈냑 박사였고, 결국 ICD-11 초안에 등재되면서 계속해서 논란을 낳고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별다른 의견 수렴 없이, 한쪽의 주장만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던져볼 수 있다.

여기에 ICD-11 초안이 등재되었던 시기인 2017년 12월 28일, 미국 허핑턴포스트가 기사에 "특히 아시아 국가에서 게임장애를 포함하라는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는 WHO 관계자의 말을 담기도 했다는 점. 그리고 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이 "국내에 게임질병화를 시도하려는 조직적 단체가 있다"는 발언을 남겼다는 사실도 고려를 해보자.

물론, 당사자가 아니므로 WHO와 중독포럼의 관계가 100% 맞다곤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중독포럼에서 WHO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게임 장애(중독) 문제와 관련하여 주도적으로 연구와 토론, 의견 개진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추측해볼 수 있다. 위정현 학회장이 토론회에서 이해국 교수를 지목하여 발언한 것도 이러한 점을 지적한 셈이다.

▲ 블라디미르 포즈냑 WHO 정신건강-약물남용 책임자


■ 결국 중요한 것은?

결국 계속해서 이야기가 나왔던 것처럼, 누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게임 장애가 ICD-11 개정안에 등재되면서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치료법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이 되는 판단들은 분명히 특정 집단에 이득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이다.

더불어, 관련 단체들의 한결과 같은 인식도 영향을 미친다. 진단명보다 실체가 우선이라는 시각, 코드가 있어야만 질환 관리 및 보험청구 등이 가능해진다는 시각이 관련 집단에서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그리고 실제적인 사례가 있음을 예로 들며 비판을 상쇄하려는 의도 또한 엿볼 수 있다. 몇 년간 이어진 시각 그대로 접근하고 있으며, 항상 같은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느날 갑자기 게임 중독이라는 키워드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2012년 즈음부터 집요하게 의견을 발전시켜 왔다는 점도 중요하다. 단체명이 달라졌을 뿐, 본질적인 기조는 같다. 2012년 한국중독정신의학회가 4대 중독법을 두고 내부 인사말을 통해 '숙원사업'이라고 표현했던 것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몇 년 사이, 게임과 게임 산업 전반이 달라진 것은 이들에게 고려사항이 되지 않는다. 현실의 상황, 위상이 달라졌음에도 제한을 둬야 한다는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게임은 곧 위험한 것이자 규제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시각은 오히려 심해졌다고 할 수 있다.

▲ 2013년, 2014년의 공청회들에서 봤던 인식과 같다. 그게 문제다.

그렇기에 입법화 또는 질병 등재를 통한 관리의 효율성 재고, 그리고 연관된 사업 또는 이익의 창출이 목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2012년 이후 찬성측의 논리는 더욱 치밀해지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이슈까지 연관 지어 나가면서 범위를 더욱 포괄적으로 늘려가고 있고, 일견 '그럴듯한' 개념으로 게임 중독을 만들어 나가는 상태다.

올해 6월, 게임 장애는 반대 측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ICD-11 개정안에 등재됐다. 국내 적용은 비록 2025년까지 유예된 상태지만, 그럼에도 안심할 수는 없다. 아직도 해결할 것들이 많이 남았고, 게임 중독을 찬성하는 측의 활동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정식판 발표가 이루어지는 2019년 5월 세계 보건 총회까지 10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특정 시각을 가지고 이슈를 주도하고자 하는 집단. 그리고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게임 업계의 고민과 효과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정 시각만 반영하여 등재된 게임 장애 문제에 해법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