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티 독(Naughty Dog)'은 현존하는 게임 개발 스튜디오 중 최고의 스튜디오를 꼽을 때 꼭 언급되는 스튜디오입니다. 25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게임을 개발해온 베테랑 개발사이며, '소니'의 가장 유명한 퍼스트 파티 개발사이기도 하지요. '개발사 이야기'를 쓰면서 꼭 한 번쯤 너티 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너티 독이야말로, 게임업계의 빛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빛조차도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개발사이기 때문입니다.

너티 독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타모니카에 있습니다. 동료라 할 수 있는 소니 산타모니카 스튜디오랑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지요. 총 직원은 약 300명가량으로, 내놓는 게임의 퀄리티에 비하면 그리 많은 수라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절대적 수로 보면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의 직원 수가 그 열 배에 달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리 많은 수는 아니라 할 수 있죠. 개발사 이름이 '너티 독(못된 개)'이니만큼 직원들 스스로는 회사를 '개집'이라고 부릅니다. 입사하게 될 때 날아오는 메일에 '개집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여 있거든요.


너티 독은 앞서 설명해 드렸던, 유비소프트와 EA 다이스 중에는 EA 다이스와 더 비슷한 면을 보여주는 개발사입니다. 유비소프트는 퍼블리셔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 중이고, 여러 개발 스튜디오들의 대표에 가까운 편이지만, EA 다이스와 너티 독은 다른 퍼블리셔 산하의 스튜디오이면서도 독립된 개발 환경을 갖추고 있고, 그들의 특색이 잘 묻어나는 게임을 개발합니다.

그리고 그 너티 독의 퍼블리셔가 바로 'PS4'를 만든 '소니'입니다. 시작은 1984년, '앤디 개빈'과 '제이슨 루빈'이 힘을 합쳐 만든 작은 게임사였지만, 이후 여러 고난을 이겨낸 끝에 2001년 소니의 퍼스트 파티 개발사로 영입되었죠. 그리고 그때부터, 너티 독의 이름을 알린 타이틀 시리즈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만들어진 이후, 너티 독은 소니에 있어 선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막 나왔을 때는 '크래쉬 밴디쿳'으로 대박을 치면서 좋은 첫인상을 남겼고, PS2 시절에는 여러 명작 게임에 꿀리지 않는 플랫포머인 '잭&덱스터'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서커 펀치', '인섬니악'과 함께 소니의 플랫포머를 담당하는 3대 기둥이 되었죠. PS3로 넘어간 후에는 본격적으로 너티 독의 이름을 알린 '언차티드',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내놓으면서 게이머에게 PS3를 살 이유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겠지만, 지금까지도 너티 독의 게임들은 PS4의 판매량에 영향을 주는 거대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크래쉬 밴디쿳'이 소니의 자회사가 된 후 처음 내놓은 타이틀입니다.
언차티드4에서 미니 게임으로 즐길 수 있지요.

오늘은 이 '너티 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차례입니다. 너무 세세하게 적기엔 지면이 모자랄 수 있으나 적어도 여러분이 즐기는 게임을 만든 개발사가 어떤 회사인지 아시기엔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이게 가능해요?
게임업계 최고의 기술력


오늘날, 너티 독의 게임은 정해진 노선을 따라가며 플레이하는 '레일 슈터형 액션 어드벤쳐'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잘 짜인 시나리오 안에서 주인공에게 이입되어 너티 독이 써내려간 이야기를 게이머가 체험하는 것이죠. 이런 게임들은 장르 특성상 잘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일단 게임 플레이를 1회로 상정해야 합니다. 멀티 플레이가 있긴 하지만, 게임의 주 콘텐츠는 아니니까요.

그러므로 이 한 번의 플레이에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합니다. 그만큼 액션 어드벤쳐를 만드는 회사들은 온 힘을 다해 게임을 만들고, 그만큼 많은 자금과 시간을 소모합니다. 정해진 자금 내에서 개발해야 하는 중소 개발사들은 도전조차 힘들지요. 그렇기에 보통 유명하면서도 이름이 높은 개발사들이나 이런 게임들을 만듭니다. 예를 들자면 '바이오웨어'나 '크리스탈 다이나믹스', 그리고 너티 독의 의형제라 할 수 있는 '소니 산타모니카 스튜디오' 등이 있습니다.

▲ 이런 게임들이 '한 번'의 플레이에 모든 자원을 쏟아붓습니다.

너티 독은 그중에서도 최고의 게임을 만들어냅니다. 그들이 가진 최고의 기술들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서 게임을 만들어내죠. 그리고 그들이 보유한 기술력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최적화'입니다. 사실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비주얼을 뽑아내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돈과 시간만 있으면 어떤 회사라도 멋진 비주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최적화를 어떻게 잡아내느냐는 것이죠. 높은 비주얼은 그만큼 높은 사양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 요구 사양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에서, 개발사의 실력과 기술이 드러납니다.

앞서 기사로 소개해드렸던 'EA 다이스'가 유명한 이유도 바로 최적화 때문입니다. 3년 전 게임이지만 지금 봐도 최신 게임이라 하기 모자람이 없는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를 그 당시의 양산형 GPU로 프레임 하락 없이 구동되도록 만들었거든요. 너티 독은 한술 더 뜹니다. 사실 게임 콘솔 하면 게임을 돌려야 하는 만큼 높은 사양을 갖추고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단순 사양에서는 최신 PC에 훨씬 못 미칩니다. 대신 각 부품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죠. 너티 독은 단순히 최적화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PS4의 하드웨어 성능과 그 한계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보여줍니다.

그 능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 '더 라스트 오브 어스'와 '언차티드4'입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경우 PS3의 황혼기에 등장한 게임인데, 그 당시 '이게 PS3로 구동이 가능한 비주얼인가?'라는 반응과 함께 평단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언차티드4' 역시 PS4의 리소스를 빈틈없이 사용하며 게임을 구동하게끔 설계되었고, 그 때문에 초기형 PS4가 마치 이륙할 듯이 울어대긴 하지만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난 비주얼을 보여줍니다.

▲ PS3의 황혼기를 장식했던 작품

이 절묘한 하드웨어 리소스의 분배는 게임을 잘 살펴보면 그 비밀을 알 수 있습니다. 너티 독은 게이머들의 생각과 시선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필요한 경우 게이머의 시선을 유도하면서 게이머들이 '주시하는 공간'을 파악합니다. 그리곤 그 시선이 닿는 영역에 한해 최대한의 리소스를 쏟아붓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는 최소한의 리소스만을 분배하죠. 선택과 집중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만, 어떤 부분을 선택하고, 그렇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너티 독은 그것을 해내죠.

소니 퍼스트 파티 간에 만들어진 기술 지원 팀인 ICE(Initiative for a Common Engine) 또한 너티 독의 주도하에 만들어졌습니다. 너티 독은 소니의 퍼스트 파티 스튜디오 간에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ICE는 오늘날 그래픽 처리, 개발 툴과 디버깅 툴 등 소니의 퍼스트 파티 타이틀에 적용되는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게임 답지 않은' 디테일
그리고 따라오는 과도한 업무량


너티 독의 작품 특징을 하나 더 꼽자면, '게임답지 않은 디테일과 연출'을 말할 수 있습니다. 제아무리 현실성을 추구하는 게임이라고 해도, 일단 '게임'이라면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어색한 장면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자'를 여는 장면이라고 생각해 보지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플레이하면 수없이 만나게 되는 그 상자입니다. 우리 주인공은 이 상자를 열 때 매번 똑같은 모션을 보여줍니다. 마치 전문 상자 따기 교습이라도 받은 것 마냥 1mm도 틀어지지 않지요. 그럴 때 우리는 '게임인데 뭐'하고 넘어갑니다. 아니, 애초에 그런 생각을 하지도 않습니다. 당연하니까요.

많은 이들로부터 '갓게임'이라는 칭찬을 받은 GTA5에서도 차를 탈 때는 늘 똑같은 모션을 보여줍니다. 뒤에서 빙글빙글 뛰어와서 운전석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가지요. 하지만 너티 독은 그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습니다. '언차티드4'의 디테일들만 예로 들어 보죠. 네이트가 차를 타고 내릴 때는 방향에 따라 6~7가지 모션이 재생됩니다. 앞유리를 넘어서 내리기도 하고, 조수석에 앉은 설리의 무릎 위로 나가기도 합니다. 다른 게임 같으면 그냥 오브젝트에 불과한 소파의 경우 네이트가 앉았다 일어나면 그의 엉덩이 모양에 맞춰 푹 꺼져버리죠.


▲ 영상으로 보시면 더 쉽게 느끼실 겁니다.(출처: 유튜브 채널 'o Knightz o')

진흙밭에서 구르면 닿은 면에 한해 진흙이 묻고, 권총도 진흙투성이가 되지만, 홀스터에 가려진 부분은 진흙이 묻지 않습니다. 그 후 물가에서 한번 구르면 진흙이 씻겨 나가지요. 벌레가 많은 곳에선 손으로 벌레를 쫓아내고, 엄폐물로 주어진 곡식 바구니는 교전 중에 구멍이 나 곡식이 몽땅 흘러내립니다. 이쯤 되면 총소리가 날 때 허둥대며 몸을 숙이고 잠수할 때 숨을 참는 네이트의 모습은 크게 놀랍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차를 타고 가다 주인공이 잠시 자리를 비울 때 보통 게임에선 주변 인물들이 그냥 얌전히 차에 앉아 있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렇지도 않아요. 나와서 자량 바퀴를 점검하거나, 경치 구경을 하거나, 저들끼리 잡담을 나누곤 하죠.

이런 말도 안 되는 디테일들은 너티 독의 게임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다른 게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 맞습니다.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모두 제작비이고, 사실 자동차를 타는 모션 정도는 하나만 넣어도 게임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까요. 그렇기에 이런 연출들은 '게임답지 않은' 연출이 됩니다. 이 정도면 게임이라기보다는 실사에 가까운 연출들이니까요.


너티 독 게임들의 시나리오는 그냥 그런 편입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만 해도 스토리의 연출 과정이 말도 안 되게 뛰어나서 그렇지 스토리 자체는 그리 특별하지 않아요. 그러나 억지스러운 전개나, 연출로 캐릭터의 개성이 붕괴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때문에 디테일과 연출을 빼고 그냥 게임으로만 생각하고 즐겨도 꽤 재미있는 게임이죠. 그러나 너티 독 특유의 디테일이 끼얹어지면서,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어버립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즐기지 않은 게이머였다면, 첫 플레이에 충격을 받을 수 있을 정도지요.

이런 결과는 파트너이자 퍼블리셔인 '소니'의 배려 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니는 너티 독에게 자유로운 개발 재량권과 어마어마한 투자금을 지원합니다. 더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발매 연기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편이지만, 소니도, 게이머들도 크게 탓하지 않습니다. 뭐가 됐든 게임만 잘 나오면 그만이니까요. 그러나 너티 독도 언제나 빛과 같기만 한 개발사는 아닙니다.

얼마 전, '워해머: 인퀴지터 마터'를 개발한 '네오코어 게임즈'는 게임 발매를 3주 연기하면서 게이머들에게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대신 저희가 주당 90시간 이상 일해 좋은 게임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본 대다수 게이머는 '차라리 시간이 더 들어도 되니 무리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죠. 1주일에 90시간이면 하루만 쉬고 토요일까지 일한다 해도 하루 15시간 이상을 일하는 셈입니다.

'에이미 헤닉'은 너티 독의 과도한 업무량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너티 독 또한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너티 독의 전 직원이자 입지전적인 개발자인 '에이미 헤닉'은 10년간 너티 독에 근무하면서 매주 주당 80시간 이상을 근무했다고 밝혔습니다. 주 5일을 일한다 하면 하루에 16시간 이상을 일하는 셈입니다. 아침 9시에 출근하면, 퇴근은 새벽 한 시인 거죠.

게임 마감을 위한 반강제적 야근 태세인 '크런치 모드'는 너티 독뿐만 아니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게임업계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병폐이자 숙명입니다. 거의 모든 개발사가 더 나은 게임을 더 빠르게 개발하기 위해 개발자들의 혹사를 요구하고, 개발자들은 그런 요구에 버티면서 게임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들의 이 비정상적인 혹사는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서 게임과 함께 타이틀에 담깁니다.

가장 뛰어난 게임을 만드는 회사 중 하나라 해도, 게임업계의 오랜 '나쁜 버릇'은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크런치 모드를 이어왔고, 결국 너티 독의 이름은 그것을 쌓아올린 수많은 개발자 위에서 금이 가버리고 말았죠.


그래서, 살까요? 말까요?
너티 독의 게임, 믿고 사도 되나요?


네! 사도 됩니다. 물론 너티 독은 소니의 퍼스트파티인 만큼, PC 버전도 없고 플레이하려면 무조건 PS4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도 괜찮으니 사시면 됩니다. 없으시면 PS4도 사시면 됩니다. 너티 독의 게임은 본인이 스스로 게이머라 자부한다면 무조건 한 번은 플레이해야 하는 타이틀입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경우 개인의 관점에 따라 혐오스러운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취향이 좀 갈릴 수 있지만 '언차티드'의 경우 그럴 일이 없습니다.

▲ PS4에 맞춰 리마스터도 다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개발사 이야기를 작성하면서도 이럴 일은 없을 겁니다. 의심을 버리고 사셔도 됩니다. 너티 독의 게임들은 여러분의 게임 라이프를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려 줄 게임들이니까요. 물론 걸림돌도 있습니다. 일단 PS4가 있어야 해요. 옛날 작품들도 이미 PS4로 다 리마스터되었기 때문에 PS4만 있으면 플레이는 할 수 있는데, 게임을 가벼운 취미 레벨로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PS4는 구매 자체가 약간 부담되긴 합니다. 이 문턱만 넘을 수 있다면, 너티 독의 게임들은 절대 게이머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개발사 이야기 마지막 챕터 사상 가장 짧은 분량이 되겠네요. 너티 독의 게임은 그만큼 믿고 즐길 수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의심의 여지가 없네요.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면, 옛날 작품들의 경우 리마스터를 했다 해도 그래픽과 레벨 디자인이 조금 구식인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 점은 개발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참작해 주시고 즐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자 갑니다 오늘의 요약
3줄요약으로 간단하게 갑니다!


너무 길다고요? 이번 기사를 간단하게 3줄로 요약해드리겠습니다.

● 너티 독은 1984년에 만들어져 2001년 소니의 퍼스트파티 개발사로 인수된 개발 스튜디오다.

● 손에 꼽히는 기술력과 디테일에 대한 집착을 갖고 있어 작품성은 보장되나, 과도한 업무량을 지적받은 적이 있다.

● 작품의 완성도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PS4만 있다면 필수 구매 목록에 들어가니 의심하지 않고 구매해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