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플레이할 때, 어떤 조작체계를 선택할 것인가는 장르, 사람의 취향에 따라 갈릴 것이라 봅니다. 원활한 조작이 가능한 키보드+마우스를 이용하느냐, 아니면 양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게임 패드로 플레이하느냐는 온전히 개인의 선택이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는 패드 조작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조작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말입니다.

제가 패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다른 조작체계에서 직접적으로 느낄 수 없는 한 가지. '진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적을 때릴 때 패드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진동은 아주 각별한 경험을 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온라인 게임에서도 패드 지원이 된다면, 조작의 한계를 느낄 때까지는 패드로만 플레이하곤 합니다.

이런 취향은 비단 저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으로 생각합니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더 익숙하고 정확한 조작이 이루어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진동은 다른 조작 체계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내가 맞을 때던, 적을 때릴 때든 간에, 피드백이 바로바로 온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그래서 최근 진동이 사라지거나, 지원하지 않는 게임들에 아쉬움을 느낍니다. 있던 진동이 빠진다는 점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모바일 게임들입니다. 과거 피쳐폰 시절의 게임들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피쳐폰 당시 인기작이었던 '슈퍼 액션 히어로'가 줬던 그 조작감. 진동은 게임 플레이에 활력을 부여했습니다. 버튼을 누른다는 행위와 더불어서 진동을 통해 바로 피드백을 줬기에, 당시의 게임들은 지금 게임과 비교해서 나은 조작감을 보여줬습니다.

▲ 스마트폰 등장 이후에도 나왔지만, 결국 시리즈는 수명을 다했습니다.

투박했지만 그만큼 강렬했던 진동은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모바일 게임들에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기기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기기에서 진동을 전달하는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지만, 게임들이 실제 플레이에 이용하지는 못했습니다. 촉각으로 사용자에게 피드백을 주는 햅틱(haptic) 기술은 멀티 터치를 지원하는 모바일 기기는 물론, 키보드와 마우스, VR 등으로 영역을 넓혀나갔습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게임이 없을 따름입니다.

'더 실감이 나는 게임 환경을 위해' 진동을 추가하는 행위 모바일 장르 외에서 전반적으로 연구되는 사항입니다. 스틸시리즈는 마우스에도 진동 기능을 넣는 시도를 하기도 했고, 레이저 등은 헤드셋에 진동 기능을 포함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VR 등에서 진동과 압력으로 일체감이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겠다 말한 기기도 있었죠. 기술의 발전으로 진동은 더욱 활용도가 늘어나며, 게임 플레이에 새로운 즐거움으로 자리했습니다. 진동의 세기는 물론이고 초음파를 이용해 원격에서 압력을 가하거나 온도까지 변화하는 기술도 나오고 있습니다.

2017년 9월 출시된 '골프 스토리'는 진동 측면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게임입니다. 초기에는 골프와 RPG의 결합이라는 것에서 기대감을 모았지만,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플레이어에게 인상을 남긴 것은 '진동'이었습니다.

골프 스토리는 제가 지금까지 플레이했던 어느 게임보다 진동을 적극 활용합니다. 게다가 단순한 피드백 용도가 아니라, 진동으로 효과음과 음악을 만들어 내는 시도까지 해버립니다. 이 정도면 그냥 손맛을 위해서 진동을 넣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오프닝에서 오리가 꽥꽥대는 소리를 효과음으로 넣어버리기도 했고, 스윙 실패 시 '삐유욱'하고 떨어지는 효과음을 그냥 진동으로만 표현했습니다. 무심코 게임 내 효과음이라고 착각할 정도죠.

▲ 진동으로 효과음을 표현해버린 골프 스토리 (출처 : Kolma 유튜브 채널)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은 모두 이 부분을 극찬합니다. 인디였지만 게임의 완성도가 높았던데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진동을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으니까요. 닌텐도 스위치의 HD 진동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인디에서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었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게임 플레이에서도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 될 수 있었음은 물론입니다.

기기에 적용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진동은 새로운 표현의 양식처럼 다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강약으로 조작감을 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효과음을 대체할 정도로 다양한 활용 방법이 등장하기도 하고요. 패드 조작을 넘어 마우스와 키보드까지. 플레이어에게 조작의 일체감을 전한다고 한다면 진동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습니다. 조작계가 손에 더 가까워질수록 진동은 효과적인 표현 수단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모바일 게임들이 진동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어떤 기기보다 조작과 게임 화면의 위치가 가까움에도 진동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있거든요. 조작의 손맛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낚시 장르 같은 게임을 제외하면 진정한 의미의 '손맛'을 알기 어렵습니다. 막상 플레이하면 기존 게임과 다른 손맛에 실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진짜 손맛을 제공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시작은 진동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기도 기술도 배터리도 과거보다 훨씬 발전했습니다. 과거에 잘 활용하다 포기한 진동이란 존재가 어느 정도 부족한 조작감을 메울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놓치고 있던 조작과 진동의 일체감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 '찰진 손맛' 그게 아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