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종의 인디 게임이 자웅을 겨뤘다. 그리고 그 중 20종이 선발되어 'GTR 2019'에서 게임을 소개할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그 중 다섯 게임은, 한국인 개발자가 만든 게임이었다. 솔직히 말해 우열을 가리긴 어려웠다. 모두 다 기존의 인디 게임 프레임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든 게임들이었고, TOP 20의 자리에 어울리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다. 바로 '부산사나이 게임즈'의 '원혼 - 복수의 영혼'이다. 개발사부터가 뭔가 특이하다. '부산사나이 게임즈'여서 당연히 부산에 위치한 인디 개발사인줄 알았더니, 스튜디오 위치가 뜬금없이 캐나다다. 구수한 영남 사투리를 기대하고 말을 걸었건만, 단정한 서울말이 들려왔다.

심지어 한국에서 개통한 스마트폰도 없었다. 명함에는 오로지 이메일 주소 뿐. 처음 여섯시에 만나자는 약속도 그래서 엇갈리고 말았다. 어찌어찌 다음날이 되어 게임 시연 시간이 되어서야 부산사나이 게임즈의 신승환 대표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 부산사나이 신승환 대표의 옆모습(앞 사진을 실수로 지워버렸다...)


Q. 먼저, 이거부터 물어보고 싶다. 개발 스튜디오가 캐나다에 있는데 어째서 부산사나이 게임즈라는 이름을 쓰는 건가?

아버지가 부산분이시다.(웃음) 그리고 게임의 스토리를 짜는 '알렉스'라는 친구도 아버지가 부산 분이다. 한국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도 확실하기 때문에 뭔가 남자다운 게임사 이름을 생각하다가 부산사나이 게임즈를 만들게 되었다.


Q. '원혼'의 배경과 게임 시스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줄 수 있나?

원혼의 주인공은 이미 일본군에 의해 희생된 여성이다. 모종의 이유로 원혼이 되어 다시 이승에 돌아오게 되었고, 이후 복수와 함께 독립군을 돕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게임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쿼터뷰 형태의 잠입 액션 게임이다. 적의 시야 범위가 정해져 있고, 이 시야를 피해 적들을 모두 처치하는 것이 게임의 기본 형태다. 특수한 시스템으로 '빙의'가 있는데, 영혼 상태로 적에게 들키지 않고 접근하면 자동으로 빙의하게 된다. 영혼 상태는 게이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만 유지할 수 있지만, 적의 시야에 노출되지 않는다. 빙의 상태에서는 빙의 대상이 가진 무기로 적을 공격할 수 있다.

다만, 총을 쏘게 되면 소리가 크게 울리기 때문에 주변의 적들이 뛰어오게 될 수 있다. 빙의하지 않은 상태로 총을 맞게 되면 게임오버다.

▲ 기본적인 게임 감각은 '코만도스'에 가까운 편


Q. '원혼'의 시대적 배경이 참 인상깊었다.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하는 게임은 썩 많지 않은 편인데, 소재 선정은 어떻게 정하게 되었나?

개인적으로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리고 스튜디오가 캐나다에 있다 보니, 게임을 만들 때 뭔가 특별한 주제와 메시지를 찾게 되는 부분도 있다. 그렇게 소재를 찾다 보니 관련된 게임도 많지 않고, 한국인 외에는 잘 알지 못하는 역사를 게임으로 전하고 싶어서 1920년대를 배경으로 게임을 만들게 되었다.

▲ 잘 살펴보면 꽤나 참혹한 시대적 배경을 표현했다.


Q. 캐나다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에 대해 잘 모르는 편인가?

아무래도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일본은 누가 뭐라 해도 게임 강국 중 하나 아닌가. 그래서 일본에 대해 막연히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지난날 일본의 과오나 부정적인 부분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 또한 게임의 주제 선정에 영향을 주긴 했다.


Q. 빙의 상태에서 빙의 대상이 고개를 심하게 떠는 것이 꽤 섬뜩했다. 의도된 연출인가?

고전적인 공포 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연출이다. 좀비나 유령에 빙의된 인물이 경련하듯이 몸을 떠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 혼령과 빙의 시스템이 '원혼'의 특징이다.


Q. 게임 개발 인원은 얼마나 되는가?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부분은 혼자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의 핵심 스토리와 사운드 부분은 각각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어 함께 하고 있다.


Q. 그럼 개발 기간이 꽤 길어질 것 같은데, 게임 출시 시기는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내년 말까지 완성하는 것을 일단 목표로 잡고 있다. PC 버전 출시는 확정된 사안이고, 콘솔 버전도 개발중인데 포팅이 좀 걸리다 보니 아무래도 정확한 출시 시기를 말하기는 어렵다.

▲ 알파 버전의 완성도도 꽤 괜찮았던 편


Q. 이번 기회를 통해 부산사나이 게임즈와 '원혼'이라는 게임을 게이머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나중에라도 게임을 즐겨줄 한국 게이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한국 뉴스와 미디어를 보면,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외국에서 바라볼 때도 느껴질 정도니 아마 한국 현지 분들은 더욱 강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원혼'을 통해 게임으로도 충분히 주제의식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원혼'은 시대적 배경과 소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임이지만, 그렇다고 막연히 주제의식만을 넣지는 않았다. 게임 자체의 재미와 난이도도 고려해서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