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열린 기회를 보장하는 오픈 마켓 생태계로부터 출발한 모바일 게임 시장은 그 어떤 게임 분야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소규모의 인원으로도 대형 게임사 못지않은 멋진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모바일로 눈을 돌린 대형 게임사들이 충분한 개발력을 통해 잘 다듬어진 모바일 게임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제 막 모바일 게임 시장에 뛰어든 신생 회사들 역시 나름의 콘텐츠로 무장하고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거나 심지어 대형 게임사들과의 정면 승부에서 승리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미래를 보려면, 지금 뛰고 있는 스타트업을 보라! 인벤에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나 모험적인 시도로 가득찬 신생 모바일 게임 회사들과 모바일 게임을 지속적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 모바일 게임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마친 스타트업 분들의 제보 및 연락을 기다립니다.
※ 제보 및 연락처는 desk@inven.co.kr로 메일이나 간단한 소개 자료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스타트업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대책이 없다는 것' 이다. 그게 무슨 매력이겠냐고 의아해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바꿔 말하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적극적으로 걸어간다' 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자본의 무서움, 실패의 두려움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그 열정은 제 삼자가 봐도 너무나 멋진, 스타트업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다.

그 대책 없는 길을 걷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있어 연락을 취해보았다. '플렉시마인드' 라는 이름을 가진 '위치런 : 왕관탈환대작전' 이라는 이름의 캐주얼게임을 만든다는 그 스타트업에게 연락을 취한 이유는, 솔직하게 말하겠다. 바로 양경일 작가가 아트디렉터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어떻게 그 유명한 양경일 작가와 연이 닿아 게임을 만들게 되었을까. 양경일이라는 '프로' 작가는 도대체 이 대책없는 스타트업의 어떤 점에 이끌려 선뜻 함께 게임을 개발하는 일에 동참했을까. 그것이 궁금했다.

관련기사 : 인기 만화가 양경일, 모바일게임 제작에 아트 디렉터로 참여

근데, 그 사실을 알려고 찾아간 그 스타트업은 정말로 예상 밖이었다. 일단 점심을 같이하려 만난 자리에 네 명이 쭈뼛쭈뼛 앉아있길래 일부 인원만 나왔겠거니 했다. 근데 그 인원이 전부였다. 이제껏 스타트업답지 않은 규모의 스타트업을 많이 보고 그에 익숙해져서 그랬는지 4~5명의 극소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정말로 스타트업 다운' 그 광경은 되려 충격이었다.

거기다 자신들만의 사무실 하나 없이, 임대 사무실(이라 쓰고 방 한 칸이라 이해해도 될 듯하다)에 책상 네 개 붙여놓은 것이 사무실의 전부였다. 양경일 작가의 원화나 컨셉아트가 이만큼 쌓여있고, 피규어나 만화책이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던 기자는 되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탐방을 빌미로 찾아간 곳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정말 충격이었지만, 그렇다고 그 만남이 실속이 없진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기분 좋고, 너무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었던 만남이었다. 그들은 자본이 아닌 '열정' 으로 이루어진 스타트업이었다. 양경일 작가의 존재감만큼 각 멤버의 존재감 역시 매우 큰, 꿈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스타트업의 장점인 즉각적이고, 열정 넘치고, 사람 좋은 사업 태도를 모두 갖춘, 3월 5일부터 시작된 '플렉시마인드' 의 이야기를 여기에 풀어보겠다.

플렉시마인드의 대책없는 열정 이야기, 시작합니다





▲ 클라이언트 담당 김진기씨
처음부터 '대책 없었다'. 회사명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서로 머뭇머뭇하며 대답을 못하는 모습이었다. 보통 회사명만큼은 정말 뜻깊게 짓지 않나? 회사 창립멤버쯤 되면 언제 어디건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즉각 대답할 수 있을텐데 싶어 의아했다. 서로 멋쩍은 미소만 짓고 있다 가장 어린 멤버, 클라이언트 담당 김진기씨가 처음 입을 열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처음에 붙이려고 했던 이름은 바로 '블루오렌지' 였어요. 뜻이 뭔가요? 라고 기자가 질문하자 파란 오렌지요...그냥 특이하잖아요...? 근데 포털사이트 검색을 해보니 같은 이름을 가진 기업이나 사이트도 있고, 블루나 오렌지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름도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안겹치는 이름을 찾아봤어요. 많이 생각해봤는데 그 중에서도 플렉시마인드가 괜찮아보이데요. 유연한 마음. 우리에게 잘 맞는 듯 했습니다. 우리가 그렇거든요. 상황에 따라 스스로 일하고 스스로 대처하는 그런 유동적인 사람들이라, 플렉시마인드라는 이름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 플렉시마인드 신재섭 대표

그 중요한 회사명을 의미있는 단어로 고민하며 만든 게 아니라, 일단 이름을 만들고 그제서야 의미를 부여한 셈이다. 너무 엉뚱해서 혹시나 아무 경력 없이 뛰어든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신재섭 대표는 물론, 가장 어린 멤버인 김진기씨는 인디게임 대상을 받은 사람으로 팀 모두가 게임이라면 빠삭한 사람들이었다.

신재섭 대표
온라인게임 작업을 주로 했었어요. 업계에는 약 8년 정도 있었네요. 원래 꿈은 만화가였는데...하하. 원래 저는 양경일선생님의 문하생이었어요. 제대하자마자 문하생 면접보러 달려갔었거든요(옆에서 양경일 작가는 기억이 안난다며 재차 말했지만). 그게 인연이 되어 제가 만화를 그만두고 다른 쪽으로 들어섰을 때도 선생님과는 꾸준히 만나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실 선생님과는 애초부터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왔습니다. 선생님도 게임을 무척 좋아하시거든요. WoW도 오픈베타때 레이드까지 할 정도로 즐기시고, 지금도 LoL이랑 퍼즐앤드래곤을 아주 열심히 플레이하실 정도에요. 그래서 예전부터 '투자 좀 받고 온라인 게임 하나 크게 만들어보자' 라며 같이 얘기하곤 했는데, 알아보니까 30억 원 정도가 필요하더라고요...

모바일게임이 유행하고나니 다시 그 꿈이 떠오르게 되더군요. 자본도 비교적 적게 들고 주기도 빠르기에 내 게임을 만들기가 쉬운 세상이 되었으니까요. 근데, 생각은 쉬운데 시작은 막상 못하겠더군요. 그러던 중 양 선생님 화실에 놀러가서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그래? 그러면 나도 도와줄게!" 라는 말에 힘을 얻고, 이후 사업쪽으로도 잘 아는 분을 만나서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 컨셉아트담당 양경일 작가
만화를 공부한 사람이 게임 개발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게 자못 신기했다. 약 10년 전의 그 시대에 일러스트 작가나, 게임 아트 디렉터같은 분야가 있었을 거라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어리석은 질문에 양경일 작가는 그 시절부터 만화와 게임은 서로 큰 연관성이 있었고, 만화를 공부한 사람이 게임쪽으로 들어서는 일도 많았다고 대답했다.

양경일 작가
만화를 배우는 건, 그림의 초기 단계를 배우는겁니다. 일러스트 작가나 게임 아트 담당이 최근에야 생긴 직업같겠지만 사실 그 전부터 존재해왔지. 그 때도 많은 만화 지망생들이 게임 회사에 취직하거나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기도 해서 지금 봐도 새삼 이상한 일이 아니긴 하죠.

신재섭 대표
사실 지금도 만화 하고 싶어요(웃음). 뭐 그 때 사정때문에 만화의 길을 걷지 않고 특수미술 전문 회사에 취직해 영화계에서 꽤 오래 일했습니다. 근데 뭐랄까, 영화계는 제 적성에 맞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당시 친구가 게임 업계에서 일하고 있어서 게임분야의 문을 두드린겁니다. 근데 지금처럼 오래 있을 줄은 몰랐어요..허허..



▲ 애니메이션 담당 박창우씨

팀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 이것도 크게 궁금했다. 점심을 같이하면서 들은 내용은, 현재 모든 팀원이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는 거였기 때문이다. 다들 번듯한 경력 한 두개씩 가진 사람들이었는데 이런 결정을 하게된 이유는 뭘까. 신재섭 대표는 별 다른 제안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신재섭 대표
게임 회사에서 일하다가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과정부터 결과가 나오기까지 속도가 꽤나 빠르지 않습니까. 이게 꽤 재밌어보이는거에요. 거기다가 양경일 선생님도 같이 하신다더군요. 사실 자력으로, 그것도 처음 게임 개발을 시도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모인 우리 멤버 전부가 Flex Mind인거죠. 이런 팀원들을 만나다니. 운이 좋았어요. 하하.

김진기 PD
사실 사회 초년생이다보니 고민을 좀 하긴 했어요. '창업' 이라는 거창한 단어에 마음이 끌리긴 했는데,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거란 생각에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두려웠어요. 근데, 제가 진짜 존경하던 양경일 선생님도 함께라는 거에요. 바로 OK했죠 뭐. 근데 그거 아세요? 양경일 선생님은 남자에겐 싸인 안해준다면서 아직도 저에게 직접 싸인해주신 적이 없어요...여기 있는 대표 형이 대신 받아서 주신 게 전부에요(일동 웃음).

박창우 디자이너
원래 게임을 좋아하고, 이쪽 일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게임회사에 다녀보니 실망할 일이 많더라고요. 열심히 만들었는데 오픈 못하고 엎어질 때도 있고, 소위 '정치' 문제도 많고... 게임회사에게 실망도 많이 했는데, 만들었다가 오픈 못하는 게임도 있었고. 그렇게 생각하던 중, 여기 있는 이 친구가 제안하더라고요. 함께 만든 우리의 게임을 힘께 출시해보지 않겠냐고.

우리의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점, 그게 좋았기 때문에 결정하게 된 일입니다. 보수는 중요하지 않았지요. 재미있게 게임을 만들어보자, 라는 이 친구의 말에 이끌렸습니다.


다른 멤버인 박창우씨의 말이다. 신재섭 대표 친구의 친구로, 동갑내기 동료인 박창우씨는 플렉시마인드에서 양경일 작가의 원화를 애니메이션화하고 이펙트를 넣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박창우씨의 말에 모든 사람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들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만들면 그만이라는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이었다.

허나 현실은 녹록치 않은 법. 가장 어린 김진기씨(23세)야 그렇다 쳐도, 박창우씨와 신재섭 대표는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무보수' 라는 그 무서운 조건을 아내분들이 허락했는지도 궁금했다


신재섭 대표
물론, 아내에겐 동의를 구했죠. 그렇게 멀리 보지도 않았습니다. 리미트를 6월까지만 잡았어요. 사실 개발이라는 게, 결과가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르잖아요.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고. 확답은 하지 않았는데 이 말만큼은 분명히 했어요. 만일 모바일게임사를 차리려면 바로 지금 실행해야 한다고. 지금은 아직 틈새가 많아 파고들기 좋은 환경이지만, 이후 코어게임이 대세가 되면 온라인분야와 마찬가지로 자본금이 많이 필요할거고 시작도 못한다고. 다행히도 그 뜻을 아내가 인정해줘서 퇴사 후 창업할 수 있었던 거죠.

박창우 디자이너
저도 설득이 크게 어렵다고 느끼지 못했던 게, 아내가 모바일 게임업계에 몸담고 있거든요. 아까 이 친구가 말한 것 처럼, 현재 모바일게임 생태계를 봤을 때 지금 이 타이밍을 잡아야 합니다. 이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보니 흔쾌히 허락해줬어요.

인터뷰 도중이라도 상관없다! 회의 중인 신재섭 대표와 박창우 AD


3월 5일 창립, 이후 단 2개월이 약간 넘은 시점에 게임이 거의 완성되었고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쳤다. 아무리 간단한 캐주얼아케이드의 게임이라도 3, 4개월정도 걸리는 현재 게임계의 풍토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짧은 시간에 게임이 나왔다는 거다. 단 네다섯명 밖에 안되는 인원으로 어쩌면 이렇게 빨리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신재섭 대표
사실, 대규모 기업을 보면 말이죠. 게임을 이해 못하는 윗선분들이 게임의 큰 줄기를 건드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되면 지금 개발해왔던 게임을 싹 갈아 엎게 되거든요. UI부터 게임특징까지 싹. 그거 다 수정하는 데만 한 두달은 훌쩍 넘어가요. 빨리 진행되는 모바일게임계에 한 두달은 치명적이죠. 게임업체는 뭐랄까. 외주업체의 집합소같달까요..? 팀끼리만 업무를 공유하다보니, 지금 다른 팀에서는 어떤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러다보니 의사소통 과정에서도 굉장히 지연됩니다.

적어도 저희는 게임회사를 다녀본 경험이 있고, 그 과정을 다 겪어본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불필요한 과정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다짐한 게, 어떠한 일이 있어도 게임의 토대만큼은 건드리지 않는다는거에요. 만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우린 그걸 가지고 큰 틀을 바꾸기 보다는 추가해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두달 만에 어느정도 형태가 나온 게임이 출시될 수 밖에요.

기획서같은건 필요없어요. 적어도 우리팀 안에서는. 그냥 머릿속으로 아이디어를 그려놓고, 머리에 있는 그 아이디어를 어느 때고 어느 장소건 간에 말하는거죠.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뒷받침 해줄만한 사례를 자료삼아 샘플을 만들고, 그 후 컨셉을 잡고 형태화시킵니다. 컨셉이라는 그 자체를 굳이 글로써 구구절절하게 표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박창우 디자이너
뭐랄까, 이건 개개인에 따른 문제인데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굳건하면 남의 말을 오히려 잘 듣게 되고 그게 아무리 작은 의견이라도 존중하게 되더라고요요. 근데, 실력이나 그릇, 마인드가 작으면 다름 사람의 의견도 작아보이거든요. 그래서 자꾸 뭔가를 더 원하게 되는 거 같아요. 저희는 말이죠, '네가 못하면 내가 좀 더 잘하면 되지' 이런 마인드에요. 그러다보니 어떤 의견도 다 받아들일 수 있고, 어떤 상황이 닥쳐도 유들유들하게 잘 풀어나갈 수 있어요. 이게 빠른 개발 속도의 이유같아요, 제 생각엔.

저희는 기획을 담당하는 분이 하나도 없어요. 서로 각자의 영역 외의 것도 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 있어요. 이를테면 이 친구(김진기 PD). 이 친구는 인디게임쪽을 하면서, 대상까지 받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거든요. 인디게임이라는 게 단지 코딩만 잘해서는 되는게 아니잖아요. 그래픽도 잘 알아야하고, 좋은 사운드를 엄선해야하고요. 그러니까 다각적으로 보는, 그런 시각이 있는거 같습니다. 이 친구의 경우 프로그래머의 마음보다는 여러 분야를 고려하고, 그에 맞춰 작업을 하기 때문에 한결 쉽죠.


게임을 만드는 그 과정은 비단 게임 개발자만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양경일 작가도 지금 이 과정이 너무나 신난다고 재차 말할 정도였다. 콘솔 게임, WoW, 디아블로, LoL과 퍼즐앤드래곤까지 죄다 섭렵할 정도로 게임에 익숙했겠지만, 개발에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어떻게 이런 대책없는 스타트업 결성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원래도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얘(신재섭대표)랑 자주 얘기를 하곤 했었는데, 구체적인 얘기가 처음 나온 그 시작은 몹시 춥고 춥던 날이었죠. 얘가 우리 화실에 놀러왔다가 그런 소리를 하대요? 모바일 게임 좀 만들어보겠다고. 그 말에 저도 '그럼 나 껴줘!' 이렇게 도움을 주기로 약속했다구요. 그럼 무슨 게임을 만들까? 막 서로 얘기를 하다가, 스피드를 중점으로 두는 게임이다보니 '새' 라는 캐릭터를 넣어보면 어떻겠냐고 했어요. 그러니까 글쎄, 어떻게요?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쓱쓱 그림을 그려줬지 뭐.

근데 그 그림을 그대로 사용할 줄 몰랐지. 그리다 만 그 그림을. 근데 참 신기하더군요. 내가 그린 그림이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그런 거 말입니다. 처음이었어요. 원래도 내 세계관을 반영한 게임을 만들고 싶어했는데, 그 꿈이 더 현실화됐다고 해야할까요. 단지 게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실제로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꿈을 꾸게 되더라고요.

난, 실무를 몰라요.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얼만큼 돈이 오가는지 아무 것도 몰라요. 단지 우리가 하고 싶은 것만 말합니다. 꿈꾸는 것만. 그렇게 꿈꾸던 것이 하나 둘 구체적으로 형태를 잡아가니 신나지 뭐.

그 자리에서 쓱쓱 그린 이 스케치 몇 장으로 게임 개발이 시작되었다


'위치런 : 왕관탈환대작전' 이라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지만 그 게임에 대한 얘기는 아직까지 비밀에 부쳐달라하기에 게임의 설명은 접어두겠다. 그래도 게임회사에 게임의 이야기가 빠지면 섭섭하니 플렉시마인드에게 대신 설명을 부탁했다.

신재섭 대표
캐주얼 아케이드 장르로, 이름 그대로 빼앗긴 왕관을 되찾는 것을 목표로 앞으로 쭉쭉 나가는 게임입니다. 국왕의 연회에 초대받지 못한 심술궂은 마녀가 왕관을 훔치고, 화가 난 왕은 왕관을 되찾아 오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주겠다는 이야기로 게임이 시작됩니다.

초기작이다보니 가볍게 가기로 했습니다. 아까 (양경일)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컨셉 원본 한 두장으로 개발을 시작했어요. 손가락 한 두개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별도의 컨트롤이 필요치 않아요. 어찌보면 너무나 쉬워보이지만, 기존의 러닝게임의 틀에서 벗어난 우리만의 특징을 넣으려고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일단, 러닝게임은 '최대한' 달려야하는 게 목표잖아요. 한 번 위험을 피하지 못하면 게임이 끝나고. 그 일반적인 형태를 조금 다르게 접근해봤어요. 우리 '위치런 : 왕관탈환대작전' 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말할 수 있는 건 유저분들에게 확실한 '목표' 를 설정해준다는 겁니다(일동 : 거기까지만 하죠). 넵. 뭐 이쯤 하고요, 게임을 오래 할 수 있게끔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스킬이나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라고 볼 수 있을거에요(일동: 아, 이제 그만!)

선생님도 그렇고, 저희들도 그렇고 좀 오랜 시간 꾸준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업데이트도 그 중 한 방향이겠지요. 일단, 포상금을 노리고 왕관을 찾으러 가는 사람들이 꼭 그 나라 국민이란 법은 없잖아요? 거기에 양경일 선생님 만화 속 캐릭터 '문수' 나 '소마' 가 나올지 모르는거죠. 일단 스토리를 그렇게 꽉 닫아놓지 않아서, 향후 캐릭터나 게임모드를 추가하기 용이할 거라 생각했어요.

박창우 디자이너
이건 제 개인적으로 생각해둔 건데, 숨겨진 요소를 넣으면 어떨까 하는거에요. 가다가 우연찮게 숨겨진 블럭을 발견하게 되거나, 지름길을 찾으며 점차 궁금해지는거죠. 여기에는 또 어떤 게 숨어있을까? 라고 생각하며 플레이하면 좀 더 오랜 시간 즐길 수 있겠지요. 이 밖에도 미션이라던가, 랭크싸움 등으로도 많은 유저들의 성향을 적극 고려할 전망이에요.

곧 세상에 나올 플렉시마인드의 첫 작품 '위치런 : 왕관탈환대작전'



플렉시마인드의 첫 게임은 이제 머지않아 세상에 나올 전망이다. 거의 준비도 마쳤다. 이제 언제 출시될 지 물어보려던 찰나, 김진기씨가 뜬금없이 "아, 근데 이런 요소를 한 번 넣어보는 건 어때요?" 라더라. 인터뷰 도중인데 말이다. 근데 다른 멤버들의 반응도 다를게 없었다. "오, 좋아보이는데?"

방금 준비를 거의 다 마쳤다는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하기에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렇게 되면 개발기간이 당연히 길어질 줄 알면서도 너무나 흔쾌히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어쨌든 '위치런 : 왕관탈환대작전' 은 출시하겠지만, 이 다음 게임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려나 싶었다. "아니,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는 있는건가요?" 라는 이 질문을 조금 돌려서 물어봤다.

다들 대답하기 어려워했다. 아니, 질문 자체를 이해를 못했다. 꼭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도 되지 않느냐가 이들의 마인드였으니까. 그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면 그걸로 OK. 당장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이 아닌 마음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신재섭 대표
일단 '위치런 : 왕관탈환대작전' 의 런칭시기는 대략 6월 초 쯤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충 맵 두어 개 정도, 캐릭터 두셋? 그정도로 마련해 놨고, 우리 게임 중 가장 중요한 '탈 것' 은 대략 한 20종 정도 준비해둔 상태입니다. 게임은 어느정도 완성되었지만 지금은 레벨 구조라던가 기타 여러 보완점, 그 밖에 우리가 즉석에서 생각한 아이디어를 적용할 방법 등을 시도하고 있지요.

우리가 원하는 게임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생각이에요. 그건 차기작들을 개발할 때도 똑같은 마음일거구요. 항상 우리는 지금 이 게임을 만들면서도 다음 게임을 생각하거든요. 우리끼리 위치런에 대한 회의를 진행할 때 갑자기, '근데 다음 게임에는 이런 걸 한 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라고 뜬금없이 이야기 할 때가 많아요. 아까도 굉장히 이상하게 보셨을 지 몰라도,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으면 다 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재밌어야 플레이하는 유저분들도 재밌을거구요.

저희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게임은,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닙니다. 뭐 따로 언제 얼만큼 성장하고, 어떤 게임을 전문으로 만드는 그런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요, 적어도 유저들이 길게 추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 위주의 게임을 보통 많이 생각하곤 하지만, 어떻게 될 지는 모르죠. 일단 생각하는 건, 저희의 세계관을 표현할 수 있는 게임이거나, 각각의 멤버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으면 큰 제약이 없는 한 계속해서 만들어보려고 해요.

모바일게임 유행이 갑자기 도래하면서 1년도 채 안되서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이런 급격한 변화 속에서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은 바로 미래를 판단하는 거고, 그에 맞춰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건데 실제로 지금 그 판단이 들어맞는 경우는 많이 없어요. 근데, 그 책임은 경영진이 아니라 실무자에게 돌아가거든요.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개발자분들이 환멸을 느끼는 경우는 많을겁니다.

혹여 저희가 판단한 미래가 안 올 수도 있어요. 저희가 선택한 방법이 틀렸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 책임을 서로에게 등떠밀지는 않을겁니다. 저희 모두가 판단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한, 책임도 공유해야하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희 스스로 그 모든 과정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겁니다. 어떠한 트렌드가 와도 그 신념은 변하지 않을거구요.

인게임 스크린샷을 인쇄해 장식해놨다. 색감이 참 훌륭하다


지금이 바로 적절한 타이밍이기 때문에 이 일에 도전했다. 지금 이 게임이 재밌어 보이기에 게임을 만들었다. 지금 이 팀이 좋기에 더 충원할 필요도 못느끼고 있다. 이게 지금 플렉시마인드의 모습 전부다.

정말 이토록 스타트업스러운 스타트업은 본 일이 없었다. 오로지 서로의 열정으로만 움직이는 이들의 업무 방식에 크게 감탄했다. 창업을 결심하고는 있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잘 알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충고를 던져줄 수 있는 자격이 충분히 있다. 그렇기에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북돋아 줄 말 한 마디를 인터뷰의 마지막으로 부탁했다.


경쟁자 생기면 곤란한데....하하. 농담이고요. 저희 모두가 창업을 결심하기 전에 고민을 아주 많이 했어요. 아마 스타트업을 꾸리려는 개발자분들도 같을 겁니다. 근데, 안해서 후회하기보다는 해보고 안되고 나서 후회하는 게 더 나을 거에요.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려 맘 먹은 분들이 있다면 염두에 둬야 할 것, 바로 팀입니다. 아무리 개개인의 능력이 좋다고 하던들, 팀이 못 뭉치면 실패할 확률이 너무 높아져요. 스타트업이 만드는 게임의 최대 장점은, 대표자 혼자만의 게임이 아니라는 겁니다. 모두의 게임이 되어 그 모두가 참여하게되면 게임은 무조건 마음에 들게 될 것이고, 그 게임이 설사 실패하던들 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봅니다. 힘내세요!


양경일 선생님의 싸인까지 받았습니다! 선만 봐도 알겠네요



[이어지는 인터뷰] 게임 만드는 만화가! 플렉시마인드의 아트 디렉터, 양경일 작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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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탐방 기사 모음

[스타트업 탐방 ①] "대표님? 우린 영식님이라고 불러요!" 벽 없는 사무실, 루트93에 가다
[스타트업 탐방 ②] "던파와 디아가 만났지만 로딩은 없습니다." GDC에서 만난 앤웨이 '김태훈' 대표의 포부
[스타트업 탐방 ③] "하고 싶어서 하는 거에요." 양경일 작가까지 반하게 한 그 열정, 플렉시마인드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