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시간은 게임의 평가를 바꾸기 충분하다


'바바 야가'는 동유럽의 전설과 민담 속에 등장하는 마녀 같은 존재다.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못된 늙은 마녀라는 사악한 모습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어려운 이를 도와주는 친절한 할머니의 숲속으로 그려지기도 하기도 하는 등 다면적인 모습을 가진 형태로 그려지기도 한다. 오늘 리뷰해볼 게임, '야가'는 이러한 슬라브 설화/동화를 기반으로 하는 액션 게임이다. 다소 잔인한 묘사도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잘 완성된 아트와 함께, 독특한 '불운' 시스템을 기반으로 전투의 상쾌함을 더했다. 물론 게임의 출시는 2019년 11월(애플 아케이드는 10월 25일)에 되어 1년 넘은 게임이지만, 업데이트가 이뤄지며 지금은 꽤 '괜찮은 게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게임명 : 야가(Yaga)
장르명 : 액션
출시일 : PC, Switch, PS4, XBO, iOS
개발사 : Breadcrumbs Interactive
서비스 : Versus Evil
플랫폼 : PC, 닌텐도 스위치



■ 선택에 따라 바뀌는 '이반'과 '불운' 시스템


플레이어는 운이 지독히도 나쁜 외팔의 대장장이 '이반'이 되어서 마을에 일어나는 각종 사건, 그리고 차르(왕)가 준 과제를 수행해나간다. 일단 이반은 반쯤 머리가 벗겨져 대머리가 진행중이고, 운이 안좋아서 숲에 나가 마녀를 만나 한 팔이 잘리는 중상을 입는다. 외팔의 대장장이는 정말 '운이 없어서' 마녀의 저주와 시험에 걸린 차르의 추방 명령에 저항하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뭐, 큰 그림은 아무래도 '야가'가 그린게 아닐까 싶지만 말이다. 결국 남한테 이용당하는 처지니까, 운이 나쁜건 맞는 것 같다. 아무튼 외팔이 대머리는 운이 나쁘다.

이렇게 운나쁜 대장장이 이반은 모험을 하면서 성장해나가는데, 이러한 성장의 성향은 플레이어의 자유다. 이기적이면서 난폭한 이반이 될 수 있고, 정의롭지만 멍청한 이반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선택지는 플레이어의 몫이고, 각 성향에 따른 여러 가지 변화들이 플레이도 중 계속 눈에 띄게 된다.


또한 이러한 성향들은 이 게임의 핵심 시스템 중 하나인 '불운'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미 어느 한 쪽으로 성향이 기운 상황이라면, 다른 성향의 대화를 하게 되면 점차 '불운'이 쌓인다. 쌓인 불운은 전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신경 쓸 요소들을 늘리면서 게임의 난이도를 올린다. 물론 이런 요소들도 인 게임 재화를 사용하거나 '축복'을 통해서 줄이면서 느긋하게 플레이할 수도 있다. 하드코어 모드에서는 이런 불운이 정말 빠르게 쌓이므로, 불운 관리도 일반 난이도에 비해서 상당히 힘들다.

이러한 불운은 무조건 '나쁘게'만 활용되는 건 아니다. 특정 아이템들은 '불운' 상태에서 이반을 강해지게 하기도 하며, 때로운 불운을 획득할수록 운 없는 이반의 의지(HP)를 회복시키도 하는 등 이용이 가능하다. 무조건적으로 난이도만 올리는 요소가 아니라, 난이도를 올리지만 반대로 유저들이 기회를 더 다채롭게 가질 수 있도록 짜놓은 셈이다. 불합리함을 극복하는 게임 속에서, 반대로 불합리한 요소를 합리적으로 이용하게 만든 부분이랄까. 또 하나 운나쁜건 하필 정말 '극적인 상황' 혹은 아쉬운 상황에서 무기가 파괴되는 걸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외팔이라서 그런지, 그가 만든 물건은 대단하면서도 가끔 제대로 성능 발휘를 못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 주인공 '이반'은 꾸준히 성장하지만,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 만들어가는 무기, 성장하는 이반...그에 비해 아쉬운 스토리 전개

▲ 여러가지 재료를 써서 도구, 무기를 만들고 수리할 수 있다.

주인공의 직업이 '대장장이'라는 특성에 맞게, 플레이어는 망치를 개조하고 잘려나간 오른팔에 특수 무기를 장착할 수 있게 설계됐다. 무기의 다양성을 추구해서 근접전 위주로 게임을 풀어갈 수도 있고, 반대로 망치를 던지면서 원거리 전투도 가능하다. 기본적인 전투 자체는 매우 단순한 과정인데, 여기에 특수 장비들이 섞이면서 전투의 액션이 다채롭게 변화한다.

순식간에 접근해서 기절시킨 뒤 치고 빠지는 형식이나, 멀리서 상대의 방패나 무장을 빼앗고 출혈을 걸어 야금야금 깎아먹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날리는 망치는 늘려서 극도의 원거리 메타도 할 수 있고, 적이 날린 투사체를 튕겨내서 역으로 공격하는 패링 플레이도 된다. 이후 지형지물을 이용하기도 하는 등 전투의 흐름 자체는 상쾌하고 즐거운 경험으로 다가온다.


다채롭게 이어나갈 액션과는 달리 게임의 큰 흐름은 아쉽게도 좀 지루한 느낌이 있다. 물론 사망하면 일부 강화된 장비나 아이템들을 잃고, 맵이 새롭게 재설정되는 형식이기에 던전 플레이의 경험은 같지 않아서 달라지긴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게임은 꽤 선형적인 구조를 가졌다는 점이 다소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서 이야기의 흐름이 사소하게 바뀌긴 하지만, 결국 언제나 차르가 주는 말도 안 되는 과제를 수행하는 메인 스토리는 같으며 그 과정에 일어나는 소소한 사이드 퀘스트 정도만 변화가 있다. 플레이어의 선택이 게임 스토리에 변화를 주기는 하지만 '큰 흐름' 자체를 바꾸는 정도는 아니다. 이반의 성향에 따라서 과정이 조금씩 다르고 결말도 달라지긴 하지만, 퀘스트가 크게 변화하는 건 아니니 약간 아쉬운 정도다.

매번 새롭게 플레이할 때마다 얻는 아이템과 맵이 변화하고, 성향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으니 조금씩 변화하는 건 긍정적이긴 하다. 하지만 아마 이런 장르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반복적인 플레이 속에서 게임의 큰 흐름 자체가 변화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니즈를 만족시키기에는 다소 어렵다.

게임의 분량도 매우 긴 편이 아니고, 메트로베니아 장르처럼 탐색과 수집이 또 다른 재미 요소 작용하는 게 아니니 이 같은 단점이 좀 더 크게 다가와 '갓 게임'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크게 느껴진다. 아마 로그라이크 장르를 생각하고 접근한 유저들은 실망이 클지도 모르겠다. 다회차 플레이를 권장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느낌이지만, 다회차 플레이의 메리트가 크게 떨어진다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 서브 퀘스트가 달라도, 결국 차르의 명령을 수행해야하는 큰 틀은 언제나 같다.



■ 꾸준한 변화, 새 플랫폼 출시로 '인정'을 받은 게임

▲ 전투는 성장하면서 다채롭게 변화해서 마음에 들었다.

'야가'의 정말 괜찮은 부분은 애니메이션 풍 아트의 액션이 상당히 매끄럽다는 점과,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린 사운드가 게임 플레이에 큰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슬라브 신화, 만담에 바탕을 둔 '바바 야가'의 설화와 이미지를 적절하게 잘 풀어냈으며, 게임 속에서도 '신체 부위(뼈)'를 재화를 쓰는 모습이나 야가의 집이 닭다리 위에 있다는 점 등이 설화의 포인트를 잘 잡아내서 게임 속에 확실한 컨셉으로 녹여냈다.

Баба-Яга, '바바 야가'는 과거부터 슬라브 신화의 존재 중에는 나름 국내에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존재이기도 하다. '콩쥐팥쥐'와 비슷한 러시아의 유명 동화 '아름다운 바실리사(Vasilisa the Beautiful)'로 알고있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또한 영화 '존 윅'에서도 주인공 존 윅을 "바바 야가'라고 칭하는 일이 있었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경우도 있을 터. 물론 예전부터 게임에도 간간이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했다. 닭다리위에 지어진 집에 살고, 절구통을 타고다니는 식인 마녀 '바바 야가'의 정보와 이 게임은 비교해보면, 정말 설화를 잘 게임으로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또한 으스스하면서도 기괴한 분위기에 맞춘 아트를 확실한 컨셉으로 잡았고, 이와 잘 어울리는 사운드는 기괴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사뭇 진지해질 수 있는 과정에서 살짝 유쾌한 이반의 대화와 선택지는 게임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때론 더욱 진지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물론 플레이어의 선택지에 따라서 '이반'의 성향이 바뀌므로 어떻게 진행할지는 플레이어의 자유다.

'야가'는 2019년 11월에 닌텐도 스위치로 처음 발매된 게임이라, '최신 게임'이라고 분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출시 당시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한국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20년 초에 에픽 스토어를 통해서 PC버전으로도 출시되기는 했지만 최근 스팀으로 재등장하면서 유저들로부터는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없던 요소들이 꾸준히 업데이트되면서, 스팀 버전에 와서는 꽤 '순한 맛'도 지니면서, 매운맛도 스스로 첨가할 수 있는 형태가 됐다. 지난 1년간의 업데이트와 변화가, 유저들에게 이제 좋은 평가를 받게 됐다고 할까.

스토리 전개 방식과 흐름 자체는 다소 아쉽긴 하지만 불운 시스템과 제작, 그리고 특수한 도구는 전투의 다채로움을 더했고 잘 만들어진 아트와 사운드는 더욱 게임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물론 이런 요소들 자체가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수 있기에 선뜻 추천하기는 힘든 게임이다. 아무래도 출시된 지 꽤 오래된 게임이고, 이제 다시 재조명을 받는 과정이니까. 당신이 슬라브 설화에 듬뿍 빠져보고 싶거나, 분위기 있는 액션 게임을 새롭게 즐기고 싶다면 마침 할인 중이고 한국어화까지 진행된 '야가'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