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한 JRPG - 고전 감성과 깊이있는 전투, 부족한 신선함


'브레이블리 디폴트' 시리즈는 '파이널판타지'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시리즈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빛의 4전사-파이널 판타지 외전'의 속편으로 제작되었으나 파판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노선을 선택한 '또 다른 빛의 전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요약하자면 게임 시스템의 컨셉 자체는 유사하지만 추구하는 바가 완전히 달라졌고, 이를 토대로한 첫 번째 시리즈는 찬사를 받은 수작으로 꼽힙니다. 다만 이후 제작된 '브레이블리 세컨드'는 매우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에 대한 반성을 담고 시리즈의 새시작을 알린 타이틀이 오늘 리뷰할 '브레이블리 디폴트2'입니다.

게임명 : 브레이블리 디폴트2(BD2)
장르명 : RPG
출시일 : 2021.02.26.
개발사 : 스퀘어에닉스
서비스 :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 Switch

관련 링크: '브레이블리 디폴트2' 오픈크리틱 페이지


또 다른 '빛의 전사'가 크리스탈을 찾아가는 이야기


'브레이블리 디폴트2'는 이전과는 연계되지 않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빛의 전사'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주인공 세스(기본 설정, 변경 가능)는 난파된 배에서 떠밀려와 글로리아 공주를 만나게 되고, 우연히 아스타리스크를 찾는 학자 엘비스와 아델을 만나 네 명이 하나의 파티가 되어 모험을 떠나죠.

글로리아는 게임 시점에서는 멸망한 '뮤저' 왕국의 공주로, 뮤저에서 빼앗긴 네 개의 크리스탈을 찾는 것이 자신과 왕가의 의무라고 판단하여 이를 행동으로 옮깁니다. 플레이어는 이렇게 네 명으로 구성된 파티로 할시오니아, 사바론, 위즈왈드 등 다양한 국가들을 모험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와 '크리스탈'을 둘러싼 음모를 마주합니다. 그리고 주인공 세스는 자신의 운명, '빛의 전사'의 길을 열정적으로 헤쳐나가죠.

이러한 스토리의 진행은 매끄럽지만,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밋밋하고 예상이 쉬운 왕도형 모험 스토리입니다. 거기다 빠르게 메인 빌런도 등장했고, "너는 누가 봐도 나쁜 아이구나!"할 만한 인상을 가진 인물들은 대부분 악역으로 나옵니다. 입체적인 면을 가진 악역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큰 비중이 없는 편이고, 발단-전개-위기-절정-대단원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느낌이죠. 뭔가 '파격적인 스토리'를 기대하셨다면 다소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 대화, 연출도 적당히 함께 이뤄져있어서 스토리를 보는 재미는 적당합니다.



'브레이브'와 '디폴트', 완성도있는 전투 시스템

▲ BP를 끌어와 한 턴에 여러번 행동도 가능합니다.

브레이블리 디폴트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BP', '브레이브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타이틀 이름을 딴 시스템이므로 가장 큰 정체성이라고 생각하고, 타이틀로 내세울 정도로 훌륭한 매력과 완성도를 갖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브레이블리 디폴트2는 기본적으로는 '턴제 배틀'이라고 할 수 있으나, 턴 행동에 BP를 소모합니다. BP는 '디폴트'를 통해 누적을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브레이브를 이용해 당겨올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한 턴에 여러 가지 행동이 가능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사망한 아군을 레이즈로 부활시키고, 케알라로 회복시켜서 빠르게 정비하는 행동을 들 수 있죠. 반대로 상태 이상이 걸렸다고 하더라도 행동이 가능하다면 아이템이나 마법으로 상태 이상을 스스로 제거하고 적에게 대항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브레이브'를 남발하여 BP가 0이하로 떨어지면, 최소 수치인 0까지 회복을 하는 동안은 아무 행동을 할 수 없습니다. 그만큼 '리스크'를 안고 있는 행동이고, 이러한 리스크는 보스전에서 크게 두드러집니다. 그러므로 전략과 생각이 많이 필요한 전투가 '브레이블리 디폴트'의 매력이자, 핵심입니다. 이 '기본적인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어야 브레이블리 디폴트의 전투의 진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 물론 잡 레벨링이 필수적이고, 이는 반복 작업에 가깝습니다.

전투 시스템은 캐릭터들이 얻게 되는 '잡'과 어우러지면서 한층 더 깊이를 가진 콘텐츠가 됩니다. 잡을 통해 더 다양한 기술을 얻고, 어빌리티를 장착하여 여러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죠. 뱅가드, 백마도사, 몽크 등등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해본 게이머라면 꽤 익숙한 잡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특성도 대부분 다 물려받았고요.

하지만 잡에는 어느 정도 보정이 있습니다. 잡마다 착용할 수 있는 장비가 '무게'로 제한되고, 이를 통해서 능력치의 조절이 이뤄집니다. 기본적인 '프리랜서'는 특별한 능력이 적은 대신 다른 잡의 달성도로 상당한 스탯 보정을 받을 수 있고, 이 외에도 각각의 잡마다 특화되는 부분이 다릅니다. 대신 이렇게 성장한 잡으로 얻은 어빌리티는 다른 잡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게 '장착'이 되므로, 이를 통해 능력치가 상승하는 구조를 띕니다. 또한 잡은 12레벨, 마스터를 하면서 특성이 한 개 더 열리며 컨셉을 극대화하죠.

메인 잡과 서브 집으로 두 가지 스킬을 갖고 있을 수 있어서, 캐릭터마다 능동적으로 조합을 짜서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플레이어의 선택지를 늘리고, 전략적으로 고민할 거리를 많이 주는 깊이 있는 전투는 매력적이죠. 바로 이 부분이 브레이브 디폴트 시리즈가 가진 매력이라고 할 수 있고 이는 본작에서도 잘 구현되고 마련됐습니다.

▲ 게임을 하면서 여러 잡을 획득하고, 이를 성장-조합하여 전투의 깊이가 더욱 깊어집니다.



완성도는 높지만 전투 밸런스는 아쉽다


이렇게만 보면, 캐릭터가 매우 강해질 것 같고 전투도 쉽게 느껴지지만 실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일반 몬스터와의 전투는 정말 브레이브를 한껏 당겨서 일반 공격(싸우기)만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쉽습니다. 하지만 특수 몬스터나 보스전은, 플레이어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고 이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시험하는 '도전'입니다.

가장 쉬운 캐주얼 난이도로 해도 절대 쉽지 않습니다. 결국 보스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지면서 '공략'을 해야 하죠. 거기다 페이즈마다 메커니즘이 다르므로, 때로는 딜 조절도 해야 하고 카운터나 방해는 누가, 언제 쓰는지 알려주지도 않으므로 맞아가면서 배워야합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리스크는 플레이어가 지고 있고,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성장을 하고 정보를 얻으며 연구를 하게 만들죠.

이러한 보스 메커니즘의 해답은 보통 이전 보스를 쓰러뜨리고 얻게 되는 '잡'으로 해결이 되는 편입니다. 큰 해답을 주지는 않고, 공략의 힌트를 제공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캐릭터별로 잡을 성장시켜서 모두가 만능이 되는 길을 추구하게 됩니다. 마치 '파이널판타지14'에서 모든 잡을 마스터하고 "오늘은 뭐 하지?"하고 노는 '모하지맨'이 가장 최종적인 목표인 셈이죠.

물론 잡을 획득해도, 시간 투자가 필요합니다. 왜냐면 '잡'을 얻는 시점에서, 그 잡의 레벨은 1이므로 최대 레벨이나 필요한 레벨까지 성장시켜야 하는 일이 필수적니까요. 이 또한 꽤 오랜 시간과 과정이 필요해서, 이를 보조할 콘텐츠 '항해'가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게임을 안 하는 시간에 레벨링을 보조하는 수준입니다. 이는 "천천히 해라"라는 개발사의 의도를 느낄 수 있긴 합니다.

주된 반복 전투는 '잡'을 올리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일반 몬스터 한 번과의 대전은 잡 경험치를 얼마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험치 획득을 증폭시키는 '연속 전투'를 노려야 하고, 연속 전투를 노릴 수 있는 아이템들도 게임에서 제공하긴 합니다. 이 또한 거의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정말로 플레이어가 알아야 할 것이 많습니다.

레벨링 방법과 팁, 잡의 조화, 적의 특성 뿐 아니라 장비에 대한 이해도도 필요합니다. 좋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단단한 캐릭터는 몬스터들도 영리하게 공격을 하지 않는 편이므로, 때로는 거적때기를 입은 탱커를 세워야 하는 전략성도 필요합니다. 또한 스킬을 쓰면서 '필살기'를 쓰는 타이밍까지 확실히 체크해야 합니다. 파판으로 치면, 리미트 브레이크 타이밍을 본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카운터, 방해 등 적들의 대응도 다양합니다. 보스전은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게임의 핵심 전투는 보스와 특수 몬스터라고 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전투를 유리한 시점에서 이끌기 위해 일반 몬스터와의 지루한 싸움이 '노가다'라고 할 정도로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수십시간의 플레이 타임 중 대부분이 전투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그래서 연속 전투의 특성과 아이템을 최대한 활용해서 잡 레벨링 및 메인 레벨링을 진행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 부분이 썩 재미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단순노동에 가까운 재미없는 전투를 수 시간에 걸쳐 진행하고, 세팅한 잡과 어빌리티, 아이템을 통해 보스 스테이지에 돌입해도 무난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진행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는 '리스크'를 진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옵니다. 만약 보스의 메커니즘 이해를 못하고, 공략 포인트를 짚어내지 못하면 그대로 리타이어입니다. 다행히 이 부분에서는 저장 상황을 어느 정도 복구해 주기도 하고, 보스전 직전에 세이브포인트가 있으므로 도전 자체는 쉽습니다. 불합리함이 느껴지기 전에 공략포인트를 찾아낼 수 있다면 즐거운 전투를 할 수 있겠지만, 아니라면 분노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이는 하나의 매력이 될 수도 있지만, 높디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를 잘 아는 유저라면 처음부터 잡과 어빌리티, 아이템 세팅까지 신경 쓰면서 달려오니 그나마 트라이가 적을 수 있죠. 반대로 잘 모르는 유저들에게는 그저 불합리한 난이도와 전투 밸런싱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난한 다른 콘텐츠, 나쁜 최적화가 만든 불협화음


전투 시스템과 캐릭터의 성장은 확실히 깊이 있는 콘텐츠를 보여주지만 그만큼 피로도가 높습니다. 이러한 반복성 전투 이후 성장한 캐릭터를 보는 걸 좋아하는 유저들에게는 장점이겠지만, 반대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레벨 디자인을 원하는 유저들에게는 단점이 되겠죠. 게임의 '전략성'은 매우 높게 평가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그만큼 높은 진입장벽이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아쉽게도 이런 깊이 있는 전략적인 전투를 즐기도록 유도하는, 혹은 이와 어우러져야 하는 콘텐츠들도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물론, Revo가 만들어낸 브레이블리 디폴트2의 사운드는 편안하고 부드럽습니다. 아늑하게 당신을 모험을 이끌어줄 기분좋은 요소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요소들은, '무난하다' 정도로 표현하는 게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SD 형태로 구성된 캐릭터들의 디자인과 성우의 연기는 괜찮고 매력도 있지만, 이를 돋보이게 할 연출은 '뛰어나다'라고 할 수 없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부가적인 이야기를 전해줄 서브 퀘스트도 보상은 괜찮지만 '반드시 하고 싶다'는 매력이 있는 건 아닙니다. 가끔은 말도 안되는 동선을 요구하기도 해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만, 보상이 나쁜편도 아니라 돌아보면 그냥저냥 할만했다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시리즈 특유의 '파티 대화'는 TMI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성우의 음성도 빠진 게 매우 아쉽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메인 스토리는 '모가 난 곳은 없다'라고 느껴졌습니다. 납득 안 되는 전개와 말도 안 되는 설정을 끼얹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그만큼 뻔한 느낌이 있습니다. 예상하기 쉽다고 할까요.

▲ 흥미로운 부분은 있지만, 스토리 자체는 예상이 쉽고 무난합니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다 나쁜 건 아닙니다. 무난하다고 봐야겠죠. 게임의 특징을 만들고 결성하는 각 콘텐츠들은 매력적인 부분과 썩 좋지 못한 부분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들의 합주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한다면 이런 단점은 부각되지 않고 '명작'으로 평가받을 수 있겠지요. 안타깝게도 브레이블리 디폴트2는 이런 부정적인 면들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좋지 못한 최적화로 인한 잔로딩입니다. 맵 이동, 파티 대화, 인카운터 전투, 메뉴 호출 등등 플레이어의 행동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계속 짧은, 혹은 생각보다 긴 로딩이 발생합니다. 특히나 전투를 자주 해야 하는데, 전투 시작마다 있는 자잘한 로딩은 플레이의 흐름과 템포를 끊습니다. 좀 더 나은 최적화를 통해 이러한 잔로딩이 없었다면, 각 콘텐츠와 요소들이 장단점이 모두 있어도 조화롭게 어우러져 플레이어에게 보다 나은 경험을 전달해 줄 수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브레이블리 디폴트'의 전투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잡을 조합해 캐릭터를 성장-세팅하고, 보스전에 도전하는 재미를 극대화한 개성을 갖고 있으며 이는 고전 감성을 제대로 자극할 수 있다고 봅니다. 캐릭터의 연출도 취향이 맞다면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스토리도 밋밋하긴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전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정석적인 부분입니다.

또한 네트워크 기능으로 여러 가지 완화 요소를 넣었고, 트리플 트라이어드 스타일의 카드 미니게임도 등장해 플레이 환기 요소들도 적당합니다. 디오라마 스타일의 맵 디자인도 무난하지만, 다시 Revo가 참여한 사운드 및 OST는 그래도 훌륭한 장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입체적인 이미지를 가진 악당과 갈등 구조, 그리고 모험이라는 거대하고 신선한 스토리를 '부드럽게' 즐기고 싶은 유저들에게는 딱히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고전 RPG에서 볼 수 있던 감성 자체를 잘 담았습니다. 그만큼 고전 감성을 좋아하고, 고난이도의 보스전과 전략적인 턴제 전투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이기에 이를 원하는 플레이어는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