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 온라인4로 진행되는 가장 큰 규모의 국제 대회 EACC 2019 스프링이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국 상해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회에 7개국 12개 팀이 출전해 세계 최강자 자리를 놓고 대결을 펼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피파 온라인4의 절대 강자 성남 FC, 엘리트, 전남 드래곤즈 1st가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합니다.

EACC 2019 스프링 개막에 발맞춰 피파 온라인4의 상징적인 인물과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스타크래프트 1세대 프로게이머 출신이자 '핵펠레'라는 친근한 별명으로 더 유명한 한승엽 해설입니다. 어릴 적부터 축구 선수로 활동한 남다른 이력을 가진 그는 피파 온라인 e스포츠에서 축구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명품 해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낮에는 실제 축구를 하고, 밤에는 해외 축구를 보며 피파 온라인4를 즐기는 한승엽 해설, 그는 이번 EACC 2019 스프링을 어떻게 예상하고 있을까요? 축구밖에 모르는 남자 한승엽 해설과 나눈 대화를 지금 전해드립니다.



Q. 오랜만에 인터뷰로 만나 뵙게 됐네요.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승엽입니다. 저도 피파 인벤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 있는데요. 이렇게 인터뷰로 만나게 돼서 반갑고, 앞으로 자주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먼저 가장 궁금했던 질문부터 드릴게요. 과거 스타크래프트 선수로 활동하셨는데, e스포츠 해설자로 변신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아마도 어린 친구들은 잘 모를 거예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다가 24살에 은퇴를 하고 군대에 가기로 계획되어 있었어요. 그때 MBC게임에서 새로운 해설자를 찾고 있었는데, 제가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이재균 감독님이 알게 되면서 친구였던 이승원 해설을 통해 저를 해설자로 추천해주셨어요. 몇번의 테스트 방송을 끝으로 본격적으로 해설자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해설자로 활동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때도 낯을 많이 가리고 눈도 잘 못 마주치는 성격이었거든요.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관심이 없는 스타일이었어요. 군대에 다녀와서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려던 찰나 이재균 감독님께서 "한번 해봐라. e스포츠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1세대 프로게이머인데, 너무 아깝지 않냐"고 하셔서 결국 도전하게 됐어요. 생각보다 너무 재밌더라고요. 8년 동안 했던 게임을 직접 해설하니까 큰 어려움도 없었었어요. 그렇게 재미를 붙여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해설자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Q. 그렇다면 피파 온라인 e스포츠 중계는 어떤 계기로 맡게 됐나요?

어릴 때 축구 선수로 활동했는데, 그 이력이 스타크래프트 해설을 그만둔 시점에서 도움이 됐어요. 제대한 뒤 사라진 MBC 게임을 떠나서 이동한 곳이 스포티비게임즈였어요. 스포티비에 스포츠 채널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축구와 관련된 얘기를 나눴고, 제가 축구를 좋아하고 e스포츠 해설도 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피파 온라인 e스포츠 중계진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Q. 과거 '핵펠레'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는데, 별명의 유래가 궁금합니다.

요즘 각 분야에 '펠레'가 워낙 많아서 '펠레' 타이틀이 많이 죽긴 했죠(웃음). 제가 활동하던 시기에 방송 경기에서 핵을 사용하면 예의에 어긋난다는 불문율 같은 것이 있었어요. 서로 지켜주는 매너 플레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제가 e스포츠를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e스포츠의 아이콘' (임)요환 형을 상대로 핵을 사용한 적이 있었어요.

요환이 형이 워낙 근성의 사나이잖아요. 게임이 기울었는데, 안나가셔서 어쩌다 보니 저도 모르게 최종 테크트리인 핵까지 본능적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제 이름 앞에 핵이라는 단어가 붙었습니다(웃음). 펠레는 스타크래프트 해설로 전향하고 붙여진 별명이에요. 당시 MBC 게임 중계진들이 저에게 캐릭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제가 예측하면 반대로 게임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Q. 피파 온라인 e스포츠에서는 예측이 잘 맞는 편인가요?

피파 중계에서만큼은 '펠레'가 전혀 아니죠(웃음). 왜냐하면 저는 축구 선수로 활동했으니까요. 어릴 적 꿈이 축구 선수였다보니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경력이 있어서 피파 해설할 때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실제 축구와 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피파 온라인 게임이 실제 축구에서 나올 수 있는 전술, 포메이션 등 실제 축구 지식을 바탕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중계를 하면 정확도가 높은 편입니다. 실제로 피파 온라인 게임도 많이 해서 게임 내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할 수 있다 보니 피파 온라인 중계는 거의 완벽하지 않나 싶어요(웃음). 피파 온라인 중계로 전향을 잘한 거 같습니다.



Q. 피파 온라인4 아시아 최대 규모 e스포츠 대회인 EA 챔피언스 컵(이하 EACC) 스프링 2019를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구도를 예상하나요?

EACC는 피파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리그 중에서 가장 큰 대회입니다. EA와 피파가 라이센스를 체결해서 진행하는 대회이기도 하고요. 피파 온라인뿐만 아니라 콘솔 피파, 넘버링 피파 등 시리즈 통합으로 리그가 진행되기 때문에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 대회입니다. EACC에서 입상하면 피파 E월드컵 진출권까지 얻을 수도 있어요. 선수들 입장에서도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대회라서 동기 부여도 확실할 것 같아요.

피파 온라인3에서 우리나라가 당연히 우승하는 분위기였는데, 피파 온라인3 막바지로 가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지금은 해외팀들도 잘하기 때문에 박빙일 것 같습니다. 국내 팬들 입장에서 보기에는 긴장감 넘치는 국제 대회라고 볼 수 있죠.


Q. 지난 EACC 2018 윈터에서 한국 팀이 빠르게 탈락하며 국내 피파 팬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는데요. 지난 대회 부진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대회에서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안일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많았어요. 가장 대표적으로 '볼 돌리기'가 있었죠. 한국에서는 이기고 있는 선수가 볼을 조금이라도 돌리는 느낌이 들면 소위 '극딜'을 당하거든요. 팬, 선수, 관계자들까지 그런 플레이를 '비매너'라고 인식하는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형성되어 있어요. 실제 피파 온라인 게임 안에서도 볼 돌리기 비매너 점수가 있고요. 하지만, EACC를 비롯한 해외 대회에서는 이러한 볼 돌리기 비매너 개념이 거의 없어요. 오히려 그건 실력이고 당연한 플레이라고 생각해요. 이기고 있는 선수의 특권이라고 할까요. 그 부분에서 한국 선수들이 많이 말리더라고요.

그리고 토너먼트 돌입 전 펼쳐지는 조별 풀리그는 단판 형식이기 때문에 변수도 많아요. 외국 선수들이 우리나라 선수들보다 실력이 떨어져도 수비적인 포메이션을 갖춘 뒤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이기는 경우도 많아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선수들의 플레이가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되어 있다보니 분석을 당하는 부분도 있고요. 확실히 지난 대회에서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분석을 게을리 했던 부분도 있었어요. 많은 부분이 종합적으로 쌓여서 지난 EACC에서 아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Q. 그렇다면 이번 EACC 스프링 2019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까요?

무엇보다 김정민 선수가 출전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믿음이 많이 갑니다. 김정민 선수를 포함한 성남 FC 선수들 모두 국제 대회 경험이 많아요. 김관형 선수도 피파 온라인2부터 활동하며 WCG를 경험하기도 했고요. 국제 대회는 실력 외적인 요인도 많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성남 FC가 엘리트와 전남 드래곤즈 1st에게 주는 긍정적 효과가 많을 거예요.

실제로 국제 대회에 나가면 팀이 달라도 한국 선수들끼리 정보도 공유하고 서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서로 같은 한국 팀이 지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때 중심을 잡는 역할이 중요한데, 그 역할을 성남 FC와 김정민 선수가 할 것 같아서 이번 EACC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Q. 해외 선수들의 선전이 피파 온라인 e스포츠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당연히 매우 긍정적입니다. 유럽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도 프로 구단과 계약한 피파 온라인 팀이 많아지고 있어요. 중국에서는 맨시티, 파리생제르망과 계약한 팀도 있습니다. 기왕이면 프로 구단과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활약하면 더 좋아요. 국제 대회를 통해 노출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피파 온라인 e스포츠 판이 앞으로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지난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기존 강자뿐만 아니라 신예 선수들의 활약도 돋보였습니다. 세대 교체의 시작이라고 봐도 될까요?

확실히 조금씩 세대교체가 되는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김정민, 강성훈, 원창연 등 기존 강자들이 계속 더 잘할 것 같습니다. 지난 선발전에 출전한 신인 선수들은 아직 기술이나 경험 측면에서 쌓아야 할 것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아무래도 피파 온라인은 매순간 선택의 연속인 게임이기 때문에 경험이 정말 중요해요. 그런 부분에서 전남 드래곤즈 1st의 윤형석, 성제경 선수는 조금 걱정되기도 합니다. 엘리트의 (차)현우는 이제 신인 티를 벗었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예전부터 잘했고, 3인 1팀이 되면서 더 잘하고 있어요.


Q. 피파 온라인4 게임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과거 선수들이 인터뷰를 통해 피파 온라인4는 이전 버전과 전혀 다른 게임이기 때문에 적응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확실히 다른 게임이에요. 하지만, 작년 5월 17일 피파 온라인4가 출시됐으니 이제 적응 기간은 끝났다고 봐요. 더이상 적응이 어렵다는 말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이제부터는 진짜 실력 있는 선수들이 활약할 것 같습니다.


Q. 피파 온라인4에서 수비와 공격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한승엽 해설은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보통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비슷한 실력이면 수비를 더 잘하는 선수가 이기는 건 맞아요. 하지만, 저는 공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왕좌에 올랐던 선수들을 보면 대부분 공격을 잘하는 선수들이었어요. 최근 가장 잘하고 있는 원창연 선수는 피파 온라인3에서 확실히 수비 지향적이었는데, 피파 온라인4에서는 확실히 공격적인 스타일로 변했어요.

피파 온라인4의 수비 시스템이 태클 키를 직접 입력해야 발이 나가는 전략 수비 시스템으로 메커니즘이 바뀌었고, 공격수가 심리전을 잘하면 수비를 뚫어낼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어요. 그 부분을 창연이가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창연이도 축구 선수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보니 포메이션이나 전술에서 발생하는 이점을 잘 활용하고 있더라고요.



Q. 일각에서 피파 온라인3의 엄청난 인기를 피파 온라인4가 완벽하게 흡수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시기에 출시된 피파 온라인3가 게임 순위 1위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작년 러시아 월드컵 시즌에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피파 온라인4의 출시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긴 것 같아요. 그래서 피파 온라인4 출시 초기 당연하게도 콘텐츠나 게임성 관련 이슈가 끊이질 않았죠.

다행히 지난 5월 2일 진행된 업데이트를 통해 피파 온라인4가 이제서야 정식 런칭됐다는 말이 나올 만큼 부족했던 부분이 많이 채워졌습니다. 저는 피파 온라인 e스포츠 대회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기 때문에 피파 온라인4에 대한 분위기를 피부로 가장 잘 느끼고 있는데,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더라고요. 피파 온라인4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승엽 해설이 생각하는 피파 e스포츠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실제 축구와 연계해서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단순히 축구 경기를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닌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손으로 체감할 수 있어요. 리버풀이 챔스 리그에서 기적을 만든 것을 보고 리버풀 스쿼드를 직접 구성해볼 수도 있고요. 손흥민 선수가 실제 축구에서는 저런 플레이를 하는데, 직접 손흥민 선수의 플레이를 체험할 수도 있죠.

피파 온라인 e스포츠의 보는 재미 부분은 냉정하게 말해서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노력을 더 많이 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보는 재미가 높아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죠. 최근에는 예전과 다르게 정보창을 최대한 많이 노출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플레이 내적인 부분에서 보는 재미가 높아지려면 아무래도 선수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격적으로 골도 많이 터뜨려야 시청자 입장에서 더 많은 재미를 느끼잖아요. 그래서 항상 선수들에게 재밌게 경기해달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하는데, 선수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요. 한 경기에 큰 상금이 걸려있잖아요.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해요.

인기 e스포츠 종목 대부분 보는 재미가 뛰어난데, 피파 온라인 e스포츠는 실제로 존재하는 스포츠를 게임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보는 재미 부분에서 실제 축구를 이길 순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재미를 투입시켜야 하는데, 아직 연출적으로 완성이 덜 된 것 같아요. 발전 가능성이 더 남아있는 '미완의 대기'라고 생각합니다.


Q.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 됐네요. 끝으로 피파 온라인 e스포츠 팬들과 한승엽 해설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항상 어디선가 피파 온라인을 플레이하거나 경기를 시청하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많은 정보를 주고 있는 피파 인벤 여러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피파 온라인은 유저가 만들어가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해설자 한승엽으로서 항상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