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게임 콘텐츠, 첫 시연만큼이나 블리즈컨 객석을 흥겹게 하는 것. 바로 시네마틱 영상이다. 특히 블리자드라는 이름 하나 아래 모인 팬들과 소리 지르며 감상하는 영상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 때로는 긴장감에 숨 막히게, 때로는 흥분에 몸서리치게 하는 시네마틱 영상. 그런데 이런 영상은 대체 누가 만드는 걸까? 게임 개발팀? 전문 아티스트?

블리자드의 게임 영상과 다양한 업무로 세계관을 확장해나가는 스토리&프랜차이즈 부서의 리디아 보테고니 선임 부사장과 제프 체임벌린 부사장을 만나 그들의 업무와 역할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스토리 & 프랜차이즈 부서의 리디아 보테고니 선임 부사장(좌)과 제프 체임벌린 부사장

스토리 & 프랜차이즈라는 이름이 일견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체임벌린 부사장은 이런 생각에 대해 어려울 것 없이 이름 그대로 파악하면 된다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의 주요 업무는 블리자드 프랜차이즈를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스토리와 세계관과 연결하고 확장해나가는 일이다. 좀 더 직관적으로 표현하면 게임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는 시네마틱 영상과 음악, 코믹스, 굿즈 제작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스토리와 프랜차이즈를 잇는 역할이다.

특히 이번 블리즈컨2018에서도 그들의 결과물은 빛을 발했다. 신규 영웅이 공개된 오버워치 단편 '재회'부터 실사 영화 이상의 퀄리티를 자랑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시네마틱 '잃어버린 명예' 등 다양한 영상들이 블리자드 게임 세계를 더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보테고니 선임 부사장은 블리자드의 다양한 IP와 팬들의 모습을 묶어 만든 개막 영상도 자신들의 작업물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하나의 게임을 넘어 블리자드 팬들과 게임의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일도 자신들의 역할이며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이야기했다.

체임벌린 부사장은 이날 첫선을 보인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를 언급하며 블리자드 시네마틱 역사를 되돌아봤다. 오늘 공개된 시네마틱 트레일러의 원본. 즉 워크래프트3의 시네마틱 영상도 체임벌린 부사장의 작품이다. 그는 10년을 훌쩍 넘긴 워크래프트3의 새로운 모습을 자신이 직접 다시 만듦으로써 게임의 역사를 함께 이어나갔다는 흥분감을 감추지 않았다.


보네고니 선임 부사장은 오늘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으로는 오버워치 '재회'를 꼽았다. 오버워치의 영웅들은 저마다 다른 개성을 뽐낸다. 그중 맥크리는 현대적인 여타 영웅들과 달리 서부 영화의 주인공 같은 고전미를 드러낸다. 보테고니 선임 부사장은 이번 영상을 통해 서부 느낌을 잘 살려냈음은 물론 신규 영웅 애쉬와 밥, 그리고 애쉬를 따르는 여러 무법자 등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한편, 이 둘은 입을 모아 디아블로 이모탈의 영상에 관해 이야기했다. 스토리 & 프랜차이즈 팀은 게임이 모바일로 출시되는 만큼 유저들이 기대하는 결과물이 기존 시네마틱과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용량이나 이미지 화질 등 모든 부분에서 다른 접근과 해석을 담아내야 했다. 이색적인 경험이었던 만큼 팀원들 모두 어려운 일이었고 집중해서 작업했다.


이처럼 스토리 & 프랜차이즈 부서의 작업은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고민하고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들 독단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지 않는다. 보테고니 부사장은 협력과 연계를 이야기했다. 우선 만들고자 하는 영상이나 작품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지는지 파악한다.

영상은 보통 새로운 게임의 출시나 소개, 혹은 스토리 전개에만 목적을 두고 만들어지는 영상 등으로 나뉜다. 이에따라 영상의 분량이 결정되고 작업 스케쥴도 이에 따라 변경된다. 직접 라이터스 룸에 모여 전략적인 로드맵을 구성하고 차근차근 구성을 발전시켜 나간다. 초반에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까지 모두 쏟아내며 다양한 의견을 모은다. 그 후 어느 정도 진행 갈피를 잡아 제작에 들어가게 된다. 그녀는 최근 제작하는 영상들은 마냥 기쁘거나 재미있는 감정 외에도 증오나 분노 등 다양한 감정선을 주입하면서 플레이어들에게 세계관 여정의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이야기했다.


블리즈컨2018에서는 팬들이 기대하는 디아블로의 영상화 소식은 없었다. 그간 꾸준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에 대한 루머가 떠돌았기에 기대감은 한껏 커진 상태였다. 과연 디아블로 애니메이션이나 장편 오버워치 영상을 만날 수 있을까?

블리자드를 포함해 액티비전과 킹 모두 액티비전 블리자드 스튜디오에서 콘텐츠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보테고니 선임 부사장은 아직 공개하고 실천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TV 시리즈 등의 구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녀는 넷플릭스 등 여타 플랫폼과 협업해 제작하기보다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스튜디오가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방식으로 구상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구상 단계에서 좋은 이야기가 오간다면 충분히 단편 수준 이상의 영상을 기대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보테고니 선임 부사장은 영상화에 대한 의견을 마무리하며 자신이 할리우드에서 블리자드로 적을 옮긴 이유를 전했다. 그녀는 블리자드 합류 이유로 게임이 가진 서로 다른 분위기와 매력을 꼽았다. 이 같은 매력은 게임을 즐기는 팬들에게는 매번 색다른 재미를 준다. 하지만 이는 영상화에 있어 일관된 분위기의 제작 방식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녀는 오버워치나 스타크래프트 등만 해도 분위기와 매력이 크게 달라 실사화가 적합한지, 애니메이션이 적합한지 구상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하며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 공유할 때가 되면 즐거운 마음으로 소식을 전해주겠다며 짤막한 인터뷰를 마쳤다.




11월 3일부터 11월 4일까지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블리즈컨 2018이 진행됩니다. 현지 및 한국에서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블리즈컨 2018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