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버서커만큼 부침을 격하게 경험한 직업은 없을 것이다. 오픈 초기 파티 찾기 창을 가득 채우던 시절, 버서커가 없어 던전을 못 가던 시절, 버서커는 이카루스 최고의 귀족이었다. 귀가 찢어져라 소리를 질러대며 바닥을 부술 기세로 장작을 패는 버서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유저들이 “남자의 직업”이라 극찬했고, 버서커 유저는 점점 늘어갔다.

하지만 지금, 버서커의 영광의 시절은 지나간 느낌이다. 5인 파티가 아니라 3인, 4인 파티가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PvE에서 밀려났고, “탑승 최강류” 라는 자부심은 프리스트, 위저드에게 내주고 말았다. PvP에서는 정체성을 못 찾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당하게 “가장 약한 직업”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서커를 가슴에 품고 키우는 유저들이 있다. 오픈 초기부터 지금까지 애정으로 키우고 보듬어주는 유저들. 버서커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엘라드 서버의 RivenTheLegend 유저와 아크라트 서버의 Azalea 길드, 도망가세요 유저와 만나보았다.

▲ 인터뷰를 위해 모인 유저들




화끈한 타격감, 직관적인 스킬 구성이 매력!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버서커의 일명 장작패기. 괴성과 함께 바닥을 내려칠 때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말하는 유저들이 제법 있었다. 단지 그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남자 버서커를 키우는 유저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버서커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두 유저는 “쉽고 이해하기 쉬운 스킬과 조작감, 뛰어난 타격감”이라 대답했다. 간단하고 직관적이며 평타가 광역기라는 이점 때문에 PvE에서 효율이 보여주는 직업이라는 의견이었다.

도망가세요 : 간단하고 쉽고 평타 자체가 광역기여서 PvE에서는 나름 좋다고 생각합니다.

▲ 캐릭터 난이도 ‘쉬움’으로, 간단하고 직관적인 스킬로 구성되어있다.




쌓기엔 어렵고, 안하자니 아쉽고, 계륵 같은 흥분 중첩

버서커는 챠지가 중요하다. 스킬을 풀챠지로 사용했을 때 흥분 상태가 적용되며, 최대 5중첩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광폭화와 같은 스킬을 사용할 때도 흥분 상태 버프가 영향을 끼친다. 또한, 흥분 버프는 다른 파티원들에게도 같은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파티플레이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버서커 유저들은 흥분 중첩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힘 세팅하고 물리 공격력 증가 +% 장비를 착용한 유저가 아니라면 흥분화 중첩을 유지해도 딱히 효율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PvP에서는 아예 흥분 중첩을 쌓을 생각조차 안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접근 자체도 힘든 상황인데 챠지를 하면서 접근해봐야 죽어있거나 앞으로 죽거나 둘 중에 하나라는 것. 흥분 중첩은 리스크에 비해 효율이 많이 떨어지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보통 던전은 3인에서 5인 파티로 공략하는데, 중첩을 쌓아 강력해지기 전에 이미 몬스터는 전부 녹아있다는 것이다. 그럴 바에 그냥 기술 한 두 개 더 사용해서 딜을 하는 것이 파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리액션 유효타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흥분 중첩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액션을 빠르게 제거하는 가장 좋은 기술이 광폭화 상태에서 사용하는 내려치기이기 때문.

또한, 장비 파밍이 되지 않은 초보 파티원들이 있다면 최대 생명력 25% 증가 버프가 좋은 효율을 보여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더해 흥분 중첩을 쌓고 광폭화를 터트리고 장작 패기로 존재감을 표출하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라고 웃음 지었다.

도망가세요 : PvP에서 챠징을 한다는 건, “이거 한 대 때리고 죽겠다. 라는 말입니다. 다잉 메세지 수준이에요.

▲ 흥분 상태와 광폭화 툴팁


▲ 광폭화 상태에서는 스킬 효과가 변경된다.



1D? 12D? 버서커 평캔은 어떻게?

한때 버서커 게시판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주제가 바로 모션 캔슬, 이른바 평캔이다. 스킬 모션 중간 중간 평타를 섞어줌으로써 딜을 극대화하고 분노 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다. 1은 일반 공격, 2는 2단 베기, D는 이동키라고 생각하면 쉽다. 즉, 공격 모션 사이에 살짝 이동해 딜레이를 줄이면서 평타를 치는 것이다.

평캔에 대해 두 유저 모두 패스트핑이라는 핑 감소 프로그램을 무조건 사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용하는 것과 안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너무 크다는 이유이다.

RivenTheLegend 유저는 12D가 가장 빠르기는 하지만 너무 불편하기 때문에 2D를 주로 활용한다는 말을 했다. 말하자면 2단 베기와 이동키를 번갈아가면서 눌러 모션캔슬을 노리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추가 일격을 통해 출혈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이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도망가세요 유저는 “D라고 해서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방향키를 다 사용해 이동폭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추가 일격세게치기로, 세게 치기순간 베기로, 순간 베기2단 베기 모션 캔슬이 가능하다는 내용 역시 덧붙였다. 즉, 2단 베기-평타-추가 일격-세게 치기-순간 베기-2단 베기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완성이 되며 쿨타임에 따라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RivenTheLegend : 광폭화는 치명타 확률을 위해 처음에 켜주시고, 2D 2D 2D 하다가 추가 일격을 사용해 출혈을 유지해주는 방식입니다.

▲ 이동키만 잘 눌러도 중간에 평타가 섞인다.



분노 관리? 지금은 별로 걱정할 필요 없네요

버서커는 스킬을 쓰기 위해 분노라는 특수한 자원을 사용한다. 분노는 특정한 스킬을 사용해 수급할 수 있고 스킬 사용에는 적지 않은 양의 분노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스킬을 활용해 큰 데미지를 주고 싶다면 분노 관리가 필요하다... 고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질문에 전혀 의외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어차피 딜의 대부분은 평타 캔슬로 들어가기 때문에 딱히 분노에 부족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PvP에서 가끔 스킬을 난사하다보면 모자랄 때가 있기는 하지만, 던전에서는 ‘평캔’이 진리이기 때문에 분노가 없을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때문에 도망가세요 유저는 가끔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 분노를 모두 소비하는 분노의 일격을 사용한다고 이야기했다. 단, 분노의 일격을 사용하기 전에 몇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첫 번째는 ‘가끔’ 분노만 소비되고 기술이 나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두 번째는 멋지게 스킬을 사용하고 나니 회피나 방어에 쓸 분노가 없어 비명횡사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RivenTheLegend : 분노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던전에서는 평타를 섞다보면 어느새 꽉차있어서... 한번씩 PvP때 스킬을 연달아서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부족한 느낌은 없습니다.

▲ 엘라드 서버 RivenTheLegend 유저의 캐릭터



버서커에게 가장 중요한건? 역시 힘!

“장비에 어떤 옵션이 붙어있으면 좋겠나”라는 질문에 인터뷰를 진행한 두 유저 모두 일말의 망설임 없이 ‘힘’이라는 대답을 했다. 체력은 붙어봐야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 장갑에서는 물리 치명타 확률과 물리 치명타 피해를 확보하고 어깨에서는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를 뽑는 것이 좋다.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역시 던전 유저라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다. PvP에서 각종 스킬을 빠르게 사용하기 위한 방식이기 때문에 PvE를 주로 하는 유저라면 굳이 맞추지 않아도 무방하다. ‘생명력’은 어느 직업에건 잘 어울리는 능력이기 때문에 장비에 붙었다고 해서 굳이 버릴 필요는 없다.

물리 치명타 확률은 50% 까지. 그 이상을 맞추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포기해야 하는 능력치가 생기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치명타 확률은 장갑에서만 확보하고 부족한 부분은 슈테른, 가르므 등 봉인 펠로우를 활용해 맞추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었다.

RivenTheLegend : PvP를 원하신다면 무조건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를 맞춰야 합니다. 그래야 무기 막기가 빨리 도니까요. 그리고 부족한 돌진기가 금방 돌아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단점을 보완해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아크라트 서버 도망가세요 유저의 캐릭터




봉인 펠로우? 물리 공격력 위주로!

봉인 펠로우는 장비 세팅의 시작이자 끝이다. 어떤 봉인 펠로우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성능이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봉인 펠로우에 대해서는 최근 영웅 봉인석이 많이 사용되면서 장비 격차가 심해지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하나씩 차근차근”을 강조했다.

시작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슈테른과 포치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길들이는데 큰 무리가 없고 육성 역시 쉬운 편이기 때문. 여기서 포치 대신 고스트 엠브라브라기 약탈용사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약탈용사는 매물이 많이 없기는 하지만 최근 가격이 많이 떨어져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작업이 완료된 이후에는 사용된 봉인석들을 하나씩 가르므나 아그나스, 케라브로 바꾸는 과정을 거친다. 가르므 대신 폭군 카라스를 사용해도 되지만, 카라스의 경우 가격은 비싼 대신 옵션은 가르므와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자칫 잘못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좋은 봉인석은 여명의 카고일이나 공역의 날개 페무토이다. 만약 자신이 최고를 노리고 있다면 이 두 펠로우를 5강해 봉인해 사용하면 된다.

RivenTheLegend : 카라스는 솔직히 추천하지 않습니다. 봉인 시 능력치 간격이 커서 가르므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올 때가 많거든요. 기껏 길들여서 키워놨는데 폭군 카르므되면 눈물납니다.

▲ 도망가세요 유저가 보내온 장비 스크린샷



버서커가 약해졌다? 발전이 없었을 뿐

최근 있었던 설문 조사에서 버서커는 40%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PvP에서 가장 약한 캐릭터라는 영광을 안았다. 과거에도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몇몇 버서커 유저들은 당당하게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었다. 그동안 버서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버서커의 현상에 대해 유저들은 “버서커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다른 직업이 비약적으로 강해졌을 뿐”이라는 대답을 했다. 발전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도태된 것이라는 것이다. 패치를 거듭하며 버서커는 점점 정체성을 잃어갔다. 탱커라고 보기에는 너무 약하고 딜러라고 보기에도 메리트가 없는, 가디언과 어쌔신을 반씩 섞었지만 아무것도 되지 않은 애매한 직업이라는 의견이었다.

클래스 이름에 걸맞는 특징을 보유하지 못한 것 역시 버서커의 정체성 혼란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한손지팡이보다 낮은 데미지의 양손 검, 체력이 낮을수록 더 높은 공격력을 보여주지만 막상 활용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도 버서커 유저들의 불만이었다.

PvP에서는 거리 유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버서커에게는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만한 스킬이 굉장히 제한적이다. 어쌔신, 위저드는 자유자재로 거리를 벌리고 원거리에서 공격이 가능하며, 프리스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가디언과는 근접전을 펼치기 때문에 해볼 만 하지만 다른 직업을 상대할 때는 일방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RivenTheLegend : 엑자란에서 다른 직업을 만나면 그냥 ‘안녕하세요.’하고 도망가야 합니다. 일단 펠로우를 타고 엘로라의 약속을 먹고 도망가야 해요. 겨우 이겨봐야 물약 값 밖에 더나가나요.

도망가세요 : 참회에 걸렸는데 바람의 칼날을 사용했어요. 그러니까 프리스트분이 일반 채팅으로 “탑블레이드” 라고 하더군요. 그냥 키보드 놓고 일어났습니다.


▲ 한손 지팡이의 공격력이 양손 검보다 더 높다.



버서커 상향? 직업에 어울리는 기술이 있었으면

유저들에게 버서커 개선 방안에 대해 물어보자, 두 유저는 입을 모아 “직업에 어울리는 기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광전사라는 컨셉에 맞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죽기 전에 5초라도 무식하게 설쳐봤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고 대답했을까.

PvE에서는 지금도 충분히 쓸 만하다. 물론 평캔만 사용하는 것이 조금 지루하고 불만이긴 하지만, PvP에 비하자면 이정도도 감지덕지 하다는 말이다. 가디언이 막고 어쌔신이 찌르고 위저드가 지원하고 프리스트가 회복한다. 버서커는 어디에도 낄 수가 없기에 5인 파티가 아니면 파티원들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버서커의 기술에는 체력이 낮을수록 데미지가 올라가는 것들이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은 PvP, PvE 어디에서도 그것을 활용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PvE의 경우 프리스트가 항상 체력을 채워주고 있고, PvP에서도 체력이 낮아졌을 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없기 때문이다.

이동이 자유로운 어쌔신과 위저드, 강력한 상태이상 기술로 무장한 프리스트, 상대를 자신의 위치로 끌어올 수 있는 가디언에 비해 버서커는 돌진기와 이동기가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다. 맞으면서라도 딜을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것은 차가운 바닥에 누워 소리를 지르는 것뿐이다.

뒤는 생각하지 않고 돌격해보고 싶다. 너 아니면 나 둘 중 하나는 여기서 죽는다는 진정한 광전사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나는 씁쓸한 대답이었다.

▲ 이런 스킬이 있었으면...



도망가세요 : 같은 스펙 기준으로 겨우 접근을 한다 쳐도 상대는 반격 하나로 끝내는 거지요. 버서커가 쓸 수 있는 모든 기술을 다 사용해 악착같이 붙어봐야 상대는 저 멀리 이동해서 다음 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옷을 입고 도약했으면

버서커는 너무 오랜 시간 변화 없이 정체되어 있었다. 고인 물은 썩는 법. 아무리 잘 만든 시스템이라고 해도 지속적으로 관리와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버림받고 잊혀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한때 완성형이라고 생각했던 버서커가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도태되고 만 것이다.

그동안 직업 간 밸런스 패치에서 계속 밀려왔던 버서커. 이제 버서커가 화려하게 귀환해 버서커 유저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며 다시 한 번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땅을 내리찍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