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트 승자는 T1이었다. 젠지의 봇 듀오를 상대로 주도권을 꽉 잡은 채 노림수를 모조리 흘려낸 '구마유시'-'케리아' 봇 듀오의 맹활약이 빛난 한 판이었다.

초반 젠지가 탑 갱킹, 봇 순간 이동을 통해 동시에 두 라인을 습격했다. 봇에선 스펠 교환으로 상황이 종료됐지만, 탑에선 '칸나' 김창동의 그라가스가 쓰러지며 퍼블이 나왔다. 이후 또다시 탑으로 향한 '클리드' 김태민의 니달리가 그라가스에게 두 번째 죽음을 안겼다. 그러나 미드-봇의 CS 차이로 글로벌 골드 차이는 전혀 벌어지지 않았다.

되려 우위를 점한 쪽은 T1이었다. 젠지의 봇 듀오가 '클리드'의 니달리를 등에 업은 채 앞으로 돌진했는데, '엘림' 최엘림의 판테온이 완벽한 타이밍에 등장하며 T1이 역으로 킬을 냈다. 젠지가 또다시 순간 이동을 사용하며 던진 다음 노림수도 '구마유시' 이민형 아펠리오스의 빠른 점멸 반응에 무위로 돌아갔다. 일방적으로 봇 포탑을 두들긴 T1이 14분 이전 첫 포탑 철거에 성공하며 아펠리오스가 급격히 성장했다.

이후 T1의 일방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아무 어려움 없이 젠지의 미드 1차 포탑을 파괴한 T1이 19분경 과감한 이니시에이팅을 걸었다. 서로의 거리가 꽤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잘 성장한 조이-판테온의 기동력이 빛을 발하며 T1이 일방적인 3킬을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어진 미드 대치 중 '룰러' 박재혁의 카이사가 허무하게 잘리는 사고까지 터지며 원딜의 성장 격차가 더없이 크게 벌어졌다.

열세에 놓인 젠지는 '라스칼' 김광희의 카밀을 앞세워 반격했다. 봇 스플릿 푸쉬에 나선 카밀은 어그로를 잔뜩 끌며 억제기를 파괴했고, 심지어 생존해 나오는 슈퍼 플레이를 해냈다. 봇 억제기가 나간 T1이 홧김에 바론을 두드리며 본격 5:5 한타가 열렸다. '구마유시'의 아펠리오스가 기다렸다는 듯 매서운 딜링을 쏟아내며 T1이 손쉽게 대승을 거뒀다.

바론 버프를 두르고 곧장 경기를 끝내려던 T1의 돌격은 젠지의 필사적인 수비에 한차례 가로막혔다. 급할 게 전혀 없었던 T1은 정비를 마친 후 느긋하게 봇으로 향했다. 피할 수 없는 한타 속에 '구마유시'의 아펠리오스가 트리플 킬을 올리며 그대로 1세트가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