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oL이 정식 리그를 연지도 어느덧 1년이 넘어, 새로운 스프링 리그를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LoL이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의의 전장을 빛낸 많은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취재를 하다 보면 반가운 얼굴들을 의외의 곳에서 만나게 될 때가 있습니다. 한국 LoL 1세대 프로게이머였다가, 최근에는 프로게이머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선수들 때문입니다.

이번에 만난 선수도 그런 선수 중 한 명입니다. 요즘에는 선수 시절 쌓은 게임 실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맛깔나는 입담까지 섞어 팬들이 더 LoL을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 선수보단 해설이라는 이름이 더욱 어울릴지도 모르겠지만요.

해설이 물이 올랐다고 하여, 선수 시절 사용하던 닉네임에 신(God)을 붙이기도 하는 남자.

이번 명사 인터뷰 'e사람을 만나다'에서는 이른바 '갓퀴'라고 불리고 있는 강승현 선수를 만나보았습니다.


▲ 정확한 분석과 재치있는 멘트. 유쾌한 남자 강퀴 강승현 선수



안녕하세요. 유쾌한 남자. 강퀴 강승현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예전 MVP 블루에 있던 강승현입니다. 지금은 선수라고 하기도 좀 뭐하네요. (웃음) 팀에서 나가게 된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게임 연습을 하면서 솔로 랭크를 하고 있죠.

그리고 최근에는 경기 해설을 하게 되었는데, 많은 분들에게 아예 이쪽 길로 나가보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를 듣는 중이라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요즘은 경기 해설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즐겜유저'가 된 후에는 무엇을 하며 지내고 계신가요?


운동의 필요성을 느껴서 운동도 같이 하면서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점점 나이를 먹다 보니 체력이 진짜 중요하더라고요. 예전에는 '게임과 운동이 무슨 관계가 있어!'라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틀렸다는 걸 최근 몸으로 깨닫게 되었죠. (웃음)

그 외에 모든 시간은 전부 게임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해외 경기도 열심히 챙겨보며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또 방송에서 제 마스크(?)에 대해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보니 나름의 관리도 하고 있습니다. 문득 스무 살 때의 사진을 보니 정말 얼굴이 완전 달라져 있더라고요.

'니가 무슨 관리야.' 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 "1명이라도 절 좋아해 준다면 관리(?)는 당연한 거죠!"



전에도 그랬지만 강승현 선수는 목소리가 상당히 매력적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정말 장난을 많이 치고 다녔죠. 변성기 때 소리를 너무 많이 지르다 보니 목소리가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어머니가 '너 그러다가 목소리 나간다.'고 핀잔을 많이 주셨는데...

지금도 가끔은 '그때 어머님 말씀을 들을 걸 그랬나'하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아진 게 아닌가요? (웃음). 제 목소리 톤이 중저음이라 사람들의 기억에 더 남는 것도 있는 거 같아요.



MVP 강퀴가 아닌 강승현으로 - 팀에서 나온 후 방송을 하기까지


사실 MVP 블루에서 나오게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강승현 선수의 행보를 궁금해했던 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팀 탈퇴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커뮤니티에 안 좋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기도 했고 그때는 정말 뭔가를 할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죠. 입대 직후의 느낌 있잖아요. 사방을 둘러봐도 내 편은 없는 것 같은 느낌. 어쨌든 바깥소식을 들으려면 커뮤니티를 봐야겠는데 살펴보면 악플밖에 보이지 않던 상황이라 더욱 힘들었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긴 하지만 언제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되셨나요?


지난 연말에 가족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가족들이 근황을 물어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일가친척들 모두 제가 프로게이머인 것을 알고 있다 보니 그때 상황을 선뜻 이야기할 수 없더라고요. 그동안 모두 응원해주신 것도 있다 보니 더 죄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매형이 게임을 정말 좋아하시고 제 경기를 매번 챙겨보시는데 이번에 저를 배려해주려고 최대한 게임 이야기를 안 하시고 그냥 응원만 해주시더라고요. 그걸 아니까 더 가슴이 아팠어요.

그렇게 우울하게 지내고 있던 와중에 나이스게임TV의 은밀한 개인 교습에 출연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되었죠.



▲ 힘들었던 지난날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강승현 선수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많은 것이 변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방송 후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많은 분들에게 있었던 오해를 풀었다는 게 제일 기분이 좋았어요.

보통 경기력이 부족하거나 할 때 비판을 받는 것을 '까인다'고 합니다. 저는 프로게이머였으니까 경기력이 안 좋아서 까이는 건 괜찮았지만 제 인상 때문에 오해를 받는 건 정말 싫었거든요.

나름 새가슴이라 나쁜 짓을 하면 잠을 못 자요! (웃음) 그런데 갑자기 외모 때문에 성격이 안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굉장히 우울했는데 방송에서 그런 오해를 많이 풀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프로가 되기 전에 게임을 할 때도 나름 키보드 계열(?) 채팅에 도가 터 있었지만 절대로 선을 넘는 욕설을 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렇다면 해설 제의는 언제 받으신 건가요?


은밀한 개인교습 출연 이후에 IEM 해설을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시험 삼아 MLG 해설을 하게 되었고요. 가볍게 놀러 가는 마음으로 방송하게 되었는데 방송이 정말 재미있었죠.



놀러 가는 마음으로 편하게 한 해설로 첫 방송부터 많은 팬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감회가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정말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웃음) 이렇게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아본 적도 없었고 또 주목을 받았어도 대부분 악플이였거든요.

나중에 방송 모니터링을 하면서 커뮤니티 반응을 살펴보는데 전에 말씀드린 우울했던 감정들이 정말 많이 사라졌습니다.

사실 처음 해설을 맡았을 때 자잘한 실수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래도 시청자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가 봐도 민망하지 않은 해설을 하자'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 첫 해설의 기쁨과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강승현 선수



예전에 같은 팀에 있던 정노철(NoFe) 선수가 먼저 경기 해설을 했었는데 해설에 대한 조언을 해주거나 도움을 주지는 않던가요?


제가 먼저 '이번에 해설하게 됐는데 뭐 주의를 해야 할 것이 있어?'하고 물어봤는데 정노철 선수는 '그냥 너는 잘할 것 같아.'라는 말밖에 안 해주더군요. 도움을 달라고 했더니... (웃음)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게 가장 큰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때 가장 부족했던 요소인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것이니까요.

최근에는 요즘 메타나 연습 경기의 상황 같은 것들을 물어봅니다. 예를 들어 정노철 선수가 '요즘에는 미드 라인 타워를 빠르게 철거하고 다이브를 하는 것이 좋다'라고 이야기를 해줬는데 실제로 그런 경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또 제가 해설을 시작한 것을 아니까 정노철 선수뿐만 아니라 전 MVP 블루 소속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물어보면 대답을 해줄 사람들이 있으니 정말 든든하죠.



요즘에도 전 MVP 선수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시나 봐요?


네, 수시로 연락도 하고 가끔 만나서 같이 식사도 하고... 이제는 뭐 거의 가족이죠. (웃음)

각자의 사정으로 팀을 떠나게 되었을 때도 서로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김강환(Hermes) 선수가 '서로 헤어지게 되었지만 이렇게 좋은 형 동생들을 얻게 돼서 진심으로 기쁘다.'라는 말을 했는데 팀원 모두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서로 너무 잘 알다 보니 크게 싸운 적도 없고 생활에서 충돌한 적도 없었거든요. 조금 쑥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모두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게임 열심히 하고 있는 멤버들은 앞으로도 좋은 성적으로 게이머 생활 잘했으면, 그리고 최선휘(Sunchip) 선수는 곧 입대하게 되는데 좋은 선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한 복이 없죠. (웃음)



▲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되는 전 MVP 블루 선수들




이제는 갓퀴! 해설자가 된 강승현


선수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분명 경기 중계와 해설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경기 해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제 프로게이머 경험에 의존해서 해설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방송에서 해설하다가 '바텀 라인전을 잘 몰라요.'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제가 탑 라이너다 보니 시청자 분들이 좋게 넘어가 주셨지만 제 자신은 '해설로서 정말 큰 실수를 했다.'라고 생각해서 다음 경기 해설을 준비하며 정말 공부를 많이 했죠.

요즘에는 선수들한테 '어떤 메타가 좋냐? 어떤 흐름이 유행이냐?' 같은 걸 물어보고 있습니다. 해설을 하게 되니 방송에서 시청자분들에게 이런 것들을 알려드리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더라고요.



해설하는데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선수들이 잘하는 부분을 제대로 짚어서 최대한 돋보이게, 실수가 있더라도 원색적인 비판보다는 주변 상황을 다 따져보고 '이러이러한 이유로 실수가 나왔다.'라는 것을 설명해드리려고 노력합니다. 그 누구보다 선수들이 받는 상처를 정말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예전에 제가 KT롤스터 B와의 경기에서 자르반 4세로 한 번 크게 실수한 다음 그런 느낌을 제대로 받았습니다. 플레이에 대한 비판은 괜찮았지만, 원색적인 비난을 받다 보니 실제로 플레이가 위축되고 연습 중에 웃는 횟수도 줄고 대화도 많이 나눌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경기 기량에도 문제가 생기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아예 제대로 된 플레이가 안 될 정도로 컨디션이 떨어져 버리기도 하고요.

사실 선수들이 커뮤니티 반응들을 별로 신경 안 쓰고 글도 별로 안 볼 것 같지만 다 보게 되더라고요. 말 한마디가 정말 큰 상처로 다가오기도 하고 생활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아무리 멀쩡한 사람이라도 욕을 먹다 보면 엇나갈 수도 있어요.



▲ 비판을 넘은 '비난'은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IEM, MLG, SWL을 비롯해서 대부분 해외 경기 해설을 많이 하셨습니다. 해설자 강퀴가 보는 해외 경기의 양상은 어떻던가요?


격차가 있는 것 같아요. 잘하는 팀은 계속 성적을 유지하고 부진한 팀은 계속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게임 양상이나 메타가 한국과 많이 다르다 보니 거기에 대한 이해도와 전술 유연성이 높은 팀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데 그런 면들에서는 한국팀이 가장 강한 것 같아요.

또 각 팀 고유의 개성과 팀의 색깔이 굉장히 뚜렷한 것도 특징입니다.

예를 들면 갬빗 게이밍은 레넥톤의 대중화, 신 짜오와 솔라리 빌드, 예전의 로밍 메타 등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고 프나틱과 EG는 라인전에서 강하지는 않지만 정말 묘할 정도로 팀 파이트에 강하죠.

TPA나 TPS는 눈에 확 띄는 선수들이 있지는 않지만 모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자연스럽게 이기는 그림을 그려가는 느낌이고, 중국의 IG와 WE는 PDD, Misaya 등 키 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 같습니다.



오프 기간 동안 정말 많은 한국팀들이 해외에서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챔피언스 리그가 기대되는 팀을 꼽아본다면 어떤 팀들이 있을까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MVP 두 팀과 김찬호(ssumday) 선수와 최인석(Insec) 선수가 포함된 KT 롤스터 B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팀들도 결코 약한 모습을 보여준 건 아닙니다. CJ 엔투스도 최근 기량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번 IEM에서 부활의 단초를 제대로 보여주었으니까요.

다음 시즌은 정말 지금까지 있었던 챔피언스 리그 중 가장 치열한 리그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 다음 챔피언스 스프링은 지금까지 리그 중 가장 치열한 무대가 될 것!




미래에 대해서는 아직도 고민 중 -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개인 방송을 해달라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많이 이야기를 들으실 것 같아요. 개인 방송을 하실 예정은 없나요?


저는 하고 싶은데 보시는 분들이 더 괴로울 것 같아요. 다른 사람과 멘탈 붕괴의 패턴이 많이 다릅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실수보다는 자신의 실수에 멘탈이 붕괴되는 타입이라 더욱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에 RTS 게임들을 하다가 키보드를 부숴 먹은 것도 꽤 됩니다. 그런 게임에서의 실수는 100% 저의 실수거든요! (웃음)

마인드 컨트롤만 잘 되면 정말 재미있는 방송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러려면 저 해탈해야 하거든요! (웃음)



▲ 해탈(?)을 꿈꾸는 방송인의 자세



처음 자기소개에서도 밝혔듯 요즘 해설과 게이머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그 부분이죠.

처음에는 프로게이머로서 정점을 찍고 그 후에 계획을 따로 세워볼 예정이었는데 아무래도 상황이 그렇게 되질 못했죠. 하지만 이번에 저 자신도 모르는 재능을 발견하게 되면서 선수로서의 욕심과 새로운 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선수로서의 욕심은 역시 큰 무대에 서보는 것이죠. 마치 월드 챔피언쉽이나 챔피언스 결승전처럼 수많은 관객들이 눈에 보이는 넓은 경기장에 앉아서 게임을 해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아직도 정말 해보고 싶어요.

어떤 선택이 되었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보니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향후의 진로를 결정하려고 계획 중이죠. 정말 신중하게 고민을 해볼 생각이라 어떤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아 그렇구나.'하고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벤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작년 겨울부터 저에게 보내주셨던 관심들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생각해보면 좋든 나쁘든 관심을 가져주셨다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가 그렇게 많은데 아예 그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이 있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든 신중하게 좋은 결정을 내려서 지금까지 저에게 주셨던 관심에 보답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신이라고 불리는 이남자. 이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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