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헌터(이하 몬헌) 시리즈는 유명하다.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 정도는 한 번 쯤 들어봤으리라. 유명세에 비해 몬헌 프론티어를 제외하면 PC 시리즈가 없어 해보지 못한 사람도 많다. 나도 그 중 하나다. 오며가며 3DS로, 스위치로, PS4로 거대한 몬스터를 때려잡는 동료 기자를 보며 감탄은 많이 했지만 실제로 플레이를 해보진 않았다. 콘솔 기기가 없는 나로썬 그림의 떡이요 하늘의 별이었으니.

그래서 이번 몬헌 월드의 의미가 각별하다. 8월 10일이면 몬헌의 가장 최신작을, 가장 많이 팔린 시리즈를 PC로 즐길 수 있다. 아예 포기했다면 모를까, 나온다는걸 알고 나니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담당자에게 애원해 PS4를 강탈했다. 플레이 30분 만에 벽에 부딪혔다. 이 게임 대체 뭐지. 저건 뭐고 이건 뭘까. 난 무얼 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 중에 가장 쉬워요" 라는 말이 귀에 멤돌았다. 사람들이 구경(?)올 때마다 한심하다는 듯 "그러면 안된다"는 말에 "게임에서 말을 안해주는데 내가 어떻게 아냐"고 항변했지만 본전도 못 건졌다.

지금은 안다. 물론 100시간도 안된 뉴비가 몬헌을 '안다'고 말하면 온갖 비난과 비아냥을 듣겠지만 어쨌든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저건 뭐고 이건 뭔지 안다. 장족의 발전이다. 그걸 알기 위해 견딘 숱한 놀림과 고난의 시간들이 스쳐지나간다. 나처럼 이번에 몬헌을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경험에서 얻은 몇가지 정보를 공유하려 한다.


그래서 이거 뭐 하는 게임이에요?
잡고 뜯고 만들고. 참 쉽죠?

"그래서 몬헌 뭐해야되요?"

"잡고 뜯고 만드세요."

"그게 다에요?"

"원래 위대한 게임은 간단합니다."



몬헌의 사이클은 단순하다. 몬스터를 잡는다. 소재를 얻는다. 공방에서 장비를 만들고 강화한다. 더 센 몬스터를 잡는다. 더 좋은 소재를 얻는다. 몬스터를 다 잡으면 뭐하냐고? 자체 엔딩을 볼 때까지 게임을 계속 하면 된다. 이렇게 말하니 없어보이긴 하는데, 걱정하지 마라. 조금만 해보면 인간이 환경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단순하고 직설적이기만 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왜 몬헌에 빠져드는지 알게 될 테니.

40~50시간이면 엔딩을 볼 것이라는 발매 전 인터뷰와 '500시간 밖에 안한 몬린이'라고 말하는 현실 사이에는 큰 갭이 있다. 엔딩은 시작에 불과하다. 기본은 '수렵'이다. 노리는 몬스터를 추적해 처치한 후 재료를 얻는다. 어려운 몬스터일수록 좋은 재료를 주지만 당연히 오래 걸리고 잡기도 힘들다. (잘 나오지도 않고.) 수렵을 통해 필요한 만큼 재료를 모았다면 방어구를 만들거나 무기를 강화한다. 강해진 장비를 바탕으로 더 높은, 더 강한 몬스터를 노리는 식이다.

한 번 잡았다고 끝이 아니다. 하위 몬스터를 처치하고 나면 같은 이름과 모양이지만 더 강력한 상위 몬스터가, 그 위로는 역전과 역전왕 등급까지 난이도가 점점 올라간다. 단순해보이지만 지루하진 않다. "PvP가 없어 엔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말이 무색하다. 계속해서 추가되는 신규 몬스터와 콜라보레이션 등 꾸준히 즐길 거리가 충분하다. PS4 판에는 최근 파이널판타지14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베히모스'가 등장, 헌터들의 도전정신을 자극하고 있다.

몬헌을 즐기는 사람은, 처음에는 생존에 집중하고, 그 다음은 소재를 기대하고, 마지막은 시간에 집착한다. 1초를 아쉬워하는 수준까지 가면 훌륭한 헌터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기는 뭘 고를까요?
쉽게 시작해서 어렵게 바꾸세요

"첫 무기는 조충곤 골랐습니다."

"왜요? 그거 처음 하는 분한테는 많이 어려울거라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만"

"붕붕 날아다니는게 재밌어보이더라고요. 템포도 빠른거같고."

"제가 장담하는데, 분명히 무기 바꾸실겁니다"


많은 사람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무기는 뭘 사용해야 하나요"다. 이것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적어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쉽다는거 해라. 두어시간 몬스터를 잡아보고 게임에 익숙해지면 어떤 무기를 써도 상관없다. 취향과 스타일은 그때 맞추면 된다.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태도'나 '라이트보우건' 정도로 시작하라.

내 기준에서, 첫 무기로 조충곤은 실수였다. 무기가 문제가 아니다. 개념도 잡히지 않은 나에게 운용이 지나치게 복잡했다. 점프 액션도 마찬가지다. 땅에서 구르기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공중에서 등을 노릴 생각을 했다니. 결국 나는 여섯 시간 만에 조충곤을 포기하고 슬래시액스로 갈아탔고, 그야말로 신세계를 맛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슬래시액스가 유난히 좋았던게 아니라, 게임에 익숙해진 상태로 다른 무기를 잡아서 그렇게 느낀 것이리라.

"무슨 무기를 쓸까요?" 질문을 유경험자에게 하면 언제나 대답은 똑같다. "다 좋으니까 손에 맞는거 하세요." 연습하고 익숙해지면 모든 무기가 다 좋다. 하지만 몬헌이라는 게임을 처음 접한다면 변신하는 무기는 가급적 피하자.
이유는 하나다. 몬헌은 복잡하다. 게임만 해도 복잡한데 무기까지 복잡할 필요는 없다. 시작은 단순하게 가시라. 모션 깔끔하고 딜 잘 나오고 카운터까지 칠 수 있는 태도,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나도 태도 안써봤다)

모든 무기는 훈련장에서 한 번씩 다 써볼 수 있다. 시간 아깝다 생각 말고 하나씩 돌아가며 써보는 쪽을 추천한다.

▲ 단지 좋아서 태도를 선택하는 건 아니다. 멋있으니까.


▲ 어쩌다 거기로 갔냐고 물으신다면...



제 캐릭터는 유난히 약한 느낌이에요. 레벨이 낮아서 그런가?
사냥 전 준비는 철저하게! 버프는 가능한 많이 챙기세요!

"몹 잡다가 죽었어요. 이런 게임을 하기에는 내 손가락은 너무 저주받았어"

"그정도는 아닐텐데. 근데 왜 체력이랑 스태미너가 그거 밖에 없어요? 버프 안둘러요?"

"아이템 아까워서... 더 쎈 친구 만나면 쓰려고...."

(깊은 한숨) "그거 아껴서 집 사려고요?"


일단 말한다. 절대로 버프 아끼지 마라. 다시 말한다. 절대로 아끼지 마라. 음식이 없으면 고기 캐서 구우면 되고, 피가 없으면 풀 뜯어서 약 만들면 된다. 괜히 몇 푼 안되는 버프 아끼다가 자체 하드모드에 분노의 샷건을 칠 수 있다. 베테랑 헌터들은 안다. 나중에는 창고가 미어 터지도록 만들어놓고 쓴다는걸. 하지만 초보 헌터들은 세상 모든게 너무나도 소중해서 길가에 풀 한포기도 아까워 씹질 못한다. 그래서 게임이 어려워지는거다.

초반 간단하게 먹어 해결할 수 있는 버프는 식사와 고기, 씨앗 종류다. 영약으로 체력 상한선을 늘리고 식사와 고기로 스태미너 상한선을 늘리면 사냥이 쾌적해진다. 퀘스트 시작 전 끼니는 꼭 챙겨먹자. 다섯 번 구를거 일곱 번 구르고, 두 번 맞고 죽을거 세 번까지 버틴다. 버프의 힘은 위대하다. 체력과 스태미너가 눈에 띄게 늘어나니 아끼지 말고 팍팍 쓰자. 막 써도 별로 안 부족하다. 한 번 나갔을때 부지런히 뜯고, 마을 식물원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 괴력의 씨앗이나 인내의 씨앗 같은 공격력 / 방어력 버프 아이템도 마찬가지. 일단 눈 앞의 저 친구를 잡아야 다음도 있는거다.

버프만이 아니다. 회복약 종류나 슬링어, 각종 보조 템들도 일단 꽉 채우고 출발해라. 그리고 아낌없이 먹어라. 중간에 다 떨어지면 캠프 가서 다시 조합하면 된다. 템 없이 맨몸으로 잡는건 고인물들이 심심풀이로 하는 거지 초보자들이 할만한 일은 아니다.

퀘스트 시작 전 캠프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보통 추천 정식을 먹는다) 지급품 박스에서 응급약과 고기를 챙겨라. 안쓸 것 같아도 일단 챙겨라. 그리고 가볍게 고기를 뜯으면서 시작해라. 일단 가지고 있으면 다 쓸 일이 있다.

▲ 식사를 통해 부족한 내성도 채울 수 있다.



자꾸 칼이 튕겨져나와요. 무기를 잘못 골랐나봐.
전투 중간에도 적재적소 아이템 사용은 필수

"왜 딜이 확 깎였지? 칼도 계속 안박히고. 혹시 피 닳면 몹들이 더 강해져요?"

"죽기 직전에 강해지는건 맞는데 칼이 튕겨요? 혹시 숫돌 갈았어요?"

"숫돌이 뭐에요? 먹는거?"

"예리도요. 설마....?"


몬헌에는 '예리도' 개념이 있다. 칼을 잘 갈면 딜이 더 잘 박힌다. 예리도는 몬스터를 공격할 때마다 조금씩 줄어든다. 타격 횟수 기준이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러 마리를 공격하면 더 많이 깎인다. 때문에 전투 중간에라도 숫돌을 사용해 무기를 계속 갈아주어야 최상의 DPS를 뽑아낼 수 있다.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익숙하지 않으면 까먹기 쉬운 요소기도 하다. 예리도는 흰색 - 파란색 - 녹색 - 노란색 - 주황색 순으로 내려간다. 흰색이 가장 날카롭고 주황색이 가장 무디다. 주황색에서도 예리도를 전부 소모하면 몬스터에게 칼이 박히지 않는다. 최대 예리도는 무기에 따라 다르다.

원거리 무기는 예리도가 없는 대신 탄을 소비한다. 또한, 탄마다 적정 사거리가 달라 그를 맞추지 않으면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예를 들어, 샷건은 거의 근접전을 벌인다 생각할 정도로 근거리에서 쏴야 제 효과를 볼 수 있다. 크로스헤어에 원이 하나 더 생기면 적정 사거리라는 뜻이다.

숫돌 만이 아니다. 각종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전투가 훨씬 편해진다. 귀찮게 날아다니는 비룡은 섬광 한 방이면 땅에서 버둥거리고, 함정을 적절히 설치하면 극딜 타이밍을 내기가 쉽다. 필드에 돌아다니는 각종 개구리를 잘 활용하면 아이템 소모 없이 몬스터에게 상태이상 효과를 줄 수 있다. 기본은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면서 잡는게 맞다. 하지만 편한 길이 있다면 가주는게 예의 아닌가.

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초보와 중수를 가르는 건 슬링어 사용이고 중수와 고수를 가르는 건 함정 사용이라고 한다. 그렇게 차근차근 올라다가다 경지에 다다르면 아무것도 없이 잡으며 논다고. 몰라서 안 쓰는 것과 알면서 안 쓰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아이템은 기회가 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써보자. 일단 써봐야 꼭 필요할 때 잘 사용할 수 있으니.

몬스터를 때리다보면 떨어지는 붉은 색 발사체는 그 몬스터에게 효과가 좋다. 줏어놨다가 도망칠때나 싸우다가 던져라. 돌멩이가 용의 가죽을 뚫어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 예리도가 높은 무기를 쓰는게 좋다. 당연히 만들기 어렵지만.



꼬리를 자르래서 꼬리만 때리는데 왜 안 짤려요?
해머는 자르는 무기가 아닙니다 선생님

"해머 재밌네. 머리 때릴때 소름돋았어요. 그런데 꼬리 자르려고 엄청 때렸는데 왜 안 잘릴까요?"

"해머는 원래 못잘라요. 자르려면 엄청 때려놓고 부메랑 던지거나 해야되요."

"그러면 해머는 꼬리 못 먹어요?"

"멀티 하거나 보상으로도 종종 줘요."


몬헌에는 파괴와 절단이라는 개념이 있다. 파괴는 말 그대로 해당 부위를 부수고, 절단은 잘라낸다. 주로 꼬리 쪽을 집중 공격하면 뚝 떨어지면서 잘린다. 떨어진 꼬리는 반드시 따로 갈무리해야된다. 반드시. 단, 절단을 위해서는 날이 있는 무기를 사용해야 한다. 해머는 날이 없다. 고로 절단할 수 없다. 해머 뿐 아니라 탄을 사용하는 라이트보우건이나 헤비보우건도 적절한 탄을 사용하지 않으면 절단할 수 없다.

파괴와 절단을 위해서는 해당 부위를 집중해서 공격해야 한다. 당연하지만 간단한 이 원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은근히 있다. 각 부위를 파괴했을 때 더 잘 나오는 재료도 있으니 가급적 자를 수 있는 부위는 자르고 부술 수 있는 부위는 부수자.

파괴나 절단 뿐 아니라 각 몬스터에게는 '약점'이 있다. 약점이라고 말하니 이곳을 때리면 어마어마한 딜이 들어갈 것 같은데, 사실 약점이 아닌 곳을 때리면 딜이 거의 안들어가는거다. 몬스터의 약점을 파악하는건 중요하다. 아니면 누워 버둥거리는 극딜 타이밍에 아무것도 못하게 될 수 있으니.

몬스터 약점과 파괴, 절단 가능 여부는 도감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이런 식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인벤 몬스터DB에도 있다.


▲다섯번째까지 제대로 박히면....



그래서 이제 뭐 해야해요?
도전과 극복. 그게 몬헌입니다.

"여기서 잡을 친구들은 대충 다 잡은 거 같은데, 이제 뭐해요?"

"다 잡았다고요? 리오레우스도 잡았어요?"

"아뇨 걔는 너무 어려워보여서... 지금 제가 잡을 수 있는거에요?"

"일단 때려봐야 뭐가 필요한지 알죠. 그렇게 다 피하면 쫄만 잡다가 끝납니다."


몬헌에 등장하는 대형 몬스터들은 전부 무시무시하다. 주변에 지나만 가도 움찔한다. 지금 당장 싸울 수 없는 존재 같고, 싸우더라도 절대 잡지 못할 느낌이다. 조금 더 진행해서 충분한 장비를 갖추고 도전해야하는 몬스터 같다. 그래서 언젠가 너의 꼬리를 자르고 비늘을 벗겨 입고다녀주마 해도 지금은 덤불에 숨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지금 당장 잡기 어려운 몬스터고, 장비를 갖추고 도전하면 더 쉽게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반드시 "지금은 잡지 못한다"를 의미하는건 아니다. 뒤로 갈수록 더 강한 몬스터가 등장한다. 그 친구들도 더 많이 준비해서 잡을건가. 아니다. 조금 어려우면 어떤가. 일단 때려보고 그 다음 맞아보고 이건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그때 준비를 더 해도 늦지 않다.

리오레우스를 찾았다. 그리고 잡았다. 그냥 잡은 것도 아니고 꼬리 자르고 머리 부수고 양쪽 날개를 다 뜯어냈다. 생각했던대로 어렵긴 했다. 섬광을 몇개 안 챙겨서 고생했다. 독은 신경도 안썼는데 맞으니 중독되서 깜짝 놀랐다. 캠프로 가서 해독제를 가득 채우고 다시 전투를 벌여 승리를 쟁취했다. 첫 비룡 사냥이다. 토벌 완료 메시지가 뜨는 순간 패드를 꽉 쥐고 숨죽여 환호했다. 이 맛에 하는구나. 모든 몬스터는 플레이어에게 도전이다. 그리고 도전은 극복해야 의미가 있다.




※ 더 많은 초반 팁은 ☞ 놓치면 아쉬울 몬스터헌터 월드 초반 꿀팁 모음 [바로가기]를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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