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소니는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강력한 라인업을 자랑했습니다. 마침내 돌아온 '갓 오브 워'에서부터 깜짝 등장한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데스 스트랜딩'까지, 올해도 독점작들의 향연은 계속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죠. 마침내 10월 13일, 정식 출시를 알려온 PS VR. 50개의 출시 라인업, 399달러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VR 게임 시장을 평정할 준비를 끝마쳤는데요.

여타 VR들보다 태생적으로 게임에 최적화된 만큼, PS VR이 보여줄 경험에 대한 기대감 역시 나날이 커져만 갔습니다. 그저 보기에만 좋은 VR 게임이 아닌, 진짜배기 VR 게임을 경험할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요.

그리고 마침내 소니 프레스 컨퍼런스가 끝나고 VR 라운지를 체험할 기회를 가지게 됐습니다. 2시간 남짓한 시간, 충분히 즐겼다고 하긴 어렵지만, PS VR이 의도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파포인트

▲파포인트 VR 시연영상

FPS 게임인 '파포인트'는 어쩌면 가장 VR에 어울리는 장르가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에 더해 이번에 최초로 공개된 PS 에임 콘트롤러까지, 대놓고 노린 게임이라는 느낌이 왔는데요. 다른 것보다도 이 PS 에임 콘트롤러가 참 제대로 된 진국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그렇거든요. VR의 핵심은 바로 '현실성(Reality)'입니다. 그런데 VR로 줄 수 있는 현실성이란 게 제약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시각과 청각에만 집중하거든요. 그 이상의, 조작에서의 현실성은 감수할 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파포인트'는 PS 에임 콘트롤러로 조작의 현실성을 다소나마 극복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자전거 프레임같은 모습이 꽤 우스운 건 부정할 수 없지만, PS VR을 쓰고 헤드셋을 끼고 PS 에임 콘트롤러를 손에 쥐면 실제로 내 손 안에 총이 쥐어진 듯한 느낌이 듭니다.


거기다 모션을 인식하는 것도 이게 제법 자연스럽거든요. 콘트롤러를 눈가로 들어 올리면 가늠자로 적의 모습을 명확하게 포착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FPS 게임을 표방한 게임들이 단순히 버튼만으로 조준하던 걸 실제로 조준할 수 있도록 한 거지요.

이런, 제가 칭찬 일색으로만 쓴 거 같네요. 그런데 단점이 없는 게임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아직 모션에 대한 정밀도가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무기를 교체할 때는 콘트롤러를 어깨 위로 넘기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 되는데, 이건 만족했어요. 뭔가 등 뒤에 무기와 바꿔 낀다는 느낌이 팍팍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도중에 새로운 무기를 얻기 위해서 콘트롤러로 특정 모션을 취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아, 이 부분이 너무 힘들었어요. 실제로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참가자가 무기를 얻지 못해서 쩔쩔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파포인트'는 아직 완성된 게임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층 더 VR 게임의 완성에 다가간 게임이었거든요.


배트맨: 아캄 VR


배트맨 아캄 시리즈라 하면 우선 락스테디가 만든 액션 게임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배트맨: 아캄 VR'은 액션 게임이 아닙니다. 무려, 추리 어드벤쳐 장르였는데요. 배트맨을 잘 모르는 유저라면 의아할 수도 있을 겁니다. '배트맨이 추리라니?' 하고요.

하지만, 배트맨을 잘 안다면 그럴듯한 장르라고 생각할 거 같습니다. 배트맨의 별명 중에는 다크나이트 외에도 세계 제일의 명탐정이라는 게 있거든요.

'배트맨: 아캄 VR'은 유저가 배트맨이 돼서 여러 사건을 해결하는 게 목표입니다. 사실 '배트맨: 아캄 VR'은 VR로 주는 현실성보다는 내가 배트맨이 될 수 있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랬지만 체험해본 다른 기자도 그랬어요. "난 배트맨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건 내가 진짜 배트맨이 된 거 같은 기분이 들게 하더라. 이건 이걸로도 충분해!" 하고 말이죠.

저 한마디가 바로 '배트맨: 아캄 VR'을 해야 하는 이유 같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VR의 핵심은 바로 현실성이죠. '배트맨: 아캄 VR'도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될 수 없는, 게임 속 배트맨이 되는 방법. 바로 VR입니다.


바이오하자드7 VR

▲바이오하자드7 VR 시연영상

PS VR 데모 '키친'으로 처음 모습을 알린 '바이오하자드7 VR(이하 바하7 VR)'. 실제로 저는 게임을 하면서도 오금이 저려옴을 느꼈는데요. 우선, '바하7 VR'은 앞선 두 게임에 비해서는 체감한다는 현실성이 다소 부족한 게임이었습니다. 1인칭 시점, 하지만 PS 에임 콘트롤러도, 무브 콘트롤러도 아닌 일반 콘트롤러를 사용했거든요.

그렇다고 '현실성이 없었느냐?'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고 답하겠습니다. 사실, 이 게임은 다른 게임과는 방향성이 좀 다릅니다. 일반적인 VR 게임이 VR에 최적화된 시스템과 콘트롤러를 들고 왔다면 '바하7 VR'은 VR에 최적화한 것이 아닌, 게임의 시스템을 VR까지 포함해 확대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게임의 방향성도 다소 다릅니다.


VR 게임이 체감에만 집중하는 형태이기에 게임성으로는 아쉬움을 갖는 부분이 컸다면, '바하7 VR'에서 VR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측면이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에서 VR은 필요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PS VR이 있기에 게임의 재미, 공포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개발자가 VR에 최적화된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하7 VR'을 본다면 그렇게까지 VR 시스템에 집착할 필요성은 없을 듯합니다. VR이 꼭 핵심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파이널판타지15 VR

▲파이널판타지15 VR 시연영상

'파이널판타지15 VR(이하 파판15 VR)'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VR 게임입니다. 게임의 추세일 수도 있지만, 최근 게임들은 다소 무거운 느낌이 강한 편이죠. 이른바 블록버스터급 게임들의 존재들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그렇게 무거울 필요가 있을까요.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이 '파판15 VR'입니다.

이 게임은 정말 고민할 필요도, 이리저리 움직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단순하고 쉽게, 그리고 재밌게, 이 3가지에 집중했거든요. 그래서일까요. 게임성은 대단치 않았지만, 그 단순함이 단점으로만 작용하진 않았습니다. 단순해서 재밌는 것도 있으니까요.

VR을 사용한다고 해서 VR의 모든 것을 활용할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단순하고 재밌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