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GDC 현장에서 만난 에픽게임즈의 '제이 윌버' 부사장은 언리얼 엔진의 전면 무료화를 선언했다. 물론 엔진이 전부 공짜가 된다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언리얼 엔진을 이용하고자 하는 개발사들에는 허들을 들이대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물론 이미지 관리를 위한 일시적인 방침일 수도 있었다. 2015년 당시는 언리얼 엔진과 유니티 엔진의 경쟁 구도가 꽤 심화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이쯤 해서 유니티 엔진 또한 기본형 무료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무료화 이후 꽤 시간이 지난 지금, 에픽게임즈의 상황은 어떨까? 3월 24일 금요일, 서울 강남에 있는 '글래드라이브' 호텔에서 에픽게임즈의 2016년 한 해를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많은 기자가 참석한 자리. 연단에 오른 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지사장은 "2016년 언리얼 엔진이 역사상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마찬가지로 에픽게임즈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고 말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지사장


에픽게임즈는 2016년 한 해 동안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된 상용 게임들의 매출이 11조 원을 넘어섰으며, 언리얼 엔진의 매출 또한 전년 대비 2배로 상승해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박성철 지사장은 이에 대해 설명하면서 "2016년 스팀 매출 상위 25개 게임 중 상용 엔진을 사용한 게임들은 모두 언리얼 엔진을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성철 지사장은 '모바일'을 논했다. 2016년 한 해 동안 모바일은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박성철 지사장은 '리니지2 레볼루션'의 성공을 논하며, 모바일 게임 개발 시장이 '다작'에서 'AAA급'으로 개발의 방향성이 달라졌고, 게임의 수명 또한 함께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에픽게임즈는 모바일 게임에서 언리얼 엔진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엔진 현지화를 진행해 왔으며, 2017년에 이르러 엔진 현지화의 3단계가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다음 순서는 VR. 박성철 지사장은 '로보 리콜'의 성공 사례를 말하며, 이는 '먼저 소비자들에게 VR 게임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려주기 위한 콘텐츠'라고 언급했다. 이 '로보 리콜'은 모든 소스코드가 공개되어 자유롭게 억세스가 가능한데, 이 파격적인 정책에 대해 박성철 지사장은 "기술력을 아끼다가 저퀄리티의 작품들이 나오면 시장이 더욱 힘들어진다"며 최대한 많은 기업이 원활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라 말했다.

또한, 에픽게임즈는 원활한 VR 개발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개발사들이 VR 콘텐츠를 개발해 오큘러스 스토어에 출시할 시 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기 전엔 로열티를 받지 않는 정책을 실행 중이다. 개발사들의 사정을 먼저 생각한 이후, 직접적인 매출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겠다는 뜻이다.

PC/콘솔 시장에서도 언리얼 엔진은 선전했다. 23일 출시된 '뮤 레전드'를 비롯해 '로스트아크', '프로젝트 W', 그리고 XL게임즈의 신작인 'X4'도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 개발 중이며, 얼마 전 출시된 콘솔인 '닌텐도 스위치'도 상용 엔진 중에서는 유일하게 언리얼 엔진을 지원한다.


비게임 분야에서도 에픽게임즈는 작년 한 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GDC 2017에서 발표된 '스타워즈 로그 원'과 '휴먼 레이스' 에 언리얼 엔진의 실시간 렌더링 기술이 적용됐으며, 국내 가상현실 콘텐츠 및 솔루션 개발사인 '올림플래닛'의 경우 언리얼 엔진을 응용해 VR 주택정보 솔루션인 '아크원'을 공개했다.

정리하자면, 2016년 한 해는 언리얼 엔진의 수직적인 매출뿐만 아니라 수평적인 영향력도 많이 늘어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박성철 지사장은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언리얼 엔진이 사용됨에 따라 엔진 교육과 현지화의 필요성도 커졌다"라고 말하며, 오는 4월 22일 개최 예정인 '언리얼 서밋 2017'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 언리얼 서밋에서는 모바일과 VR, PC 분야 모두를 커버하는 다양한 세션을 들어볼 수 있으며, '언리얼 서밋 전국투어'를 통해 각 지역에 맞는 차별화된 세션이 준비될 예정이다. 또한, 에디터 외에도 언리얼 엔진 관련 문서와 블로그, 튜토리얼 자막, 엔진 내 툴팁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한글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 비게임 분야에서의 성과를 말하는 에픽게임즈 코리아 신광섭 차장

마지막으로 박성철 대표는 현재 오픈 베타 서비스를 진행 중인 에픽게임즈의 MOBA 게임 '파라곤'의 현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현재 '파라곤'은 순조롭게 개발 중이며, 에픽게임즈가 정한 수준에 맞는 게임으로 완성하기 위해 다듬는 단계에 있다. 국내 서비스 또한 엔진의 현지화 수준에 맞춰 철저히 준비 중이며, 이미 한국형 캐릭터 2종이 등장한 것에서 알 수 있듯, 한국 지사와 본사 간 협력 또한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발표의 마지막에서 박성철 대표는 "언리얼 엔진의 무료화는 큰 모험이었지만, 2년간 파트너사의 성공과 이에 따른 에픽게임즈의 매출 증가를 볼 때 우리가 생각한 '상생'의 정신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게임 산업에 최선의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마음으로 2017년을 이어갈 예정이라 밝혔다.



발표가 끝난 이후, 에픽게임즈의 지난 한 해 및 앞으로의 로드맵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질의응답은 약 20분 간 진행되었고 박성철 지사장이 직접 대답에 나섰다.

Q. 에픽게임즈가 원래는 게임사다. 현재 파라곤하고 로보 리콜 말고도 포트나이트나 언리얼 토너먼트처럼 다른 게임에 대한 소식은 더 없나?

물론 다른 게임들도 개발 진행 중이고,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단 잘할 수 있는 것에 먼저 집중한 후에, 다른 게임들에 하나씩 집중해야 할 것 같아 일단은 '파라곤'의 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다. 다른 게임들 또한 유저가 원한다면 충분히 서비스를 진행할 용의가 있다.


Q. 국내 시장에서 VR이 확대되지 못하는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일단 플랫폼이 잘 되려면 자국시장에서 먼저 성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 후 해외를 겨냥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서구 시장을 겨냥한 작품을 먼저 만들어야 하고 여기서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 같다.

엔진회사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개발 지원과 로열티 면제 등이다. 한국에서도 콘솔 개발이 조금씩 시작되는 걸 보면, VR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팀 스위니'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올인은 물론 위험하지만, 손을 놓지 말고 계속 연구 개발을 이어 가면 언젠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나 또한 이 의견에 공감한다.


Q. 로보 리콜 이후 차기 VR 게임에 대한 계획은 없는가?

아직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로보리콜 자체로 새로운 것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차기작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직 알고 있는 것이 없다.


Q. '언리얼 서밋 전국투어'에서 지역적 특색을 살린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지역마다 학생이 더 많이 오는 지역이 더 있고,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몰려 있는 지역도 있는가 하면, 어떤 분야에 특화된 인재들이 몰려 있는 지역도 있다. 그 때문에 강연에 앞서 해당 지역에서 강연을 듣는 이들을 파악 후 이에 맞춘 강연을 준비하려 한다.


Q. 언리얼 엔진 사용 사례가 늘면서 지원 요청도 많이 오고 있을 텐데, 내부 지원 인력은 얼마나 늘어났는가?

에픽게임즈는 인력이 많은 회사가 아니다. 에픽게임즈의 정책은 인력 낭비를 줄이고, 커뮤니티 단에서 서로 도와주는 문화와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쪽으로 영리하게 뻗어 있다. 사례마다 직접 뛰는 것 보다 통합적인 솔루션을 준비해 서포트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인력으로도 올해까지는 무리가 없을 거라 본다. 하지만 앞으로 더 수요가 늘어난다면 이에 맞춰 구조를 변경하는 것 또한 고려 중이다.


Q. 작년 대비 성과가 굉장히 좋았다. 올해의 목표를 말한다면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본사가 아닌 지사로서의 목표를 먼저 말하자면, 현재 국내 게임업계에서 개발 중인 게임들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비게임 분야에서도 언리얼 엔진이 원활히 쓰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 또한 우리의 목표다. 마지막으로 일정을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파라곤'의 원활한 국내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라 할 수 있다.


Q. VR 수요가 교육이나 의료 분야에서도 늘고 있다. 이쪽 분야에서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나 준비된 계획이 있는가?

국내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지만, 해외에서는 신약 개발에서 언리얼 엔진이 쓰이고 있다고 들었다. 원래 쓰던 툴에 언리얼 엔진의 소스코드를 융합해 사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교육 분야에서는 조금 다른 사례긴 하지만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여러 훈련 과정에서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Q. 게이밍 분야에서는 무료 이후 일정 금액 매출 발생 시 로열티를 받는 구조인데, 비게임 분야에서는 요금제가 어떻게 적용되는가?

일반적인 소프트웨어들은 카피당, 혹은 월정액이나 연정액제를 사용한다. 비게임 분야는 프로젝트마다 사용 엔진이 달라지는 게임과 다르게 MS의 오피스와 같은 형태로 쓰일 거라 일반 소프트웨어와 같은 제도를 사용하려 한다. 물론 가격 수준은 우리가 지금껏 해왔던 대로 굉장히 낮은 편이기 때문에 본사에서는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올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