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할게 없네."


오랜만에 접속한 본 서버의 길드창에 한 길드원이 확장팩 연기를 한탄하며 내뱉은 말이다.

사실 많은 정규 공대들이 확장팩 출시를 이유로 해산한 상황이고, 지난 달에 적용된 2.01 패치 - 명예 시스템 개선으로 인해 무수히 많은 유저들이 찾았던 전장도 슬슬 지루해하는 분위기다.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여기 저기서 비매너 루팅, 일명 "닌자" 소식이 전해져 오고 있으며, 무려 수천 골드에 이르는 금액을 한 유저가 혼자서 "닌자"한 사건들도 제보되고 있다.



사실 와우의 방대한 컨텐츠 양을 볼 때 아직도 즐길거리가 충분히 많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엄청난 규모의 광고 프로모션과 함께 확장팩 출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유저들이 오리지날 컨텐츠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반신반의하던 확장팩 연기가 현실로 다가왔을 때 유저들의 분노는 폭발 수준을 뛰어 넘어 현재 공식홈과 각 팬사이트 그리고 게임물등급위원회 자유게시판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패닉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와우인벤을 찾는 많은 인벤가족들도 기사 댓글과 여러 게시판을 통해서 "확장팩 연기"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등, 진지한 토론이 펼쳐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확장팩 연기에 따른 분노의 화살이 배급사인 블코로 한번, 심의기관인 겜등위로 한번씩 겨누어지다가 결국 와우를 사랑하는 유저, 서로 간을 향해 발사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볼 때는 기자의 마음도 너무나 아프다.



많은 인벤 가족들로부터 이번 확장팩 연기 건에 대해 철저하게 취재한 후, 책임 관계를 분명히 밝혀 공식적으로 기사화하고 블리자드 본사에 전달해 달라는 수없이 많은 건의와 제보를 받고 있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사실 기자도 할 말을 다 하려면 끝이 없다.

확장팩 출시 일정이 발표되면서 테스트 서버가 언제 닫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와우인벤팀을 포함한 인벤팀 기자 대부분이 확장팩 정보 정리를 위해 회사에서 숙식을 하며 야근과 밤샘을 거듭했지만, 누구 하나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확장팩 출시와 함께 유저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다시 한번 신나게 달려볼 것이라는 꿈이 한 순간에 깨졌을 때의 절망감은 현재의 상황을 겪고 있는 유저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리라.




[ 북미, 유럽은 이미 시작되었건만... ]





현재로서는 일단 최대한 빨리 확장팩이 심의를 거쳐 출시되었으면 하는 바램, 오직 그 것 뿐 이다.

국내 게임계와 언론을 발칵 뒤집어 놓을 만큼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과 루머들이 겹쳐있는 확장팩 연기 건에 대해서 지금 이 시점에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확장팩의 조속한 출시를 기다리는 수십 만 명 유저들의 기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잠정적으로 연기되어버린 확장팩 출시가 우선적으로 선행되고, 그 동안의 실수와 과오에 대한 유저들의 따끔한 회초리는 그 이 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비토가 드리는 작은 부탁인 것이다.



어제는 간만에 일찍 퇴근했지만 답답한 마음에 홀로 소주 한 병을 비워버렸다.

모니터를 쳐다보면서 와우인벤에 올라온 확장팩 연기에 관련한 수많은 댓글들을 하나씩 읽고 있는데, 한 인벤 가족의 코믹한 댓글에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지금 상황에 웃음이 나오냐면서 기자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 찰나, 예전에 즐겨 듣던 노래가 생각나면서 한없이 씁쓸해지더라.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WOW Inven - Vito
(vit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