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염원했던 우승을 차지한 락스 타이거즈의 맴버들은 LCK의 여러 팀들로 흩어졌다. 여기에 해외로 진출했었던 '스타' 플레이어들의 복귀가 이어지면서, 2017 롤챔스 스프링에는 수많은 강팀들이 탄생했다. 그 어느 때 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이번 스프링 스플릿도 어느새 정규 시즌이 마무리되었다.

치열한 대결과 경쟁 끝에 포스트 시즌 진출자가 가려진 이번 스프링 스플릿. 인벤팀에서는 정규 리그 종료를 맞이하여, 유저들이 흥미롭게 지켜보았던 스프링 스플릿을 팀별로 결산하여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그 네 번째 주인공은 롱주 게이밍(이하 롱주)이다.

▲ '변신'이 절실한 롱주 게이밍!


■ 올해는 '진짜' 다르다?! 선수-코치진 개편으로 달라진 롱주 게이밍

오랫동안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롱주는 지난 시즌 대규모 리빌딩을 통해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성적을 놓고 봤을 때 2016 롤챔스 스프링 7위, 2016 롤챔스 섬머 8위를 기록하면서 롱주는 또 한번 변화에 실패했다. 그러나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 롱주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다. 칠전팔기(七顚八起)란 바로 이런 포기를 모르는 롱주의 끈질긴 자세를 두고 이르는 말일 것이다.

전쟁도 총알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법. 롱주의 변화의 신호탄은 스폰서 확보를 통한 자본 유치로 시작되었다. 2016년 11월, 중국의 거대 그룹 쑤닝의 계열사 '쑤닝 원창'이 롱주 게이밍을 정식 인수했다는 소식과 함께, 강동훈 감독이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 받았다고 말하며 팀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2017년 롱주의 리빌딩은 먼저 최고의 기량과 호흡을 보여주었던 전 락스 타이거즈 출신, '프레이-고릴라'를 영입하면서 시작됐다. 미드 포지션으로는 각각 kt, CJ 출신의 '플라이' 송용준, '비디디' 곽보성을 영입, 바뀐 롱주의 새로운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 '프릴라'와 '플라이' 영입으로 변화를 모색한 롱주


한편, 정글과 탑 라인에는 '크래쉬' 이동우와 '엑스페션' 구본택을 그대로 기용, 롱주 게이밍은 새로 영입한 선수와 기존 선수들을 혼합하며 선수 구성을 마쳤다. 또, 그동안 계속해서 문제로 지적되었던 전문 코치진의 개선도 이뤄졌다. 지난 2016 섬머, 락스 타이거즈의 우승을 이끌었던 '쏭' 김상수 코치를 영입하면서, 팀 로스터를 탄탄히 했다.

▲ '쏭' 김상수 코치의 합류로 약점까지 보완!


많은 기대속에 이뤄진 롱주 게이밍의 리빌딩은 팬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부분도 있었지만, 생각지 못했다거나 의외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2016 스프링 당시 리빌딩과 비교해보면 이번 변화는 '얌전한 편'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16 롱주 게이밍의 리빌딩이 넘치는 선수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던만큼, 기존 선수풀을 활용하고 새롭게 정상급 선수와 베테랑을 영입하여 완성한 2017 롱주 게이밍의 진용은 새로운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 새롭게 구성된 2017 스프링 롱주 게이밍! 과연 이번에는 다를까?


■ 올해는 '진짜' 다르다! 1라운드 단독 3위까지 올라온 롱주 게이밍

변화의 결과는 2017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 1일차 2경기로 펼쳐진 롱주와 삼성간의 대결에서 곧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최후에는 2:1로 패배하고 말았지만, 롤드컵 준우승 이후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손발을 맞춰온 삼성을 상대로 1세트 선취점을 따낸 롱주의 운영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공격적이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조합부터 달랐다. 무력하게 끌려가다가 후반 럭키 펀치를 노리는 조합이 아닌, 빠르게 스노우 볼을 굴려야 하는 조합을 완성했다. '신지드-렝가-탈리야' 이들은 모두 중반에 가장 강해지고, 로밍 싸움에서 힘을 발휘하는 조합이었다. 여기에 봇은 '진-미스 포츈'으로 개성을 섞었다.

▲ 공격적인 정글과 미드의 로밍! 바뀐 롱주의 경기력 (영상 출처: 스포TV)


롱주의 상승세는 1라운드 내내 계속되었다. 2월 18일,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 19일 차 경기에서 롱주는 아프리카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며 단독 3위 자리까지 올라섰다.

아프리카전에서 롱주는 미드 '탈론'이라는 깜짝 카드를 사용했다. 원래부터 '탈리야', '아우렐리온 솔' 등 국내의 여타 미드라이너들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픽으로 유명했던 '플라이'의 신무기였다. 이제까지 '탈론'은 암살자 리워크 이후 평가가 엇갈려왔던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정말 '달라진' 롱주는 자신감있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깔끔한 어그로 핑퐁과 스플릿 능력을 보여준 '플라이'의 탈론은 아프리카의 눈과 귀를 자신에게 묶었고, '크래쉬'의 공격적인 정글 플레이는 롱주에게 유리한 흐름을 만들었다.

▲ '탈론' 꺼내들어 단독 3위 오른 롱주 (영상 출처: OGN)


이어진 21일 차, 승점 2점 차이로 뒤를 바짝 쫓고 있던 MVP와의 경기에서도 승리한 롱주는 3위를 확고히 했다. 6승 3패, 3위. 훌륭한 1라운드 성적이었다. 비단 많아진 승수와 높아진 순위뿐 아니라, 달라진 롱주의 모습에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 변화는 기간 한정? 급격히 무너진 롱주의 2라운드

그러나 이번 시즌에도 롱주의 변화는 '미완'이었다. 1라운드에서 보여주었던 상승세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2라운드에 들어선 롱주는 폼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상위 순위권에서 밀려 내려오기 시작했다.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시기상으로 '쏭' 김상수 코치와의 결별 이후 롱주의 하락세가 시작되었다. 2월 25일부로 계약을 마친 '쏭' 김상수 코치의 빈자리는 2016년 삼성의 코치직을 수행했던 김정수 코치가 이어 받았다. 김정수 코치는 작년 삼성의 롤챔스 상위권과 롤드컵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이끌어낸 우수한 코치였다.

하지만 시기가 아쉬웠다. 한참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롱주의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코치의 변경은 톱니바퀴가 하나 어긋난 것처럼 안좋게 작용될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강동훈 감독은 인터뷰에서 MVP전 이전에 3일간 연습을 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코치를 변경 하는데 있어 매끄럽지만은 못했다는 뜻이다.

코치 변경이 급하게 이루어지다보니 불필요한 징계도 받게 되었다. 이미 지각으로 한 번의 주의 조치를 받았던 롱주는 코칭 스태프 명단 미제출로 주의 누적 2회, 경고 1회에 해당하는 패널티를 받아 세트 득실에서 1점이 차감되었다. 이 때문에 실제로 단독 3위였던 롱주 게이밍은 삼성과 공동 3위가 됐다.

이런 상황들이 겹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던 롱주의 선수들 역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략이나 전술을 풀어가는데 방향성이 바뀌지 않을리 없고,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이뤄진 이러한 변화는 선수들의 사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 '쏭' 김상수 코치의 뒤를 이은 김정수 코치. 급한 변경이 아쉬웠다.


한편, 경기력 면에서도 문제는 있었다. 바뀐 모습을 보여준 롱주였지만, '강팀'을 넘지 못한 점은 롱주의 한계였다. 상승세를 탔던 1라운드, 롱주의 3패는 모두 '강팀'이라고 평가받는 'SKT-삼성-kt-'에게 당한 패배였다. 이번 시즌들어서며 모든 팀들이 한층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결국 1, 2, 3위를 차지한 세 팀에게 1승 조차 따내지 못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롱주가 완벽한 변화에는 실패했음을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바뀐 2라운드 분위기, 롱주는 결국 'SKT-삼성-kt'외의 팀들에게도 패배를 내줬다. 분위기를 추스리는데 실패한 롱주는 결국 3강 팀들에게 2라운드에도 모두 전패하면서 2승 7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 한계? 강팀에게 아쉬운 모습 보인 롱주 (영상 출처: 스포TV)


■ 가능성은 충분, 이제 완벽하게 바뀌는 것만 남았다

이번 2017 스프링 스플릿, 롱주의 행보를 살펴보면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1라운드 비록 '강팀'이라 불리는 팀들을 넘지는 못했지만 좋은 성적을 남기며 단독 3위까지 올랐던 롱주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8승 10패, 7위라는 전과 그다지 달라질 것 없는 결과를 내고 말았다.

▲ 아직은 '미완'의 변신...


팀이 불안정해지자, 좋은 모습을 보였던 미드-정글에 대한 불신도 치솟았다. 패배의 원인이 '플라이'의 독특한 챔피언 풀에 있다거나, '크래쉬'의 부진 탓이라는 의견도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팀 패배의 원인을 특정 선수나 포지션에게만 묻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결국 모두 팀에서 해결해야할 일이니 말이다.

이번에도 결국 포스트 시즌 참가에는 실패한 롱주. 아쉽겠지만, 이번에는 긴 시간동안 차분히 팀을 정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매번 반복되는 일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그게 습관이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야 말로 변한다' 역시 그렇다. 이제는 가능성에 머물러선 안될 시기에 다가섰다.

항상 바뀐듯, 바뀌지 못한 모습은 롱주가 겪는 고질병이다. 그러나, 이번 스프링 스플릿 롱주가 보여준 공격적인 정글, 로밍과 변수를 창출하는 미드, 강력한 봇라인과 듬직한 탑이라는 형태는 충분히 좋은 결과를 냈고, 앞으로를 기대해볼만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 또한 사실이다. 2라운드, 매끄럽지 못했던 코치진의 변경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불확실한 상황인만큼, 더더욱 정돈된 상태로 맞이할 차기 시즌이 기대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외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야 말로 달라진다!' 라고. 2017 롤챔스 서머 스플릿, 이번에야 말로 달라진 롱주를 볼수 있기를 바란다.

▲ 다음에는 '완성된 변신'을 보여주기를!



■ 2017 롤챔스 스프링 '롱주 게이밍' 인포그래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