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이 다가온 것이 실감 나는 요즘, 전 세계 LoL 팬들이 함께 즐기던 롤드컵의 대장정이 끝이 났습니다. 매해 그렇듯 롤드컵의 시작은 후덥지근한 여름의 열기가 피어오르지만, 우승컵의 주인이 정해지고 나면 어느덧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그 계절이 되어있죠. 물씬 다가온 가을의 중간에서 1년간 롤챔스를 빛낸 LCK 선수들을 만나 비시즌 근황을 들어보고 또한 살을 찌워(?)보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여 '먹터뷰'입니다. 일본의 '고독한 미식가'라는 드라마의 오프닝엔 '시간과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배를 채울 때 잠시동안 그는 제멋대로가 되고 자유로워진다'는 구절이 있죠.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하며 음식을 먹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이번 '먹터뷰'의 주인공은 MVP '애드' 강건모, '마하' 오현식 '맥스' 정종빈 선수입니다. MVP는 올해 혜성처럼 롤챔스에 등장해 스프링 정규 시즌 4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섬머는 스프링에 비해 다소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세 선수는 내년 스프링을 기대해달라는 말을 전하며 '먹기' 시작했습니다.


MVP 권재환 감독 왈 "얘네는 못 먹는게 없어요.."



※ 해당 인터뷰는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약간의 각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MVP '애드-마하-맥스' 선수와의 첫 만남. 장소는 MVP 숙소 근처 맛집으로 알려진 '뉴욕반점' 거침없이 1인 1 짜장과 메인 메뉴 4개를 주문한 후 본격적으로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기자 : 롤챔스 이후로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애드 : 그냥 연습하거나, 평소에 잘 안 가던 치과를 가거나 하고 있어요.
기자 : 마하 선수는 살이 굉장히 많이 빠진 것 같네요.
마하 : 네. 다이어트 하다가 지금은 조금 쉬고 있긴 한데.. 어쨌든 관리를 좀 했어요.
맥스 : '라인관리'
기자 : 하하.


▲ 혹독한 관리로 살이 많이 빠진 마하 선수

▲ '라인관리!'

기자 : 비시즌엔 다른 게임도 종종 하나요? '배틀그라운드' 유행이잖아요.
맥스 : 저흰 다른 게임 금지라서요. 롤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마하 : 휴가 때 배틀그라운드를 해보긴 했어요. 휴가 때 할 수 있는데 어차피 끝나면 못 해서.. 휴가가 길지 않으니까 다른 게임에 시간을 투자할 수가 없잖아요. 뭔가 해보고 싶어도 이룰 수 없는 게 많다 보니 실력도 안 올라가고요.

기자 : 원래 FPS 게임도 즐겨했어요?
마하 : 제가 총 게임을 원래 워낙 좋아해서요. 지금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많이는 못 하지만요.

기자 : 몇몇 관계자 분들말론 '배그'도 원딜들이 특히 잘한다고 하던데 몇 판 해보니 어떻던가요(웃음)?
마하 : 저는 원딜 중에선 총 게임 못 하는 편인가 봐요(웃음). 중국 간 '로컨' 선수도 '오버워치' 그랜드 마스터, 마스터 그냥 몇 판 하고 재미로 찍는데, 저는 플레티넘 막 이러고.

기자 : 확실히 프로 선수는 감이 남다르네요. 휴가 땐 주로 며칠 정도 쉬세요?
맥스 : 저희가 지난 섬머 정규 시즌엔 전체 중에 하루 쉬었는데 감독님이 너무한 거 같다고 하셔서 요즘은 이틀 쉬고 있습니다.
마하 : 저희가 섬머 1라운드부터 8연패 했었잖아요. 진에어전 승리하고 딱 하루 쉬고 그다음부터는 하루도 안 쉬었어요.
애드 : 섬머 때는 안 쉬어도 돼요. 롤드컵 가야 하니까요. 근데 최근에 스프링 때 경기 보니까 그땐 제가 잘하더라고요. 옛날 경기 보면 지금이 더 잘해야 하는데 옛날이 더 잘한 거 보니까 씁쓸하더라고요. 앞으론 더 잘해야지.


▲ 음식이 나오자 어색했던 표정은 사라지고 이내 환하게 웃는 '마하' 선수

▲ 시그니처 메뉴인 '찹쌀 탕수육'

▲ 쟁반 짜장 등 다양한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 "벌써 내가 얼마나 남길지 보이는데?(실제로 한 말)"

▲ "그걸 왜 남겨?"

마하 :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까 이걸 먹으면 제가 얼마나 찔지 알잖아요. 먹을 수가 없어요(음식을 먹으며).
애드 : 왜지?
마하 : 살찔 걸 아니까.
애드 : 잘 모르겠는데.
마하 : ..

기자 : 한참 롤드컵을 보다 보니 향로 메타에 익숙해져 있는데요. 요새 솔로 랭크는 좀 어때요?
애드 : '오른'이 날뛰고 있어요.
기자 : 애드 선수 '오른' 잘할 거 같아요. 서포터로 사용하는 사람도 종종 있었는데.
마하 : 라인전이 좋은 건 아니고 한타 때 좋은 거 같아요. 한타 때 궁이 너무 좋아서. 근데 서포터론 별로인 거 같아요.
기자 : 솔로 랭크에서 서포터가 '오른' 하면 속상한..?
맥스 : 미안

기자 : 그럼 요새 솔로 랭크에서 해볼 만한 챔프 추천해준다면요? 최근에 리메이크된 챔피언도 있고.
맥스 : '소라카'가 많이 좋은 거 같아요. 라인전이 워낙 강력해서. 'Q(별부름)'가 빨리 돌고 슬로우가 계속 있어요.
마하 : 'Q(별부름)'-'E(별의 균형)'-'Q'로 견제하는데도 마나가 안 부족해요.

기자 : 원딜은 어떤 챔프가 좀 할 만할까요?
마하 : 원딜은 뭐 똑같습니다. '자야, 트리스타나, 칼리스타..' 이런거요.
애드 : 고인 물이죠.
마하 : 향로가 빠졌는데도 이 챔피언들이 메타에 맞아서, 처음엔 '진'이나 '베인' 이런 거도 나왔는데 결국엔 다시 들어갔어요. 그나마 케이틀린 정도 나오는? 프리 시즌 시작하고 '룬'이 바뀌면 좀 달라지겠죠.


▲ 다 같이 조용해지는 시간

기자 : 애드 선수는 살찌려고 분유도 먹은 적이 있잖아요. 혹시 다른 방법도 도전해봤나요?
애드 : 하루에 세 끼를 다 먹은 적이 있거든요. 그게 좋은 거 같아요. 근데 두 끼씩 먹으니까 다시 빠지더라고요.
기자 : 배고프지만 귀찮아서 안 먹은 거죠?
애드 : 네. 밥 먹을 시간인데 조금 더 자는 거죠.
마하 : 저는 졸린 데 배고프면 5분 만에 먹고 자요.
애드 : 졸리면 그냥 자야죠.

기자 : 그럼 두 분은 어떤 다이어트를 해보셨어요?
맥스 : 이안이랑 헬스장 1년 치를 끊었거든요. 안 간지.. 바야흐로 7개월 전.. 이제 5개월 남았어요.
기자 : 이안 선수는 다니고 있나요? MVP의 신흥 '통통이'가 되어가는 것 같은..
맥스 : 둘 다 안가요.
마하 : 저번에 이틀 가더라고요.
기자 : 혹시 사우나 가려고 헬스장 끊으신 건 아니죠? 전 그랬거든요.
맥스 : 제가 또 빈혈이 있어서.. 제 이름이 정종'빈혈'이거든요.
기자 : 아.. 네.


▲ "헬스장 가자" 이안을 정확히 뽑아 오는 블츠 장인 맥스

기자 : 마하 선수는요?
마하 :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다이어트를 많이 했어요. 고등학교 때도 몇십 키로 뺐고 kt에서도 많이 빼고 그랬었는데. 결국, 먹고 싶은 욕구를 못 이겨서 다시 돌아왔네요.
맥스 : 아니 어떻게 뺐냐고.
마하 : 다 줄넘기로 뺐어요. 줄넘기한 횟수를 계산해봤더니 2백만 개가 넘더라고요. 한 번 할 때 오천 개씩 해요.
맥스 : 하루에 세 시간씩 한대요.
마하 : 요새는 운동화를 제대로 안 신고했더니 발목이 좀 안 좋아져서 2주 정도 쉬고 있긴 해요.
기자 : 사진 보시는 분들이 놀라시겠어요. 마하 선수 살 너무 많이 빠져서(웃음).
맥스 : 저도 뺄 거예요. 달라진 저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마하 : 원래는 내가 큰 골렘 니(맥스)가 작은 골렘. 이제 내가 작은 골렘 니가 큰 골렘.


▲ 마하 : 이제 내가 작은 골렘 니가 큰 골렘

기자 : 다른 선수들은 요새 어떻게 지내세요?
맥스 : 이안은 아마 누워있을 것 같고, 비욘드는 아마 누워있을 것 같네요.
기자 : 이안 선수 평소에 애교 많다던데, 사실인가요?
맥스 : 컨셉입니다.
애드 : 컨셉이에요.
맥스 : 애교는 마하 형이죠. 저희 MVP 단톡에 혼자 고양이 필터로 찍은 셀카 올리고 그래요.
애드 : 남자들만 있는 단톡방에 그런 거 올려요.
기자 : 올리면 답은 해주나요?
맥스 : 제가 주의 좀 하라고 해요. 보기 힘들다고.

기자 : 그렇다면 MVP에서 가장 '상남자'는 누구인가요?
마하 : 애드지.
맥스 : 애드랑 비욘드요.
마하 : 비욘드는 갑자기 뒤에 와서 엉덩이 흔들면서 춤춰요. 게임할 땐 괜찮은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 상남자 애드의 주먹

기자 : '먹터뷰'니까 음식 호불호와 관련된 얘기를 좀 해볼게요. '민트초코' 맛 좋아하시나요?
맥스 : 저는 별로.

기자 : '핫식스' 안 좋아하는 선수도 있던데.
마하 : 섬머 때는 많이 먹었어요. 경기 길어지거나 할 때요.
맥스 : 이제 세 캔, 네 캔 사가지고 '하이네켄'.
기자 : (말을 잇지 못하는..)
맥스 : 이제 반응이 없으시네요.

기자 : 녹차 맛은 어때요?
맥스 : 좋아했었는데, 차로 우린 건 괜찮고 음식은 별로예요.
마하 : 전 좋아요.
애드 : 전 다 별로.
맥스 : 전에 팬분들께 녹차 좋다고 해서 팬분들이 정말 많이 주셨어요. 젤리도요. 정말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기자 : MVP는 LoL 팀 중에서도 멤버 교체 없이 오래 하고 있는 팀이기도 하고 같이 있으면 엄청 재밌을 것 같아요.
애드 : 네. 이제 엄청 오래됐으니까.
마하 : 편하죠.
기자 : 바텀 듀오는 서로 첫인상 어땠어요?
애드 : 여기에 웬 거울이..
마하 : 제가 먼저 들어오고 서포터를 찾고 있는 입장이었는데, 뭔가를 아는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종빈이(맥스)랑 잘 됐죠.
맥스 : 제가 테스트 보고 고기 사주면서 굽신굽신(웃음).


▲ "우마이!!"

기자 : 새로 들어온 탑, 서폿 연습생은 잘 적응했어요?
맥스 : 너무 빨리 적응한 감이 있지 않나..(웃음).
애드 :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다 3이에요.

기자 : 어린 친구들이 확실히 피지컬이 남다른가요?
맥스 : 그래도 대회에선 경험이 중요한 거 같아요. 삼성 갤럭시의 '엠비션' 선수도 고참이지만 여전히 잘하시잖아요. 저도 잘해야 하는데.. 이제.. 휴.
기자 : 바론 스틸하는 슈퍼 플레이도 많이 하셨잖아요.
마하 : 저도 케이틀린으로 바론 스틸한 적 있어요.
맥스 : 관심 없어..
애드 : 탑이랑 서폿은 나이보다도 많이 당해보고 경험해봐야 하지 않나 싶어요.
맥스 : 방어템도 안 사는 딜러들이 뭘 알겠어요!
애드 : 미래까지 잘 설계해야 돼요.
맥스 : 우리 미래나..


▲ "오늘 먹은 음식들 내 위장 속에 저ㄴ~장ㄱ"

▲ 배부른 그들은 바론을 먹고 귀환하는 소환사처럼 'B'를 누르며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