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이라는 철옹성을 끊임없이 두드리던 아프리카 프릭스가 드디어 그 문을 열었다. 그동안 아프리카 프릭스는 잘하긴 하지만 강팀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팀이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들쑥날쑥한 경기력은 아프리카 프릭스의 치명적인 약점이었고, 예상치 못한 아쉬운 패배가 쌓이면서 좀처럼 상위권으로 도약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도 크게 다르다. 기복이 사라진 덕분에 차곡차곡 승리가 쌓였고, 강펀치 한방은 kt 롤스터에게 제대로 들어갔다. 어느새 순위는 2위. 늘 정규 시즌 4, 5위에 머물렀던 아프리카 프릭스가 역대 LCK 최고 성적을 기대해볼 만한 스플릿이 됐다.


만년 다크호스에서 진정한 강팀으로
'탈5위' 성공한 아프리카 프릭스


아프리카 프릭스는 최근 몇 시즌 동안 LCK에서 가장 아쉬움이 컸을 팀 중 하나다. 아마추어팀 아나키를 흡수하며 창단한 2016년과 현재 멤버로 엔트리 대격변을 거친 2017년 모두, 늘 리그 5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무려 4연속 5위다. 사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발목을 잡았던 건 '강팀'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었다.

'기복', 이 한 단어로 그 당시의 아프리카 프릭스를 요약할 수 있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때론 강팀에게 펀치 한 방을 제대로 날리는 다크호스 같은 팀이기도 했지만, 상대적 열세인 팀에게 맥없이 무너지기도 하는 그런 팀이었다. 게다가 마치 징크스라도 있는 듯 와일드카드전만 되면 셧아웃 패배를 허용하며 단 한 번도 5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2018 시즌의 아프리카 프릭스는 어딘가 달랐다. 일단 출발부터 좋았다. 강팀으로 꼽히는 kt 롤스터와의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2:1 승리를 만들어냈다. 이후 킹존 드래곤X와 KSV에게 패하긴 했지만, 중위권 이하의 팀에게는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며 내리 5연승을 거뒀다. 덕분에 세트 득실차에서 kt 롤스터를 앞서며 2위에 올라있다.

1라운드가 한 경기 남은 현재까지 아프리카 프릭스는 자신들보다 약한 팀에게는 빈틈을 허용하지 않고, 강팀 간의 대결 구도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복이 사라진 아프리카 프릭스는 명백한 강팀이었다.


이보다 좋은 시너지는 없다
잘 짜인 밴픽 + 선수들의 수행 능력 = 승리



아프리카 프릭스는 밴픽 과정에서부터 상대 팀을 골치 아프게 했다. 선수 개개인의 챔피언 풀이 넓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 심리전을 거는 것이다. 이전부터 아프리카 프릭스가 즐겨쓰던 전략이기도 한데,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물오른 지금은 상대하는 입장에서 더욱 까다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큰 예로 들 수 있는 챔피언은 라이즈와 카밀이다. 라이즈를 빠르게 고르고 탑으로 돌리거나, 카밀로 탑과 정글 심리 싸움을 거는 식이다. 난이도가 높은 탑 라이즈도 완벽히 소화해내는 '기인' 김기인과 정글 챔피언 풀에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스피릿' 이다윤이 있기에 가능한 밴픽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물올랐다.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다섯 명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며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투신' 박종익은 현 LCK 최고의 서포터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만개한 기량을 뽐낸다. 이니시에이팅은 물론이고, 위기 상황에서 보여주는 순간적인 판단 능력과 센스는 '투신'을 말 그대로 완성형 서포터로 만들었다.

▲ 엄청난 위기 대처 능력을 보여준 '투신'의 알리스타

'투신'이 MVP와의 경기 2세트에서 보여준 갱킹을 대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모두 감탄하게 할 정도의 판단이었다. 보통 상대의 갱킹을 당한 긴박한 상황에서는 생존에 최우선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투신'은 역으로 '킬각'을 설계했고, 완벽한 스킬 활용으로 이를 완성했다.

'마린' 장경환의 공백을 메우게 된 '기인' 김기인 역시 아프리카 프릭스의 복덩이 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지난해 여름, 에버8 위너스 소속으로 깜짝 데뷔한 '기인' 김기인은 팀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좋은 퍼포먼스로 눈도장을 단단히 찍었다. LCK 베테랑과 견주어도 손색 없는 안정감과 대범함을 고루 갖춘 '기인'은 아프리카 프릭스에서도 그만의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는 중이다.


중요한 것은 마침표
이제 관건은 흐름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오랜 목표는 롤드컵이었다. 아직 먼 이야기긴 하지만, 늘 4, 5위권에서 고배를 마셨던 아프리카 프릭스였던 만큼 기존 강팀인 KSV와 SKT T1이 주춤하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기세로만 따지면 가장 큰 산인 킹존 드래곤X를 제외하곤 아프리카 프릭스의 질주에 제동을 걸 팀은 없어 보인다.

관건은 그 기세를 얼마나 잘 유지할 수 있을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방심은 없어야 한다. 그렇게 스프링부터 한 단계씩 밟아가기만 한다면, 가을 즈음에는 자연스럽게 롤드컵행 비행기에 앉아 있는 자신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영상 출처 : LoL Esports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