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뉴욕 엑셀시어 공식 SNS

세계 최고는 누구인가? 가장 쉬운 질문이면서 쉽게 답할 수 없는 말이다. 영원한 절대 강자는 없었던 e스포츠씬에서 최강자를 가릴 기준은 다양할수 밖에 없다. 팬과 관계자마다 다른 의견이 나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최근 오버워치 리그 결승전에서 당당히 자신이 세계 최고의 트레이서라고 말한 선수가 있다. 스테이지2, 3를 모두 우승한 뉴욕 엑셀시어의 '새별비' 박종렬이 우승 인터뷰를 통해 당당하게 밝혔다.

분명, 스테이지3에서 최고의 트레이서 자리를 노릴 만한 쟁쟁한 후보들이 있었다. 하지만 '새별비'는 마지막 결승 무대에서 최고의 플레이가 무엇인지 각인시키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전 세계 오버워치 팬들에게 알렸다.

최고의 자리에 설 때마다 패기 넘치는 말로 뚜렷한 인상을 남겼던 '새별비'. 자신이 했던 말을 현실로 만들어간 그의 행보가 흥미롭다.


■ "세계의 모든 오버워치 팀에 한국인이 필요할 것이다."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한국이 2년 연속 우승을 거뒀다. 당시 오버워치 리그 역시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팀이 지배할 것 같냐는 질문에 2017 대표로 출전했던 '새별비'는 "그렇다. 세계의 모든 팀에 한국인이 필요할 것이다"고 답변한 바 있다. 블리즈컨에 모인 전 세계 기자들에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한국과 한국인이 최고라고 말한 것이다.

이후, 스테이지3에서 해외팀의 기량이 확실히 오르기 시작했다. 보스턴 업라이징이 전승으로 스테이지3 정규 1위 자리를 확보했고, '새별비'가 속한 뉴욕 엑셀시어마저 꺾으면서 더욱 기세를 끌어올렸다. 반대로,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런던 스핏파이어와 서울 다이너스티가 각각 6, 7위로 타이틀 매치(플레이오프)마저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왔다. 이제 더이상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팀이라고 좋은 성적을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새별비'는 팀원들과 함께 이 말을 입증했다. 탱커를 중심으로 단단한 모습을 보여줬던 LA 발리언트와 보스턴 업라이징을 모두 넘어 우승한 것이다. 다른 팀들은 따라하기 힘든 팀워크와 칼 같은 전략이 돋보였다. 팀원 간 정교한 소통 없이 나올 수 없는 플레이로 힐러와 탱커, 딜러진이 서로를 신경 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최고의 자리에 오른 '새별비'의 말이 스테이지3까지 계속 현실로 이어졌다. 스테이지2 역시 돌풍을 일으킨 필라델피아 퓨전과 풀 세트 접전이 나왔지만 넘어섰고, 이번에 1위였던 보스턴 업라이징마저 꺾고 우승했다. 그것도 '새별비' 자신의 손으로 앞서 말한 것을 이뤄낸 것이기에 더욱 값진 일일 것이다.


■ "내가 세계 최고의 트레이서다."


▲ 홀로 돌파해버리는 '새별비' 트레이서(출처 : official overwatch highlights)


오래전부터 오버워치와 관련된 지역 리그마다 최고의 트레이서가 누군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현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한 번씩은 최고의 트레이서라는 명성을 얻어봤을 만큼 쟁쟁한 트레이서들이 경쟁하고 있다. 서울의 '먼치킨', 런던의 '프로핏-버드링', LA 발리언트 '순-버니', 샌프란시스코 쇼크 '시나트라' 등 많은 선수들이 지역 최강자를 넘어 세계 최강의 타이틀에 도전했다. 그 중 스테이지3 기록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보스턴 업라이징의 '스트라이커'였다. 팀을 스테이지3 전승에 큰 힘이 됐고, 기록상으로도 눈에 띄는 수치를 보여줬으니까.

하지만 결승이라는 큰 무대는 또 다른가보다. 압도적인 기록을 보유한 '스트라이커'보다 위기에 강한 뉴욕의 '새별비'가 돋보인 것이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균형을 깨버리는 인상적인 플레이로 뉴욕에게 승기를 가져왔다. 누군가는 해줘야 하는 플레이를 해내면서 뉴욕의 3:0 승리에 제 역할을 해냈다. 경기 내용 자체는 팽팽했지만 승부를 결정지을 시기마다 뉴욕과 '새별비'의 플레이가 유독 빛났다. 측정할 수 없는 '새별비' 특유의 패기가 게임 내에서 발휘된 것이다. 경기 내용을 넘어 "I'm the best Tracer in the world"라는 말과 함께 자신이 세계 최고의 트레이서임을 오버워치 팬들에게 알렸다.

'새별비'는 LW 블루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담한 플레이로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왔다. APEX 시즌2 4강 당시 모두가 패배를 직감한 상황에서 끝까지 분전해 '플라워' 황연오와 함께 분전해 두 세트를 따낸 게 '새별비'였다. 이후, 오버워치 월드컵 우승, 오버워치 리그 스테이지1 준우승 등 수많은 경험 끝에 큰 무대에 강한 선수로 거듭난 것이다. 모두가 가장 위축될 법한 결승 무대에서 가장 대범할 수 있는 '강심장'이었다.

더욱 무서운 건 트레이서만 잘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뉴욕에는 최고의 위도우메이커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파인' 김도현과 스테이지2 우승 주역인 '리베로' 김혜성이 있다. 그런데도 맵마다 딜러를 변경해 다른 스타일을 구사하는 뉴욕에 맞춰 '새별비'는 위도우메이커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세 딜러가 모두 위도우메이커를 잘 다루는 뉴욕은 스테이지3 맵에 최적화된 기용을 할 수 있었다. 스테이지4에서는 맵마다 어떤 선수가 등장해 새로운 영웅 활용을 보여줄지 역시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게 뉴욕과 '새별비'다.

▲ '새별비'의 위도우메이커 맞아? (출처 : official overwatch highlights)


우승 후 마지막 인터뷰는 우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자리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과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다. '새별비'는 누구보다 그 자리에서 당당했고, 오버워치 월드컵을 넘어 리그에서 다시 한번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행보는 단순한 우승이라는 기록에서 끝나지 않았다. 자신이 말한 최고의 트레이서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또 리그 첫 시즌 최강자로 마무리하려면 스테이지4와 플레이오프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담감보단 다시 한번 패기로 맞설만한 선수가 '새별비'일 것이다. 다음 우승 후에 남길 말은 무엇일까. 그의 패기 넘치는 인터뷰가 벌써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