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밴픽의 중요성은 이제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특히, 롤드컵에 진출할 정도의 높은 기량을 갖춘 팀들에겐 더더욱 중요하다. 만족스러운 밴픽을 해냈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대 팀보다 한 발 더 앞선 상태로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많은 팀들이 밴픽 단계에서 보다 많은 이득을 챙기기 위해 치밀한 분석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보통은 메타에 잘 맞는 S급 카드들을 많이 가져오는 쪽이 밴픽전에서 승리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하지만, 이 점을 역이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예상하지 못한 '히든카드'로 상대의 계획을 망가트린다면, 그것은 상대 팀에게 1패 이상의 대미지를 안겨줄 수 있다. 해당 경기 뿐만 아니라, 나머지 경기에서도 이 카드 한 장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2018 롤드컵 조별리그에서도 상대에게 예상치 못한 일격을 선사한 '히든카드'들이 등장했다. 그룹 스테이지엔 딱 한 번 등장한 게 전부지만, 팀을 승리로 이끌며 강한 인상을 남긴 챔피언들을 살펴보자.

※ 해당 기사는 2018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챔피언 밴/픽 통계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등장이 곧 승리로 이어진, 그룹 스테이지의 '히든카드'들!


마지막 남은 초식 정글러의 자존심! 정글러에게 필요한 모든 걸 갖춘 자크
그룹 스테이지 2일차, IG vs G-REX

IG는 GRX와의 경기에서, 4픽으로 '자크'를 꺼내들었다. GRX의 올라프를 보고난 후 고른 챔피언이었다.

IG가 선택한 자크가 '안정적인 선택'이었다고 보긴 어려웠다. 분명 갱킹도 강력하고, CC도 뛰어나지만 초반 교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초반 주도권을 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최근 메타와는 어울리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많이 쓰이지 않았다.

▲ 마지막 남은 초식 정글러 자크! 하지만 초반에 너무 약해 잘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IG는 자크의 약점을 자신들의 힘으로 완벽하게 극복했다. IG는 한 수 위의 기량으로 라인전 주도권을 쥐었다. 라인 상황이 편해지자, 자크는 편하게 자신의 약점 구간을 넘길 수 있었다. 오히려 GRX의 올라프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게임을 풀어나갔다.

IG가 시작부터 끝까지 경기를 리드한 것은 아니었다. IG가 손해 보는 구간도 나왔지만, 그때마다 'Ning'의 자크가 과감한 플레이를 펼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미드라이너인 '루키'와의 호흡도 환상적이었다. 'Ning'의 자크는 '루키'가 날뛸 수 있는 판을 잘 깔아주며, 캐리의 한 축을 담당했다.

▲ 'Ning'의 자크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CC, 대미지, 기동력 모두 만점! 상대의 뒷라인을 무너트린 헤카림
그룹 스테이지 5일차, Gen.G vs C9

C9은 젠지와의 맞대결에서 탑 라이너로 '헤카림'을 꺼내 들었다. 선택의 이유는 분명했다. 헤카림은 현 탑라인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아트록스'를 상대하기 적합했다. 조합상으로도 봐도 헤카림은 C9의 챔피언들과 잘 어울렸다. C9은 '녹턴', '쉔'을 중심으로 한 돌진 조합을 구성했는데, 헤카림은 이 돌진 조합에 날개를 달 수 있는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탑 라인전 상황은 C9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헤카림이 갱킹으로 먼저 죽었고, 지나치게 과감한 플레이가 오히려 독이 되며 연달아 킬을 내주었다.

▲ 카운터로 뽑았지만, 오히려 손해보면서 시작했다


라인전에서 큰 재미를 못본 헤카림. 그러나 헤카림의 강점은 중반 이후에 발휘되었다. 난전에서 상대의 뒷 라인을 공략하며 이득을 챙겼고, 스플릿 푸시로 스노우 볼을 굴려나갔다. 대미지도 세고 CC기도 좋아, 헤카림을 마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성장 격차를 크게 벌린 C9은 서두르지 않았다. 전투에서 손해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핵심은 놓치지 않았고, 결국 젠지를 잡아내며 소중한 1승을 챙겼다.

▲ CC, 화력 모두 우수한 헤카림!


적 원딜러 배달 갑니다! 칙칙폭폭 신지드
그룹 스테이지 5일차, .VIT vs C9

그룹 스테이지 5일차 경기에서 C9과 Vitality가 만났다. 이 경기는 두 팀 모두에게 중요했다. C9과 VIT의 승패는 3승 2패로 동일했다. 서로를 꺾어야만 올라갈 수 있기에, 밴픽 단계부터 불꽃이 튀었다. 그리고 이 중요한 경기에서 C9는 '신지드' 카드를 뽑아 들었다.

경기는 난전의 연속이었다. VIT의 점멸을 활용한 깜짝 인베이드를 시작으로, 양 팀은 초반부터 쉴 새 없이 싸웠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신지드는 잘 성장하지 못했다. 챔피언과 조합 특성상 라인전 주도권을 쥐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 신지드를 선택한 C9. 하지만 초반 분위기는 그렇게까지 좋지 않았다


비록, 초반 단계에서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지만, 중반부터는 팀 시너지를 잘 활용하며 신지드 선택의 이유를 보여줬다. 'Licorice'의 신지드는 교전이 펼쳐지면 과감하게 상대 품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리고 '존야의 모래시계'나 질리언의 궁극기를 활용하여 어그로를 분산시키고, 한타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후, 신지드는 상대보다 빠르게 레벨을 올리며 성장 격차를 벌렸다. 그리고 한타에서는 적재적소에 CC기를 활용하여 상대의 주요 챔피언들을 잘라냈다. VIT 역시 'jizuke'의 에코를 중심으로 격렬히 저항했지만, 무섭게 성장한 신지드를 막긴 어려웠다. 그렇게 C9는 신지드를 '선봉'으로 내세워, 원했던 8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 시작이 썩 좋진 않았지만, 이후 만점 활약을 펼치며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낸 신지드


날 잡으려면, 최소 네 명은 와라! 스플릿 운영의 정수를 보여준 잭스!
그룹 스테이지 6일차, 아프리카 프릭스 vs PVB

아프리카 프릭스의 그룹 스테이지 초반 행보는 순조롭지 못했다. 2패를 기록했고, 한 번이라도 더 지면 상위 라운드 진출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는 'PVB'와 맞대결을 펼쳤다. PVB는 탑 라이너로 카밀을, 아프리카는 준비된 카드인 '잭스'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잭스는 이번 대회에서 주류 픽으로 활약하진 못했다. 힘 싸움에는 장점을 보이지만, 성장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기에 잘 쓰이지 않았다. 이 게임도 6레벨 이전의 극초반은 분명히 힘들었다. 하지만 6레벨 이후, 녹턴과의 연계로 카밀을 잡아내며 좋은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 잭스-녹턴의 연계로 선취점을 올린 아프리카


이후 경기는 치열했다. PVB가 아프리카의 빈틈을 잘 파고들었다. 하지만 아프리카엔 '기인'의 잭스가 있었다. PVB에는 잘 성장한 잭스를 마크할 수 없었다. 기인은 과감한 스플릿 푸시로 PVB를 흔들었고, 그 사이 아프리카의 본대는 큰 이득을 챙겼다.

기인의 잭스는 엄청났다. 잭스 하나를 잡기 위해 네 명이 달라붙어야 할 정도였다. 힘겹게 기인을 잡았지만, 진형이 완전히 무너지고 소모값도 적지 않았기에 이후 싸움에서 대패할 수밖에 없었다. 기인의 잭스가 만들어낸 승리였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 잭스 하나를 잡기 위해 네 명이 출동! 기인의 위엄을 볼 수 있었던 장면


승리를 굳히기엔 이만한 카드가 없다! 여전히 강력한 갱플랭크
그룹 스테이지 8일차, 100 vs IG

갱플랭크는 꽤 오랜기간 1티어의 자리를 지킨 챔피언이다. 잘 성장했을 경우 엄청난 캐리력을 보여주고, '순간이동'을 사용하지 않아도 궁극기로 다른 라인과 소규모 난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생존기가 상대적으로 부실하고, 원하는 만큼 성장하지 못한다면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챔피언이기도 했다. 또한, 탱킹보다는 화력을 담당하는 챔피언이기에 안정감도 다소 떨어졌다. 이러한 이유로 플레이-인 스테이지, 그룹 스테이지 모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았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한 번 등장한 게 전부였다.

▲ 갱플랭크는 플레이-인 스테이지이 딱 한 번 나온 게 다였다.


하지만, 상대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갖췄을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다. 후반 캐리력이 담보되어있고, 궁극기의 유용함은 상대의 변수를 차단하기에 적합하다.

IG의 탑 라이너 '더샤이'는 '100 Thieves'를 상대로 갱플랭크를 꺼냈다. 게임은 예상대로 한 수 위의 기량을 가진 IG가 유리하게 풀어갔다. 유리한 상황에서 더샤이는 안정적으로 성장을 도모하여 '혹시 모를 보험' 역할을 했다. 결국, 잘 성장한 갱플랭크가 수적인 열세를 무색하게 하는 엄청난 화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모든 변수를 차단, 팀 완승을 도왔다.

▲ '더샤이'는 잘 큰 갱플랭크로 팀 완승에 일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