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 '와꾸대장봉준'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김봉준은 스타1 전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게이머 시절에는 빛을 보지 못했다. 실패에 가까웠던 프로게이머 생활을 그만두고, 군대를 다녀온 뒤 김봉준이 선택한 길은 인터넷 방송. 시간이 흐르면서 김봉준의 방송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현재 그의 위치는 아프리카tv를 대표하는 탑 BJ다.

김봉준이 지금처럼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던 이유는 스타1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게임이나 보이는 라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지만, 가장 큰 원동력은 아무래도 스타1이다. 개인리그는 이미 ASL과 KSL 양대리그가 구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김봉준은 MPL(무 프로리그)을 통해 과거 스타1의 부흥기에 큰 축을 담당했던 프로리그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실제 전 소속팀들 위주로 구성해 진행했던 MPL 시즌1은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그리고 얼마 후 MPL 시즌2에 대한 내용이 공개됐는데, '이게 정말 개인 BJ 혼자서 준비한 리그인가?'라는 의문이 당연하게 들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규모의 리그였다. 일단 신한금융투자라는 스폰서와 팀마다 기업 후원이 들어가며 해설진 역시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정소림, 김정민,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전용준 캐스터까지. 어설픈 흉내가 아닌 10년, 15년 전, 우리가 열광했던 진짜 프로리그가 다시 열리고 있었다.


Q. MPL을 처음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평소 친한 게이머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처음 이야기가 나왔다. 이경민 선수가 이야기를 먼저 꺼냈는데,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라'고 농담으로 받았다. 그런데 술자리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계속 그 말이 귀에 맴돌았다. 술기운 덕분인진 모르겠지만, 하면 정말 재밌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하루 정도 계획을 짜서 일단 다음날 무작정 방송을 통해 발표했다.


Q.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아서 힘들었던 점이 꽤 많았을 것 같은데?

일단 일정이 굉장히 촉박한 게 제일 힘들었다. 하필 월드컵 시즌이라 월드컵이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치고 빠질 생각이었다. 월드컵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시청하는 대축제인데, 월드컵과 경쟁하고 싶진 않았다(웃음). 일단 기본 컨셉을 프로리그에 대한 추억을 살리고 싶은 것이었기에 거기에 최대한 초점을 많이 뒀고, 그래서 기존 해설위원들과 무조건 함께하고 싶었다.

다만, 시간이 없어서 섭외하는 데 정말 힘들었다. 게다가 스튜디오가 부산이다 보니 더욱 힘든 면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김동수, 박태민, 이승원, 박상현 등등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주셔서 흔쾌히 도와주셨다.


Q. 개인BJ의 방송에서 시작한 대회가 과거 프로리그 못지않은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이를 추진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

시즌1은 전부 사비로 대회를 운영했다. 앞서 말했지만, 준비 시간이 길지 않아서 스폰서를 구하기도 힘들었고, 정신도 없었다. 그래도 시즌1이 성황리에 끝났고, 시즌2는 정말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1을 진행하던 당시 선수들이 순수한 아이들처럼 정말 좋아하더라. ASL이라는 스타1 대표 개인리그가 있긴 하지만, 팀 리그만의 재미, 그리고 MPL만의 색다른 재미, 선수들도 다 방송을 키고 경기에 임하니 대회와 소통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아 팬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다. 솔직히 시즌2가 이렇게 잘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영화도 오리지날보다 나은 2 시리즈는 많이 없지 않나. 정말 감사하다.


Q. MPL 시즌1 성공을 바탕으로 시즌2부터는 블리자드에서 공식 리그 인정, 신한금융투자가 메인 스폰서까지. 자세한 과정이 궁금하다.

이런 기적들이 현실이 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당연하겠지만 팬들이다. 기본적으로 시청자 수가 많다. 많이 보니까 외부에서 바라보는 인식도 좋아지고, 제안서를 전달할 때도 큰 힘을 받는다. 신한금융투자라는 대기업 스폰서를 끌어올 수 있었던 출발점은 신한금융투자에 다니는 한 대리분에게 연락이 왔다.

근데 그분 역시 윗선에 허락을 구한 상태에서 제안했던 게 아니고, 그냥 스타1 팬으로서 나만 괜찮으면 본인이 직접 위에 정식 후원 제안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이 일사천리로 빠르게 진행됐고, 순식간에 내가 미팅하러 여의도로 가고 있더라. 다시 한번 그 대리분에게 감사하다(웃음).


Q. 스폰서 외에 전문 캐스터와 해설위원 섭외력에도 놀랐다.

MPL 시즌2를 함께한 전용준 캐스터와 김정민 캐스터는 스타1에 있어서 정말 상징적인 분들이다. 전용준 캐스터를 일찌감치 당연히 모시고 싶었으나 '에이, 전용준 캐스터님이 내 방송에 나와주시겠어?'라는 생각으로 연락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처음 섭외할 때 박정석 형을 통해 의사를 여쭤봤다.

그런데 정말 흔쾌히 응해주셨고, 다음날 직접 통화했는데 전용준 캐스터께서 한번 나오고 마는 거보다 시즌 전체를 함께 하고 싶다고 먼저 말씀해주시더라. 스타1에서 본인이 잊혀지는 게 정말 싫으셨다면서 스타1 중계를 하고 싶었으나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마침 MPL과 뜻이 잘 맞았던 거다.


Q. MPL 시즌2가 진행되면서 임진묵의 눈물 등 다양한 이슈들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세 가지 정도가 있는데, 임진묵 선수의 눈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그전에서 SK테란(시즈 탱크 없이 마린-메딕과 사이언스 베슬 위주의 전술)만을 고집하며 옛날 스타일이라는 비판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이제동을 꺾으면서 자신의 스타일로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눈물을 흘리는데, 나도 모르게 같이 눈물이 흐르더라.

그리고 신상호 선수의 승리도 인상적이었다. 선수 지명 당시 신상호 선수는 40번째로 꼴찌였다. 즉, 아무의 선택도 받지 못하고 마지막에 남는 자리에 들어간 거였다. 그래서 승리할 때 좀 뭉클했다. 마지막으로는 이영호가 조기석과 4강 에이스 결정전 승리 후 기뻐하던 모습이다. 평소 승리해도 그 정도로 기뻐하는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그런 모습을 봤다.


Q. 여성 선수들의 참가도 화두였다.

시즌1때는 웬만한 남성 선수보다 여성 선수들의 인기가 압도적이었다. 시즌1은 아마추어적인 요소도 좀 있어서 다들 그냥 재밌게 즐겨주셨지만, 대형 스폰서가 붙고, 전용준 캐스터가 중계를 맡기도 하는 등, 체계적으로 변한 시즌2에서는 여성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다. 경기력 외에도 여성 선수들이 한 세트를 차지하는 부분에서 비중을 좀 더 줄이자 등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염두에 두고 있으며, 시즌3에서는 다른 방향으로 룰을 바꿔볼 의향도 있다.


Q. 프로게이머로서는 실패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BJ로서도 스타1은 김봉준에게 없어선 안 될 것이 돼버렸다.

MPL을 진행하고, 권혁진의 경기를 보면서 내가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참가하는 건 무리다(웃음). 스스로 성공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스타1이 맞다. 나의 주력 콘텐츠이자 최고의 무기다. 간단히 말하면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그게 스타1이다. 직접 하는 것, 보는 것, 대회를 만드는 것, 다 좋다. 지금도 예전 스타리그나 프로리그 이야기, 선수들의 아이디, 아마추어 시절 기억, 모든 게 다 생각날 정도로 애착이 많다.


Q. 스타1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로 사랑을 받았다. 스타1 외에 가장 기억에 남거나 애착이 가는 콘텐츠는?

큰 카테고리로 보면 스타1을 필두로 게임과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 중이다. 게임 쪽은 철권이나 배틀 그라운드를 좋아한다. 사실 LoL이 가장 규모도 크고 이슈지만, 개인적으로 LoL과 잘 맞지 않더라. 특히 채팅창을 보면 머리가 너무 아프다. 배틀 그라운드 같은 경우 배봉스(배틀 그라운드 봉준 스크림)라는 코너를 진행했는데, 대박이 터졌다.

보이는 라디오에서는 아마 많은 분들이 '감전 수용소'라는 코너를 좋아해 주시지 않나 싶다. 1박 2일 동안 군대 컨셉으로 여성BJ들과 함께 진행하는 건데, 애착이 많이 간다. 사실 내가 콩트를 좋아한다. 드라마 도깨비가 유행할 때 패러디를 해본 적이 있는데, 완전 망했던 경우도 있다(웃음). 그래도 계속 시도해보고 싶다.


Q. 2018 연말에 열린 아프리카tv 시상식에서 무려 6관왕을 차지했다. 더불어 차기 아프리카tv 대통령으로 거론도 많이 되고 있는데, 본인의 생각은?

수식어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다. 나보다 잘나가는 BJ분들도 더 많다. 더 열심히 해서 따라잡을 생각뿐이다.


Q. 마지막으로 BJ '와꾸대장봉준'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MPL이 시즌2까지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금까지 총상금이 1억이었는데, 시즌3 같은 경우는 상금 규모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으로 더 업그레이드된 리그가 됐으면 한다. MPL하면 스타1을 대표하는 팀리그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또한, 요즘은 아프리카tv와 유튜브를 병행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구독자 100만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리고 MPL 시즌2를 함께 만들어간 모든 사람들과 시청해준 유저분들, 대회 지원을 도와준 신한금융투자, 영단기, 아프리카tv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2019년에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