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스무살우리 LCK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이 끝났다. 이제 4월 3일 담원 게이밍과 샌드박스 게이밍의 와일드카드를 시작으로 5일, 7일 PO 1, 2라운드를 거쳐 13일 결승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스프링 시즌은 경기 내적으로 이야깃거리가 넘쳐나는 시즌이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샌드박스의 엄청난 선전, 시즌 전부터 엄청난 로스터 구성으로 기대감을 모았던 SKT T1의 활약, 더욱 강해진 그리핀, 아프리카 프릭스, 젠지 e스포츠, kt 롤스터의 부진까지. 전문가들조차 예상치 못했던 시즌이다. 그래서일까. 개막이 불과 어제 같은데, 굉장히 빠르고 바쁘게 지나간 모양새다.

선수단은 물론 그에 못지않게 바쁘게 달려온 사람이 있다. 해설위원과 캐스터 역시 주 4~5일 모두를 중계하진 않는다. 그런데, 세트 중간중간 시청자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분석데스크의 얼굴 '빛돌' 하광석 해설은 한 차례도 쉬지 않고 롤파크에 발도장을 찍었다. LCK가 없는 날에는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해설까지 하며 시간이 지나도 그의 LoL에 대한 열정은 점점 뜨거워졌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현장을 지켜온, 심지어 잘생겨진 '빛돌' 하광석 해설위원, 정규 시즌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의 어느 날, 생방송을 앞둔 그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분석데스크의 꽃 '빛돌' 하광석의 1주일

LCK 분석데스크 외에 챌린저스 코리아 해설도 하고 있어 쉬는 날이 많지 않아요. 굉장히 바쁩니다(웃음). 일단 시즌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인데 체력적으로도 힘들긴 하고요. 요즘에는 경기가 끝난 뒤에 집에 가면 개인 방송을 통해서 보통 새벽3~4시까지 롤챔스 복기도 하고 있습니다. 재밌기도 하고, 스스로 도움도 많이 되며, 분석데스크에서 다 말하지 못한 것들을 소통하고 싶거든요. 궁금한 게 있으신 분들은빛돌 유튜브개인 방송 채널을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많은 분들이 분석데스크 준비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데, 경기 화면으로 경기를 보는 게 아니고 우리가 직접 옵저빙을 하고 있어요. 저는 '매드라이프' (홍)민기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데, 사소한 부분에서도 '왜 그랬을까?'에 대한 의문을 품는 편이에요. 고민하고 유추하는 걸 좋아합니다.

심도 깊은 플레이에 대해 놓친 게 있으면 서로 공유도 하고, 같이 만들어가려고 해요. 경기 화면으로 보는 게 아니라 직접 옵저빙을 하니까 궁금한 선수 입장에서 보기도 하고, 다시 뒤로 돌려보면서 말이죠. 그리고 시즌 중후반까지 우리 의상에 대해 질문을 주는 팬들이 의외로 많으셨어요. 매번 같은 조끼에 색만 바뀌냐고 궁금해하시던데.

사실 예전에도 의상이 자주 바뀌진 않았어요. 김민아 아나운서는 의상이 매일 바뀌다 보니 더 부각된 게 아닌가 싶네요. 그동안 쑥떡, 인절미, 파인애플 등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OGN 시절에는 많은 걸 알려드리려고 하다 실수한 부분이 있어요. 대표적인 게 세주아니(관전에서만 보이는 세주아니 패시브)였죠. 그 이후부터는 많이 조심스러워졌고, 확실한 것이 아니면 말을 아끼려고 했어요. 이번 시즌에는 실수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아쉬운 건 분량이죠. 의미 있고 분석할 장면들이 많아도 시간이 제한적이라 짧은 시간 동안 핵심을 말씀드리는데 벅찬 경우가 있거든요.

그리고 설명이 길어지면 다수 유저들이 이해했을까?하는 고민도 들고. 채팅 반응이나 개인 방송 등을 통해 피드백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경기가 2:0이나 2:1, 마지막 세트는 분석 데스크가 없지만, 이는 방송팀의 선택이니 불만은 없어요. 승리에 대한 텐션을 유지해야 하는데, 경기 분석으로 넘어가면 이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팬들 중 아쉬움이 있으신 분도 있는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개인 방송을 시작한 이유기도 하고요.

지옥의 승강전, KT&진에어와 붙게될 팀은?

ES 샤크스나 APK는 LoL 챌린저스 코리아는 보지 않는 팬들에게도 친숙한 팀입니다. ES샤크스는 '쿠잔' 이성혁을 중심으로 '구거' 김도엽, '캐치' 윤상호, APK는 '얼쑤' 전익수, '카카오' 이병권, '시크릿' 박기선, '퓨리' 이진용 '미키' 손영민 등 LCK에서 활약했던 경험이 있는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기 때문이죠. APK는 지난 케스파컵 당시 SKT T1을 상대로 저력을 보여준 바 있어 생각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어요.

근데 좋은 의미로 베테랑이지만, 오랜 기간 동안 선수 생활을 했는데 높은 커리어를 찍지 못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챌린저스 코리아 초반에도 그리 눈에 띄진 않았어요. 그런데 확실히 중반 이후부터는 많이 좋아진 게 느껴집니다. 초기에는 선수들의 체급 차이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각자 제 역할을 수행하면서 게임다운 게임으로 이기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승강전은 심리적인 부분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해요. 아무리 못해도 LCK 무대에 오른 팀들은 기본적으로 수준이 높아요. 문제는 시즌 내내 패배에 익숙해지면서 최하위권 팀들은 점점 경기 출전이 무섭고, 그러다 보면 평소 하던 플레이가 아니라 아무것도 못 하는 지경까지 이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기 출전 자체가 두렵고, 그냥 지금 이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하게 되는 거죠.

이런 부분 때문이라도 승강전은 챌린저스 코리아 팀들이 유리한 게 많다고 생각해요. 진에어 그린윙스의 경우는 실력과 별개로 이런 부분을 감독, 코치진이 어떻게 극복시켜 주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반대로 챌린저스 팀은 과한 자신감이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있어요. 1위를 차지한 ES 샤크스의 경우 '쿠잔'이 가지는 미드 파괴력이 상당한데, LCK팀들에게도 어느 정도 먹힐지가 관건이 아닐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특급 에이스가 있는 팀은 최소 무조건 잔류한다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면 테디가 있던 진에어? 확실한 체급 차이가 느껴지는 선수들이 있는 팀은 챌린저스로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 진에어는 그런 선수가 없다는 게 문제죠. kt 롤스터는 승강전으로 떨어지긴 했어도 기본적인 체급 차이가 커서 대충 내지른 주먹 한 방도 맞는 팀에서는 강하게 다가올 거 같네요.

kt 롤스터의 부진은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죠. 이렇게까지 처진 적이 없었고, 그래서 더욱 충격이 큰 듯하고요. 코칭스태프도, 선수도. 일단 떨어져 본 사람이 다시 올라갈 줄 아는 법인데, 너무 급격히 하락해서 어떻게 수습하고 치고 올라가야 할지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심리적인 요인도 어느 정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부동의 1위 그리핀, 시즌 막바지에 삐끗? 지난 섬머와 비슷한 흐름


기본적으로 그리핀은 롤을 잘 아는 팀이에요. 선수, 코칭스태프 모두. 아이템 선택 같은 것부터 다른 팀과 확실히 다른 방향으로 고민하거든요. 관성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항상 고민 또 고민. 그런 부분은 여전히 높게 평가합니다. 앞으로도 잘할 거라는 것에도 변함이 없고요.

하지만 분명 작년 섬머와 비슷하게 두 번 모두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다른 팀들의 기세가 올라와서인지, 메타 변화에 적응을 못한 건지 등등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봐야 할 겁니다.

실전은 모두 연습을 통해 나와요. 간혹 그리핀의 밴픽에 대한 이야기 나오는데, 그리핀은 연습에서 90%이상의 승률을 보였는데, 실전에서 한 번 졌다고 그걸 바꾸지 않는 거죠. 그런데 다전제 승부, 후반, 결승으로 갈수록 승부에 대한 압박이 크기 때문에 모든 것을 짜인 대로 하긴 어려워요.

그럴 땐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 것도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 있어 그리핀의 발목을 잡는 유일한 단점 바로 '경험'. 준비했던 것보다 감각적인 대처를 통해 승리하는 시나리오도 분명 필요하고, 이는 베테랑들이 잘해요. 얼마 전 카르마를 두 번 가져가 패배한 경기를 생각해보죠. 카르마 픽이 좋다, 나쁘다보다 전략적인 틀을 틀어버릴지를 고민했다면 어떨까요. '이즈리얼&카르마가 라인전 무조건 이겨'가 아니라 승리에 대한 노선을 바꾸는 방식 말이에요. 그리핀은 유연한 팀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유연할 필요가 없었던 게 맞죠. 그냥 잘하니까. 유연할 필요가 없었던 거에요.

이에 반대되는 성향의 팀은 요즘 킹존 드래곤X에요. '커즈' 문우찬이 너무 잘해요. 킹존의 초반 흐름은 '데프트' 김혁규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커즈'문우찬 선수죠. 탑과 미드에서 다양한 픽을 선보이고, 킹존의 스타일을 분석하기가 까다로워요. '데프트'는 기본적으로 아우라가 남다른 선수 같아요. 다만, 결정적인 순간에 패배하는 경향이 좀 있었는데, 이번 스프링 시즌에서는 눈부실 정도로 잘했어요. 한 선수의 기량이 정말 압도적일 때 상대를 찍어 누르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능력치가 7, 10인 선수가 만나도 그 차이가 3이 나는 게 아니라 5~6이상 벌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 않나요?

지금 '쵸비' 정지훈이나 예전에 '페이커' 이상혁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죠. '데프트' 김혁규의 플레이를 보고 그리핀 바텀이 밀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코칭스태프의 승리 계획도 빛났고요. 뭔가 팀이 하나가 되어 '상대가 이걸 잘하면 우리는 이렇게 하면 이겨'의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엄청 완벽한 경기력을 가진 팀은 아닌데, 그 순간 경기의 승리를 위한 준비를 누구보다 잘하는 팀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