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이 또 담원 게이밍을 눌렀다. 세트 스코어 2:0 완승이었고, LCK에서 세 번 만나 죄다 2:0으로 승리했다. 상대 전적 6:0. 그리핀이 담원 게이밍과의 상성 우위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번에도 그리핀의 중심에는 '타잔' 이승용이 있었다. 담원 게이밍의 두 정글러, '펀치' 손민혁과 '캐니언' 김건부를 상대로 두 세트 연속 우위를 점했다. 올라프를 상대했던 세주아니로도, 서로 챔피언들 바꿔서 선택했을 때도 승리했다. 상대가 무엇을 할 지 다 꿰고 있는 듯한 경기력이었다.

'타잔'이 두 명의 상대 정글러를 잡아먹을 수 있었던 건 라이너들의 도움도 컸다. 모두 라인전 주도권을 꽉 쥐고 있거나 반반 정도 가면서 '타잔'의 발을 풀어줬다. 그러자 만사형통이었다. 그리핀은 두 번의 세트에서 한 번도 상대에게 승기를 내주지 않았다.


상성 증명 1
초반 주도권 활용한 압승

담원 게이밍 입장에서 1세트에 가장 중요한 선수는 '펀치' 손민혁이었다. 라이너들의 상성이 죄다 밀렸기 때문에 올라프가 주도적인 움직임으로 이를 풀어줘야 했다. 보통 첫 드래곤을 깔끔하게 챙기고 상대와 성장 격차를 벌려 상대 라이너들에게 압박감을 심어주는 것이 세주아니를 상대하는 올라프가 기본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플레이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라이너들이 라인전 주도권을 최대한 내주지 않고 버텼어야 했는데 담원 게이밍은 1세트에 그러지 못했다. 벽을 넘어다닐 수 없는 등 이동기가 부실한 올라프는 라이너들이 하나 같이 주도권을 잃은 상황에선 할 수 있는 게 없는 챔피언이다. 그러자 그리핀이 오히려 첫 번째 드래곤을 깔끔하게 챙겼다.

▲ 올라프의 힘겨움을 대변해주는 장면

▲ 그리핀의 첫 드래곤 사냥 완료 당시 양 팀의 CS 격차

'타잔' 이승용의 세주아니는 이런 주도권을 가장 잘 활용하는 LCK 내 정글러 중 한 명이다. 11분경 탑 라인에서 2킬을 내줬던 장면에서도 '타잔'의 세주아니는 상대의 노림수를 미리 읽고 수풀 속에서 대기 중이었다. '쇼메이커' 허수의 아칼리까지 난입해 2킬을 내주긴 했지만, '타잔'이 '펀치'와 담원 게이밍의 속마음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정글러 간 싸움에서 '타잔'이 압도하자 그리핀은 있는대로 격차를 벌렸다. 양 팀의 첫 대규모 교전이었던 드래곤 지역 한타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골드 격차는 5천 가량 벌어진 상태였다. 라이너들의 강력한 라인전을 필두로 한 초반 주도권 확보, 이를 토대로 상대의 노림수를 죄다 읽어내는 '타잔'의 노련함. 그리핀은 이 두 가지만으로 담원 게이밍을 1세트에 찍어눌렀다.


상성 증명 2
상대 노림수 죄다 꿰고 있는 '타잔'의 무서움

1세트에 라인전 주도권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담원 게이밍은 이에 집중한 밴픽을 보였다. 아트록스를 피오라로 카운터했고 주도권을 잡고 굴리기 용이한 카밀과 세주아니도 갖췄다. 이들의 돌격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시비르와 탐 켄치도 있었다. 담원 게이밍의 초중반 파괴력이 크게 상승했다.

문제는 '타잔'이었다. 그는 1세트보다 더 집요하게 '캐니언' 김건부를 공략했다. 상대의 동선을 죄다 꿰고 있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상대가 세주아니와 함께 노림수를 던질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자 다시금 라인전 주도권이 그리핀으로 넘어갔다. 아트록스를 시종일관 압박해야 했던 '너구리' 장하권의 피오라도 무언가 하기 힘들어졌다.

갈 길을 잃어버린 '캐니언'의 세주아니는 발만 동동 굴렀다. 자신의 돌거북 지역에서도 '타잔'의 올라프와 마주쳤고 바텀 삼거리 수풀에서도, 탑 라인에서도 '타잔'에게 쫓겨났다.

특히, 2세트 10분경 탑 라인에서의 상황이 담원 게이밍에게 뼈아팠다. '너구리' 장하권의 피오라가 있는 탑 라인에 집중하기로 했던 '캐니언'의 세주아니는 2세트에만 세 번째로 '타잔'의 올라프와 마주쳤다. 그 이후에 '캐니언'도 머리를 썼다. 내려가는 척하다가 다시 탑 라인으로 가는 동선을 구상했다. 하지만 이 역시 그리핀에게 발각됐다. '쵸비' 정지훈의 리산드라가 상대 칼날부리 쪽에 와드를 설치했던 것. 이를 확인한 '타잔'의 올라프는 재차 탑 라인으로 향했고 승전고를 울렸다.

▲ 올라프를 세 번이나 마주친 세주아니가 결국 무너진 장면

아트록스를 상대로 압박을 넣지 못하게 된 피오라, 세주아니와의 시너지를 내지 못하게 된 카밀. 그러자 '뉴클리어' 신정현의 시비르도 공격적인 픽이 아닌, 라인 클리어나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캐니언'의 머릿속을 완벽하게 훑어본 '타잔'의 움직임 하나에 담원 게이밍이 2세트에 보여주려던 전략이 통채로 어긋났다.

그나마 담원 게이밍은 스플릿 운영에 강점이 있는 '너구리'의 피오라나 '쇼메이커'의 카밀로 상대 움직임을 제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리핀의 칼 같은 대처에 실패했다. '순간이동'을 세 명이나 들고 있었던 그리핀을 상대로 '백도어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 조합의 강점과 주도권을 모조리 잃은 담원 게이밍 입장에서는 최선의 판단이었지만 이미 그 힘을 많이 잃은 뒤였다.

담원 게이밍은 분명 기대받는 팀이고 LCK 첫 승격만에 4위를 기록한 강팀이다. 하지만 그리핀에게는 6번의 세트에서 6번 다 패배했다. 대부분 무언가 보여주기도 전에 허망하게 패배했던 적이 많았다. 그건 바로 그리핀이 담원 게이밍보다 딱 두 가지에서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라인전 주도권이고 두 번째는 정글러 싸움 압도였다.

프로게임단 간의 상성은 이처럼 작은 것 몇 가지로 굳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굳어진 작은 격차는 '상성'이라는 이름과 함께 점점 더 벌어지곤 한다.